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류도감/루어낚시] 넙치(광어)


이번 어류도감 이야기는 국민횟감 '광어'입니다. 넙치의 몸이 넓직하여 넓을 광(廣)을 쓴 거지만 정식명칭은 '넙치'라고 하지요. 이미 몇 차례 자세한 내용을 썼습니다. 오늘은 어류도감 카테고리에 맞게 검색용 데이터 베이스의 일환으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내용이 상당한데요. 이 넙치(광어)만 가지고 이야기를 써도 분량이 상당할 겁니다. 오늘은 광어에 전반적인 이야기를 짚어 볼텐데요. 아마 그간 잘 몰랐던 부분들을 하나씩 알게 되리라 봅니다.



■ 넙치에 대하여
표준명 : 넙치(가자미목 넙치과)
방언 : 광어(전국)
영명 : Bastard Halibut
일명 : ヒラメ(히라메)
전장 : 1m
분포 : 우리나라 전 연안, 쿠릴열도, 일본, 동중국해, 남중국해
음식 : 회, 초밥, 탕, 국, 조림
제철 : 11~2월(겨울)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2012년 12월 전남 황제도에서 릴 찌낚시로 잡은 넙치

■ 특징과 생태, 넙치의 성장에 대해
넙치는 우리나라 동, 서, 남해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어종입니다. 양식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자연산 개체수도 풍부해 낚시 대상어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겨울이 오면 산란을 위해 수심 20m이하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만 평상시엔 20m이하의 얕은 바다에서 살고 있는 저서성 어류입니다.

 
흔히 넙치를 "바닥에 완전히 붙어사는 물고기"로 오해하는데요. 활성도가 좋을 때면 중층까지도 피어 올라 먹이 사냥을 합니다. 물론 벵에돔 처럼 떼로 피어오르지는 않지만 일시적으로나마 유영층을 확보하여 먹이 사냥을 합니다.

넙치는 성장속도가 빠른 어류지만 특히 2~4월에 몸집을 많이 불립니다. 이유는 봄에 있을 산란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넙치의 제철은 늦가을에서 겨울까지 형성되며 산란을 마친 여름 넙치는 '똥넙치'라 하여 몸이 홀쭉하고 횟감으로는 매력도가 떨어집니다. 다만 산란을 마친 넙치는 이때부터 겨울에 대비해야 하므로 자기 몸집을 불리기 위해 먹이활동을 왕성히 합니다. 보통 연안까지 들어오며 낚시도 이때(5~8월)가 절정을 이룹니다. 넙치의 주된 먹잇감은 멸치, 학공치, 노래미 등의 베이트 피쉬.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넙치, 전형적인 육식성 어종이다

넙치의 특징을 이야기 하기 위해선 "횟감"과 관련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넙치(광어)는 우리나라에서 활어 소비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어종입니다. 전체 횟감중 70%에 육박하는 비중이지요. 일단 대가리와 내장을 빼도 육량이 많아 여타 횟감에 비해 수율이 월등히 좋습니다. 우럭의 경우 대가리만 절반이다 보니 수율이 굉장히 안좋습니다.


어쨌든 그러한 이유로 넙치는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횟감이 되었고 양식장에서도 성장이 빠르고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1980년도 중반에 넙치 양식이 이뤄지고 난 뒤, 이제는 외국에 수출할 만큼 기술력이 좋아졌는데 일본에서도 광어 양식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넙치가 품질이 우수해 적잖은 물량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한번은 일본인 친구들을 초대해 넙치(광어)회를 맛보게 했습니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우리나라에선 싸고 흔한 횟감이지만 일본에선 귀하고 값비싼 고급 횟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에선 동네에서도 먹을 수 있는 흔한 횟감이지만 일본에선 시내 정도는 나가줘야 먹을 수 있는 고급 생선회지요.


횟감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도 많이 했기 때문에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넙치(광어)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가 알려준 '맛있는 광어회' 먹는 법 을 참조해 주세요. 

무엇보다도 넙치의 특징은 '입이 크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다'입니다. 가자미와 도다리는 입도 작지만 이빨이 아예 없지요.

바늘 하나에 넙치와 노래미가 같이 낚인 케이스, 4년 전 서해 왕등도에서

넙치의 포악성과 식탐은 낚시할 때 그대로 드러납니다. 사진은 릴 찌낚시 도중 잡힌 53cm급 넙치인데요. 그 옆에 잘 보면 노래미도 함께 낚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화살표가 표시된 부분은 낚시줄로 노래미 입속에 걸려 있습니다. 다시말해 노래미가 바늘을 물었고 그것을 본 넙치가 노래미를 먹으려다 같이 낚인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노래미를 공격한 넙치는 수면에 띄워져 뜰채를 댈 때까지도 놓지 않았습니다.


놓기만 했다면 살았을텐데 끝까지 놓지 않는 식탐으로 인해 결국은 저에게 잡히고 말았지요. 뜰채에 올려 바늘을 빼려고 하자 그제서야 낌새를 눈치채고(?)물었던 것을 놓았습니다. 바다가 아닌 육지에 올려진 넙치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여긴 어디이고 나는 누구인가?" ^^




노래미 배에 선명하게 찍힌 이빨자국

무엇보다도 넙치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함은 두 눈에 있습니다. 보통 좌광우도라 하지요. 정면으로 보았을 때 넙치(광어)는 두 눈이 왼쪽에 쏠렸고, 가자미와 도다리류는 오른쪽에 쏠렸습니다. 신기한 것은 처음부터 그런건 아니였다는 점. 태어날 떼는 일반 물고기와 다를 게 없지만 점차 성장하면서 체고가 높아지고 두 눈이 왼쪽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입니다. 아래 사진들은 일본 자료를 인용, 넙치의 성장과 성숙을 한눈에 보여주는 사진들입니다.(원문 페이지가 사라져 출처 표기를 못했음을 양해 바랍니다.)


- 수정해서 약 36시간 전후의 알입니다. 치어의 형태가 확실히 보입니다.(직경 0.9mm)
- 부화에 성공한 치어에는 수정란과 같은 난황과 유구가 보입니다.(전장 약 2mm)




- 부화 후 12일째 치어는 부유생활을 하고 있으며 형태는 넙치보다는 일반적인 어류 형태에 가깝습니다.
- 부화 후 14일째가 되면 등지느러미의 전단부가 늘어나게 됩니다. 체고가 높아지는 것이지요.(전장 약 5mm)




 

- 부화 후 16일째가 되면 등지느러미 전단부가 더욱 늘어나게 됩니다.(전장 약 8mm)
- 부화 후 22일째가 되면 오른쪽 눈이 몸의 왼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도다리 가자미류는 몸의 오른쪽으로 이동)




- 부화 후 28일째가 되면 오른쪽 눈이 더욱 왼쪽으로 이동합니다.(전장 약 12mm)
- 부화 후 34일째가 되면 오른쪽 눈이 완전히 몸의 왼쪽에 붙습니다. 이때부터는 어미처럼 저층(바닥)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비늘도 이때부터 형성됩니다.(전장 약 15mm)




- 부화 40일째가 되면 완전히 바닥층에서 생활합니다.(전장 약 20mm)
- 부화 63일째가 되면 색과 모양이 어미와 같이 됩니다.(전장 약 40mm)



이러한 넙치는 두 눈이 왼쪽에 치우치지만 간혹 오른쪽에 치우친 개체도 있다고 합니다. 확률은 대략 200마리당 한 두마리 꼴. '가주넙치'나 '대서양 할리벗'과 같은 외래산 넙치는 가자미처럼 오른쪽에 두 눈이 치우쳐져 있습니다. 이빨이 날카로운 건 동일하고요. 그러니 좌광우도의 법칙은 오로지 우리가 접하는 바로 이 넙치에 한해서만 적용할 수 있으며, 도다리 종류도 흔히 봄 도다리로 알려진 '문치가자미', '돌가자미' 등 몇몇 종류에 한해서만 국한됩니다.

바로 지금 시기부터는 동네 횟집에서 '도다리 세꼬시'란 메뉴를 게시할 겁니다. 이때 수조를 잘 보시면 대부분 '양식 강도다리'를 팔 텐데요. 이 강도다리란 종은 두 눈의 방향이 넙치와 동일합니다. '내가 알기론 도다리는 좌광우도 법칙에 의해 두 눈이 오른쪽에 치우쳐져 있는데.."라고 생각했다가 이 강도다리를 보는 순간 햇갈리게 되는 거죠.


이제는 도다리도 다양한 종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넙치의 경우 외래산(터봇과 같은)이 난립하기 때문에 이제는 좌광우도만 가지고 넙치와 도다리를 구분하는 건 의미가 없어졌다고 볼 수 있지요. 터봇 광어가 궁금하시면 → 터봇(Turbot), 찰광어에 관하여


요즘 각광받고 있는 광어 다운샷

■ 넙치와 낚시
예로부터 넙치(광어)는 바다낚시 인기 어종이였습니다. 초창기엔 원투낚시를 통해 넙치를 꼬셔냈지만 루어낚시 열풍이 불면서 웜과 지그헤드를 이용한 보팅루어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전부터는 "광어 다운샷"이라는 신 장르가 각광받고 있는데요. 기존의 루어낚시와 선상낚시를 결합한 형태로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광어 낚시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광어 다운샷이라는 낚시 방법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광어 다운샷은 낚시 방법이 너무 쉽습니다. 처음 낚시를 하신 분도 대 여섯마리는 너끈히 잡을 수 있고, 심지어 어떤 아주머니는 30마리씩 잡아 가기도 한답니다. 낚시가 쉽고 잘 잡힌다는 건 낚시인의 입장으로선 환영할 만한 일이고 낚시계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만 문제는 "한정된 자원"에 있습니다. 아무리 바다가 넓지만 낚시가 이뤄지는 해역은 다 거기서 거기이며 언제까지 호황을 가질지는 장담못합니다.

작년, 제작년 2년 동안 광어 다운샷으로 얼마나 많은 넙치들이 낚였는지 모릅니다. 광어 다운샷은 1인당 평균 10마리 조과가 보장되므로 하루에 15명이 탄 배 한척이 낚아들이는 양은 무려 150마리 수준입니다. 이를 전국적으로 따져보면 그 숫자가 어마어마해지는데 하루에 배가 수십, 수백척은 뜰텐데요.


넙치 자원이 무한대가 아닌 한 이렇게 잡히는 날도 머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실제로 작년에도 낚이는 넙치의 씨알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보통 자연산의 경우 60cm~70cm급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앞으로는 점점 보기가 힘들어 질 수 밖에 없을겁니다. 이는 40cm 전후의 중칫급 넙치를 수도 없이 잡아들인 결과라 보여집니다. 광어 다운샷이라는 낚시 산업이 향후에도 지금과 같이 훈풍이 불지, 아니면 역풍이 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자연산 넙치는 배가 티끌한점 없이 깨끗하다

■ 자연산 넙치와 양식 넙치의 비교
예전에 몇 번 썼기 때문에 이 장에선 가볍게 짚고만 넘어가겠습니다. 흔히 '흑화현상'이라고 양식산 넙치는 배 부분에 검녹색의 이끼가 끼게 됩니다. 이것의 유무를 보고 자연산과 양식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자연산 넙치입니다.


이것은 양식 넙치가 되겠고요.


이것은 탈광(양식장 탈출)입니다.


3키로급 양식 광어

본디 회맛은 생선의 크기와 비례하는 법. 넙치의 품질과 맛은 3키로급을 넘기느냐 못넘기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개체마다 살밥(육량)은 다르지만 적어도 3키로급이 되려면 전장이 60cm는 되야 합니다. 넙치는 3~4키로급이 가장 성숙되면서 지방층이 두껍게 형성되어 맛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크기가 커야 살이 두툼해 한점을 썰어도 면적이 넓게 나오고, 특히 지느러미살의 경우를 보더라도 크기가 커야 두껍게 나오기 마련입니다. 다만 3키로가 넘어가게 되면 키로당 단가가 비싸집니다.


예를들어 1키로짜리 넙치 가격이 만원이라고 치면, 2키로자리 넙치는 2만원이 아니죠? 그 이상이 됩니다. 하물며 3키로짜리 넙치 단가는 배 이상 뛰기 때문에 일반 횟집에서는 굳이 비싼 돈 들여 대광어를 사지 않습니다. (어차피 대광어를 내봐야 일반 손님들은 알아주지도 않음) 그래서 3키로 이상 넙치를 들여놓는 가게는 보통 호텔급 일식집이거나 맛에 대해 각별한 자부심이 있는 곳에서만이 가능합니다. 고급 일식집은 가격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당연히 대광어를 써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서민들이 이용하는 일반 횟집 중에서도 아주 가끔이지만 대광어를 쓰는 집이 있습니다. 그런집들은 높이 평가되어야 합니다.


자연산 광어 미역국(레시피 보러가기 : 광어미역국 잘 끓이는 방법)

■ 넙치의 식용
넙치는 모든 형식의 요리가 가능한 팔방미인입니다. 회와 초밥은 말할 것도 없으며 특히 산모들에겐 이 광어 미역국만한 것도 없습니다. 여름에 잡힌 자연산 광어를 회로 먹기가 좀 그렇다면 미역국과 조림으로 드셔보기 바랍니다. 튀겨도 좋고 이국적인 음식으로는 광어 스테이크가 유명합니다. 참고로 광어로 한 것은 아니지만 가자미로 만든 스테이크가 있습니다. → 가자미의 럭셔리한 변신, 포항 가자미 스테이크



3키로짜리 양식 광어회의 두께감(아랫쪽에 있는 회들)


2키로짜리 자연산 광어회

횟감용으로는 굳이 자연산을 고집하지 마세요. 5~6월은 넙치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계절입니다. 자연산은 많이 잡힐 수록 가격이 떨어지는데 넙치도 정상적인 시세라면 자연산이 양식보다 저렴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수산시장과 포구에선 뜨내기 손님이라고 값비싸게 부릅니다. 사실 이때의 자연산 광어는 산란을 마친 것으로 양식에 비해 맛이 뒤떨어지는 편인데 그럼에도 가격은 1.5배에서 2배 이상 뛰기도 해요. '자연산'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들에게 씌우는 전형적인 바가지입니다.

맛의 안정성 면에서는 자연산보다 양식 넙치가 더 낫습니다. 특별히 알주머니가 커지는 시기가 아니라면 양식 넙치의 맛은 시기별로 큰 차이를 내지 않습니다. 반면에 자연산은 시기마다 맛의 기복이 큰 편이며, 잡히는 해역에 따라 맛의 차이가 납니다. 가끔 먹이 경쟁에 도태된 개체도 있는데 그런건 자연산이라도 별로 맛이 없습니다.

기생충(아니사키스)도 그래요. 여름철 자연산 넙치의 배를 까보면 기생충이 나옵니다. 큰 놈일수록 더 많이 나오죠. 물론 내장에만 기생하기 때문에 살아 있을때 손질해서 드신다면 상관은 없습니다. 반면에 양식 넙치는 기생충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제가 아는 횟집 사장님도 지금까지 수백, 수천마리를 떠봤지만 양식 광어에서 기생충이 나온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기생충은 "숙주"를 먹었을 때 생기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중간숙주는 갑각류와 동물성 플랑크톤입니다.


이것을 먹고 자란 어류의 뱃속엔 분명 아니사키스가 있습니다. 하지만 양식 넙치는 사료를 먹고 자라므로 기생충이 생길 수 없는 구조입니다.
오늘은 어류도감 이야기이기 때문에 얕지만 포괄적인 이야기를 다뤄봤습니다. 다음에도 재밌는 어종으로 찾아뵐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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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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