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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호텔 뷔페의 배신, 점성어 사용이 문제되는 이유
딸의 돌잔치를 예약하기 위해 서울 서북부에 있는 H 호텔에 들렀습니다. 가격을 묻고 뷔페의 상태를 둘러보는데 생선회 코너에서 석연치 않은 횟감을 발견하였습니다. 진붉은색의 혈합육을 가진 생선. 그것은 점성어였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호텔에서 점성어를 사용했다는 것. 왜 문제가 될까요?
표준명 홍민어(점성어)
점성어는 20년 전만 해도 한반도 연안에 서식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와 멕시코만의 따듯한 해역에서 서식하는 외래종이었죠.
몸 길이 1m가 넘는 대형 어류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낚시 대상어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낚시 산업이 발달하면서 점성어의 개체 수는 점점 줄어 개체 수 보존에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하게 된 것이 인공 종묘에 의한 양식입니다. 그 시초는 1980년 중반인데 미 텍사스에서 활성화된 점성어 양식 산업을 기점으로 이를 한국 업자들이 사들여 중국에서 양식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병해를 줄이기 위해 각종 항생제와 발암물질을 투여했고 그 상태로 점성어는 우리나라로 수입돼 지역 수산시장, 횟집, 일식집으로 들어왔죠. 심지어 싸구려 횟감은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호텔과 고급 스시집마저도 점성어를 헐값에 사들여 폭리를 취했습니다. 여기에 점성어는 껍질을 벗겨 놓았을 때 민어, 도미와 유사하기 때문에 지금도 민어와 도미회로 둔갑해 팔기도 합니다.
점성어의 이력을 조사해 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루코 말라카이트 그린'이라는 발암물질의 투여입니다. 이 약품은 수조의 이끼와 세균을 박멸하는 데 효과가 있어 주로 관상용에서만 허용하고 식용어 양식에는 금지된 품목입니다. 그런데 점성어에서는 이 약품이 검출돼 수입을 전면 중단한 사례가 있었죠. 그러다가 몇 해가 지난 지금은 시중의 수산시장, 횟집 등에서 점성어를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수입이 재개된 것인데 그렇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그 어떤 뉴스나 자료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흡사 도미와 비슷하게 생긴 점성어(홍민어) 초밥
현재 점성어는 중국에서만 양식해 우리나라로 수입되고 있는데 여기서 문제는 중국에서 사육되는 양식장 환경에 대한 자료나 정보를 일절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양식장 환경이 어떠한지, 어떤 사료를 먹이는지, 항생제 잔류를 없애는 휴약기간을 준수하는지 등에 대한 검증과 시찰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양식 업자들도 그 부분에 대해 대외로 노출되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점성어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료를 먹고 얼마나 많은 항생제와 발암물질이 남용되는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어서 우리는 그저 통관을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 믿고 먹어야 하며, 그렇다고 해서 식약처의 검사 결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천보 만보 양보해 이 부분이 무결점이라고 해도 유명 호텔이 점성어를 사용했을 때 심기가 불편한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점성어의 가격이 얼마나 저렴한지를 알 필요가 있는데 민어와의 단가 차는 무려 10배 이상이며, 도미와 비교해도 훨씬 저렴합니다. 점성어는 업장이 단가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횟감입니다. 지금도 점성어는 수산시장에서 파는 여러 활어 중 가장 저렴한 단가를 자랑합니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양식장 환경 적응력도 좋아 이 어종을 1m 가까이 키워내는데 비교적 많은 시간이 들지 않아 양식업자들이 선호합니다.
그 결과는 대량 양식으로 이어졌고 폭발적인 공급량을 앞세워 단가는 10년 전 가격이 1kg에 5천원 선. 지금은 많이 오른 9천원 선에 거래됩니다. 상인이 8~9천원으로 점성어를 사들이면 소비자에게는 kg에 25,000~30,000원에 파는 것이니 생각보다 썩 저렴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호텔이라고 해서 값싼 점성어를 사용하면 안 되리란 법이 없습니다. 해당 호텔은 버젓이 점성어라 표기하고 내놓고 있으니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점성어의 사용은 호텔 뷔페에 거는 고객의 기대치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호텔에 지불한 만큼 그에 걸맞은 수준의 음식을 기대합니다. 그런 기대치와 명성으로 먹고사는 호텔에서 단가로 폭리를 취하기 좋은 점성어를 사용했다는 사실,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1kg에 몇천 원 수준인 싸구려 횟감으로 호텔 뷔페의 한 코너를 차지하는 모습에서 그 호텔에 거는 신뢰와 기대는 서서히 깨지고 있습니다.'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듯이 사용한 횟감의 수준이 이러하다면 밀가루와 고기, 채소 등 그 호텔이 사용하는 재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문제가 비단 H 호텔에서만의 일은 아닙니다.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강남의 유명 일식집, 호텔 뷔페에서 점성어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만큼 점성어는 단가가 저렴해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기도 합니다. 사실 점성어를 쓴다 해도 그것이 뭔지 알아보는 손님 또한 매우 드뭅니다. 이들 업장은 고가 정책으로 럭셔리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교묘히 손님의 무지를 이용해 싸구려 식재료를 남용하며 매출 올리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고급 호텔 뷔페에 대한 고객의 기대치, 과연 지불한 만큼 드셨나요? 이 시간 이후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H 호텔 뷔페의 매니저에게 전달하였는데 사태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조속한 시일 내에 시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신 : 오늘 내용은 일부 호텔, 일부 스시집에 한해서이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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