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와 수산시장에 가면 미리 포장된 생선회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미리 포장된 것이니 이것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대신 가격이 경제적이라 주머니 가벼운 이들에게는 선택을 두고 한 번쯤 고민하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마트와 수산시장에서 파는 포장 생선회를 구입할 때 좀 더 싱싱한 회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 마트의 포장 생선회 고르는 법

마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광어, 연어회입니다. 마트가 납품받는 광어는 주로 완도나 제주산 양식 활광어입니다. 우리가 날것으로 먹는 생연어는 대부분 노르웨이산 양식으로 냉장으로 항공 운송되며, 인천 가공공장에서 소비자 니즈에 맞게 필렛으로 작업 되기도 하고 원물로 유통되기도 합니다. 원물은 연어 머리에서 꼬리까지 통째로인데 당연히 현지(노르웨이)에서 피와 내장이 제거된 상태입니다. 그것을 업장에서 해체하고 부위별로 나누어서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마트 생선회를 이야기하기 전에 숙성회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갑니다. 우리가 숙성회로 알고 먹는 횟감은 공기를 차단하기 위해 보통은 랩을 씌우거나, 밀폐 용기에 담아 저온에 숙성한 것입니다. 숙성할 때 시간과 온도도 중요하지만, 횟감(근육)에 공기 접촉을 최소화 한 것 또한 숙성의 관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트의 포장 생선회는 비닐랩으로 덮인 상태로 일정 시간은 버틸 수 있게 하였습니다. 밑에 깔린 무도 산패나 과숙성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팔리지 않으면, 당일 분량은 전량 폐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마트에서는 언제 횟감을 손질해서 포장할까요? 이는 마트 영업시간과 관련 있습니다. 마트마다 영업시간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기준으로 했을 때 보통은 오전 10시에 개장해 밤 11시에 문을 닫습니다. 

 

횟감 손질과 포장 시간도 마트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하루 두 번 합니다. 오전 10시와 오후 3~4시. 따라서 이때 구입한 포장 생선회는 손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싱싱한 상태일 때가 많습니다. 선어로 들어오는 생연어와 냉동 참치도 이때 썰어 포장한 것이므로 공기와의 접촉이 덜한 상태입니다.

 

반면에 밤 9~11시에 사는 포장 생선회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일찌감치 팔려 저녁에 추가로 포장한 것이 아니라면, 대게 손님이 몰리기 직전인 오후 3~4시에 작업한 것들입니다. 그때부터 시작해 최소 5~6시간이 냉장 상태로 보관된 것이므로 온전히 숙성된 것이라곤 볼 수 없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숙성은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한 상태'가 전제돼야 합니다. 일식집에서도 숙성회를 만들 때는 횟감을 통째로 숙성하거나 혹은 포를 떠서 숙성하지, 이렇게 조각조각 썰어서 숙성하지는 않습니다. 마트의 생선회는 포장하는 순간부터 이미 조각조각 썰어진 상태입니다. 그 상태로 5~6시간을 보내면 공기 노출에 의한 변색이 어느 정도 진행되며, 일부 표면이 마르고 식감도 물러질 수 있습니다. 

 

결론은 오전 10~12시, 오후 4~6시 사이에 구입한 생선회가 가장 싱싱하고 좋다는 것입니다. (다만, 폐장 직전에는 가격을 깎아서 팔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가격대비 성능비로 구매해 볼만 합니다.) 

 

 

<사진 1> 근육, 혈합육, 껍질막으로 구성된 생선 횟조각

 

#. 수산시장의 포장 생선회 고르는 법

생선회는 같은 어종이라도 부위에 따라 모양과 생김새가 다른데 이렇게 잘게 썬 횟조각만 놓고 보더라도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여기서 흰살생선인 광어를 주목하면, 크게 근육과 혈합육, 껍질막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식에서 혈합육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근육을 덮고 있는 붉은 기가 도는 살을 말하며, 바로 위에는 껍질막이 덮여 있습니다. 


 

 

껍질막은 혈합육과 생선 껍질 사이에 있는 엷은 막인데 조리사가 껍질을 탈피할 때 껍질을 바짝 깎아내느냐에 따라 껍질막이 많이 붙어 나올 수도 있고, 적게 붙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위 사진처럼 껍질막이 손실 없이 깔끔히 붙어 나오면, 조리사의 회 뜨는 실력이 비교적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흰살생선의 근육입니다.

 

생선회 근육은 어종에 따라 제각기 다른 특징을 보이지만, 빛깔과 투명도만큼은 해당 생선회의 과거를 보여줍니다. 공기 접촉이 오래된 횟감 다시 말해, 회를 뜬 지 오래된 것일수록 색은 노르스름해지고, 더 지나면 누렇게 변색되며 불투명해집니다. 표면에 윤기가 흘러야 할 껍질막은 그 빛을 잃고 탁해집니다.

 

 

<사진 2> 갓 손질된 싱싱한 회에서 나타나는 오로라 현상

 

포장된 생선회라도 회를 뜬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은 위 사진과 같이 무지갯빛이 돕니다. 이 무지갯빛은 제품을 들어 주변의 조명에 대고 여러 각도로 돌려보면, 싱싱한 횟감에서만 나타나는 일종의 광학 현상인데 저는 이것을 편의상 '오로라 현상'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사진 3> 과숙성된 횟감

 

반대로 과숙성된 횟감은 보시다시피 근육의 투명감을 잃고, 혈합육이 짙고 어두워집니다. 생선회는 공기 노출에 매우 취약합니다. 오랜 시간 노출되면 노출될수록 표면의 수분기가 날아가서 질감이 뻣뻣해지며, 식감은 푸석해집니다. 지방이 많은 생선회는 부분적으로 산패가 일어날 수도 있고, 살이 물러지며, 이 밖에도 과숙성에 의한 여러 단점이 나타납니다.

 

 

미리 포장된 전어회

 

그런 점을 이용해 포장된 생선회를 유심히 살피면, 정확히는 알 수 없어도 이것이 오래된 건지 아닌지는 유추할 수 있습니다. 사진의 전어회는 흰색 근육의 탁도와 윤기로 보아 회를 뜬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것을 활전어회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했다면 잘 산 것입니다. 당시 활전어 1kg을 잡아다 썰면 25,000원이 나오는데 이렇게 포장된 것은 1kg 조금 못 되는 양이지만 15,000원 선이었습니다. 

 

왜 미리 떠서 포장해 두느냐면, 전어는 수조에서 오래 버텨야 3일입니다. 수조를 보면 일부가 바닥에 누워 숨만 뻐끔뻐금 쉬는 것들이 있죠. 그냥 둬봐야 구잇감밖에 안 됩니다. 죽기 전에 건져서 회를 뜨면 그래도 더 받을 수 있으니 미리미리 떠 놓는 겁니다. 수산시장에서 파는 포장회는 대부분 죽기 직전에 놓인 것을 일명 '찍어바리'라고 하여, 죽기 전에(혹은 숨을 거둔지 얼마 안 된) 아가미를 찍어 피를 빼고 횟감으로 제값을 받으려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니 활어회와 비슷한 가격이라면, 굳이 언제 떴는지도 모를 포장회를 살 이유가 없겠죠. 생각보다 싱싱하고 저렴하니 사는 겁니다. 이것이 싱싱한지 아닌지를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 되겠고요. (상인은 무조건 싱싱하다고만 말합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면 이런 식으로 포장한 생선회를 어렵지 않게 봅니다. 구성을 보아 광어와 연어, 그리고 새치류 뱃살이 들었는데 새치는 기본적으로 황새치, 청새치, 흑새치(녹새치)로 구분되며 이 중에서 가장 저렴한 건 대체로 흑새치입니다. 새치류는 다랑어류와 함께 대부분 냉동 블록으로 유통됩니다.

 

이러한 냉동 블록을 해동하면 살이 흐물흐물해져 썰기 어려우므로 보통은 언 상태에서 썰고 포장해 둡니다. 그리고 놔두면 녹겠죠. 윗 공기는 실온(그나마 겨울이라)이고 아래는 얼음이 깔렸습니다. 냉동 생선회가 녹으면 생기는 현상으로는 표면의 수분감입니다. 수분감으로 인해 표면이 번들번들해 보이죠. 따라서 위 포장 생선회는 표면이 번들번들한 새치류로 보았을 때 손질한 지는 적어도 3~4시간가량 지났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만원에 부르면 가격대 성능비가 좋으니 사더라도 손해는 안 보는데 가끔 3만 원 이상 부를 때가 있습니다. 저 같으면 안 살 것입니다.

 

 

이런 포장 생선회는 광어와 연어가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에 숭어가 포함됐네요. 숭어 껍질은 뜨거운 물에 익혀 마치 마츠카와 타이(주로 참돔에 하는 것으로 도미 껍데기가 소나무 껍질처럼 일어난다 하여 붙여진 말)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그런데 숭어 껍질은 질겨서 이러한 조리법이 적합하지 않습니다. 껍질채 붙은 생선회를 고급 생선회로 인지하는 소비자 심리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숭어를 저런 식으로 만들어 구색을 맞춘 것입니다.

 

게다가 숭어는 붉은색 혈합육과 흰색 근육이 특징인데 사진의 숭어 근육은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이는 둘 중 하나입니다. 피가 말끔히 빠지지 않았거나, 과숙성되었거나. 광어 근육도 빛깔이 노르스름합니다. 조명 탓도 있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탁도가 어두운 편이죠. 과숙성됐다는 증거입니다. 과숙성은 이 상태로 오랫동안 팔리지 않았음을 말해줍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싱싱한 제철 생선회를 먹기 위한 곳인데 여기까지 와서 굳이 이런 생선회를 살 이유는 없겠죠.

 

 

위 사진도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본 포장 생선회입니다. 구성은 광어, 연어가 기본으로 들어가고요. 여기에 숭어와 마츠카와 타이로 처리한 참돔이 한 줄 보입니다. 그런데 '광어2'로 표기한 부분의 근육에는 일부 멍자국이 보입니다. 운반 과정에서 험하게 다루거나 물리적 충격에 의한 멍자국이 근육에 나타난 건데 이 부분을 씹어보면 약간 무르고 비릴 수 있습니다.

 

그것 외에는 특별히 선도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숭어 근육의 탁도가 조금 어둡지만, 광어 근육이 밝고 투명 감이 느껴졌다는 대목에서 저렴한 가격(2만원 이하)이라면 사볼 만합니다.

 

 

이번에는 무대를 제주도로 옮겨봅니다. 제주도 동문 시장에는 이런 식으로 포장한 생선회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참돔과 광어는 양식인 경우가 많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 자연산입니다. 꽃돔이라 적힌 것은 아홉동가리(제주 방언 논쟁이)를 뜻하며, 싱싱한 것은 먹을 만합니다. 자리돔은 원래 근육 색이 저렇습니다. 여기서는 흰살 근육만 봐도 충분히 신선한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수 있습니다.

 

 

참돔과 광어 근육은 밝고 투명 감이 있어 포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광어 아래에는 부시리(히라스)가 그것도 가장 고소하고 맛있는 배꼽살을 넣은 것이 고작 5천 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생선회 천국답게 동문 시장에서 접한 포장회는 싱싱할뿐더러 가격 대비 만족감에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고등어를 볼 때는 다른 시각이 필요합니다. 고등어는 크게 양식과 자연산으로 나뉘는데 사진의 고등어는 자연산입니다. 자연산 고등어의 경우 양식과 달리 근육은 전반적으로 붉고 혈합육은 더욱 새빨갛습니다. 이럴 때는 껍질의 윤기를 봐야 합니다. 고등어는 다른 횟감처럼 껍질을 탈피하지 않고 표면에 붙은 얇은 막을 손으로 잡아당겨 뗍니다. 그랬을 때 드러나는 저 표면은 반질반질하고 윤기가 나야 싱싱한 고등어인데 위 사진은 제법 싱싱해 보입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포장된 생선회를 (한눈에 봐도 푸짐하긴 했지만) 55,000원에 부른 경우도 봤는데 아무리 생선회가 푸짐해 보여도 그 가격에 언제 포장된 건지도 모를 회를 사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미리 포장된 것이라고 모두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제값 다 받고 파는 것도 과욕이죠.

 

하지만 포장한 지 얼마 안 된 싱싱한 회를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도 수산시장이고 묘미입니다. 오늘 설명한 내용을 토대로 마트와 수산시장의 포장 생선회를 잘 골라 드시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더보기>>

연어 열풍 시대, 알고 먹어야 할 연어 상식(연어 종류)

품질 좋은 마른 오징어 고르는 방법, 이것만 기억하자

무심코 먹었다간 혼쭐, 골뱅이와 소라 제대로 알고 먹기(독주머니 제거하기)

미식가라면 알아야 할 봄 도다리의 '제철 이야기'

알려지면 곤란한 수산시장 활어회 단가, '가격 정찰제'가 필요한 이유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4046)
유튜브(입질의추억tv) (648)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4)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11-25 02:09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