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릴찌낚시] 국민생선 고등어에 관하여


※ '어류도감' 카테고리를 '신 자산어보'로 명칭 변경하였습니다.

몇 달 전, 고등어가 국민 생선 타이틀을 갈치에게 내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국내 소비량 1위에서 2위로 잠시 주춤했던 건 지난가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유출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등어는 여전히 국민 생선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가격은 저렴한데 맛은 뛰어나고, 아이들 성장에도 도움되는 영양 성분이 많아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구이면 구이, 조림이면 조림, 여기에 고등어 회까지 어떤 형식의 음식이라도 맛이 좋으니 인기가 높을 수밖에요. 그런 고등어가 최근 들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국내산까지 싸잡혀 외면받았는데 비양심 업자가 일본산 고등어를 국내산으로 유통했다가 적발되는 사건도 있었죠. 지금은 길이 33cm 이상의 大고등어 어획량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몇 가지 예상되는 원인을 학자들이 내고 있지만, 선뜻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어 자산어보 코너를 빌려 잠시 언급하고자 합니다.


■ 고등어에 관하여
표준명 : 고등어(농어목 고등어과)
방언 : 참고등어, 고도리, 사바
영명 : Chub Mackerel
일명 : 마사바(マサバ)
전장 : 50cm
분포 : 한국의 전 해역, 세계의 아열대와 열대 해역
음식 : 회, 초회(시메사바), 초밥, 구이, 조림, 찌개
제철 : 10~2월(가을에서 겨울)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 생태와 특징
고등어는 어릴 때부터 무리 지어 생활하다 수온 15~20도 사이에 산란하며, 계절 회유를 합니다. 그 경로를 보면, 제주도와 그보다 남쪽 해역(동중국해)에서 월동을 보내다가 봄이 오면 서서히 북상해 일부는 서해로 올라가고 일부는 동해로 올라갑니다. 고등어는 계군에 따라 회유 경로가 다른데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고등어는 '쿠로시오 계군'에 속하는 고등어 무리로 방사능 오염수 누출 해역과는 떨어져 있습니다. 반면, '태평양 계군'은 일본 동부 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회유하므로 도쿄, 후쿠시마, 홋카이도에 이르는 일대를 돕니다.


한때 일본산 고등어(태평양 계군)가 국내로 수입돼 많은 양을 비축했지만, 작년 가을에 터진 오염수 누출 사건으로 폐기처분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잔량은 국내산으로 둔갑했었죠. 더욱이 충격이었던 건 그중 일부가 간고등어로 포장되어 팔렸다는 사실.


#. 남하하는 고등어가 북상하는 고등어보다 맛있다.
고등어 산란은 4~5월.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이뤄집니다. 산란을 마친 고등어는 지방이 빠져 맛이 가장 떨어질 때인데요. 그때가 바로 봄입니다. 저도 얼마 전, 국내산 고등어를 사서 먹어봤는데요. 냉동실에 넣어 뒀던 노르웨이 고등어가 훨씬 맛있었습니다. 아무리 국내산이라도 봄에는 고등어의 고소한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

 

봄에 산란을 마친 고등어는 오르는 수온을 따라 북상하다가 일부는 서해로 가고 일부는 동해로 갑니다. 9월이면 북상을 마치며, 이때부터 12월까지는 다시 남하하는데 이때 잡힌 고등어가 년 중 지방함량이 최고조에 이르러 좋은 맛을 냅니다.


국산 고등어

노르웨이산 고등어

망치고등어는 배는 물론, 몸통 중앙에 짙은 검은 반점이 있다.

#. 고등어 종류
고등어는 농어목 고등어과 물고기입니다. 고등어과 물고기는 삼치 종류까지 더해 굉장히 많지만, '고등어' 종류는 지구 상에 세 종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고등어(Chub Mackerel)
- 대서양 고등어(Atlantic Mackerel)
- 망치고등어(Slimy Mackerel)


먼저 고등어에 대한 설명입니다. 고등어의 제철은 가을부터 겨울. 상인들이 말하는 '참고등어'와 지역 브랜드인 '안동 간고등어'는 모두 고등어를 말합니다. 고등어는 종류를 불문하고 방추형에 날씬한 체형을 가졌다는 게 공통점이지만, 등과 배의 무늬에서 차이가 납니다. 고등어 등은 푸르고 '잔 벌레무늬'가 있는데 경매를 거쳐 소매점으로 운송하는 동안 무늬는 흐릿해지며 배는 은백색을 띱니다. 따라서 무늬의 패턴이 자잘하고 흐릿하면 국내산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대서양 고등어는 국내 해역에는 서식하지 않고 대서양을 회유하는 어종으로 노르웨이에서 직수입해 들어옵니다. 주로 캐나다의 뉴퍼들랜드주에서 시작해 스페인, 영국, 노르웨이에 이르는 회유 반경을 가집니다. 이 고등어는 어획되는 즉시 선별을 거쳐 손질한 다음 급랭과 포장을 거치므로 그 계절에 맞는 지방 함유량을 그대로 간직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서양 고등어도 봄이 오면 지방이 빠져 맛이 덜합니다. 제철은 고등어보다 조금 앞선 8~11월. 형태는 고등어와 비슷하지만, 체고가 고등어보다 좁고 더 길쭉하며 등에 벌레무늬가 굵고 선명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망치고등어는 시장에서 '점고등어' 혹은 '점백이'란 이름으로 취급되며 위에서 언급한 고등어 중 맛이 가장 떨어지는 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형태는 배에 깨알 같은 반점이 있어 일본에서는 '깨고등어'라 하며, 개체에 따라 배에 반점이 없는 것도 있습니다. 그럴때는 몸통 중앙에 수평으로 난 검은 반점 여부를 보고 고등어와 구별합니다.


원래는 고등어와 망치고등어의 서식 해역이 다르지만, 수온이 오르는 여름과 가을이면 일정 부분 공유하므로 그물에 혼획됩니다. 이렇게 혼획된 고등어들은 시장에서 구분 없이 섞인 채로 팔리며, 굳이 구분하는 어물전에는 망치고등어와의 차별하기 위해 고등어를 '참고등어'로 이름 붙여 놓습니다. 망치고등어가 맛이 떨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지방 함량 때문인데요. 망치고등어도 여름이면 지방 함량이 최고에 이르므로 이때만큼은 고등어보다 맛이 좋은 편입니다. 망치고등어 산란은 고등어보다 이른 1~4월로 제철은 6~9월이 됩니다.
 

#. 大고등어가 줄어드는 이유
최근에 한 기사를 읽어봤습니다. 내용은 해마다 잡히는 고등어 덩치가 점점 작아진다는 것. 고등어의 최대 전장은 50cm로 알려졌고 정말 드문 케이스지만, 60cm급 자이언트 고등어가 간혹 잡히기도 하지만, 어획되는 고등어의 평균 씨알은 30cm 전후가 많습니다. 횟감용으로 사용되는 양식 고등어는 35~40cm까지 키워서 출하하고요.


예전에는 마리당 600g을 넘기는 대형급 고등어가 잘 잡혔는데 근래에 들어 덩치가 작아져 예전에 맛볼 수 있었던 통통한 살점은 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길이가 짧다는 것은 몸통 둘레도 작아짐을 말합니다. 몸통 둘레가 작으면 살 양이 현저히 줄어드니까요. 大고등어 자원이 줄어든 원인이 몇 가지 있다고 하여 살펴보았습니다.

1) 냉수대 관련설  2) 참다랑어 증가설  3) 남획설

먼저 냉수대 관련설은 러시아에서 내려오는 한류에 고등어 어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씨알도 잘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고등어 서식의 적정 수온은 15~20도. 그런데 찬물이 들어와 주변 해역의 수온을 낮추면 맥을 못 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고등어 어장은 남해와 제주도, 동중국해로 이 부근의 수역은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인지 계속해서 수온이 오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해역은 따듯한 난류인 쿠로시오 해류가 직접 밀고 올라오는 곳이므로 러시아 한류의 영향이 미미합니다. 냉수대 관련설은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참다랑어 증가설은 고등어의 천적인 참다랑어가 최근 많이 늘었다는 것. 참다랑어의 회유 경로는 적도에서 괌, 필리핀 등을 거쳐 오키나와, 규슈, 그리고 제주도 해역으로 이어지며, 일부 개체는 일본 열도를 따라 올라가 홋카이도의 쓰가루 해협으로 들어갑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해역이 참다랑어가 서식하는 북방한계선인 셈입니다.

 

그런데 최근 참다랑어 남획으로 개체수가 많이 줄지 않았나요? 제주도 인근에 참다랑어 어장이 형성되고 있다면, 고등어뿐 아니라 참다랑어 먹이가 될 만한 어종들은 모두 어획량이 떨어져야 하는데 이 부분은 좀 아리송합니다.

세 번째는 남획설이 있습니다. 고등어를 어획할 때는 특별히 씨알을 선별해서 잡지 않습니다. 미성숙 개체도 일정 크기가 되면 그물에 걸리므로 大고등어부터 小고등어까지 골고루 잡히는데요. 이러한 어획이 수십 년간 지속하 다 보니 덩치 큰 고등어의 개체수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내용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이 넓은 바다에 고등어가 정말 많을 것 같아도 한국과 일본이 최근 30~40년간 마구 잡아들였기에 자원 상 한계를 보이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물 구멍이 너무 촘촘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물 구멍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등어는 방파제 생활낚시의 최고 대상어

신진도 마도 방파제서 잠깐 동안 낚은 고등어

#. 고등어와 낚시
고등어 낚시는 동, 서, 남해 모두 이뤄지지만, 동해를 중심으로 한 선상낚시가 씨알과 마릿수 면에서는 가장 월등하고 그다음은 남해 방파제에서 즐기는 생활낚시입니다. 서해권은 시즌도 짧고(8~10월), 포인트도 한정적인 데다 씨알마저 잘아서 고등어 낚시는 많이 열악합니다. 채비는 반유동으로 감성돔 채비와 같습니다. 대신 0.5호 이하의 저부력 찌를 달고 수심 2~4m를 준 다음 크릴 미끼로 낚습니다.
고등어 낚시의 핵심은 '수심층 파악'과 '상황종료'를 빨리 알아내는 데 있습니다.

낚시를 시작할 때는 고등어 회유층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수심층을 탐색하는데요. 일반적으로 2~4m 사이 중층을 공략하는 게 무난합니다. 그러다가 만조가 되고 초썰물을 지나면서 '상황종료'가 올 겁니다. 그때는 입질 빈도가 현저히 떨어지는데 좀 더 멀고 깊은 수심층을 탐색하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고등어를 몇 마리 더 낚을 수 있습니다. 이후 주변에서 아무도 입질 받지 못한다면, 고등어 무리가 썰물을 타고 빠져나갔다는 것이므로 미련을 버리고 철수하는 게 좋습니다. 고등어 낚시에서 최적의 물때는 중들물 이후부터 시작해 만조와 초썰물까지 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관련글을 참고하세요. (관련글 : 초보자도 꽝이 없는 고등어낚시 방법)


고등어구이로 위쪽은 노르웨이산, 아래는 국내산

찰랑찰랑한 식감에 고소한 맛이 일품인 고등어회

숙성 고등어 초밥

고등어 죽을 소스로 한 연어 스테이크

#. 고등어의 식용
생선 요리와 밥반찬에 있어 고등어가 빠지면, 주연 없는 영화. 일본에서 국민 생선으로 대접받는 '전갱이'를 제치고 한국의 국민 생선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단 저렴하고 맛까지 좋은 데다 어떤 음식을 해도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고등어구이, 고등어조림, 고등어 회, 고등어 김치찌개 등등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음식이라면, 고등어 파스타, 고등어 죽, 고등어 추어탕, 고등어 강정, 고등어 까스 등 새로운 요리법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고등어 회에 관해 언급하자면,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 잡은 지 수 분 만에 죽으므로 횟감으로 유통이 어려웠습니다. "고등어는 살아서도 부패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선도 저하가 빨라 활어가 아니면 횟감으로 쓰기 어렵죠. 침을 놓아 기절시킨 고등어를 일부 호텔이나 일식집으로 들어가지만, 고등어 양식에 성공한 뒤부터는 활어차를 통해 활고등어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고등어의 스트레스입니다. 다른 어종보다 2배 이상 산소량을 요구하므로 많은 양을 싣고 올 수 없다는 점이 비용을 높였죠.

예를 들어, 활어차에다 광어를 100kg을 싣는다면, 고등어는 그것의 절반밖에 실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다른 어종보다 운송비가 비싸요. 게다가 고등어를 수조에 넣는 순간부터 시한부 인생(?)을 산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아무리 양식된 고등어라도 좁은 수조에 갇히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다른 어종과 합사라도 한다면 산소 결핍과 스트레스에 못 이겨 금방 죽고, 원통형 수조에 고등어만 넣었다 하더라도 3일을 못 넘깁니다. 
이렇게 되면 마리당 7,000원에 들여온 고등어가 700원으로 변해 눈물을 머금고 구이로 팔아야 할지도 모르죠. 그래서 일부 횟집은 죽기 직전에 놓은 고등어를 재빨리 건져 포를 뜬 다음 냉장 보관했다가 숙성회로 내곤 합니다. 


사실 고등어는 숙성회로 내도 위생상 큰 문제가 없지만, (식중독 유발 물질인 히스타민은 저온에서 삼일까지는 늘지 않습니다.) 손님이 활고등어회로 알고 먹기 때문에 도의적인 문제가 빚어지기도 합니다. 

참고로 고등어가 많이 난다는 제주도 횟집에서도 횟감용 고등어는 욕지도산 양식을 씁니다. 자연산 고등어를 횟감으로 공수하기가 어려우니 웬만한 횟집에서는 양식 고등어를 사용해요. 그러니 제주도 고등어회가 서울보다 뛰어나다는 건 이러한 팩트를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 단순 오해입니다. (그런데 양념장 맛은 제주도가 훨씬 나음) 드시더라도 이 점을 알고 드시기 바라며, 특별히 양식이라고 해서 자연산보다 맛이 떨어지는 건 결코 아닙니다. 스트레스받으며 질질 끌려온 자연산을 먹을 바에야 차라리 활력 좋은 양식산이 육질 면에서 더 낫다는 사실을 염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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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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