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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는 평소 생선회에 관심이 많은 분에게도 생소한 내용입니다
.일부 유통 상인들만 알고 있는 활어(횟감)고르기 노하우로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여러분이 평소에 드시고 있는 횟감의 실체이기도 합니다.
횟집을 운영하는 업소 중 회를 직접 사지 않고 받아쓰기만 했던 사장님들. 그리고 수산시장에서 직접 활어를 잡아 드시기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알아두면 유용한 내용입니다.
PM 11:00 인천 연안부두
횟집이나 일식집에서 활어를 받아 쓰는 유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유형으로 그냥 앉아서 물건을 받아 쓰는 횟집입니다.
활어차가 업소로 직접 찾아와 활어를 제공해 주는 경우인데요. 우리 주변의 대부분 횟집이 그러합니다.
이 경우 거래처에 따라 혹은 업소 마인드에 따라 횟감의 질을 보장받을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단가를 싸게 쳐야 하니 B급 혹은 C급 활어를 들여 놓기도 하며 서민들이 즐겨 먹는 가격이 형성됩니다.
물론, 활어차를 받는 집이라고 모두 B급 C급이란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기서 B급 활어란 "일반적인 품질"을 말합니다.
업소 처지에서도 이렇게 하는 게 편리합니다. 일단 활어차가 필요 없고요. 귀찮게 새벽에 나가 활어를 사와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습니다.
물론, 활어를 직접 골라 쓴 적이 없으므로 고르는 안목에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렇게까지 사와야 할 필요성도 사실 못 느끼겠고요.
또 다른 경우는 횟감에 신경 쓰는 오너셰프가 직접 활어를 사러 가는 경우입니다. 자체적으로 활어차를 가지고 있고요.
오너셰프가 오랫동안 거래해 온 VIP라면, 해당 거래처에서는 A급 활어를 제공할 확률이 높고 오너셰프도 나름대로 활어 고르는 안목이 있기 때문에
좋은 횟감을 가지고 오는 편입니다. 주로 대도시의 유명 일식집, 호텔 일식 등이 이에 해당하며 횟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장사하는 일반 횟집도 간혹
있습니다. 활어차를 끌고 새벽 시장에 나가 일일이 사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자기 이름을 걸고 장사하기에
자존심이 달린 문제이며,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과 노력은 높은 판매가로 보상받습니다.
하지만 유명 일식집도 호텔도 아닌데 평범한 횟집이 평범한 가격으로 장사하면서 이러한 수고로움을 들인다면, 마진율은 좋지 않을 것입니다.
이 경우 술을 많이 팔아야 남겨 먹는 매출 구조가 되겠지요. 이날 저와 함께 한 횟집 사장님이 그러합니다.
판매가는 일식집에 못 미치지만, 횟감만큼은 A급을 고집하는 사장님. A급인 만큼 가격도 일반 활어의 2배입니다.
3일에 한 번씩 나가 이렇게 장을 봐야 하는 것도 수고로운 일이지만, 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횟감의 질을 유지하기 위함이겠지요.
이날 사장님을 따라 활어를 구매하는 모습을 보며 "음식 질을 유지한다는 게 매우 힘든 일이구나"란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첫 번째 업무는 끌고 온 활어차에 해수를 채우는 일로 시작합니다. 인천 연안부두에는 수많은 활어차가 다닙니다.
이곳에는 마치 주유소처럼 해수 서비스를 해주는 곳이 제법 있었는데요. 이것도 업소마다 해수의 질이 다르다고 합니다.
유통 상인이라면 개인마다 선호하는 곳 정도는 있겠죠. 이곳을 기준으로 하자면, 해수 1톤을 채우는데 만 원가량 듭니다.
사장님은 이곳과 오래 거래해서 그런지 고작 1/3 가격으로 채웠습니다.
해수도 아무 해수나 갖다 쓰면 안 된다고 합니다. 해수는 물고기 생명과 직결되는 것으로 특히, 수온이 가장 중요합니다.
광어, 도미, 농어, 우럭, 돌돔 등 저마다 활동하기 좋은 적서수온이 있지만, 양식을 포함해 우리나라 연안에서 나는 해수어들이 공통으로 적응하기
쉬운 수온은 약 15도. 이 15도에 맞춘 해수를 채워야 합니다. 하지만 인천 앞바다에서 끌어온 해수는 3~4월 기준으로 10도 전후밖에 안 됩니다.
그대로 끌어 쓰면, 폐사할 겁니다. 그래서 이들 업소는 해수를 끌어다 보일러를 돌려 물을 데워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때 들어가는 유지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 제공된 해수 1톤 가격이 제게는 상당히 저렴해 보여요.
인천 연안부두의 활어 시장
다음은 각종 부식 재료를 사는 건데요. 부요리(스끼다시)로 사용되는 냉동 새우라든지 옥수수콘, 통조림이나 가공식품 등을 구입합니다.
이 부분은 생략하고, 그다음은 어패류 중 조개와 멍게를 고르는 일입니다.
양식 전복
이곳의 전복은 완도를 비롯한 서남해에서 양식한 것입니다. 14미, 17미라 써 붙여진 건 1kg을 기준으로 전복 크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4미는 전복 14마리가 1kg이라는 뜻이고 25미는 전복 25마리가 1kg이라는 뜻인데 단가는 당연히 14미가 비쌉니다.
일반 업소는 작은 전복을 선호하겠죠. 단가가 저렴하니까. 그리고 소비자는 전복 크기보다는 마릿수에 반응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실질적인 양(수율)은 크기가 적을수록 떨어지기 마련이지요. 그러니 전복 뚝배기에 500원도 안 되는 콩알만 한 전복이 여러 마리 들어갔다고 좋아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날 함께 하신 사장님은 너무 큰 것도, 너무 작은 것도 아닌 적당한 사이즈를 몇 마리 샀습니다.
해삼
해삼이 든 수조 모습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잘 보면 바닥에 있는 얘덜도 있고 유리 벽에 붙은 얘덜도 있는데요.
유리 벽에 붙은 해삼이 활력이 좋은 해삼입니다. 그래서 다른 셰프나 거래처가 와서 선수 치기 전에 좋은 물건만 골라잡습니다.
해삼을 고르는 건 이걸로 끝이 아니고 직접 만져봐야 합니다.
만졌을 때 물컹한 것들은 수조에 도로 던져버리고 딱딱한 것만 골라 챙깁니다. 여기까지는 해삼 고르는 법. ^^
왼쪽부터 멍게, 돌멍게, 비단 멍게
우리가 접하는 멍게는 세 종류. 흔한 멍게부터 돌멍게(표준명 : 끈멍게), 그리고 비단멍게가 있는데요.
저는 다 먹어봤지만, 그냥 멍게(우렁쉥이)가 가장 낫더군요. 돌멍게는 제가 알기로 전부 자연산입니다. 껍질로 소주잔 하면 좋지만. 맛은 잘 모르겠습니다.
비단 멍게는 속살이 굉장히 불그스름한데 향은 멍게에 못 미쳤던 기억이 납니다. 멍게는 봄이 제철이니 많이 드시기 바래요.
인천 연안부두 활어 도매시장
다음은 활어를 고르기 위해 주 거래처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공개를 잘 안 하고 들이기를 꺼립니다.
주 고객은 유명 일식집, 호텔 일식, 중간 상인들입니다.
이들 셰프들이 새벽 시장에서 A급 활어를 전부 골라가면, 남은 물량 중 일부는 노량진 수산시장, 소래포구, 가락동 농수산물 등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수산시장에서 사 먹는 활어들 중 일부는 이곳을 거치게 됩니다.
이곳 연안부두 활어 도매시장은 전국 각지에서 온 양식 활어의 총 집결지라 보면 됩니다.
물론, 중국산도 많이 들어오고 있으며 요새는 물량이 줄었지만, 일본산도 취급합니다.
이런 장면은 아마도 전체 블로그를 통틀어 처음 공개하는 것일 텐데요.
각 물칸마다 어종과 크기, 원산지별로 전부 나뉘어서 관리되고 있습니다. 산소 주입으로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꽤 시끄럽죠.
이렇게 한 업소만 하더라도 엄청난 규모이며 취급, 관리되고 있는 활어만 해도 6억 원어치입니다.
바닥은 언제나 바닷물로 젖어있습니다. 그 축축한 통로를 따라 들어갑니다.
쥐노래미
이곳은 자연산을 취급하지 않습니다. 전량 양식이고요. 횟집에서는 '놀래미'란 이름으로 판매되는 어종이지만, 정식명은 쥐노래미입니다.
씨알은 30cm로 다 고만고만.
강도다리
국내산 양식 강도다리입니다. 좌광우도를 보면 양 눈의 방향이 왼쪽에 치우쳐진 게 광어와 똑같죠.
하지만 얘는 넙치(광어)과가 아닌 가자미과 어류로 유일하게 눈 방향이 광어와 같습니다. 좌광우도 법칙이 적용 안 되는 어종.
강도다리는 봄철 '봄도다리 세꼬시'라는 메뉴에 사용되는 어종입니다. 횟집에서는 봄도다리라고 표현하지만, 봄을 제철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 준비되어 있으니 그때 하겠습니다.
터봇(찰광어)
제주산 양식입니다. 혹자는 광어와 교잡종 아니냐 하시는데요. 교잡종이 아니고 터봇이라는 넙치 종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역에서는 서식하지 않으며, 주로 유럽 해안에서 낚시 어종과 식용어로 인기가 좋은 종자를 가져와 국내에서 양식하는 줄 압니다.
그 과정에서 교잡을 시도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단가는 kg당 25,000원. 소비자가로 가면 광어의 1.5배 정도 될 겁니다.
줄돔
자연산은 돌돔이지만, 얘는 양식이고 새끼니까 줄돔이라고 표현할게요. (횟집에서도 줄돔이 익숙할 테고)
씨알이 20cm인 것으로 보아 1년~1년 반으로 생각됩니다. 빨리 키워 대량으로 출하하기 좋은 횟감.
국내산 능성어
한때 서울, 수도권 횟집에서 '다금바리'라는 메뉴로 팔렸던 능성어. 이제 그런 업소는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인터넷의 힘인지 ^^
능성어를 다금바리로 속여먹기 위함이 아니라 그냥 '무지'에서 나온 것으로 지금도 이 능성어를 다금바리로 알고 있는 횟집 사장이 더러 계세요.
이는 강도다리가 광어+도다리 교잡종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과 비슷한 사례입니다.
서울, 수도권에서는 kg당 8만 원이면 적당한 횟감이며 통영 등 해안가 시장에서는 그날마다 시세가 다르지만, 대략 kg당 5만 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맛은 도미보다 낫습니다.
중국산 홍민어
민어가 아니고 홍민어라는 외래어종. 꼬리를 보면 큼지막한 점이 있어 '점성어'로 통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식을 안 하는 걸로 알고 전부 중국에서 들어옵니다. 홍민어를 양식하는 업자들은 한국인이 많고 과거에는 '말라카이트 그린'이라는
환경 호르몬이 검출돼 반입 금지가 내린 것으로 아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다시 들어오더니 지금 여기저기서 쉽게 구경할 수 있습니다.
얘도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니 어찌 보면 민어나 참조기와 친인척 관계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홍민어는 민어와 비교할 수 없는 저렴한 어종으로 이것을 값싸게 팔면, 문제가 안 됩니다.
대신 홍민어를 벗겨 놓으면 도미와 흡사하다는 점이 있어 이를 이용해 도미로 둔갑해서 파는 집이 여전히 있습니다.
저는 횟집을 고를 때 수조에 홍민어가 있으면 그 집 안 갑니다. 홍민어를 취급한다는 것은 '횟감에 신경을 안 쓴다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물론, 업소마다 사정이 있고 성격이 있으므로 어느 누구에게 강요할 권리는 없습니다.
홍민어가 맛이 있든 없든 저렴하게만 먹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고요. 원산지와 어종을 속이지 않고 팔면 됩니다.
환경 호르몬 문제는 제가 샘플을 검출해 알아낼 방도가 없으므로 여기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사장님은 홍민어를 가장 싫어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씹히는 식감이 기분 나쁘기 때문인데 저도 그게 어떤 부분을 꼬집은 건지 이해합니다.
홍민어는 질겅질겅 한 식감이 특징으로 자주 드셔 본 이들은 아마 알고 계실 겁니다. 문제는 홍민어의 사용처인데요.
좀전에 저는 홍민어를 팔 때 원산지와 어종을 모두 드러내고 저렴하게 판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장님의 폭로를 듣고는 생각보다 소비자 우롱이 심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름만 대면 알만한 강남의 유명 일식집, 심지어 모 호텔 일식집에서도 홍민어가 사용되고 있음을 몇 차례 확인하였다고 합니다.
그곳은 두당 최소 8만 원, 저녁에는 20만 원까지 호가하는 고급 일식집일 텐데, 만약 사장님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소비자 우롱을
몇몇 업소들이 하고 있다는 것. 이 부분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개인적으로 사비 털어가며 가기도 뭐하고 참. 애매합니다. ^^;
국산 감성돔
양식 감성돔은 전체적으로 채색이 어둡고 개체에 따라 누런 빛깔을 띠기도 합니다. 여기까지는 서론이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활어 고르는 방법을 쓰려고 시작한 글이 잡설로 늘어났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수레를 끌고 가서 활어를 담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다양한 원산지의 광어들이 총 집합되어 있습니다. 이날은 제주산보다 완도나 충무산이 많이 들어와 있네요.
사장님은 제주산도 써보고 완도산도 써보고 했지만, 육질은 완도산이 낫다고 하시더군요. 어디까지나 개인 소견입니다.
최근 제주산 광어에서 쿠도아충 문제로 불거진 것도 한몫했지만, 아무래도 수온이 높은 제주산보다는 수온이 찬 완도산 광어가 육질은 쫄깃하다는 게
주요 이유로 꼽힙니다. 양식장 수온이라는 것은 결국, 주변 해역의 물을 끌어다 쓰기 때문에 그 지역의 수온이 양식장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고요.
이곳 광어는 마리당 600g짜리부터 최대 4kg에 이르기까지 씨알이 다양합니다.
사장님은 더 큰 것 없냐면서 큰 것만 찾으시는데 이날은 3~3.5kg 광어가 가장 큰 씨알로 보여 이걸 사기로 합니다.
3~3.5kg짜리 광어
완도산 광어입니다. 노랗게 모래색을 띠는 제주산 광어와 달리 완도나 충무산은 어두운 겨자색을 띱니다.
같은 원산지라면, 게 중에서도 채색의 밝고 어두움이 공존하는데요.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밝은색을 고르는 게 기본입니다.
그 이유는 '활어의 적응'과 관련이 있습니다. 상인들은 흔히 '이끼가 났다.'라고 표현하는데 이곳에 들어온 지 2~3일이 지나 적응을 마친 것들입니다.
다시 말해, 처음 들어온 광어는 활어차의 어두운 공간에 갇혀서 운반되었기 때문에 채색이 진하고 어둡습니다.
그러다 조명이 밝게 켜진 수조에 2~3일이 지나면 '자기 색깔'을 찾는데 이 과정을 '이끼가 난다.' 혹은 '순치 과정'이라 표현합니다.
그러므로 수산시장에서 광어를 고를 때는 '같은 원산지라는 전제'내에서 채색이 밝은 게 순치된 활어이며, 스트레스가 덜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광어는 지느러미살이 도톰한 게 가장 좋다.
두 번째는 알이 들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3~6월은 광어의 산란기로 암컷은 알이, 수컷은 정자(이리)가 찰 시기입니다.
배를 보면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는데 그런 건 일단 피합니다. 알을 많이 가진 광어일수록 살밥이 덜 차기 때문입니다.
살밥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왕 말씀드리자면.
세 번째 방법이 살밥의 상태를 보는 건데요. 살밥은 비육 상태를 말합니다. 쇠고기 등급으로 따지면 A, B, C 등급이겠죠. (1, 1+, 1++은 근내지방도)
살밥을 보는 방법은 위 사진처럼 지느러미 부근의 살을 만져 통통한지를 확인하는 겁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파는 광어는 대부분 홀쭉한 게 많습니다.
이유는 이곳의 활어 중 오너셰프들이 좋은 걸 다 가져가고 남은 B급 활어를 시장에서 받기 때문입니다.
살 빠진 광어의 경우 위 사진에서 엄지손가락을 댄 부위가 홀쭉해 주름이 잡혀 있다는 걸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이 살짝 패여 있는데요. 그런 것들은 비육 상태가 안 좋은 광어이므로 피합니다. 위 사진은 비육 상태가 양호한 광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비단 광어뿐 아니라 도다리, 가자미를 고를 때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납작한 물고기의 생명은 지느러미살의 비육 상태에 있습니다.
그러니 손으로 직접 만져 살밥의 두께 감을 느끼면서 고르는 게 확실합니다. 수산시장에서 대광어를 잡으시려면 이 방법을 사용하세요.
손으로 지느러미살을 만져 더듬는 순간, 상인들은 여러분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입니다.
다음은 참돔을 고르는 방법입니다. 내용에 앞서 원산지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참돔은 현재 일본산, 중국산, 국내산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만, 작년 방사능 유출수 여파로 일산 도미 시장이 굉장히 위축해 있습니다.
품질은 일산 도미가 압승입니다. 일단 킬로 수가 가장 많이 나가며, 비육 상태 또한 좋습니다.
외형을 보면 때깔도 차이가 나죠. 일산 도미는 자연산 도미와 흡사해 선홍색에 푸른색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 있습니다.
눈 아래 푸른색 아이섀도우도 칠해져 있고요. 이유는 일본에서 참돔을 기르는 양식장에 검은색 차광막을 씌우기 때문입니다. (인삼 기르듯이)
햇빛에 덜 노출되어 기르는 것이며 먹이 또한 새우(갑각류)를 사용한 것도 우아한 빛깔을 만든 요인입니다.
반면, 국내산과 중국산은 한눈에 척 봐도 시커멓습니다. 등에 푸른색 다이아몬드가 박혀있기는 하나 어두침침하며 때깔이 좋지 않습니다.
비육 상태는 그래도 2.5kg까지 키워서 출하하므로 일산 도미 못지 않은 경쟁력을 따라가는 중입니다.
그렇지만 맛을 본 이들은 일산 도미에 손을 들어줍니다. 저 역시 일산 도미가 압승이라고 생각하고요.
문제는 방사능 여파 때문에 일본산 양식 도미를 꺼리는 데 있겠지요.
일본의 참돔 양식장은 규슈와 시코쿠 지역을 사고 해역과 해류의 흐름과는 무관합니다.
여기서 원전 오염수가 태평양을 돌아 다시 한반도까지 왔으니 전부 오염됐다고는 말하지 마시고요. 그게 사실이면 지금 우리가 먹는 국내산
수산물도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익혀 먹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사능은 익혀 먹나 생으로 먹나 똑같이 적용됩니다.
제가 걱정하는 건 규슈와 시코쿠 해역의 바다 오염이 아닙니다. 이들 양식어에게 주는 사료입니다.
그 사료 중 일부는 일본의 다른 해역에서 잡은 까나리, 정어리 분쇄육을 포함하기 때문에 미미한 수치지만, 몇 베크렐(bq)이 검출될 수 있다는 것.
물론, 기준치인 100베크렐 이하이므로 유통에는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걸 먹으면 우리 인체에 얼마나 헤로울 것이냐?의 문제가 남았는데
이 문제는 식품 방사능 오염 수치를 kg 단위로 나눠 내부 피폭 정도를 계산해야 하므로 다음에 기회 되면 설명하겠습니다.
여기서 결론을 맺자면, 솔직히 일산 도미를 매일 먹는 것도 아니고 정말 어쩌다 먹고 싶을 때 한 번 먹는 건데 피폭 정도를 계산해보니 헛웃음만
나올 정도로 경미한 수치가 나오더군요. 그래서 저는 가끔이지만, 먹어도 된다는 입장입니다.
방사능 관련해 기초 상식이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래요.
국내산 생선, 방사능 피폭 확률은? (도미, 조기, 민어, 옥돔)
알아두면 유용한 방사능 간단 상식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의 허와 실(식품 방사능 측정에 관하여)
국내산 참돔
어쨌든 참돔 고르는 일이 남아서 마저 설명하자면, 수조를 보면 많은 참돔이 헤엄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엄연히 A급이 있고 B급이 있습니다. 혹시 보이시나요?
쉽게 설명하자면, 유영층을 보고 판단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도 좀 전에 설명한 '수조 환경 적응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위 사진은 순치 과정에 있는 참돔을 보는 건데요.
순치는 활어의 스트레스와 직결되며, 활어 스트레스는 '육질'과 직결되므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이야기는 횟집 사장님들 중 활어를 직접 고르겠다는 분들과 수산시장에서 직접 잡어드시겠다는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일 것입니다.
수조의 수심은 1m가 채 안 됩니다. 이 1m를 상층, 중층, 하층으로 나눠서 보면 각 개체의 유영층이 눈에 보일 겁니다.
이때 너무 상층도, 너무 하층도 아닌 딱 가운데를 유지하며 헤엄치는 참돔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순치가 잘 된 참돔은 중층을 유영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감성돔, 돌돔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색으로 고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밝고 유난히 붉은 참돔이 있는가 하면, 어두 침침한 참돔도 있습니다.
유난히 붉은 참돔 중 일부는 수면에서 유영하는 데 이런 건 고르지 않습니다.
반면, 너무 어두운 참돔 중 일부는 바닥에서 유영하는데 역시 고르지 않습니다.
참돔은 색깔과 관계없이 중층을 유영하는 게 좋은 물건이며, 색깔은 적당히 붉은 게 좋습니다.(이 표현이 참 애매한데요. 지나치게 밝은 건 피하라는 뜻)
대략 요 정도의 빛깔이면 오케이. 원산지는 통영산입니다. 단가는 일산 > 중국산 > 국산 순으로 갑니다.
중국산보다 국산이 더 저렴한 것에 대해 의아하실 텐데요. 그게 지금 활어시장의 현실입니다.
요즘 일산 도미가 많이 줄자 적잖은 업소들이 국내산 참돔을 들여 놓고 있습니다. 품질은 중국산이랑 비교했을 때 뭐가 낫다고는 장담 못 하지만,
일단 단가가 중국산보다 저렴하므로 업소는 조금이라도 이윤을 남기기 위해 단가가 저렴한 활어를 들여 놓는 것입니다.
양식 강도다리
이제 필요한 활어를 구매하고 활어차에 실었습니다. 저는 강도다리 한 마리를 무료로 얻었는데요.
가져와서 회로 먹은 결과는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소개하겠습니다.
적어도 서울, 수도권에서는 우리가 먹는 활어는 이곳을 거치게 됩니다.
인천 연안부두 활어 도매시장은 전국 각지에서 오는 양식 활어를 받아 보관하는 곳으로 고급 일식집, 호텔은 물론 마트로도 납품합니다.
직접 사가는 상인도 있지만, 활어차에 실어 운송하기도 하고요. 주로 새벽에 장을 보러오는 이들이 많은데 그때가 되면 좋은 활어를 선별해 가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그렇게 한다고 하여 A급 활어를 다 내줄 수도 없지만 상대적으로 선별해서 가져가므로 아무래도 B급과 C급이 많이 남습니다.
이들 물량은 대도시의 수산시장, 횟집으로 유통하고요. 물론, 수산시장이나 횟집으로 가는 활어가 전부 B나 C급은 아닙니다.
미처 팔리지 못한 A급도 있겠고요. B급이라고 해도 품질이 떨어지는 게 아닌 일반적이 질을 말합니다.
유명 일식집 중에는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며 장사하는 업소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특별한 경력으로 알려진 곳도 있고요.
세공 기술이 좋아서, 혹은 여기서 볼 수 없는 자연산 횟감을 특별 공수해서 선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은 나름대로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프로들로 자부심을 가질 만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술이 좋은 것도 아니고, 자연산을 취급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서 마치 "다른 데서는 보기 어려운 특별한 횟감."이라며, 3~4kg 양식어를 대단한 것처럼 포장해 프로모를 선보이는 고급 일식당이 있는데요.
유통 구조를 모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런가 보다 하며 감탄하며 드시겠지만, 그래 봐야 이곳을 거쳐 간 양식 활어일 뿐입니다.
활어의 유통 구조를 알고 횟감 고르는 안목이 생기면, 회를 먹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사실. ^^
더불어 이 업소가 정말 좋은 횟감을 사용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변별력도 생긴다는 사실을 이 글을 통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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