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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도다리 조업 현장을 가다(하), 어부가 챙기는 생선
개서대 쑤기미(제주에서는 솔치나 범치라고 불림) 등가시가 전부 <독침>이라는 사실. 등가시뿐 아니라 머리에 난 돌기와 배지느러미 두 쌍도 독침인데 일단 칼등을 내리쳐서 가시를 꺾어 놔야 양태(좌)와 통굼뱅이(우) 대물 아귀 점넙치 물가자미(좌), 갈가자미(우) 거미 불가사리 조업을 마치자 선장님 사모님께서 바다의 청소부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우치다햇님불가사리
조업할 때 특별히 어부들이 따로 빼놓는 생선이 있습니다.
종류를 떠나 산 생선은 상품성이 높아 물칸에 넣어두고요. 그물에 걸린 채 죽어버린 생선은 따로 빼놓습니다.
그렇게 빼놓은 생선은 집으로 가져가 어부의 반찬으로 사용합니다. 대부분은 죽어버렸기 때문에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선도 자체는 시중의
생선이 따라올 수 없는 갓 잡은 것들로 게 중에는 보기 드문 생선도 많았습니다.
어떤 게 맛있고 또 어떤 게 맛이 없는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차>>
1. 통영 봄도다리 낚시, 성공적인 첫 탐사
2. 도다리쑥국, 왜 3월인가?(중국산과 국산 도다리 구분법)
3. 봄도다리 조업 현장을 가다(상), 사람들은 잘 모르는 도다리 상식
4. 봄도다리 조업 현장을 가다.(하)
5. 전국민의 0.001%도 맛보지 못한 진짜 도다리, 회 맛은?
개서대는 가자미목 참서대과의 길고 납작한 물고기로 서대과 중에서 가장 맛있습니다.
생긴 건 유별나지만, 말려서 쪄 먹으면 맛있는데 특히, 싱싱할 때는 회로 먹을 수 있고 탕감, 구이, 조림 등 전천후로 이용됩니다.
그런데 이 개서대가 서해 지방에서는 모두 '참서대'로 잘못 불리고 있습니다. 사실 참서대는 따로 있는데 크기가 작아 엉뚱하게도 개서대가 참서대
노릇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한 어종을 갖고 이러쿵, 저러쿵 다르게 불리는 명칭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생긴 거 좀 보세요. 한 인물 하죠? 주변에 친한 사람이 임신했다면, 떡두꺼비 같은 아들 낳아라 대신 '쑤기미같은 아들 낳아라.'라고 말해보세요.
쑤기미가 뭔데? 라고 물어오면 '이미지 검색해봐'라고 말해 보세요. 그럼 이런 사진에 기겁할지도. ^^;
일본에서는 '멍청하게 생긴 귀신고기'라는 의미로 고기 이름을 붙여놨습니다.
그런데 이 쑤기미가 생긴 것 만큼 악동 기질이 있습니다.
만질 때 안전합니다. 이후 상인이나 어부는 쑤기미를 잡을 때 손바닥 위로 배를 받쳐 듭니다.
다른 생선도 마찬가지지만, 배를 손바닥으로 받치면 생선은 쥐죽은 듯이 가만히 있습니다.
"활어는 스트레스를 안 받고 싱싱할수록 얌전하다."
라고 예전 포스팅에서 말한 적이 있었는데요. 방어나 고등어 같은 등푸른생선을 제외한 흰살생선으로 분류되는 것들은 낚시로 낚든 뱃전에서 잡든
올려다 놓으면 숨만 내쉬고 얌전히 있어야 상태가 좋은 겁니다. 반면, 이리저리 날뛰고 펄떡거리면 죽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으로 봐도 됩니다.
그런데 일반 사람들이 활어를 고르는 걸 보면, 대부분 펄떡거리고 난리부르스 치는 생선을 지목하는데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활어 고르는 법' 특별판으로 제가 꿈쳐둔(?) 이야기가 있는데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
어쨌든 쑤기미의 가시에 찔리는 경우는 대부분 모르고 만졌거나 혹은 발버둥 치는 생선에 어설피 손대면서 일어납니다.
재수가 없어 등가시에 찔리기라도 한다면 그 부위를 중심으로 주변이 붓고 피가 몰리며 통증이 심하게 옵니다. 이는 죽은 것에 찔려도 마찬가지.
일단 찔리면 그 부위가 불로 지지는 것 같고 채찍을 치는 듯해서 굉장히 쓰라린다고 알려졌습니다. 사람에 따라 발열 증상과 함께 온몸에 진통이
오기도 하죠. 결국, 참다못해 병원에 가면 진통제를 놔주는데 그렇게 하루를 꼬박 고생해야 통증이 사그라지니 만질 때는 늘 주의해야 하지만, 사실
이 어종을 접할 기회조차도 흔치 않다는 게 함정입니다. ^^.
위 사진을 보면 등지느러미를 칼로 찍어 쏘이지 않게 해 놨는데요. 이것이 일반적인 쑤기미의 취급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쑤기미는 생긴 외모와 달리 살은 매우 단단하고 탄력 좋기로 유명합니다. 삼식이, 쑤기미, 쏨뱅이는 모두 쏨뱅이목 양볼락과 어종으로 뼈에서 맛있는
육수가 나와 별도의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감칠맛이 납니다.
그래서 이들 어종은 매운탕, 맑은탕(지리)으로 그만인 게지요. 물론, 싱싱할 때는 회로 썰어 먹어도 좋습니다. 제철은 겨울.
이 두 녀석은 옆에서 보았을 때 체형이 비슷하지만, 얼굴 생김새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왼쪽은 양태로 서해에서는 '장대'라 부르는 생선인데요. 낚시에서는 50cm 전후가 자주 걸려들지만, 가끔은 70cm를 육박하는 대형급이 올라와 양태란
고기가 크게 성장하는 고기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반면, 통굼뱅이는 표준명이 아니고 이 지역 어부가 취급할 때 부르는 방언으로 보이는데요.
이들 어류도 모두 쏨뱅이목에 속하며 국물을 내면 뼈에서 맛있는 육수가 우러나와 탕감(특히, 맑은탕)으로 좋습니다.
그래서 양태는 미역국에 넣어 먹기도 하고요. 통굼뱅이도 양태와 비슷하게 취급합니다. 제철은 여름.
조업 중에 씨알이 제법 굵은 아귀가 올라왔습니다.
녀석의 특징은 일단 걸려들면 입을 쩍하고 크게 벌려 한동안 위협하는데 별로 위협스럽지 않았습니다.
선도 좋은 아귀는 간(애)이 생명으로 수육이나 찜(안키모)으로 먹습니다. 나머지는 탕과 찜, 수육으로 사용되고요.
아귀의 제철은 겨울이라 지금은 끝물에 놓였습니다.
'좌광우도'의 법칙은 위 사진에서 처럼 생선 대가리와 마주했을 때 눈 방향이 어느 쪽에 쏠렸는지를 보는 겁니다.
위 어종은 두 눈이 왼쪽에 몰렸고 입이 크므로 가자미가 아닌 광어와 같은 <넙치과> 생선입니다.
표준명은 점넙치지만, 어부는 이를 '외가자미'라 부르고 있었습니다. 이 생선의 제철은 겨울이며 크기가 크지 않아 살 양은 많지 않지만, 비린내가 적고
맛이 담백해 주로 찌거나 조림을 하면 좋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상품성은 높지 않아 올라오는 즉시 어부의 반찬감으로 챙겨두네요.
물가자미는 흔히 보는 생선이지만, 갈가자미는 부산을 비롯해 경남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가자미과 생선입니다.
둘 다 눈 방향이 오른쪽으로 돌아가 있어 가자미과 어류임을 알 수 있으며 물가자미(왼쪽)의 경우 등판에 몇 개의 점이 찍혀 있어 다른 가자미와
구별됩니다. 그리 비싼 고급어종은 아니지만, 동해 일대에서는 물회 재료로 널리 쓰이며, 갈가자미는 찜이나 구이용으로 자주 사용합니다.
이 둘을 둘러싼 명칭도 워낙 다양하여 물가자미와 갈가자미라고 말하면 오히려 모르는 분이 많을 겁니다.
물가자미의 방언은 <미주구리>. 미주구리라고 말해야 그제야 손뼉을 치며 '아~ 그거'하는 분이 있다면 대부분 동해 지방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미주구리>를 둘러싼 가자미 종류가 또 하나 있습니다. 포항에서는 <기름가자미>를 미주구리로 취급하고 있는데요.
엄연히 말하면 잘못된 역사입니다. 미주구리의 어원은 일본이지만, 일본에서조차도 미주구리란 단어는 쓰지 않습니다.
미주는 <미즈>의 변형된 말로 <물>을 지칭합니다. 구리는 <가레이>의 변형된 말로 <가자미>를 뜻하죠.
일본 시네마현에서는 이 물가자미를 <미즈가레이>로 불렀습니다. 그것이 한국으로 건너와 구전에 구전이 계속되면서 글자가 변형된 건데
이와 비슷한 사례가 바로 <이시가리>입니다. 미주구리나 이시가리나 모두 국적 불명의 언어인데도 지금은 한국에서는 널리 쓰이게 됐지요.
포항에서는 특이하게도 기름가자미를 물가자미라 부르는 경향이 있다 보니 이 기름가자미에 미주구리라는 방언이 붙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동해라도 속초, 강릉으로 올라오면 미주구리로 취급하는 생선이 바로 물가자미임을 알게 됩니다.
한 가자미를 두고 강원도와 경상북도가 부르는 명칭이 서로 다른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참가자미와 용가자미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이 이야기까지 하면 내용이 쓸데없이 길어지는 여기서는 패스하겠습니다. ^^
좀 더 황당한 사실은 이 물가자미가 서울에서는 참가자미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
그러면서 이 참가자미가 <호시가레이>라고 설명하던데요. 물가자미는 참가자미가 전혀 다른 어종이지만, 호시가레이(범가자미)는 더더욱 아닙니다.
생선 구분을 잘 못하는 어물전 상인이 이들 명칭을 잘못 이해한 상태에서 남발하는 경우로 가뜩이나 구분이 어려운 가자미 종류를 더 헷갈리게 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아무것도 모르는 소비자는 그저 '그런가 보다'하고 사 먹는 실정이겠지요.
가자미과 종류는 나중에 기회가 되는 데로 정리해 올리겠습니다.
하여튼 물가자미에서 내용이 길었는데요.
그 옆에 갈가자미란 녀석은 경남에서 <납세미>, <조릿대가자미>, <사리가자미> 등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건어물로 취급하며 반건조는 굽고, 완전 건조는 양념을 올려 쪄 먹으면 맛이 좋은 생선이지요.
물가자미의 제철은 봄이며 갈가자미는 겨울입니다.
"이것의 정체는 뭘까?"
도다리 조업 중 가장 많이 올라온 녀석은 단연 거미불가사리입니다.
일반적으로 불가사리는 조개, 전복, 홍합 등을 닥치는 데로 먹어치워 생태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알려졌지만, 반대로 해양 생태계에 이로운 불가사리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종류로는 거미 불가사리와 빨강 불가사리를 들 수 있는데 이 녀석들은 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 죽은 생선을 먹어 치우는 바다의
청소부 역할을 하죠.
반면, 불가사리 중에서는 해양 생태계의 골칫거리도 있습니다.
햇님 불가사리류를 비롯해 아무르불가사리는 '몸에 좋은 정력제다.'라고 소문내지 않는 한 번식력이 좋고 주변의 조개류를 싹쓸이해서 어부들에게는
계속된 골칫거리를 선사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녀석은 말려 죽이려고 따로 챙겨둔 모습이고요. 그 옆에 빨간 고기는 성대라는 물고기입니다.
성대는 물속에서 개구리 울음소리를 낸다 하여 성대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특징은 이것도 쏨뱅이목이고 탕감으로 좋다는 것입니다.
대게 쏨뱅이목에 속한 생선은 육수가 잘 우러나 국물 맛이 좋은 편입니다. 성대도 양태와 마찬가지로 맑은탕(지리)가 일품이고 갓 잡은 건 뱃전에서
썰어 먹는데 씹히는 식감이 좋은 횟감입니다.
저 노란 바구니가 이번 조업에서 따로 챙겨둔 생선들입니다. 바로 어부의 반찬감인데요. 어떤 게 들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물가자미
2) 퉁금뱅이
3) 상어 가오리(간재미)
4) 점넙치(외가자미)
5) 옥돔
선장의 사모님이 이중 가장 맛이 없다고 일러준 고기는 다름 아닌 '옥돔'입니다.
저는 예상했지만, 아마 뜻밖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겁니다.
사람이 쌩얼에 자신 없으면 치장(화장)을 하여 본 모습을 감추는데 이는 생선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본 모습(생물)으로는 맛에 자신이 없으니 그것을 말리고 채소와 초고추장을 섞으니 고유의 맛보다는 다른 것의 힘을 빌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조기가 그렇고 옥돔이 그랬으며, 건어물로 유통하는 저렴한 가자미들(물가자미, 기름가자미)이 그래 왔습니다.
이들 어종의 공통점은 살에 수분기가 많거나 혹은 푸석푸석해 쉬이 부서지는 경향이 있어 꾸득히 말리는 건데 이때 지방이 껍질 밖으로 새 나가지
않고 안으로 응축되면서 맛은 오릅니다. 건어물은 그래서 <본래의 맛>에 자신 없는 생선의 맛을 높이는 우리 조상의 지혜인 것이지요.
그래서 조기는 굴비로 탈바꿈하고 옥돔은 말려서 제주 특산물 옥돔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비록, 생물일 때는 살이 무르고 맛이 싱거워 사랑받지 못했지만, 해풍에 수분이 날아가고 지방은 응축되면서 미각적으로 환골탈태하였죠.
1) 아귀
2) 성대
3) 달고기
4) 개서대
5) 보구치(백조기)
6) 양태(장대)
이중 달고기는 살이 담백해 구이나 스테이크용으로 좋은 생선입니다. 달고기가 올라왔다는 건 수온이 많이 올랐다는 걸 말해주기도 하는데
어업과 낚시에서는 청신호로 이렇게 씨알이 좋으면 반가운 고기가 되죠.
이날 도다리 조업에서는 문치가자미, 오리지널 도다리를 비롯하여 총 16종의 물고기가 올라왔습니다.
문치가자미는 경매에 위판될 예정이며, 나머지 어종은 잡어로 분류해 역시 활어 상태에서 경매에 부쳐질 예정입니다.
가운데가 오리지널 도다리고 나머지는 문치가자미
조업을 마치고 항으로 돌아가기 전, 여기서 다 함께 아침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일단 컵라면이 기본으로 들어가고요. 선장님께서 특별히 회를 쳐주신다고 했는데 바로 오리지널 도다리를 맛보게 해주시겠답니다. (아이고 신나라 ^^)
문치가자미도 좋은 씨알로 세 마리나 빼서 제가 너무 많다고 손사래쳤지만, "여기 사람이 몇 명인데 이 정도는 먹어야지" 라며 정을 듬뿍 담아주셨습니다.
겉으로는 촬영 때문에 귀찮다며 툴툴거리셔도 막상 식사 때가 오니 정을 주시는 선장님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였었죠. ^^
이후 저는 봄도다리 쑥국 재료인 문치가자미를 비롯해 쉽게 맛볼 수 없는 오리지널 도다리 회를 맛보았습니다.
이 둘의 차이, 정말 명확히 갈리더군요. 시식하는 스텝진들의 반응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전국민의 0.01%도 먹어보지 못한 오리지널 도다리의 회 이야기.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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