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류도감/릴찌낚시] 보리숭어로 잘 알려진 숭어에 관하여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숭어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숭어와 가숭어"

생김새도 맛도 비슷하지만, 둘 다 여름에는 맛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둘은 여러 면에서 닮은 듯하면서도 상반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서민들에게는 친숙한 횟감이자 낚시 어종인 숭어. 
마흔아홉번째 어류도감 이야기는 봄철에 먹어야 쫄깃함을 맛볼 수 있는 숭어 이야기입니다.



■ 숭어에 관하여
표준명 : 숭어(숭어목 숭어과)
방언 : 개숭어, 보리숭어, 모치(어린 숭어), 참숭어(X),
영명 : Gray mullet
일명 : 보라(ボラ)
전장 : 80cm
분포 : 한국의 전 해역, 세계의 온대와 열대 해역, 일본, 중국
음식 : 회, 초밥, 소금구이, 튀김, 전
제철 : 12~4월(겨울부터 초봄까지)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사진 1> 숭어(위)와 가숭어(아래)

#. 생태와 특징

숭어는 숭어목 숭어과의 대표 생선으로 한국뿐 아니라 전 대양의 온대와 열대 바다에 고루 분포합니다.
지중해에서 잡히는 숭어도 우리나라 숭어와 '같은 종'이며, 아프리카 해안에서도 같은 종이 잡힙니다.
가숭어는 1m까지 자라지만, 숭어는 약 80cm까지 자라며, 30cm가 넘어가면 알을 낳는데 정확한 산란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산란 시기는 문치가자미와 비슷한 시기로 12~2월이며, 이때 숭어는 먼바다로 이동해 몰래(?)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 봄이 오고 수온이 반등하면, 북상해 우리나라 곳곳으로 들어오며 짜지 않고 싱거운 물을 좋아하는 습성에 강 하구에서 기웃거리다가 일부는
낚시꾼들에게 잡히고 일부는 하천까지 떼로 기어들어 와 구경거리가 되곤 합니다.

숭어는 비위가 매우 좋은 생선입니다. 수질이 좋지 않은 생활 하수역에서도 잘 적응하며 한낮에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이면 모두 수면으로 올라와
주둥이를 물 밖으로 내밀고 뻐끔뻐끔하면서 일광욕을 즐기는데요.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숭어는 비위가 좋은 만큼 소화력도 매우 좋습니다. 보통의 물고기는 유생, 치어, 새우와 같은 갑각류를 먹고 자라지만, 숭어는 뻘을 흡입합니다. 
특히, 서해안의 개펄은 숭어가 좋아하는 각종 유기물, 저서생물들이 섞여 있어 개펄을 통째로 흡입하는데 숭어가 서식하는 지역의 개펄에는 숭어의
입술 자국이 선명히 찍혀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개펄이나 진흙 따위를 먹고 살아도 탈이 나지 않은 이유는 위장의 유문부가 잘 발달하여 개펄의
소화를 돕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봄철 횟감의 대표주자 보리숭어회(가운데)

#. 숭어는 양식을 안 한다. 
양식 업자들이 '참숭어'라 부르면서 매년 겨울마다 출하하고 있는 가숭어와 달리 숭어는 양식을 안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숭어의 산란장 환경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둘째는 '맛'과 관련이
있습니다. 숭어와 가숭어의 회 맛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똑같은 제철을 놓고 본다면 가숭어 쪽이 좀 더 맛있어 양식업자와 어민들은 가숭어에다 '참'짜를
붙여 '참숭어'라 이름을 붙인 반면, 숭어는 가숭어보다 맛이 떨어진다 하여 앞에 '개'를 붙여 개숭어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 정확한 펙트는 아닙니다.


#. 보리숭어는 가숭어가 아닌 숭어를 말한다.
해마다 3월이면, 먼바다에서 산란을 마친 숭어가 연안으로 들어올 시기입니다. 
특히, 5~6월에 잡히는 숭어를 '보리숭어'라 하는데 이는 보리싹이 틀 무렵에 잡힌 숭어라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전남 울돌목과
영산강 하구에서 잡힌 숭어를 최고로 칩니다. 울돌목에서 잡힌 숭어는 빠른 조류를 헤치고 올라오므로 다른 지역의 숭어보다 육질이 쫄깃하다는 게
이유이고, 영산강 하구의 숭어는 개펄의 유기질이 좋아 맛이 좋다고 알려졌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울돌목 근방 해역에서 잡은 숭어를 맛보았는데요. 잘근잘근 씹히는 식감 하나는 "돔이 울고 갈 만" 하였습니다.

그만큼 이 시기에는 쫄깃함이 다른 횟감 부럽지 않다는 것!
반면, 가숭어는 겨울에 차진 맛을 뽐내다가 봄부터 맛이 급격히 떨어져 늦봄부터는 비린내와 갯내가 납니다. 
따라서 4~6월, 같은 시기에 잡은 숭어라도 가숭어는 숭어보다 맛이 떨어지고 종 자체가 다르므로 보리숭어로 불리지는 않습니다. 
요즘 수산시장에 가보면 상인들이 보리숭어를 적극적으로 팔고 있는데 <사진 1>을 참조하여 봄과 여름에는 눈이 노란 숭어를 피하시기 바랍니다. 


낚시에 덜컥 걸려든 숭어

#. 숭어와 낚시 
숭어는 초보 조사, 동네 조사, 현지꾼, 전문꾼 할 것 없이 거치게 되는 친숙한 어종입니다.
지역에 따라 숭어와 가숭어가 함께 잡히기도 하지만, 서로 서식 영역이 달라 혼획되는 지역은 많지 않습니다.
낚시 방법은 그 어떤 어종보다도 장르가 다양한 게 숭어죠.

1) 릴 찌낚시
가장 기본이 되는 낚시로 감성돔 채비에 B막대찌와 B봉돌을 달고 수심 50cm~1m로 세팅한 다음 크릴 미끼로 흘리는 낚시입니다.
(관련글 : 숭어 릴찌낚시 노하우, 숭어낚시 잘하는 방법)

2) 꽃낚시
주로 동해안과 남해 동부권에서 유행하는 조법으로 겨울에 많이 행해집니다. 가숭어보다는 숭어를 노릴 때 사용하는데요. 
겨울이 오면 숭어 눈에 지방으로 된 눈꺼풀이 눈을 덮어버려 시력이 매우 약해지는 것을 이용한 낚시입니다.
훌치기용 갈고리 바늘에 미끼 대신 형형색색의 리본을 매달아 수중에 내리면 호기심 많은 숭어가 그것을 건드리는데 이때 훌치는 낚시입니다.

3) 훌치기 낚시
3~4개의 훌치기용 갈고리를 연달아 매단 후 숭어떼가 지나가면 수면을 훑어 훌치는 건데 이는 낚시라기보다 사냥에 가까운 방법입니다.

4) 강화도식 던질낚시
숭어와 망둥어가 주요 어종인 강화도에서는 2m가 넘나드는 초대형 지렁이인 '강화털갯지렁이(흰이빨참갯지렁이)를 사용합니다.
항, 포구, 방조제 혹은 갯바위가 포인트로 대형 던질찌를 부착하고 맨 아래에 20~30호의 고리봉돌을 달아 던집니다.
바늘은 3개 달린 가지바늘을 사용해 강화털갯지렁이를 짧게 잘라 몸통만 뀁니다. 찌는 어신 파악용이 아니고 바늘 세 개를 수중에서 가지런히
세울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5) 좌대 떡밥낚시
좌대낚시터에서 하는 일종의 떡밥낚시입니다. 숭어 전용 사료를 물과 잘 혼합해 반죽합니다. 채비는 '스프링 채비'라는 숭어 전용 바늘이 있습니다.
바늘이 여러 개 달려 있는데 반죽한 사료로 바늘을 덮은 다음, 야구공 크기만 하게 공처럼 뭉쳐줍니다.
나머지 방법은 원투낚시 하듯 그 자리서 바닥까지 내려 입질을 기다립니다. (관련글 : 숭어 떡밥낚시 요령)


숭어 카레 튀김을 준비하는 과정

숭어 까스

숭어회

숭어 초밥

#. 숭어의 식용
<자산어보>에서 "고기 맛은 좋고 깊어서 물고기 중에서 첫째로 꼽힌다."로 기록된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전부터 식용어로 사용했음을 시사합니다.
4~6월에 잡히는 숭어를 '보리숭어'라 불리는데 유난히 쫄깃한 식감과 저렴한 가격에 도미와 함께 봄철 주요 횟감으로 주가를 높이는 중입니다.
여기에는 매스컴의 보도가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어촌과 낚시꾼들은 잘 먹지 않은 숭어를 대신 판촉해 줌으로써 지역 경제도 활성화하고 어민의
소득 증대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숭어를 위한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되면서 숭어를 찾는 이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입니다.

숭어는 싱싱한 건 회로 먹고 남은 건 탕을 끓여도 겨울과 봄 사이에 잡힌 숭어는 비린내가 안 난다는 점입니다. (가숭어는 봄부터 냄새납니다.)
먹다 남은 살은 카레 가루를 발라 튀기거나 전을 부쳐 먹으면 그만입니다. 또한, 일본에서는 '카라스미'라고 해서 숭어의 난소(알)만 따로 절여
가공식품으로 만들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숭어 알 요리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숭어 어란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취소되어 다음에 기회 되면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숭어회에 대한 저의 솔직한 의견을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저는 숭어를 맛있게 먹어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차라리 양식 가숭어(상인들이 참숭어 혹은 밀치라 부르는)가 더 맛있었습니다.
보리숭어는 육질이 쫄깃하고 차진 식감이 좋지만, 그 외 다른 맛은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부터 이야기했지만, 생선회 맛은 식감이 전부가 아니기에. 어쩌면 보리숭어를 활어회로만 먹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3년 전 겨울, 황제도에서 낚은 숭어를 하루쯤 숙성해서 먹으니 그래도 감칠맛이 나더군요.
제 생각에는 숭어도 크기가 크면, 활어보다 숙성회가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초고추장 맛과 씹는 맛으로 회를 즐겨왔다면, 숙성회가 낫다는 표현이 쉽게 공감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시중에서 사 먹는 초밥은 대부분 '숙성회'로 만듭니다. 초밥에서 감칠맛이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숙성회'에 대한 선입견과 막연한 불신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저는 여기저기서 많이 느껴왔습니다. 
활어회만 싱싱하고, 숙성회는 싱싱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정말 많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초밥은 맛있게 먹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 네이버에서 '숭어'를 검색하면, '국립수산과학원'이 제공한 자료가 나옵니다.
    그런데 숭어 내용에 첨부한 사진과 동영상은 모두 가숭어네요. 숭어가 희귀 어종이 아닌데 사진이 없어 그림으로 대체한 부분도 그렇고요.
    (원하면 사진을 제공해 줄 의사가 있습니다만) 지식백과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내용을 전달해야 하므로 이 부분에 대한 수정을 요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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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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