가짜 냉면육수를 판별하는 나만의 방법


    최근 냉면 육수에 담긴 충격적인 비밀이 방송으로 전파되면서 시끌시끌했습니다.
    그간 우리가 먹어왔던 7~8천원짜리 냉면 육수가 다시다와 식초의 혼합체였다니..
    이제는 저기 오장동의 함흥냉면이나 을지로의 우례옥, 장충동 평양면옥 같은 곳이 아니면 제대로 된
    냉면 한그릇 먹기가 힘든 현실일까요? 물론 여기엔 갈수록 자극적이고 인스턴트화 되어가는 우리들의
    입맛도 한몫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입맛을 따라잡기 위해 냉면집들은 육수에 온갖 조미료를 넣어
    가며 팔아야 하는 현실이 되어버렸지요.

    부산의 밀면은 어떨까요? 사실 저는 여기에 대해 잘 모릅니다. 
    부산의 5대 밀면이라 불리는 개금밀면, 초량밀면 , 춘하추동 밀면, 국제밀면, 가야밀면 그 어느것 하나도
    제대로 맛보지 못한 제가 처음 밀면을 접한건 쌩뚱맞게도 거제도의 어느 주택가 골목에 있는 분식집 밀면.
    이름은 가야밀면을 땄으나 체인점포인지 그냥 이름만 딴건지도 알 수 없는 분식집 밀면이 서울 냉면보다
    낫다고 말하니 좀 이상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에 대해 나름대로의 느낀 점을 말하고자 합니다.



     

    거제도 장승포의 어느 분식집

    몇 테이블 안되는 영세 음식점이다

    아내와 함께 낚시를 마치고 들어온 곳은 거제도의 어느 한적한 동네 골목의 분식집.
    가야냉면이라는 간판을 걸고 있지만 그것은 전국 방방곳곳에 있는 '의정부 부대찌개'내지는 '장충동 족발'이라는 간판과 다를게 없는 식.
    어차피 부산 본토 밀면도 아니고 전문점은 더더욱 아니니 기대는 접고 그냥 날이 더워 시원하게 한그릇 하려고 왔지요.


    냉면과 함께 먹는 무절임

    비빔밀면 5,500원

    가격은 물밀면이 5,000원이고 비빔밀면이 5,500원. 부산에 비해 1,000원씩 비싼 편입니다.
    어차피 지역이 다르니 비교하기엔 무리고 그보다 궁금한건 어째서 비빔이 늘상 500원씩 비싼건지 ^^;
    물냉면처럼 육수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혹시 비빔 양념이 육수보다 비싸서 그런가(어쩌면 그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만)


    비빔밀면 시키면 내어오는 육수

    보시다시피 맑고 깨끗합니다. 육수 바닥을 보면 침전물도 없지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조금 아래쪽에서 다시 알아보겠습니다.


    밀면은 메밀을 섞어 만든 냉면과 달리 그 특유의 쫄깃함과 탱글함이 있습니다.
    함흥냉면처럼 탄력이 과해 가위로 잘라 먹지 않아도 되며, 평양냉면처럼 뚝뚝 끊어지지도 않습니다.
    면의 성분을 제쳐놓고 그 쫄깃함과 탄력으로만 따지자면 개인적으로 밀면 쪽이 가장 맘에 듭니다.
    특별히 가위 댈 것도 없이 이빨로 적당이 끊어 먹기에 좋은 탄력감을 가졌으니 말입니다.
    양념에 흠이라 한다면 참기름향이 과하다는 점.


    물밀면 5,000원, 비빔과 물밀면 모두 수육이 세점씩 올려져 있었다

    이렇게 더운 오후. 쫄깃한 면발과 시원하게 냉면 슬러쉬 들이키는 맛, 최고지요.^^
    그렇다면 이 집 밀면은 쇠고기로 육수를 낸 다음 저렇게 얼려서 손님상에 낼까요? 
    아마 그렇게 해서 5천원에 판다면 가게가 망할것입니다. 부산의 그 유명한 밀면집들이야 닭고기나 쇠고기로 육수를 낸다지만 이런 곳에선 힘들지요.

    그렇다면 이 육수는 조미료+식초로 제조된 소위 요즘 파문이 일었던 가짜 육수일까? 그것도 아닐껍니다.
    하지만 맛을 내기 위해 조미료가 어느정도 들어가는건 어쩔 수 없을꺼예요.
    대게 이런 집(그나마 양심적인)들은 짬탕 육수 제조법을 사용하거나 혹은 짠육수를 만들어뒀다가 물로 희석해서 사용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아래는 이런 류의 육수를 만들때 들어가는 재료와 비율이라고 하네요.(이런거 공개해도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 냉면에 들어가는 짠육수 제조법(10말 기준)

    - 사골 100키로, 설깃살(설도) 60근
    - 소금 13키로
    - 미원 2키로
    - 설탕 2키로
    - 국간장 15키로, 진간장 3바가지
    - 대파 2단, 양파 15개
    - 마늘 2키로
    - 후추 1작은국자

     ※ 냉면에 들어가는 양념장 제조법

    - 고춧가루 고은 것 6키로
    - 갈은 양파 4키로
    - 간마늘 2키로
    - 배 3~4개
    - 황물엿 16키로
    - 설탕 2키로
    - 빙초산 400g
    - 사이다 1.6리터, 콜라 1.6리터
    - 참기름 소주컵으로 1컵
    - 간장 4.5kg끓여서 5분간 식혀서 사용

    정말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 육수는 쇠고기 양지머리+사태 등을 이용하여 수시간 동안 고아야 합니다.
    그런 집들은 보통 양짓살을 고명으로 올리지요. 그러나 밀면은 대부분의 고명이 닭고기살(개금밀면의 경우 닭육수로 만들기 때문)이거나 대부분
    돼지수육이 들어갑니다. 간혹 쇠고기 육수에 수육을 얹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내는 곳도 있지만 그런 곳을 제외하곤 위와 같은 제조방법이 많을꺼예요.

    바로 짠육수 + 물로 희석해서 내는 방법이지요. 그나마 고기가 들어간 육수이긴 하나 한번에 왕창 만들어 놓은 다음 물로 희석해서 양을 부풀립니다.
    그렇게 만든 육수는 밍밍하거나 혹은 희석이 덜 돼 짜기도해서 육수맛 자체를 음미하기엔 부족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경남의 물밀면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양념장(다데기)을 한수저 듬뿍 올려 내며 손님은 이것을 육수와 함께 저어 먹기 때문에 
    사실상 전통 육수의 맛을 음미하기란 쉽지 않을겁니다. 

    비빔밀면을 시키면 육수 한그릇이 나옵니다. 맛을 보니 역시 육수 자체의 맛은 밍밍한 편이였어요.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간장맛이 나면서 육수 색깔이 유난히 어둡다는 점은 짠육수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사골과 양짓머리로 오랜시간 달겨 만든 전통적인 육수는 저런 색이 나오질 않습니다. 맑거나 뽀얗거나 둘 중 하나가 되겠지요.
    그런데 그런 집들은 요즘 보기가 흔치 않죠. ^^; 


    밀 제분소로 보이는 기계

    여기에 이 집은 분식점인데도 공장면을 사용하지 않고 밀을 반죽하여 면을 만드는것 같습니다.
    육수 또한 단돈 만원이면 50인분을 만들 수 있다는 충격적인 가짜 육수(쇠고기 다시다+설탕+식초 )가 아닌 위에 언급한 짠육수로 물을 희석하거나 찜탕기를
    이용한 육수 제조법(대부분 이 경우가 많음)을 사용하리라 봅니다. 
    실제로 이 집 밀면은 보잘것 없을지 몰라도 서울의 중급 이상 냉면보다도 맛이 더 좋았습니다.



      ■ 가짜육수를 판별하는 나만의 방법

    참고로 제가 냉면집에서 육수를 판별할 때 보는 몇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사실 전문적인 견해도 아니고 냉면에 관심있는 미식가들은 다 아는 사실일것 같지만 그래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첫째, 수육이 고명으로 올려지는지
    수육 안올리는 집들은 죄다 가짜 육수라 보면 됩니다. 동네에 4~5천원짜리 분식집 냉면이야 그렇다쳐도 시내에 7~8천원이나 받으면서 이렇게 내면
    손님으로서 분통터지는 일입니다. 얼마전 TV방송으로 유명한 '막국수 맛집'에 들렀는데 7천원짜리 막국수에 수육 한점 없어 주방을 힐끗 봤더니 그 어디에도
    육수 만드는 솥이나 흔적같은게 보이질 않더군요. 이런 집들은 육수를 어딘가로부터 떼어오는 집들임이 확실합니다.

    둘째, 육수에 담긴 그릇에 침전물이 있는지
    요건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왜냐면 침전물이 있다고 해서 100% 가짜 육수라 보기엔 무리입니다.
    다데기 양념으로 인한 고춧가루와 육수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후추가루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명에 수육도 안올려지면서 가라앉은 침전물에 누리끼리한 가루가 다량으로 보인다면 그건 다시다 육수라 해도 틀리진 않을겁니다.
    적어도 냉면 마니아라면 이것이 육수인지 다시다 국물인지 맛으로도 판별이 가능하지요.
    자세히 보면 육수에 미처 녹지 못한 가루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

    셋째, 육수에 산미(식초맛)가 과하게 느껴질때
    이것은 위의 첫번째와 두번째가 모두 해당될 때 마지막 확인차 보는 방법으로 육수을 맛볼 때 산미가 과하게 느껴진다면 식초가 들어간 것입니다.
    하지만 원래 육수를 뽑을 때에도 식초를 넣는 집이 있고 또 위에서 공개한 짠육수에서도 식초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 방법 하나만 갖고 진육수인지
    가짜 육수인지 알아낼 방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고명에 수육이 없고, 바닥에 침전물이 많으면서 육수에 과한 산미까지 느껴진다면 얼마전 TV에서 방영했던
    가짜 냉면 육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넷째, 전통 냉면집이 아닌 집일 경우
    이제는 너무 당연한 얘기가 됐을런지도 모릅니다.
    2대~3대째 내려오며 한시대를 풍미한 냉면집이 아니라면 죄다 가짜 냉면 육수를 사용한다고 할 정도로 지금의 식문화는 많이 망가져 있습니다.
    심지어 믿었던 도끼 발등 찍힌다고 30년 전통의 냉면집도 조미료 육수를 쓰다 적발되었으니 이젠 무엇을 믿고 먹어야 할까?

    그러나 우리는 믿어야 합니다. 그 와중에도 비싼 단가를 감수해가며 진육수를 뽑아 냉면을 만드는 집이 있다는 사실을..
    비록 우리들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냉면이 입에 안맞고 비싸기만 하다며 손사례를 치지만, 그런 우리가 파스타를 사먹을 땐 15,000~19,000원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불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만원짜리 냉면이 정말 비싸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은연중 알게 모르게 서양음식을 추대하면서, 적잖은 공을 들여야 만들 수 있는 한식은 평가절하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솔직히 이제는 제대로 된 육수로 만든 냉면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시대입니다.
    고물가 시대인대다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우리네 입맛에 맞추려다 보니 어쩔수 없이 자행되어 왔던 그들만의 생존법이지요.
    그렇다고 가짜 육수를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압축된 육수분말을 물에 희석시켜야 하는 짠육수와는 달리 가짜 육수는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재료로
    만들어 7~8천원 이상 받아먹으며 폭리를 취해왔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경남은 분명 지역도 다르고 물가 차이가 있어 똑같은 가격논리로 비교하는게 무리인
    줄은 압니다만.. 서울은 번지르르한 냉면집 간판을 달고서도 가짜 육수로 7~8천원씩 팔았고, 부산과 경남권은 4~5천원대를 유지하며 그래도 양심적인
    육수로 밀면을 팔아왔다는 점을 비교해 볼 때 서울과 수도권쪽이 망가지기는 많이 망가졌다고 보여집니다.

    분식집 밀면보다도 못한 서울 수도권의 가짜 냉면들
    이는 자극적이고 인스턴트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 입맛도 한몫했지만, 돈이 되면 물불 안가리고 덤비는 일부 요식업의 추태이기도 합니다.
    쇠고기 다시다와 설탕, 식초만으로 냉면 육수를 만들어 팔 때 관련 행정기관은 무엇을 단속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인력이 부족해서 일까요?
    이렇게 까발려진 이상 냉면을 안먹는 게 최선일까요? 아니면 이런 글까지도 소비자가 알아가며 가려서 먹어야 할까요?
    지금부터라도 건전한 상도덕과 올바른 식문화로의 자리매김을 위해 업소들이 자정능력을 가져야 할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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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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