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생선회 구별법 마지막 관문이자 고급편. 그래서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여러분은 생선회를 보는 상당한 지식가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 글이 처음이거나 우연히 접한 것이라면, 아래 <초급편>부터 읽어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  생선회, 쉬운 구별법 목차

초급편 : 생선회, 쉬운 구별 방법은?

중급편 : 특징을 알면 생선회가 보인다, 제철 생선회 구별법

고급편 : 최고급 생선회의 구별법

 

앞서 운을 띠었듯이 <고급편>은 상당히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어쩌면 모순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본인도 100% 구분할 수 없는 횟감이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생선회는 대체로 고급 어종이면서도, 구분이 모호한 것들입니다. 특징을 짚어줄 순 있어도 실제로 적용하기까지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미리 알아둔다면 내가 구입한 생선회가 아닌 다른 것으로 둔갑하어 나올 때 알아볼 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유용할 것이라 봅니다. 전문가들도 헷갈릴 수 있는 최고급 횟감의 구별법에 관해 알아봅니다.

 

 

<사진 1> 표준명 자바리(제주 방언 다금바리)

 

#. 자바리(제주 다금바리)와 능성어(구문쟁이)

글의 순서는 구별하기 쉬운 것부터 어려운 순으로 갑니다. 먼저 서로 닮은 듯 다른 자바리와 능성어의 구별로 시작합니다. 자바리는 원 명칭이고, 실제로는 다금바리로 불릴 때가 많습니다. 어류도감 상에는 표준명 다금바리가 따로 있으나 국내에서는 잘 잡히지 않고, 제주도에서는 예부터 자바리를 다금바리로 칭해왔기 때문에 오늘날 다금바리라 불리는 것은 전부 자바리입니다.

 

<사진 1>은 수조에 노니는 자바리(제주 다금바리)입니다. 보시다시피 불규칙한 호피 무늬가 특징인데 능성어와 구별되는 핵심 포인트는 몸통에서 대가리(뺨)로 이어지는 2~3줄기의 무늬입니다. 능성어는 이 무늬가 없습니다.

 

 

<사진 2> 능성어(제주 방언 구문쟁이)

 

사진은 일본산 능성어입니다. 우리가 횟집과 시장에서 접하는 능성어의 대부분 양식이며, 일본산이 많습니다. 일본산 양식 능성어는 자연산보다 체고가 높아 더 통통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능성어는 다금바리에 보이는 호피무늬가 없습니다. 대신 5~6개의 굵은 줄무늬가 위에서 아래로 나 있어 저는 이것을 '아디다스 줄무늬'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사진 2>는 수조에 노니는 능성어인데 잘 보면 아디다스 줄무늬가 희미해 그리 선명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고기는 수조에 있을 때와 물 밖으로 꺼내어졌을 때 무늬와 채색이 변합니다. 사진의 능성어는 다소 긴장 상태에 놓였기 때문에 무늬가 흐릿하나, 평상시에는 굵은 줄무늬가 또렷한 편입니다. 능성어는 몸통에서 대가리로 이어지는 무늬가 없어 자바리와는 구별됩니다.

 

자바리와 능성어, 이 둘을 썰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사진 3> 자바리(제주 다금바리) 회

 

과거에는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능성어를 다금바리로 둔갑한 사례가 많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앞서 저는 수년간 다금바리와 능성어의 차이를 설명해 왔고, 지금은 미식의 수준도 한층 높아졌기에 생선회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미식가라면 구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사진 3>은 자바리 다시 말해, 제주도로 여행을 갔을 때 한 번쯤 맛보는 다금바리회입니다. 다금바리회는 능성어와 달리 붉지 않습니다. 엷은 살구색 혈합육에 투명감 있는 근육, 사이사이마다 촘촘히 박힌 근섬유질이 희끗희끗하게 박혀 있어 이것이 잘근잘근 씹히는 식감을 좋게 해줍니다.

 

 

<사진 4> 능성어회

 

능성어는 다금바리와 한 끗 차이밖에 나지 않는 사촌이지만, 포를 뜨고 껍질을 벗기면 적나라한 붉은색 혈합육이 도드라집니다. 그 혈합육 위에는 허옇게 낀 지방질도 보입니다. 회에 관심이 있고, 약간의 관찰력만 있다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차이입니다. 만약, 제주도에서 kg당 20만 원을 호가하는 다금바리를 주문했는데 위와 같이 붉은색 혈합육이 나온다면, 능성어나 여타 다른 어종이 둔갑한 것일 수 있습니다.

 

 

여름이 제철인 전갱이

 

#. 전갱이

전갱이는 고등어와 마찬가지로 등푸른생선이지만, 구웠을 땐 고등어보다 좀 더 담백한 맛을 냅니다. 여름이 제철로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여름(6월)부터 시작해 초겨울까지 지방 감이 꺼지지 않아 맛이 좋습니다. 전갱이가 생소한 이들도 있으니 위 사진을 보고 눈으로 익혀둔다면, 언젠가 그 맛을 음미할 기회가 올 것입니다. 특히, 포항, 부산, 거제, 통영 등지의 수산시장에 들를 일이 있으면 한 번쯤 전갱이 회를 맛보시기 바랍니다. 

 

 

<사진 5> 작은 전갱이회

 

전갱이를 포 뜨면 이렇게 나옵니다. 작은 전갱이는 한쪽씩 떠서 그것을 썰지 않고 통째로 먹기도 하지요. 전반적으로 붉은색 근육이면서 등 쪽은 검회색 껍질막이, 배 쪽에는 은백색 껍질막이 붙어 나온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사진 6> 전갱이를 썰었을 때의 모양(사진의 맨 우측은 참돔회)

 

조금 성숙한 전갱이를 포 떠서 썰면, 부시리와 비슷한 모양의 횟 조각이 나옵니다. 진한 붉은색 혈합육, 살짝 붉은 기가 든 백회색의 근육, 등과 가까운 부위는 여전히 검회색 껍질막이, 배 쪽은 은백색 껍질막이 붙어 나옵니다. (부시리는 검은 껍질막이 붙어나오지 않음) 이렇듯 전갱이는 크기와 써는 모양에 따라서 그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므로 다양하게 접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쥐치와 말취지

 

#. 쥐치과 어류

쥐치와 말쥐치는 어족 자원을 관리해야 할 어종으로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은 양식입니다. 국내 서식하는 쥐치과 어류는 쥐치, 말쥐치, 객주리로 세 가지가 있지만, 객주리는 서귀포 등 아열대화가 진행되는 해역에서만 서식하므로 흔히 볼 수 없습니다. 횟집과 시장에서는 쥐치와 말쥐치를 취급하며, 이 말쥐치를 대게 객주리로 부릅니다. 

 

 

사진은 말쥐치회입니다. 등쪽은 연한 황톳빛 껍질막이, 배쪽은 은백색 껍질막이 붙어 나오며, 근육은 희고, 딱히 근섬유라 불릴 만한 힘줄은 보이지 않습니다. 포를 뜨면, 내장을 감 쌓던 갈비살 부위가 붉은색을 띠는데 그러한 특징은 위 사진도 살짝 비치고 있습니다. 육질이 단단하고 질겨, 얇게 써는 것이 포인트이며 1~3시간가량 숙성하면 맛이 좀 더 좋아집니다.

 

 

<사진 7> 강도다리

 

#. 강도다리, 줄가자미, 용가자미

지금부터 내용이 조금씩 어려워집니다. 주로 횟감으로 먹는 가자미과 어류가 있습니다. 강도다리, 줄가자미, 돌가자미, 용가자미, 참가자미가 그것입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흔한 강도다리는 중국과 국내에서 대량 양식이 되고 있으며, 우리가 주로 접하는 것도 대부분 양식입니다.

 

<사진 7>에서 보시다시피 강도다리는 지느러미에 범무늬가 특징입니다. 이렇게 정면에서 보았을 때 두 눈은 광어와 같은 방향인 왼쪽에 몰렸습니다. 광어와 같은 눈 방향을 가졌지만, 엄연히 가자미과에 속합니다. 광어의 경우 몇 백 분의 일로 두 눈이 오른쪽에 돌아간 개체가 발견되는데 강도다리도 오른쪽에 두 눈이 몰린 돌연변이가 있습니다.

 

 

<사진 8> 강도다리회

 

강도다리회는 광어회와 함께 전형적인 플랫 피쉬의 특징을 보입니다. 등 쪽은 표면이 어두운 편이고, 배 쪽은 밝죠. 그렇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껍질막에 있습니다. 강도다리의 등 부위는 검회색 껍질막이 붙어 나오고, 배 쪽은 다른 횟감과 마찬가지로 은백색 껍질막이 붙어 나옵니다. 그래서 광어와 가자미과 생선회는 이런 특징을 보고 등(유안부)과 배(무안부) 부위를 구별합니다.

 

 

<사진 9> 줄가자미

 

줄가자미는 일본에서 상어가자미로 통합니다. 그래서 일본명이 '사메가레이(サメガレイ)'입니다. 우리나라 어류 학자들은 줄가자미의 등껍질이 마치 '쇠줄'처럼 단단하다고 하여 줄가자미라 붙인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것이 특정 지역에서는 돌가자미와 혼동 및 혼용하면서, 돌가자미의 일어명인 '이시가레이(イシガレイ)'가 와전돼 오늘날 '이시가리'란 국적 불명의 명칭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시장에서 파는 이시가리는 돌가자미가 아닌 줄가자미입니다. 다만, 이시가리란 말 자체가 국적 불명이고 상거래에서 돌가자미와 혼선을 주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지양해야 할 명칭이라고 전부터 강조해 왔죠. 어쨌든 줄가자미는 수심 80m 이하의 모래와 돌이 적당히 섞인 저층에서 요각류 및 거미 불가사리를 먹음으로써 독특한 향을 품고 있으며, 심해 어류의 특징인 붉은색 지방질이 발달하였습니다.

 

 

<사진 10> 줄가자미 회

 

그러한 특징이 줄가자미 회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사진 10>은 줄가자미 회를 썬 단면적으로 마치 뽁뽁이(충격 방지용 포장 비닐)같은 질감이 느껴지며, 실제로 씹었을 때도 톡톡 터지는 듯 독특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그 사이 불긋불긋한 것은 잔여 혈흔이 아닌, 심해에 서식하는 줄가자미만의 특징입니다.

 

직접 포를 떠봤거나 먹어본 사람은 강도다리와 줄가자미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실감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줄가자미를 먹어봤다는 어느 블로그의 글은 제 눈을 의심케 했습니다. 횟집 주인이 보여준 것은 귀하디귀한 줄가자미가 맞는데 막상 손님상에 낸 것은 강도다리였기 때문입니다.

 

줄가자미를 보여주고 줄가자미 가격을 받으면서, 강도다리를 내는 횟집이 있음을 실제로 확인한 사례입니다. 적어도 이 글을 접한 여러분은 그러한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11> 용가자미(위), 기름가자미(아래)

 

#. 용가자미, 참가자미

사진은 갓 어획된 용가자미와 기름가자미입니다. 기름가자미는 횟감보다는 주로 건어물로 이용되므로 여기서 제외하겠습니다. 여기서는 용가자미와 참가자미에 관해서 간략히 알아보고 넘어갑니다.

 

용가자미는 강원도에서 '어구가자미', 경상도에서는 '참가자미'로 불립니다. 그러나 참가자미는 따로 있어 경상도에서 취급하는 참가자미는 실제로 표준명 용가자미를 뜻합니다.

 

※ 참고

경상도에서는 참가자미를 노랑가자미로 부르나 노랑가자미는 따로 있으므로 중복을 일으키는 잘못된 방언입니다. 또한, 경상도에서 말하는 물가자미는 모두 기름가자미를 의미합니다. 물가자미도 따로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중복을 일으키는 틀린 방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 12> 용가자미회, 부산

 

포항을 비롯해 경상도 전역에서는 용가자미를 참가자미로 부르는 경향이 이제는 완전히 굳어졌습니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참가자미회를 먹었다면, 99%는 용가자미를 먹은 것입니다.

 

어쨌든 용가자미와 참가자미는 산란이 임박했을 때 연해진 뼈 맛을 살리고자 뼈째 썰기(일명 세꼬시)로 이용됩니다. <사진 12>는 용가자미 뼈째 썰기인데 참가자미와 매우 흡사해 구별이 무의미합니다. (저도 구별 못 합니다.)

 

 

<사진 13> 동갈돗돔

 

#. 동갈돗돔

우리가 주로 먹는 참돔과 감성돔은 농어목 도미과에 속한 어류입니다. 돌돔은 농어목 돌돔과이고 벵에돔은 황줄깜정이과에 속하기 때문에 이 두 어종은 도미과에 속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돔 종류에는 이것 말고도 '하스돔과'이라는 독특한 위치에 있는 횟감이 있습니다. 주로 중국에서 양식되는 동갈돗돔(전설의 물고기 돗돔이 아님)이 그렇고, 벤자리와 어름돔이 그러합니다. 동갈돗돔은 대부분 중국에서 양식돼 활어로 들어오고, 유료낚시터에도 자주 보입니다. 

 

 

동갈돗돔회

 

동갈돗돔의 타깃은 참돔보다 한 수 위급의 횟감을 찾는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지만, 여전히 인지도가 낮아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찾아 먹는 수준입니다. 실제로 수산시장에 가면 많아야 한두 마리 정도이고 그 마저 없는 곳이 허다하기에 동갈돗돔을 찾는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음을 말해줍니다. 동갈돗돔은 여타 돔 종류와 달리 연한 분홍색 혈합육을 띠고 있어 그 모습이 흡사 자바리(제주 다금바리)와 비슷합니다.  

 

 

독가시치(제주 방언 따치)

 

#. 독가시치

독가시치는 제주도에서 주로 나는 아열대성 어류로 주로 정치망(덤장)을 이용해 잡아들이는 방식으로 수요를 감당합니다. 여전히 낯선 어종이지만, 최근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을 중심으로 그 맛이 알려지면서 중국인 및 국내의 소수 관광객 사이에서 조금씩 입소문이 나고 있죠.

 

 

독가시치회

 

독가시치는 초식어류입니다. 주로 해초를 뜯어 먹고 살기 때문에 선도가 조금만 나빠져도 먹기 불편한 갯내가 나며, 기본적으로 해초 향을 품고 있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식감은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쫄깃함이 뛰어나 최근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참돔과 비슷한 붉은색 혈합육을 가졌으나 색이 좀 더 진하며, 이 부분을 유심히 보면 자잘한 빗살 무늬의 패턴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독가시치가 맛이 들면, 붉은색 혈합육에 엷은 보라색이 미묘히 돌기도 합니다.

 

 

<사진 14> 중국산 양식 감성돔

 

<사진 15> 자연산 감성돔

 

#. 감성돔

본디 감성돔이라 하면, 바다의 왕자라는 별명답게 은색을 띠며 화려하면서 수려한 자태를 뽐내야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감성돔은 대부분 양식입니다. 양식은 <사진 14>와 같이 채색이 어둡고, 중국산 양식은 누르스름합니다. 자연산은 서식지와 회유 습성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밝은 은회색을 띠고, 번쩍번쩍 빛날 만큼 멋진 자태를 뽐냅니다.   

 

 

<사진 16> 양식산 감성돔회

 

<사진 17> 자연산 감성돔회

 

양식인 <사진 16>과 자연산인 <사진 17>을 비교하면, 꽤 두드러지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근육부터 살펴보자면, 양식은 어두운 회색에 검은 실핏줄이 부분적으로 나타납니다. 양식산 감성돔의 근육은 등 쪽에 가까울수록  엷은 베이지색을 띠며, 오히려 배 쪽으로 갈수록 어두운 회색을 띱니다. 특히, 지느러미와 인접한 부위는 자잘한 빗살무늬가 나타나게 마련인데 그 부분의 채도가 가장 낮으며 어두운 경향이 있습니다.  

 

자연산은 일반적으로 생선회에 맛이 들었을 때 나타나는 현미색이 나타나며, 어린 개체이거나 수조에서 장시간 스트레스를 받은 개체를 제한다면, 검은 실핏줄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혈합육에서도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양식산 감성돔은 붉어도 채도가 없는 회색 근육과 함께 섞여져 보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어둡고 채도 낮은 다홍색을 띱니다. 자연산 감성돔의 혈합육은 붉고 강렬하나 숭어처럼 짙고 어둡지는 않습니다.

 

배 부위에 흰색 껍질막이 붙어나오는 것은 양식이나 자연산이나 비슷해 이것이 구별 포인트가 되지는 않습니다.

 

 

<사진 18> 양식산 참돔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양식산 참돔회와 비교하면, 감성돔 쪽이 좀 더 붉습니다. 같은 양식끼리 비교해 보면, 감성돔은 윤기를 잃은 베이지색에서 칙칙한 회색으로 이어지는 패턴이지만, 양식산 참돔은 시종일관 엷은 베이지색을 띤다는 점이 서로 다른 점입니다.

 

 

<사진 19> 돌돔

 

#. 돌돔

낚시꾼들에게는 '바다의 폭군', 미식가들에겐 '횟감의 황제'라 불리는 돌돔. 돌돔은 현재 일본산을 주축으로 양식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양식이지만, 자연산과 가까울 만큼 크게 키워내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양식과 자연산의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팁을 하나 드리자면, 양식산 돌돔은 꼬리지느러미 일부가 헤지고 달았습니다. 자연산은 지느러미가 깨끗하죠.

 

돌돔이 횟감의 황제인 이유는 맛과 가격 두 가지 측면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금바리, 붉바리, 참홍어, 줄가자미, 生참다랑어, 참복 등 가격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고급 어종을 제한다면, 돌돔이 가장 비싼 편에 속합니다. 지역 재래시장에서는 1kg당 5~6만 원. 수도권에선 8~12만 원이 일반적인 시세라 3kg짜리 한 마리 잡으려면 30만 원은 족히 듭니다.

 

 

<사진 20> 돌돔회

 

사진은 약 1.5kg짜리 자연산 돌돔회입니다. 저는 양식 돌돔회를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양식산과 함께 비교할 수 없음이 아쉽습니다만 ^^; 그래서 자연산 돌돔에 한정해서 설명하자면, 사실 돌돔회는 천의 얼굴을 가졌습니다. 크기(중량), 서식지, 숙성 정도, 칼질 방향에 따라 색과 패턴의 느낌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돌돔의 혈합육은 참돔, 감성돔과 비슷해 보통 사람은 물론, 전문가들도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더러 구별하라고 한다면, 100% 알아맞힌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돌돔만이 갖는 혈합육의 특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좀 전에도 언급했듯이 다양한 환경과 여건에 따라 거시적일 수도 있고, 미시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돌돔을 볼 때 혈합육보다는 근육에 나타나는 근섬유질을 봅니다. 돌돔은 여타 돔 어종보다 단단합니다. 단단함의 진가는 숙성을 해봄으로서 더욱 실감할 수 있는데 10시간 정도 숙성하면 물러져도 돌돔은 탄력이 워낙 좋아서 잘 물러지지 않습니다. 손으로 잡아당겨도 보고 씹어도 봄으로써 그 차이를 알 수도 있지만, 근육에 나타나는 희끗희끗한 근섬유질이 돌돔에서 유난히 선명히 나타난다는 점에서도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진 21> 벵에돔

 

<사진 22> 긴꼬리벵에돔

 

#.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은 모양부터 습성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다른 어류입니다. 벵에돔과 달리 긴꼬리벵에돔은 반 대양 회유성 어류로 그 반경이 수천 킬로미터에 이릅니다. 세찬 해류를 타고 다녀 근육이 발달했고, 그렇게 발달한 근육은 같은 씨알의 벵에돔보다 더욱 폭발적인 힘을 과시합니다.

 

씹는 맛과 지방의 풍미도 미묘하게 다른데 기본적으로 고인 물과 조류가 정체된 해역에 서식하는 벵에돔과 달리 긴꼬리벵에돔은 갯내가 덜한 편이며, 가을부터 맛이 들기 시작해 겨울까지 맛이 좋습니다.

 

<사진 21>과 <사진 22>는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의 차이를 말해줍니다. 긴꼬리벵에돔의 비늘은 벵에돔보다 더 작고 촘촘해 더욱 매끈한 느낌을 줍니다. 전반적인 채색도 긴꼬리벵에돔이 벵에돔보다 밝은 편이며, V자로 꺾인 벵에돔의 꼬리지느러미와 달리 아치형을 그립니다. 결정적으로 긴꼬리벵에돔은 벵에돔에 없는 검은테가 아가미뚜껑에 선명히 그려졌다는 점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구별됩니다.

 

 

<사진 23> 벵에돔을 포 뜬 것

 

<사진 24> 긴꼬리벵에돔을 포 뜬 것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은 포를 떴을 때도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주로 긴꼬리벵에돔 쪽에 지방이 많아 그것이 혈합육에 색으로 나타나는 편입니다.

 

 

그러나 토치로 껍질구이회를 만들면, 두 어종을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굳이 판별하자면, 비늘 털린 자국의 크기로 알 수는 있습니다.)

 

 

<사진 25> 벵에돔회

 

<사진 26> 긴꼬리벵에돔회

 

앞서 <사진 23>과 <사진 24>에서 살폈듯 긴꼬리벵에돔에 지방이 많아 그 부분이 색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는데요. 이렇게 포를 뜨고 썰어 놓아도 미묘하게나마 기운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붉은색 혈합육과 흰색에 가까운 근육 색을 나타내는 벵에돔은 대체로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반면에 긴꼬리벵에돔은 혈합육에 낀 기름기가 살짝 푸르거나 연보라빛이 나타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토치로 껍질만 익힌 껍칠구이회는 벵에돔이 좀 더 낫고, 껍질을 완전히 벗겨서 일반적인 회처럼 먹기에는 긴꼬리벵에돔이 낫습니다. 둘 다 제철은 겨울이지만, 여름에 많이 잡히는 특성이 있습니다.

 

전반적인 맛은 대체로 긴꼬리벵에돔이 우세한 편입니다. 벵에돔의 경우 서식 환경에 따라 갯내가 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꾼들이 주는 크릴 밑밥에 길들인 개체는 갑각류의 아스타잔틴을 비롯한 여러 성분이 맛과 육향을 좋게 하는데 그렇지 못한 개체는 기본적으로 해초를 많이 먹고 살기 때문에 갯내가 날 수 있다는 것.

 

이 말은 즉, 낚시가 많이 이뤄지는 도서 지역 및 방파제에 서식하는 벵에돔이 사람 발길이 뜸한 먼 섬의 벵에돔보다 더 맛이 좋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러한 내용은 제가 경험한 것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낚시 다니면서 만난 전문 낚시꾼, 어부, 선장의 전언을 토대로 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생선회를 보고 구별할 수 있는 포인트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사실 정독해도 크기와 숙성 정도에 따른 빛깔의 차이가 있어 완벽하게 구별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내용은 우리의 외식문화와 상거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본문에 언급했듯이 강도다리가 줄가자미로, 능성어가 다금바리로, 또는 저렴한 횟감이 고급횟감으로 둔갑할 여지가 있으니 미리 알아두면 유용하다는 차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생선회는 '아는 만큼 맛도 보이는' 음식이므로 이러한 내용을 습득해 둔다면 언젠간 그 맛을 눈으로 보고 혀로 음미할 기회가 올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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