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류도감/릴찌낚시] 청어에 대하여


    청어는 동 서양 가릴 것 없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물고기이자 주요 식량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청어가 가지는 의미 또한 대단하다고 알려졌는데요. 임진왜란 때는 이순신 휘하의 수군이 청어를 많이 잡았다고 합니다.
    그 일례로 <<난중일기>>에 의하면 '청어 7천여 급(級)을 곡식 사러가는 배에 주었다'는 구절로 보아 청어를 군량미와 바꾸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며,
    광해군 때 허균이 지은 <<성소부부고>>에 의하면 황해, 동해, 전라도와 경상도산마다 청어가 제각각 다르며, 어획된 시기와 지역에 따라 맛이 다르고
    상이한 특성을 지닌다는 내용을 보아 우리 선조들은 일찌감치 청어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였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 신빙성과 관련해서는 별개의 얘기겠지만요.

    청어는 옛부터 서민들이 먹는 저렴하고 맛있는 생선축에 속했답니다. 과거에는 가난한 선비들이 사먹는 물고기라 하여 '비유어(肥儒魚)'라 했지요.
    말그대로 선비들을 살찌게 하는 물고기란 뜻. 하지만 이제는 옛말이 되어버렸죠.
    근래 몇 년간의 어획량은 무척 저조한데 어쩌면 갈수록 청어 구경하기가 힘이 들지도 모릅니다.
    겨울철 별미인 '과메기'도 원래는 청어로 만들어 왔지만 요새는 꽁치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이제는 청어 과메기가 '오리지널' 대접을 받을 정도로
    귀해진 게 사실입니다. 오늘은 동해안의 대표적인 생선으로 청어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겠습니다.



    ■ 청어에 대하여
    표준명 : 청어(청어목 청어과)
    방언 : 등어(동해), 눈검쟁이, 푸주치(경북), 구구대(서울)
    영명 : Pecific Herring
    일명 : ニシン(니신)
    전장 : 40cm
    분포 : 동해, 일본 중부이북, 오호츠크해, 베링해등 북태평양
    음식 : 소금구이, 초밥, 튀김, 조림, 젓갈, 건어물
    제철 : 1~4월(겨울에서 봄)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삼천포 두미도에서 낚시에 걸린 청어

    길이는 25cm로 약 3년생 정도 된다

    ■ 특징과 생태
    청어는 동해안의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으로 수온이 2~10도씨인 저층 냉수대에 서식합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요. 우리나라 및 일본에서 잡히는 청어는 '퍼시픽(태평양) 청어'에 해당되며, 북극, 알래스카, 노르웨이등 북유럽
    국가에서 어획되는 청어는 타이세이 청어인 '애틀랜틱(대서양)'종으로 서로 다릅니다.
    산란은 빠르면 12월부터 시작되지만 보통 봄을 전후로 하여 남하, 산란을 하는데 이때 어획되는 청어는 기름기가 많이 올라 맛이 좋기로 유명하죠.
    우리나라는 과거에 황해도쪽에서도 곧 잘 어획이 되었다고 하나 근래에 이르러서는 동해안(주문진)을 중심으로 어획되고 있으며 울산과 부산을 거쳐
    진해만, 통영까지가 주요 산지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여수를 경계로 해서 서쪽으로 가면 청어 어획량은 현저히 줄어들게 됩니다.
    3년생은 전장 25cm로 상품성이 되려면 30cm를 넘겨야 하며, 최대 전장 40cm가 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청어의 어획량 감소는 무엇을 의미할까?
    청어는 임연수어와 함께 과거 서민들이 즐겨 먹을 정도로 흔하고 저렴한 생선이였습니다.
    연탄불에 석쇠를 올려 칼집을 넣은 청어를 놓고 그 위에 굵은 소금을 뿌려 먹으면 맛이 기가 막혔지요. 저는 어린 시절에 달동네에 살아본 경험이 있는데
    그 당시 어머니가 시장에서 사온 생선은 다름아닌 '청어'였습니다.
    지금이야 맛을 음미하면서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당시엔 청어가 왜 그리 싫었는지 모릅니다. 이유는 아시다시피 '잔가시' 때문이지요.
    청어는 전어와 무척 닮은 꼴입니다. 모양도 그렇고요. 특히 잔가시가 많기로 악명(?)이 높죠. 아이들이 먹기엔 분명 적합치 않은 생선입니다.
    이제는 청어가 예전만큼 흔한 생선은 아닙니다. 물론 지금도 마트에 가면 토막낸 청어가 생선 코너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 국민의 지지를 받는 고등어
    의 등쌀에 밀려 사실 푸대접을 받는 어종이지요. 이제는 청어의 옛 맛을 기억하는 세대만이 찾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청어의 자원이 감소추세를 보였던 건 비단 오늘날 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각종 문헌에서도 청어자원의 변동에 관한 이야기가 종종 언급되었다는데요. 일반적으로 동, 남해에서만 나는 줄 알았던 청어가 놀랍게도 서해의
    '위도(전북 부안군)'에서 많이 났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1506년 이후부터는 아예 잡히질 않았다고 해요.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봄철 서남해에서 많이 났던 청어가 1570년 이후부터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기록되었으며, 당시 동해의 물고기가 서해에서 나고
    점차 한강까지 이르렀으며, 해주에서 나던 청어가 근 10여년 동안 전혀 나지 않았다 하여 청어의 자원 변동폭이 컸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청어는 우리나라 연안 각처에서 잡혔지만 수년간 아예 안잡히기도 했으며, 그러다 100~200년 뒤엔 다시 흔해졌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요즘,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청어 어획량은 매년 감소추세에 있는데요. 이에 대해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의 상승'을 이유로 들지만
    사실 알고보면 청어는 열대 해역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해역을 돌아다닐 정도로 회유반경이 넓고 신출귀몰 할 뿐 아니라, 청어를 좋아하는 나라들 이를테면
    한국, 일본, 러시아,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등의 과도한 어획으로 자원이 감소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노르웨이에서는 어획량 감소를 막기 위해 '자원 관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어획량이 부활했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서해에서 청어 어획량이 많았다는 것은 냉수대의 영향력이 서해 연안까지 미쳤음을 의미하는데 이는 해양물리학적인 측면에서 연구할 가치가
    있으며 언젠가는 서해에서도 청어 어획량이 부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경남 두미도에서 감성돔 낚시 도중 손님고기로 낚인 청어

    ■ 청어와 낚시
    옛부터 청어는 동해 일부와 남해 일부 지방에서 생활낚시 대상어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다만 시즌이 겨울로 한정되며 지역 또한 경남권으로 한정됩니다.
    겨울에 이렇다 할 낚시가 안된다면 찬물에서도 잘 노는 청어를 노려보시는 게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청어 낚시 지역으로는 거제와 통영이 있는데요. 선외기 낚시를 통해 잡으면 마릿수도 좋으며 낚시 입문자들이 재미 붙이기 용으로 그만입니다.
    한번 떼로 들어오면 1인당 30마리씩은 족히 잡을 정도로 마릿수가 좋으며 평균 씨알 20~25cm 이며 이따금 30cm급이 넘는 건 횟감으로 이상적이지요.
    청어 낚시 요령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채비도 채비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얘네들이 고등어와 습성이 비슷해 동틀때와 해질녘을 노려야 합니다.
    한 낮엔 입질이 뜸해요. 채비는 이단찌 학공치 채비와 동일하고요. 경력이 있는 분은 카트채비를 이용해 한번에 여러마리 낚는 것을 권합니다.
    학공치 낚시 채비법은 링크를 클릭 → 학공치 100마리 잡는 채비법


    뭐니뭐니해도 청어는 소금구이가 별미다

    ■ 청어의 식용
    인류가 청어를 식용하기 시작한 것은 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은 수백년 전부터 청어를 식용하였고 일본은 에도와 메이지 시대에 상세한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다른 생선은 몰라도 청어만큼은 서양에서도 날 것으로 먹을 만큼 대단히 인기가 좋은데요. 특히 북유럽권에선 소금에 절인 청어를
    그대로 먹기도 하며 아예 '청어 먹는 날'을 축제로 만들기도 합니다. 여기서 그 유명한 음식이 나오는데 '세계 5대 악취 요리' 중 하나인 '수르스트뢰밍'으로
    '신맛이 나는 발트 해의 청어'라는 뜻. 이는 스웨덴 북부 요리로 발트해에서 잡은 청어를 두달간 발효시킨뒤 통조림으로 가공하는데 통조림 안에서도
    가스가 차면서 발효된다고 해요. 그 안에는 '할로안나에로비움'이라는 박테리아가 숙성에 영향을 주는데 톡 쏘는 향부터 계란 썩은내, 버터냄새, 식초냄새등
    복합적인 냄새가 섞여 일반 사람들은 엄두를 못 낼 정도의 악취를 풍긴다고 합니다. 참고로 세계 5대 악취 음식엔 한국의 홍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청어의 알이야 말로 최고 별미

    폴란드에서의 청어요리는 독특합니다. 절인 청어를 삶은 계란과 마요네즈에 버무려 낸 것이 있는가 하면, 네덜란드에선 청어를 생으로 먹는데, 고개를
    들어 청어 꼬리부터 통째로 넣고 씹어 먹는 걸 즐기기도 하며 아예 풍습처럼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청어의 가공보다는 생물을 그대로 쓰는 형태가 많습니다. 과메기와 청어알젓(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젓갈이지만 요새는 보기 힘들어졌다.)
    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구이로 이용하며 이때 청어알은 별미중의 별미지요.
    최근 퓨전식 일본 선술집(일명 이자까야)에선 식초에 절인 청어를 이용해 초밥을 선보이기도 하며 일부 미식가들에게 청어회가 귀한 횟감으로 추앙받기도
    하지요. 사실 청어는 선도 저하가 빠른 등푸른 생선이기 때문에 각별한 취급을 해야 하며, 청어 자체가 숙성을 시켰을 때 진한 풍미를 내는 특성이 있으므로 
    활어회도 좋지만 선어회의 풍미를 포기할 수 없는 횟감이기도 합니다.
    만약 낚시로 청어를 잡으면 손질을 하고 2~3일 동안은 김치냉장고에서 숙성을 거쳐 회나 초밥으로 드실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의 청어 음식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생물보다는 건어물, 훈제, 다시마로 말아 숙성한 것을 더 선호합니다.
    특히 오사카를 포함 간사이 지방에선 '다시마권'이라고 하여 다시마에 감싼 청어를 익혀먹기도 하며, '청어 소바'라 하여 소바위에 간장에 졸인 청어를
    고명으로 얹어 먹기도 한다고 해요. 오늘의 어류도감 이야기는 여기까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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