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릴찌낚시] 겨울철 별미를 책임지는 대표주자, 학꽁치의 모든 것(학꽁치 낚시)


 

찬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맛의 진객, 학꽁치. 꽁치와 이름이 유사하지만, 아래턱 부리가 학처럼 길게 나와 독특한 외모를 자랑하며 낚시 비수기에 접어든 겨울 바다에서 특별한 손맛과 입맛을 선사해 줍니다. 그리 크지 않고 기다란 몸집 때문에 폭발적인 손맛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30cm가 넘어가는 씨알은 나름 탈탈거리는 손맛과 깔끔한 회 맛을 자랑하기도 하는데요. 신 자산어보 쉰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학꽁치를 만나러 갑니다.

 

 

■ 학꽁치에 관하여
표준명 : 학꽁치, 학공치(동갈치목 학공치과)
방언 : 공미리(강원), 꽁티(평안)
영명 : Halfbeak Fish

일명 : 사요리(サヨリ)
전장 : 50cm
분포 : 한국의 전 해역, 훗카이도 북부를 제외한 일본의 전 해역, 동중국해
음식 : 회, 초밥, 소금구이, 튀김, 물회

제철 : 12~4월(겨울~초봄)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 어류의 박식도를 추가하였습니다.(신 자산어보의 기존 글에도 곧 추가할 예정)

 

 

 

#. 생태와 특징

학꽁치의 산란철은 4~6월인 봄. 이때가 오면 연안으로 무리 지어 몰려와 해조류에 알을 붙여 낳습니다.

주 먹잇감은 입이 작은 탓에 플랑크톤이나 작은 갑각류(유생)을 먹고 자라며 성어가 되면 내만을 회유, 강 하구에 몰려들어 표층을 유영합니다.

대 성장 크기는 50cm로 알려졌지만, 낚시와 조업에 걸리는 크기는 주로 25~40cm가 주종.

같은 과의 어종인 동갈치와 외모가 흡사하나 서식 수온이 다르며, 성격은 온순한 편입니다.

학꽁치는 아열대성 어종인 동갈치와 달리 우리나라 전 연안에 서식하면서도 이북과 발해만, 홋카이도 등 찬물이 들어오는 윗 지역에는 잘 서식하지 않으며

주로 중부 이남에서만 서식하는 온대성 어류입니다.

 

 

#. 학공치? 학꽁치? 어느 게 맞는 이름일까?

원래는 학공치가 표준명이었지만, 지금은 학꽁치도 복수 표준명이 되었으므로 둘 다 맞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과 한국 어류대도감에서는 '학공치'로 표기되어 있으며, 표준국어대사전과 동아국어사전에는 '학꽁치'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사람들이 많이 부르고 있는 '학꽁치'로 서술하겠습니다. 참고로 지금도 적잖은 술집에서는 학꽁치를 사요리(サヨリ)로 표기하고 있는데요.

전형적인 일재의 잔재입니다. 일제강점기 시대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진 명칭이므로 될 수 있으면 우리말을 쓰는 게 좋겠죠.  

 

 

매직급 학꽁치를 낚은 필자

 

#. 학꽁치와 낚시

학꽁치는 생활낚시에 빠져선 안 될 소중한 낚시 대상어입니다. 여기서 '소중한'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별달리 잡을 게 없는 어한기에 학꽁치만큼은

잘 잡혀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물을 손질하고 낚시장비를 정비해야 할 이 시기에 학꽁치는 효자가 아니겠어요? ^^

학꽁치 낚시에서 가장 큰 관건은 '시즌'이 맞아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출현 시기가 지역별로 다르니 이점 꼭 체크해야 합니다.

 

5월 말부터 6월까지는 군산, 서천으로 입성하며 반짝 호조황을 내는가 하면, 7월에는 소강상태에 이르거나 잔씨알만 낚이다가 8월부터 10월까지는 충남

태안 전 지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까지 북상합니다.

이 시기에는 서해 전 지역에 학꽁치가 붙으며 완도, 고흥, 여수, 통영, 거제에 이르기까지 남해 전 지역으로 확산합니다.

그러다가 11월부터는 남하해 한겨울 내내 경북 포항 일대와 부산, 거제도 등 주로 경상남북도와 제주도에서 많이 잡힙니다.

이렇듯 계절에 따른 출현 지역이 다르니 학꽁치가 한창 잡히고 있을 때 낚시해야 좋은 조과를 얻을 수 있으며 화창한 날, 파도가 적은 날이 유리합니다. 

 

 

이단찌 채비로 잡는다.

 

학꽁치는 릴 찌낚시의 대표어종입니다.

처음 릴 찌낚시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어종인데 채비와 요령만 알면 그리 어렵지 않게 낚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쉬운 어종이라도 기술과 숙련도에 따라 마릿수는 크게 벌어지기 마련이겠죠.

아무래도 학꽁치 낚시에 익숙한 현지꾼들은 단시간에 수십 마리씩 낚을 만큼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고 뒤처리도 깔끔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초심자는 

챔질하다 엉키는 일이 잦다 보니 미끼가 물속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서 엉킨 채비 푸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질을 파악하고 패턴을 분석해 그에 맞는 챔질 타이밍을 재는 것, 가벼운 챔질로 정확하게 학꽁치 입천장에 바늘을 꽂히게 하는 기술.

낚았을 때 발버둥 치는 학꽁치를 신속하게 잡아 빼, 쿨러에 넣는 동작까지 일사불란해야만 마릿수 조과를 거두니 비록, 돔 낚시처럼 섬세하고 치밀한

조법이 요구되지는 않지만, 대신 동작이 빠르고 처리가 능숙해야 좋은 조과를 거둘 수 있는 게 학꽁치 낚시인 거죠.

 

학꽁치 낚시에서 적정 수심은 수면에서부터 30~50cm 정도이지만, 표층에 학꽁치 무리가 보이지 않으면 밑밥을 뿌려 띄워서 낚아야 하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수심 1m에서 3m까지도 줘가면서 유영 수심층을 찾아내야 합니다. 보통 저활성일 때 이런 현상을 보이며 썰물이 진행될 때에도 곧잘

이런 현상을 보입니다. 학꽁치 낚시에서는 들물이 유리, 만조를 전후로 입질이 왕성합니다.

 

또한, 시간대는 이른 아침보다 해가 어느 정도 뜨고 난 후부터 입질이 활발하며 기상은 파도와 조류가 약한 잔잔한 바다가 낚시하기에 적당합니다.

포인트는 방파제 갯바위 모두 좋지만, 조류가 없는 곳보다는 천천히 흘러가는 곳이 씨알 면에서 유리합니다.

학꽁치 낚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관련 글을 참고해 주세요. (관련 글 : 학꽁치 100마리 잡는 채비법)

 

 

<사진 1> 극상의 선도를 자랑하는 학꽁치 회

 

#. 생선회로 알아보는 학꽁치 선도

11월부터 3월이면 학꽁치가 제주도 일부와 동해에 출현하는데 이때 잡힌 학꽁치가 가장 맛있으며 그물을 이용한 어획이 이뤄집니다.

이때의 학꽁치 잡이(그물)는 동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주선과 보조선 등 두 척이 한 조가 되어 협공으로 그물질합니다.

어군탐지기로 학꽁치를 찾으면 양조망을 펼쳐 학꽁치 떼를 포위하고 두 척의 배가 서서히 거리를 좁히면서 잡아들이는 방식이죠.

최근에는 일본 수출량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좋은 품질은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고 나머지는 말려서 건어물로 이용, 일부는 생물 상태로 수산시장에

입하되어 물회나 회무침 재료로 쓰입니다. 

 

학꽁치 근육은 희고 투명한 게 특징이지만, 갓 잡은 학꽁치가 아니면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죽고 나서 시간이 흐를수록 투명도가 점차 흐려지는 특성을 갖습니다.

<사진 1>은 배에서 갓 낚은 학꽁치를 회로 뜬 것으로 투명 감으로 선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산 학꽁치를 곧바로 회 뜨면, 투명도가 50%를 넘지 않을 만큼 뒤가 비치는 게 특징입니다.

 

 

<사진 2> 대체로 신선한 학꽁치 회의 투명도

 

<사진 2>는 이날 새벽에 위판된 학꽁치로 여전히 선도가 살아있습니다.

그 정도를 투명도로 알 수 있는데 <사진 1>만큼의 투명도는 아니지만, 약 30% 정도의 투명도를 갖고 있으니 역시 신선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 3> 선도가 보통인 학꽁치 회

 

<사진 3>은 서울의 어느 횟집에서 접한 학꽁치 회입니다. 보시다시피 투명도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물론, 보관만 잘했다면 이것도 싱싱한 편이라 할 수 있겠지만, 사람이 회로 먹을 수 있는 선도는 여기까지가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러므로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

 

※ 학꽁치 회의 투명 감은 사후 경과된 시간과 비례하여 불투명해지니 투명도는 선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됩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학꽁치에 한해서이며 특별히 숙성회로 즐기는 않는다는 전제하에서입니다.

 

 

꽁치

 

#. 학꽁치와 유사어종

동갈치목에 속한 어류에는 학꽁치와 동갈치, 그리고 꽁치로 나뉩니다.

이 중에서 꽁치는 유일하게 붉은살생선으로 고등어와 마찬가지로 국민 생선 반찬으로 자주 이용되고 있지요.

 

 

동갈치

 

동갈치는 아열대 어종으로 쿠로시오 해류가 닿는 제주도 근해에서 낚시로 자주 낚입니다.

길이 50cm까지 자라는 학꽁치와 달리 동갈치는 1m까지 자라는 큰 어류이고 육식성 어종으로 성격이 포악하고 공격적입니다.

 

 

남방 학꽁치

 

사진은 뉴칼레도니아의 수산시장에서 본 열대성 학꽁치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지 최근에는 제주도에도 이 어종이 드문드문 출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열대성 어종이 심심찮게 출현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 바다 어류도감은 물론, 일본 어류도감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아 표준명을 모릅니다.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해요.) 아열대성 어종의 출현에 기존 어류 도감에 추가되어야 할 항목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사진에는 없지만, 학꽁치와 가장 유사한 어종인 '줄공치'가 있습니다.

학꽁치도 기수역을 좋아해 강 하구에 많이 서식하지만, 줄공치는 이보다 더 담수 적응력이 뛰어나 강에서도 곧잘 발견되고 있으며 아예 민물에서 사육이

가능한 어종이지요. 생김새는 학꽁치와 거의 똑같지만, 학부리 끝이 주황색인 학꽁치와 달리 줄공치는 아무런 색이 없어 구별됩니다.

 

 

바삭바삭 고소한 학꽁치 튀김

 

싱싱한 맛 그대로 즐기는 학꽁치 초밥

 

학꽁치 회

 

#. 학꽁치의 식용

학꽁치를 이용한 요리는 현재 몇 가지로 제한된 게 사실입니다. 우선 학꽁치 전문점이 전무하고 낚시꾼 위주로 썰어 먹는 회나 튀김이 전부다보니 아직은

학꽁치를 이용한 요리가 많이 개발되지는 않았습니다. 인지도도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서는 열악하다 보니 일부 학꽁치 맛을 아는 미식가들만 찾아 먹는

정도이며, 선술집과 횟집에서는 부요리(스끼다시) 정도로 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요.

우리 바다에 학꽁치 자원은 많은데 수요가 많지 않으니 대부분 일본에 수출했으며 나머지는 건어물로 취급, 이를 아는 주부들만이 말린 학꽁치를 사다가

볶음과 조림에 활용하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늘 싱싱한 활어를 접하는 낚시꾼들은 회와 초밥, 구이, 튀김으로 이용해왔습니다.

지금은 포항을 중심으로 학꽁치 물회와 회무침이 일부 판매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별미'로 인식되고 있는데 앞으로 학꽁치 요리가

다양하게 개발되면 풍부한 자원력을 바탕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아떨어질 것이 기대되는 어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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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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