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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면 곤란한 수산시장의 활어 단가, '가격 정찰제'가 필요한 이유
얼마 전 '수산시장 바가지 상술을 근절하는 합리적인 대안'이란 글을 통해 가격 정찰제 시행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였습니다. 오늘날 수산시장의 불황은 단순히 불경기에 의한 과도기로 보기 어렵습니다. 대형 마트와 수산물 관련 요식업이 해마다 고도의 성장을 일궈나감에 따라 수산시장의 가격 경쟁력은 '불신'과 함께 도마 위에 올려진 것입니다. 적잖은 소비자들이 수산시장의 이용을 꺼리는 이유는 하나뿐입니다.
상인과의 흥정에서 손해 보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횟집 메뉴판처럼 가격이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같은 어종, 비슷한 중량을 놓고 흥정하더라도 가격은 상점마다 고무줄 처럼 늘었다 줄었다 해 신뢰하지 못 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속초 중앙시장에서도 2kg 내외의 참돔이 적게는 6만원에서 많게는 13만원까지 무려 7만원의 가격 차가 벌어져 논란이 있었습니다.
부지런하고 꼼꼼한 이들이야 몇 군데 발품 팔아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지만, 이쪽에 지식이 부족한 평범한 소비자라면,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이렇듯 수산시장, 특히 관광지 수산시장은 재래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인심과 가격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가격이 투명하지 않을뿐더러 부르는 게 값이다 보니 불신이 쌓이는 것입니다. 게다가 저울 영점 조작에 정량을 어기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얼마 전에는 지인이 구리 농수산물시장에서 회를 사 왔는데 우럭 한 마리(한 마리를 3kg으로 계측했는데 우럭은 한 마리가 1kg도 나오기 어렵습니다.)와 멍게, 해삼 각각 3마리씩, 조개 한 봉지까지 더해 총 30만원에 구입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조만간 구리 농수산시장을 상대로 실태 조사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부르는 가격도 상회마다 들쭉날쭉인 데다 중량도 제멋대로 부풀리기 때문에 흥정 시 상인의 감언이설에 구입했다가 막상 먹고 나면, 그 가격이 바가지임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한두 번 피해를 보면, 해당 수산시장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재방문율도 현저히 떨어집니다. 재방문율이 떨어지니 단골 확보가 어렵고, 한철 장사에 뜨내기손님을 상대로만 장사하니 호객행위는 늘고 바가지가 기승을 부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몇몇 수산시장은 지금은 망하고 사라진 용산 전자상가의 수순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수산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대안으로 '가격 정찰제'를 제시했습니다. 수산물 시세는 매일같이 변동하지만, 소비자가 주로 찾는 활어는 대부분 양식입니다. 수급이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단가가 하루하루 변동하지 않습니다. 시장 입구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품목별 오늘의 시세를 표시하면, 1kg당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므로 시장을 찾는 소비자는 안심하고 상인과 흥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인은 전광판에 표시된 시세보다 높게 부르기가 껄끄럽게 됨으로써 가격을 제외한 1) 서비스, 2) 친절도, 3) 정량 준수라는 세 가지 부분에서 모두가 경쟁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가격 정찰제는 수산시장에 대한 불신을 줄이는 동시에 시장 전반의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면에서 반드시 시행해야 할 시스템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근거에 대해 알아봅니다.
적잖은 사람들이 수산시장의 이용을 주저하는 요인 중 하나는 내가 바가지 상술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염려에서 비롯됩니다. 생선회를 푸짐히 먹고 싶어도 가격이 공개되어 있지 않고, 상인마다 부르는 값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불신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광판이나 메뉴판을 통해 소비자가 품목별 가격을 인지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안심하게 됩니다. 상인이 어떤 가격을 불러도 '기준점'이 생기기 때문에 소비자는 비싸다 싸다를 판단할 수 있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서비스와 친절도, 정량을 준수하는 상점에 몰림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부분을 놓고 상점끼리 경쟁하게 됩니다. 또한, 소비자가 미리 가격을 인지하면, 이것이 폭리인지 적정선의 가격인지를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래 중매인(나까마)의 대략적인 거래 단가를 올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어종별 도매 단가(2016년 기준)
1) 광어의 평균 단가(최근 광어 단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아래 가격은 완도산 기준이며, 제주산은 2~3천원 정도 빼면 됩니다.)
- 광어 소(1kg 미만) : kg당 10,000~12,000원
- 광어 중(2kg 내외) : kg당 17,000~19,000원
- 광어 대(3kg 이상) : kg당 25,000~27,000원
2) 참돔의 평균 단가
- 참돔 중대(2kg 내외) : kg당 14,000~16,000원
- 참돔 특대(일본산 3kg 이상) : kg당 21,000~23,000원
3) 우럭의 평균 단가
- 국산 양식 : kg당 13,000~14,000원
4) 점성어의 평균 단가
- 중국산 양식 : kg당 9,000~10,000원
5) 강도다리 평균 단가
- 국산 양식 : kg당(3~4미) 17,000~18,000원
6) 자연산 돌돔의 평균 단가
- 돌돔 중(1kg 전후) : kg당 55,000원
- 돌돔 대(2kg 내외) : kg당 60,000원
※ 참고
위 가격은 평균 단가로 지역에 따른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활어를 대량 구매하는 점포일수록 단가를 저렴하게 가져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죠? 위 가격은 중간 도매인을 통해 횟집에서 들여놓는 가격이므로 수산시장 점포가 들여놓는 가격은 이보다 약간 더 저렴할 수 있습니다.
#. 투명한 가격 정책은 수산시장 전체 매출로 이어진다.
사실 도매 단가까지는 알 필요도 없고 공개할 이유도 없지만, 소비자로서 최소한 소비자가를 알고 살 권리는 있습니다. 위 단가에서 보았듯이 소비자가는 상인이 가져오는 단가의 2~2.5배 정도로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참돔을 예로 들면, 2kg 내외 참돔을 평균 15,000원에 가져와 30,000~35,000원에 팔면 kg당 50~60%의 마진을 남길 수 있으며, 이것으로 임대료와 수조 유지비용을 내면 결과적으로 다른 식당과 비슷한 수준인 20~30%대의 순이익을 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상인으로서 매우 적게 남겨먹는 구조라 이것저것 빼면 남는 것이 없다고 불평할 지도 모르지만, 제가 말하는 가격 정찰제는 다다익선의 수익 구조로 연결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신뢰'에서 오는 긍정의 힘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소비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다름 아닌 '가격'입니다. 가격을 표시해 바가지 상술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면, 수산시장을 향한 소비자의 불신은 줄게 될 것이며, 내가 이 가격에 사더라도 상인은 폭리를 취하지 못하고 적정 수준의 이윤을 남기는 것임을 인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서로가 믿고 거래하는 양이 많아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가격 정찰제는 수산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기폭제가 됨으로써 더 많은 관광객과 소비자를 수산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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