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문치가자미), 양식 안 되는 진짜 이유


 

 

예전에 도다리를 취재하러 갔을 때 조업 현장과 경매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때 도다리 몸값이 어떻게 되는지 문치가자미와 도다리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이게 이렇더라, 저게 저렇더라 하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해마다 조금씩 변하지만, 남도 지방은 물론 전국적으로 도다리로 인식하는 문치가자미는 하루에도 몇십 상자씩 위판되는 데 비해 '표준명 도다리'는 한두 상자에 그치는 꼴입니다. 그런데 예전의 도다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거에는 이렇게까지 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의 문치가자미만큼은 아니지만, 30년 전만 해도 표준명 도다리는 제법 잡혔다고 전해집니다.

 

지금은 문치가자미 200마리가 잡힐 때 표준명 도다리가 1~2마리꼴로 잡힙니다. 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것인지 그 이유에 관해 생각해 보면, 첫 번째는 남획, 두 번째는 번식력, 세 번째는 먹잇감에 따른 서식지 차이로 정리됩니다. 도다리와 문치가자미는 선호하는 먹잇감이 다르기 때문에 서식지도 자연스럽게 갈립니다. 봄철 산란을 위해 얕은 곳으로 올라오는 문치가자미와 달리, 도다리는 수심 깊은 곳에 사는 극피동물을 즐겨 먹는 탓에 50~100m 이상 매우 깊은 저서 층에 주로 서식합니다. 다만, 이 철에 몸값이 오르는 일명 봄 도다리(표준명 문치가자미)는 얕은 바다로 몰리기 때문에 조업 배들도 문치가자미의 어군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표준명 도다리의 어획이 약세인 것입니다. 하지만 표준명 도다리가 귀한 이유를 이것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더 근본적이 이유는 번식력 다시 말해, 개체 수 자체에서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표준명 도다리를 양식하려는 시도가 과거에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먹이와 환경 적응력의 문제로 인해 성공하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한편, 우리가 봄 도다리로 알고 있는 문치가자미는 한때 양식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날 치어방 류로 개체 수를 연명하고 있지만, 한때 문치가자미의 어획량이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을 때 부산고 수산과를 졸업한 어느 선장이 문치가자미의 양식화를 직접 시도했습니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히면서 양식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양식을 포기한 이유는 언론에서 수 차례 보도한 '성장 속도가 느려서'라는 사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사진 1> 표준명 문치가자미

 

오늘날 국내의 양식 기술은 일본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웬만한 어종은 양식화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양식을 포기하거나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은 이유는 '돈이 안 돼서'입니다. 양식은 첫째도 돈, 둘째도 돈, 그래서 그 지역의 새로운 부가가치와 수익성을 창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량 양식해야 하는데 때에 따라서는 좁은 우리에 합사가 어려운 어종이 있습니다. 자기 영역을 지키는 습성과 공격성이 강한 어종이 그러하고, 환경 적응과 병해에 약해 곧잘 폐사하는 어종이 그러합니다. 일각에서 말하는 '느린 성장 속도'는 물세, 전기료, 사료비 등의 수지타산을 맞춰야 하는데 문치가자미처럼 봄에 출하해 제 몸값을 받는 고부가가치 어종이라면 얼마든지 감내하며 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치가자미의 경우, 생각지도 못한 습성 때문에 양식화가 무산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매우 드물 것입니다. 그 이유의 힌트가 위 사진에 있습니다. 짐작이 가시나요? 보시다시피 문치가자미는 좁은 구역에 서로 문대며 삽니다. 서로 으르렁대지도 않으며,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의지도 없습니다. 아마도 좁은 수조에서 대량으로 양식하기에는 이만한 어종도 없을 것입니다.

 

 

문치가자미의 유안부

 

그런데 문제는 문치가자미의 비늘입니다. 비늘 자체는 작은데 손으로 만져보면 꽤 거칩니다.

 

 

문치가자미의 무안부

 

반면에 문치가자미의 뱃가죽은 매우 연합니다.

 

 

수조에 놓인 문치가자미를 살피면, 서로 겹친채로 누워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좁은 수조에서는 서로 부대낄 때는 반드시 아래에 깔린 녀석과 그 위를 덮은 녀석으로 양분됩니다. 문치가자미의 습성 중 하나가 이동 시 모래를 긁고 다녀서(도다리가 양 지느러미로 모래 연기를 내며 움직이는 것을 상상하면 됩니다.) 이렇게 좁은 수조에서 부대낄 때는 어쩔 수 없이 비늘을 긁고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배는 상처가 나면서 마치 피멍이 든 것처럼 벌게집니다. 심할 때는 뱃가죽의 일부가 뜯겨 내장이 흘러나오기도 하며, 상처 부위로 2차 감염이 생기기 때문에 어병에 노출됩니다. 이런 문제로 대다수가 폐사하면서 문치가자미의 양식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어떤 어종이라도 그 어종의 습성과 생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이렇게 어렵구나를 새삼 느꼈습니다.

 

문치가자미의 어획량은 일 년 중 3~4월이 최다입니다. 하루에도 몇십에서 몇백 상자씩 쏟아지고 있지만, 수도권에서는 문치가자미 쑥국을 맛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산지에서 대부분 물량이 소진된다는 증거이며, 그중 일부 물량이 식재료에 지각 있는 일식당이나 횟집으로 들어갑니다. 만약, 문치가자미가 양식화되면 상당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3~4월에는 쑥국과 뼈째 썰기(세꼬시)용으로 출하하고, 남은 물량을 좀 더 살 찌워 초여름에 내면 훌륭한 횟감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지금까지 언급한 문제를 극복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겠지요.

 

지금까지는 문치가자미(방언 도다리)가 양식되지 않은 이유를 단지 '성장 속도가 느려서'로 보도되었지만, 이러한 속사정이 있음을 여러 언론 매체에서도 잘 알고 다루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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