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쑥국, 왜 3월인가? (중국산과 국산 도다리 구분법)


어느 도다리쑥국 전문점의 수조, 경남 통영

겨우내 얼어붙었던 조업이 다시 활기를 띠는 3월. 해마다 이맘때면 해안가 일대는 활기가 넘칩니다. 바로 봄 도다리 소식 때문인데요. 12~2월 사이 산란을 마친 도다리는 산후조리를 위해 내만에서 먹이활동을 왕성히 하는데 이때 자망과 통발에 잘 걸려듭니다. 항에는 도다리를 가득 담은 수레가 바삐 움직이며 경매를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요즘 쑥국 재료로 주목받고 있어 몸값은 고공행진 중이죠.

저도 도다리쑥국을 맛보려고 통영의 어느 식당을 들렸습니다. 그런데 이들 식당은 평소 회를 취급하는 곳이 아님에도 이렇게 수조를 설치해 활 도다리를 넣어두는 곳이 꽤 있었습니다. 이렇게 탕감으로 사용하는 도다리도 산 고기라야 소비자가 믿고 먹기 때문일까요? 수조에는 어제오늘 잡힌 도다리가 제법 들었습니다.

이 도다리의 정식 명칭은 <문치가자미>. 하지만 오래전부터 남해 일대에서는 문치가자미를 도다리라고 불러왔지요. 어류도감 상에서 기술된 진짜 도다리가 있기는 합니다만, 어획량이 적어 소량 유통될 뿐이어서 그리 둔각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 어부가 말하길 <진짜 도다리>는 횟감으로 최고라 했고 여기서 보통 도다리로 통하는 <문치가자미>는 쑥국이 최고라고 합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죠. ^^

 

진짜 도다리든 문치가자미든 어쨌든 지금은 도다리가 가장 잘 잡히는 철임에는 분명합니다. 여기서는 이곳의 방언을 수용해 문치가자미를 도다리로 표기하여 이야기하겠습니다.

도다리쑥국은 왜 3월일까요? 일반적으로는 3월에 도다리가 많이 잡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쑥' 때문입니다. 사실 도다리는 4~5월에도 심지어 6~7월에도 잡힌다고 해요. 물론, 년 중 조업량 중 상당수는 3~4월에 집중됩니다만, 일 년 내내 잡히는 게 도다리이죠. 우선은 도다리쑥국 전문가가 만드는 레시피를 보여드리고 더불어 중국산 도다리와 국산 도다리의 차이에 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도다리쑥국 재료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 음식이 봄철 별미이자 보양식이라고는 하나 들어가는 재료는 아주 단출하고 조리 방법도 간단해요. 재료가 단출하고 조리가 간단한데 맛이 난다는 것은 그만큼 재료의 질이 받쳐주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요. 봄 바다의 도다리(문치가자미). 여기에 욕지도에서 해풍 맞고 자란 야생 쑥이 주인공입니다.


도다리쑥국은 물 끓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물이 끓으면 무를 넣고요. 된장을 아주 조금 푼 다음 토막 낸 도다리를 넣습니다. 그리고 5~7분을 더 끓입니다. 이 과정에서 육수가 우러나와 따로 육수를 내지는 않는다고 해요. 조미료도 일절 들어가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방법은 이렇게 끓이다가 막판에 쑥을 넣고 마무리하는데 여기서는 과정이 약간 다릅니다. 쑥을 넣기 직전, 토막 낸 도다리를 국물에서 건져 그릇에 옮겨 놓습니다. 계속해서 끓는 육수에 땡초(매운고추), 다진 마늘,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노지 쑥을 넣고 불을 끕니다. 이제 쑥국을 그릇에 옮겨 담고요. 마지막으로 건져놨던 도다리를 올려 마무리합니다.



기운 없을 때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할 봄 도다리쑥국 한상

이것이 통영산 도다리쑥국입니다. 그런데 죄송합니다. 먹는 데 정신 팔려 그만 사진 찍을 타이밍을 놓쳐버렸네요. 원래는 생선살이 온전히 붙어 있는데 먹던 도중에 찍어 지저분해 보이니 양해해 주세요. ^^; 이곳 통영에는 야생에서 자란 노지 쑥을 많이 팝니다. 여기 사용된 쑥은 욕지도에서 아낙네들이 직접 딴 쑥이에요. 이 쑥이 좋은 이유는 3월에 나기 시작한 새싹이라 잎이 여리고 향이 강합니다. 살짝 비린 맛이 도는 생선탕에 이 쑥을 넣으면 아주 향긋해지죠.

맛을 보려는데 그전에 향긋한 쑥향이 훅하고 들어오네요. 국물을 한술 뜨자 쑥향이 입안을 감싸돕니다. 그 향이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지속적이고도 은은한 향이었으며 따듯하게 넘어가는 생선 국물에 봄은 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도다리 살을 수저로 떴습니다. 입에 넣자 포실포실한 살점이 부드럽게 녹아들어 씹을 것도 없습니다.

사실 도다리쑥국에서 도다리가 차지하는 맛의 비중 보다는 쑥의 비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국물에서 도는 미묘한 단내는 도다리 뼈가 내주었고 나머지는 쑥과 무가 시원하게 잡아주었습니다. 쑥을 한 뭉텅이 집어다가 입에 넣어 씹어도 잎이 워낙 부드러워 어린 새싹을 먹는 기분입니다. 

이 음식에서 도다리가 맡은 역할은 생선 국물을 내는 데 있습니다. 보드라운 살은 이제 막 살을 찌우기 시작한 도다리의 선물이죠. 도다리 대신 다른 생선을 넣으면 이 맛이 날까요? 저는 그게 궁금하였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저는 생선에 따라 비슷한 맛이 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쏨뱅이, 삼식이, 볼락 등 끓이면 맛있는 육수를 내는 생선이 있습니다. 이들 생선은 매운탕도 좋고 특히, 맑은탕(지리)가 기가 막히지요. 아마 도다리(문치가자미) 대신 이런 생선을 넣어도 맛은 비슷할 겁니다. 도다리쑥국의 시원함과 향긋함은 전적으로 무와 쑥이 내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 시기에는 도다리 만큼 많이 잡히면서 살 떠먹기 좋은 생선은 없을 겁니다. 위에 언급한 생선은 다 좋은 데 결정적으로 크기가 작거든요.

쑥은 4월 이후에는 잎이 억세지고 향이 줄어 지금과 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쑥과 쑥갓은 엄연히 다름을 이제는 많은 분이 아실 듯한데요. 쑥갓은 매운탕에 미나리 대신 넣는 것이고 새순이 자라는 3월의 쑥은 한방 재료 뺨치는 향과 효능을 갖고 있어 구별되지요. 대표적인 효능으로는 백혈구를 생성해 줌으로써 면역력을 키워줍니다. 면역력이 높아지니 잔병치레가 줄어들고. 그래서 쑥이 들어간 음식은 성장기 어린이에게 적극 권할만합니다. 지금 이 계절, 향긋한 도다리쑥국이면 졸리고 나긋한 기분을 한 방에 타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도다리쑥국도 중국산 양식 도다리가 대거 쓰이면서 어민들 씨름이 깊어진다고 해요. 무슨 이야기인지 아래 사진을 보시기 바랍니다.

표준명 문치가자미(방언 도다리), 양식 안 되고 전량 자연산

표준명 돌가자미(방언 도다리, 돌도다리), 양식 가능하며 대부분 중국산

이제는 산지에서 도다리쑥국을 드실 때는 문치가자미가 맞는지 한 번쯤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중국산 양식 도다리(돌가자미)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들 돌가자미는 국내산 문치가자미의 몸값을 떨어트리는 주된 원인으로 어민들 입장에서는 꽤 성가신 존재입니다. 중국산 도다리가 물밀듯 들어오기 때문에 국내에서 조업된 문치가자미가 제 몸값을 못 받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걸 봤습니다. 

 

중국산 도다리가 많이 들어오면 도다리쑥국 가격이 낮아지니 소비자에게는 좋은 일이 될 수도 있지만, 가격은 그대론 데 중국산 도다리로 쑥국을 끓이면 소비자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만큼 오리지널 도다리쑥국을 맛볼 기회도 사라지겠지요?

지금 거제도, 통영에서는 중국산 양식 도다리를 마치 봄 도다리쑥국처럼 포장해서 파는 곳이 더러 있습니다. 가격도 국산 도다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 저렴하지 않습니다. 업소 입장에서는 값싼 중국산 도다리로 몇 배의 이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참고로 중국산 도다리와 국산 도다리는 종자가 다릅니다. 게다가 지금 다시 중국에서 손바닥 만한 돌가자미를 생산해 국내에 대량 수입되고 있음을 얼마 전, 인천 연안부두를 다녀오면서 확인하였습니다. 

 

요즘 주변의 횟집을 둘러보면 <봄 도다리 세꼬씨>라는 메뉴를 걸고선 돌가자미 새끼와 강도다리 새끼, 심지어 광어 새끼까지 사용되고 있는데요. 모두 봄과는 무관한 생선들입니다. (아마 횟집 주인도 정확한 종류를 모르고 그냥 양식 도다리로만 알고 들여 놓을 겁니다.)

중국산 도다리는 표준명 <돌가자미>로 양식입니다. 외형상 특징은 등판에 흰 반점이 많이 나 있으며 새끼 손가락 만한 딱딱한 각질(녹색 화살표)이 있는 게 특징입니다. 또한, 도다리와 가자미 종류를 통틀어 유일하게 비늘이 없습니다. 반면, 국내산 도다리는 표준명 <문치가자미>이며 전량 자연산입니다. 돌가자미와 달리 잔비늘이 있고 등에 흰 반점이 없어 확연히 구분되고 있으니 여러분도 도다리를 구분할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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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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