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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그 전에 다녀온 시화방조제 삼치 낚시 소식부터 전하겠습니다.
참고로 오늘 조행기는 최근에 영입한 니콘 D60으로 촬영한 첫 조행기가 되겠습니다. (니콘 카메라는 푸른 기가 도는 색감이 영 익숙지 않네요.)
때는 월요일, 갑자기 필 꽂혀서 물때도 안 보고 무작정 달려간 곳은 집에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경기도 시화방조제.
삼치 낚시는 미끼도 필요 없고 스푼 루어 몇 개랑 카드 채비만 있으면 즐길 수 있어 부담이 없습니다. 들어가는 비용이라곤 약간의 기름값 정도?
카드 채비는 수중에 몇 개 있었어요. 예전에 열기 선상 낚시하다 남은 게 있었는데요. 삼치 겸용이라 그것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 날 낚시하던 아내가 십만 원짜리 삼치를 낚은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왜 십만 원짜리냐고요? 보시면 압니다. 흑흑
새벽 5시 30분, 시화방조제에 도착해 채비 준비에 여념이 없는 아내
동트기 전, 스푼을 날리며 삼치 낚시를 시작하는데 쓰레기가 걸려와 애를 먹는다
요즘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6시 30분은 넘어야 겨우 밝아옵니다. 그래서 10~11월 삼치낚시는 굳이 깜깜할 때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삼치가 야간에도 잘 무니깐 혹시나 하고 던져는 봅니다만, 아무래도 먼 통이 터야만 입질이 올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날 따라 웬 쓰레기들이 밀려오는지 낚시하기에 매우 고약한 상황이네요.
특히, 쌀 포대 같은 게 바늘에 걸리면 미치고 환장합니다. 저야 루어 전용대가 아닌 막쓰는 대여서 상관없는데 아내는 얇은 루어대라 물 먹은 쓰레기가
바늘에 걸리면 그것만큼 처리하기가 골치 아픈 것도 없더군요. 결국 낚싯대로 끌어들이는 건 어려웠는지 조심조심 앞으로 나아가 처리하는 모습입니다.
평일 오전 7시, 시화방조제의 한산한 풍경
밑걸림에 고전하는 어복부인
이날은 삼치 낚시하기가 좀 까다롭네요.
다행히 쓰레기들은 물러갔지만, 물때를 안 보고 간 탓인지 한참 삼치가 낚여야 할 시간이 썰물입니다. 그것도 반 이상이나 물이 빠져 있는데요.
사진으로 보면 물속이 꽤 깊어 보이지만, 실은 전방 10m까지의 수심이 고작 2~3m로 평탄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15m 정도 던져서 감았다가는 중간에 턱이 진 곳에서 걸리기 딱 좋지요.
이제 조금 지나면 바닥이 훤히 드러납니다. 거기까지 물이 다 빠져야만 걸어나가서 할 수 있기에 그전에는 낚시하기가 애매합니다.
아무래도 날을 잘못 잡은 것 같습니다. 곧 있으면 간조인데다 보일링 현상도 없고 갈매기도 몇 마리 없었으며 수면에 미쳐 날뛰는 삼치도 안 보입니다.
아내는 수면과 상층을 훑다가 입질이 없자 좀 더 깊이 내려서 공략 중인데요. 전방에 수중여가 있는지 그 부근만 지나치면 여지없이 걸립니다.
지금 상황에서 좀 더 깊은 곳을 노리려면 그만큼 더 멀리 던져야 하는데 열악한 장비 + 캐스팅 능력 부족 + 여기에 여성이라는 핸디캡이 있어 여러모로
고전하는군요. ㅎㅎ
대를 바짝 세워 릴링에 들어가는 아내
그렇게 입질 없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아내가 소리소문없이 파이팅 중이네요? 대 휨새가 헉!
"또 밑걸림"
물이 빠지면 빠질수록 밑걸림은 심해져만 갑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날이 아닌 듯.
주위를 둘러보니 낚시꾼도 몇 없고 다들 세월아 내월아 하고 있어요.
"안 되겠스. 오늘은 작전상 후퇴하자"
"잠깐!"
호~ 입질? 받기는 받은 모양입니다. 이번에는 진짜라며 카메라 대기를 외치는데요.
파이팅 장면을 찍으려는 찰나, 끌려온 녀석. (빨리도 끌려오네)
십만 원짜리 삼치 들고 억지로 포즈를 취하는 아내, 내가 지금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이 빈약한 물때에 삼치 한 마리를 기어이 낚아내네요. 그런데 순간 아내의 호주머니에서 뭔가가 떨어지더니 돌 바닥에 미끄러지며 바다로 들어갑니다.
"방금 꺼 뭐였지?"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리와인드로 돌리자면.
삼치 랜딩 중에 아래 바늘이 하필 그곳에 있던 밧줄에 꼽히고 말았습니다. 그걸 빼려고 하는 데 밧줄에 걸린 바늘은 미늘이 걸려 빼기가 만만치 않잖아요.
잘 안 빠지자 주머니에서 쪽가위를 꺼내 바늘을 잘라버리는데요.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그 주머니에 들었던 휴대폰이 스르륵 미끄러지더니 저 아래 돌 틈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내 얼굴은 순간 창백해지고.
일단 낚은 건 찍어야 하니 포즈를 취해 봅니다만, 그러한 상황에서 웃으려니 기분이 참 싱숭생숭할 겁니다.
저 사진을 찍자마자 아내의 표정은 다시 원점으로 복귀. 삼치고 뭐고 휴대폰 때문에 낚시가 손에 잡히지가 않습니다.
한 시간 뒤 바다에서 휴대폰을 건졌다.
어차피 입질도 없는데다 낚시할 마음도 삭 가시고. 휴대폰만 아니었으면 조기 철수했을 텐데 지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
그러다가 수위가 낮아지면서 드러나는 돌무더기 속에 휴대폰을 건지는 데는 일단 성공! 근데 이미 맛이 가버렸네요.
구입한지는 6개월. 아직 약정도 끝나지 않았다네요. 으이그 못살아~
삼치 한 마리 잡고 전의를 상실해 버린 아내
이날 주변에는 아내가 낚은 삼치가 유일한 조과였다.
삼치 씨알은 조금씩 좋아지는 듯
이날, 한 시간밖에 낚시를 못 했는데 다행히 삼치 얼굴은 보았습니다.
그나저나 아내는 최근에 간 시화방조제 출조에서 무패를 기록 중입니다. 세 번의 출조에서 세 번 모두 손맛을 본 것입니다.
반면에 저는 시화방조제 2연꽝 중. ^^;
휴드폰은 곧바로 수리 맡겼습니다. 혹시나 싶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민물에 잠시 담갔다 맡겼는데요.
다행히 보험 들어 놓은 게 있어 30만 원이나 나온 수리비를 10만 원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쪽가위와 휴대폰을 같은 주머니에 넣었던 것이 화근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날 아내는 휴대폰이 없어 거래처와 불통되는 등 업무에 적잖은 지장을 겪었습니다.
아내에게는 악몽같았던 순간이었지만, 다음에 더 조심하라는 뜻으로 알고 좋은 경험이었기를 바래 봅니다.
여러분도 낚시할 때는 주머니를 잘 닫고 하시기 바래요. ^^ 다음 조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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