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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매운탕 끓이는 법"으로 겨울 바다를 담은 탕꺼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방법 대로만 한다면 일식집을 능가하는 매운탕 끓이기가 가능은 할텐데 문제는 식재료 확보가 첫 순위로 꼽힌다는 게 난제라면 난제입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매운탕 맛은 양념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요, 바로 "생선" 자체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식집을 능가한다니 조금 건방져 보이기도 하고 과장된 게 아니냐 하실지 모르지만 사실 일식집 매운탕이라고 해서 대단한 건 없습니다.
이유는 아랫쪽에 설명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일식집 매운탕
횟집과 일식집은 모두 "서더리(회뜨고 남은 부산물)"로 끊이기 때문에 맛을 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2인 기준 2~3만원 정도 하는 생물 매운탕을 시킨다 해도 사용되는 어종이 양식(우럭, 도미, 노래미등)에 국한되어 있어 깊은 맛을 내기엔 다소
부족한 감이있습니다. 오늘날의 매운탕 레시피를 보면 "멸치 다시마 육수"가 사실상 필수인 것 처럼 자리잡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탕감들은 99%가 양식 어종인데 이들 어종으로는 맹물로 맛을 내기가 힘이 듭니다.
따로 조미료를 치지 않는 한 깊은 맛이(?) 나지 않으므로 멸치 다시마 육수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이런 육수마저도 내는 게 귀찮아 조미료를 치는 횟집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봅니다.
지각있는 곳에선 안그러겠지만 관광지, 포구, 그리고 지역 행사나 축제장 등지에서 급조된 업체들의 경우 조미료를 남발하면 끓이는 시간이 대폭
축소되고 또 경제적이여서 쉽게 떨칠 수는 없을 겁니다.
이 장에선 매운탕에 들어가는 재료 자체를 바꿀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재료만 확보할 수 있다면 달리 매운탕 비법이랄 것도 없겠지요.
가정에선 시간의 구애 없이 음식을 장만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귀한 손님이 오신다면 특별히 탕꺼리에 신경을 써서 끓여 보시길 권해 봅니다.
삼세기(일명 삼식이)
처음으로 소개해 올릴 매운탕 꺼리는 바로 "삼세기"입니다.
시장에선 "삼식이"로 통하고요. 보시다시피 굉장히 못생겼고 우락부락합니다. 왠지 독침이라도 품고 있을 것 같은 포스를 지녔죠.
하지만 삼식이는 독침 같은 게 없어 손으로 만져도 무방합니다. 다만 다른 어종들과 같이 등에 나 있는 날카로운 가시만 조심하시면 됩니다.
삼식이는 매운탕으로 매우 유명한 식재료예요. 마트에선 보기 힘들고 수산시장, 포구등지에 가시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탕감입니다.
귀한 손님이 오거나 특별히 매운탕을 좋아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마트에서 파는 '광어 서더리'나 한 마리에 무려 6천원 이상씩 하는 양식 우럭보다는
발걸음만 좀 더 투자하여 삼세기를 구입하시는 게 훨씬 낫다고 평가해 드리겠습니다.
불볼락(일명 열기)
두번째 소개해 드릴 매운탕 어종은(참고로 순위는 아닙니다.) 바로 '열기' 입니다. 표준명은 불볼락.
그래서 마트에서는 '볼락'이란 이름으로 취급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명칭 사용입니다. 아시다시피 볼락은 따로 있죠. 아랫쪽에 따로 소개해 드리고요.
열기는 우리 주변에서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는 매운탕감인데요. 마트에서 파는 열기는 크기도 작은데 비싸긴 너무 비싸답니다. 효율적으로 좋지 못하죠.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열기값이 엄청나더군요.
제가 확인한 가격도 손바닥만한 열기 한마리가 5천원을 넘습니다.
하지만 쇼핑몰을 통한다면 이 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 참조하시고요.
뭐 저 처럼 직접 잡아서 먹는 낚시꾼들에겐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열기는 국물이 맛있게 우러나는 어종은 아니지만 살에 수분끼가 적당하고 부드러워 살을 수저로 떠 먹기 좋은 질감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선 열기 매운탕을 강추해 드립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소개해 드릴 어종은 수도권 지역에선 대단히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입니다. 하지만 아예 구하기 힘든 건 아녀요.
해안가 지방의 수산시장에선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철이 분명하여 계절을 많이 타고요. 기상여건도 타기 때문에 물량 변동이 심할 뿐입니다.
수심 60m권에서 잡아 올린 붉은쏨뱅이
매운탕꺼리로 최고를 꼽자면 저는 쏨뱅이를 선택하겠습니다. 이것도 두가지 종류가 있지만 맛에선 큰 차이가 없기에 통상 "쏨뱅이"로 지칭하겠습니다.
쏨뱅이를 활어회로 먹어보면 특유의 탱글탱글한 질감에 달달한 살 맛이 일품.
무엇보다 쏨뱅이는 살과 뼈에서 우린 육수맛이 시원하기 때문에 탕감으론 최고로 평가받는 어종입니다. 다만 양식이 안되 전량 자연산에 의존해야 하고
낚시꾼이 아니고선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남해쪽 포구나 수산시장에선 구할 수 있습니다.(여름엔 제외)
겨울에 최고의 맛을 내는 볼락
쏨뱅이, 볼락, 열기, 삼세기..
이들 어종의 특징은 매운탕꺼리로 둘째라면 서러운 맛을 가졌다는 점.
매운탕꺼리로 좋다는 생선의 특징은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해 볼 수 있습니다.
2) 국물이 시원하게 우러난다(쏨뱅이, 솔치우럭, 감펭이류가 여기에 해당)
솔치우럭은 제주 지역의 마트와 수산시장에선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여타 지역에선 구하기가 어려우니 논외로 하고..
이중에서 소비자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어종은 열기와 삼세기 정도인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겨울에 열기값은 금값이예요.
쇼핑몰이나 수산시장에서 사는 게 그나마 저렴합니다.
이렇듯 매운탕 맛을 결정짓는 첫번째 조건은 바로 "오늘 소개한 어종으로 탕을 끓였냐의 유무"입니다.
붉은 쏨뱅이를 해체해 보았다(매운탕 끓이는법)
쏨뱅이, 볼락, 열기는 산란 직전인 지금 시기가 가장 맛이 좋습니다.
이렇게 배를 까보면 알이 가득 든 것을 볼 수 있고요.
낚시를 다녀온 후 다음날 아침식사는 쏨뱅이 볼락탕과 흰쌀밥이다
붉은쏨뱅이와 볼락으로 탕을 끓여봤습니다.
일반적인 쏨뱅이완 달리 붉은쏨뱅이는 수심 40m이하의 암반에서 잡히며 씨알도 커서 탕감은 물론 횟감도 손색이 없습니다.
다만 비싼 경비를 들여가며 낚시를 해야만이 구할 수 있는 식재료라는 게 흠이라면 흠.
아침 해장용으로 좋은 쏨뱅이 볼락탕(매운탕 끓이는법)
한 수저 떠보니 입안에서 깊은맛이 진동합니다. 자칫했다간 탕에다 조미료 친 줄 오해하겠습니다.
아내는 절대 아무것도 안넣고 맹물로만 끓였다며 강조합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깊고 시원한 국물맛이 날 줄이야...
보시기엔 말간하니 매운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죠? ^^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음식을 매운탕이라 하지 않고 "국"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쏨뱅이 볼락국 내지는 쏨뱅이 볼락탕이라고 불릴 이 음식은 지리와 매운탕의 중간 형태로 아침식사나 해장용으로 어울리는 탕이랍니다.
이러한 탕을 제대로 끓이려면 아래 사항을 꼭 준수해야 합니다.
(다른 어종으로 이 맛을 내는덴 자신 없습니다 ^^;)
2) 생물이 좋으며, 내장은 사용하되 쓸개는 반드시 제거해야 국물맛이 깔끔해 진다.
3) 절대적으로 맹물에다 끓여야 한다.(멸치+다시마 육수로 끓이는 순간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4) 끓이는 시간을 15분으로 준수해야 한다.(너무 오랫동안 끓이면 오히려 국물 맛이 깔끔치가 않습니다.)
5) 고추장도 사용하면 안된다(오로지 고춧가루만 사용하는데 방앗간에서 빻은 고춧가루 품질도 맛에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6) 끓일 때 거품은 걷어내고 기름은 걷어내지 않는다.
7) 물맛도 매운탕에 영향을 준다.(수돗물 사용하지 마세요. 자신있는 품질의 생수 사용 적극 권장)
매운탕, 맑은탕(지리)을 끓일때 멸치+다시마 육수를 내는 이유가 "조미료 없이 깊은 국물맛을 내기 위함"입니다.
뒤집어서 말해 멸치+다시마 육수를 내지 않으면 생선만으로는 깊고 시원한 맛을 내기가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30분에서 1시간 이상 푹 끓여내 뼈속까지 국물을 우리지 않는 한 어지간한 생선가지고는 맛있는 육수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 맛을 보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겨울에 제철을 맞는 양볼락과 어종으로 탕을 끓이게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들 어종은 단시간(약 15분)만 끓여도 살 뿐만이 아니라 뼈속에서 국물맛이 우러나기 때문에 무우+청양고추+고춧가루+다진마늘 조합과 약간의 소금
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하고 깊은 국물맛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위의 어종으로 끓이게 된다면 반드시 맹물로 하시길 적극 권장해 드립니다.
감성돔 매운탕(좌), 쏨뱅이 볼락탕(우)
위 매운탕은 서로 다른 스타일이지만 레시피는 놀랍게도 똑같습니다.
들어간 재료도 똑같고 육수가 아닌 맹물로 맛을 낸 것도 똑같습니다. 다만 들어간 생선이 다르며 청양고추와 고춧가루 비율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감성돔 매운탕 쪽을 좀 더 맵게 하였습니다.
겨울에 지방질이 한껏 오른 감성돔은 맹물에 끓여도 저렇게 기름기가 오릅니다. 그래서 국물이 배지근해요.
한소큼 끓인 후 불을 많이 낮춰서 15분을 더 끊이면 국물이 약간 걸죽해지면서 저렇게 기름이 오른답니다. 이는 불포화산 지방에서 나온 기름이므로
걷어내실 필요가 없답니다. 생선에서 나온 기름기를 걷어내시면 국물 맛이 떨어집니다.
이렇게 기름기가 많은 국물에는 청양고추, 고춧가루 비율을 높여도 맵지가 않아 좋습니다. 소주 안주로 그만인 스타일이지요.
반면 쏨뱅이 볼락탕은 레시피는 같지만 감성돔처럼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 아니므로 맵게 하면 국물맛이 반감될 수 있습니다.
들어간 재료는 생수에 무우+청양고추+고춧가루+다진마늘+소금외엔 일절 없습니다. 마무리는 콩나물 보다는 미나리를 추천하며 없어도 그만입니다.
이렇게 하면 해장용으로 좋은 시원한 매운탕이 완성됩니다.
댓글에 배합 얘기가 나와서 추가로 적어보겠습니다. 시원한 매운탕으로 열기나 쏨뱅이 5~6마리를 기준으로 하자면..
무우 약 1/5개, 고춧가루 1수저, 청양고추 1개 다진 것, 마늘 2개 다진 것, 소금 약간, 추가옵션은 미나리 약간 입니다.
얼큰한 매운탕을 원한다면 고춧가루 양을 좀 더 늘리시고요. 볼락같은 어종 보다는 기름기 있는 생선 종류(감성돔, 방어)를 쓰시는 게 어울립니다.
결론을 짓자면 매운탕 끓이는 법의 열쇠는 "생선"에 있습니다.
식재료 자체가 우월하면 레시피는 보다 간결해지며, 그것이 재료 본연의 맛을 내는 지름길이라 생각합니다.
맛있게 매운탕 끓이는 법은 이렇게 간단한 진리속에 있습니다. 이는 일식집에서 제 아무리 훌륭한 실력을 발휘한다 해도 자연산이라는 우월한 재료
앞에선 맛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매운탕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계절에 한번쯤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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