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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일본에서 열리는 WFG 벵에돔 낚시 대회에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한 예선전이 얼마 전 제주도 우도에서 열렸습니다.
둘째라면 서러워할 만한 날고 기는 선수들과 함께 한 제주도 우도 낚시 대회. 여기서 최종 4인에 들면 다음 달, 대마도에서 열리는 결선에 진출!
지금까지 지역별로 예선전을 치르고 올라온 TOP 4인들과 함께 '한국 대표 선수'자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게 됩니다.
그 공방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주 우도에서 열리는 예선전에서도 TOP 4인에 들어야 합니다.
낚시계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함께 한 벵에돔 낚시 대회! 그 현장을 담기 위해 제주도 우도로 출발합니다.
김포 공항
4박 5일 제주도 여행의 시작은 기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제 계획은 이렇습니다. 첫날은 우도에서 벵에돔 낚시 대회를 치르고요.
둘째 날은 관탈도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낚시점 사정으로 못 가게 되어 급히 새로운 행선지를 정해야 했습니다.
셋째 날도 낚시 스케쥴이 잡혀 있는데 행선지는 형제섬과 우도를 놓고 저울질 중입니다.
나머지 이틀은 제주도 여행으로 시간을 보낸 뒤 서울로 올라오는 계획으로 짰습니다. 그런데 계획대로 된 건 거의 없었어요.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 들어 해상 날씨는 매우 험악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요. 우선 비행기부터 탑니다. ^^
낚시꾼의 로망, 추자군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탄 지 한 시간 가까이 지났을 무렵. 어디서 익숙한 모양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낚시꾼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섬이죠. 추자군도입니다. 저기 푸랭이나 사자섬에서 낚시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훌쩍 지났네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갯바위 주변에는 돈으로 매길 수 없을 정도의 자연산 돔들이 우글거리고 있을 거에요.
제주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제주공항
2.5배와 오로라로 밑밥을 배합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요. 낚시 대회 준비를 위해 밑밥을 갭니다.
특별히 밑밥을 어떻게 섞으라고 정해진 룰은 없습니다. 개인당 밑밥통 1개 내에서는 자유롭게 밑밥을 준비할 수 있어요.
저는 크릴 4장에 위의 집어제를 섞어 밑밥을 구성했습니다. 여차하면 현장에서 섞을 요량으로 빵가루 2봉지를 예비로 준비하고요.
대회 룰을 설명 중인 박범수 쯔리겐 FG 운영자, 제주 성산항
"조~~~~~으다! ㅎㅎ"
짙푸른 바다, 넘실거리는 파고를 보고 있자니 낚시는 뒷전이고 기분부터 설레기 시작합니다.
뭐 대회 결과야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운이 따라 올라간다면 그것도 실력의 한 부분이고 원래 실력이 좋은 분들은 어차피 올라갈 사람들이니
결과에 연연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대회비는 쬐끔 아까워요. 그냥 그것은 수업료라 생각하렵니다. ㅎㅎ
분명한 것은 제주도 우도에서의 예선전이 올해 마지막 예선전이라는 것. 여기서 떨어지면 저는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올해 거제도와 여수 예선전에 출전, 넉다운제(1:1 승부)에서 각각 1라운드를 통과한 적이 있습니다.
토너먼트 대회 출전은 올해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지만, 소기의 경험은 했다고 보고요.
내년에는 더 발전적인 경기 내용으로 선보이고 싶습니다.
필자의 아내, 이날만큼은 전담 카메라 기사를 자처했다.
가자! 우도를 향해
우도 갯바위에 상륙 직전
여긴 무슨 낚시 하라고 만든 자리 같아 ㅎㅎ
선수들을 하나씩 호명해 갯바위에 내리는 중
내리자마자 웬 쥐가 ㅠㅠ
제주도 우도에서 펼쳐지는 벵에돔 낚시 대회, 1라운드가 시작됐다.
대진은 스물여 명의 선수들이 뽑은 추첨으로 결정합니다. 제가 상대해야 하는 선수는 제주도 고수인 문병진님.
제주도 예선이라 제주 현지꾼들이 가장 많이 참석합니다. 어차피 꺾고 올라가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대회인 거죠.
(저도 한때는 제주 현지꾼이였음. 작년 가을에 두 달만 ㅋ)
이제 대회의 운명을 가르는 죽음의 가위바위보가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지면 끝장입니다. 끝!
"가위, 바위, 보"
이런. 졌네요?
이것으로 저는 탈락하고 상대 선수가 2라운드에 진출합니다. 원래 낚시 대회란 게 그래요. 낚시는 안 하고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결정하는 것!
은 농담이고요. 낚시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가위바위보였습니다.
낚시 준비하는 입질의 추억
가위바위보에서 졌으므로 포인트 선점권은 상대방에게 있습니다.
내심 속으로 서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빼앗기고 마는군요. 저 안쪽으로 굽어 들어간 곳에서 벵에돔이 나올 것 같은데. ㅎㅎ
오른쪽에는 다른 조가 대결을 시작합니다. 아마 우리 조의 승자가 저쪽 조의 승자와 2라운드에서 격돌하게 될 듯.
제가 X표시 해 놓은 곳. 왠지 벵에돔이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과연 상대 선수가 저곳을 공략할지, 아니면 바깥쪽을 공략할지 지켜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대회도 중요하지만, 시작하기에 앞서 상대방과 인사부터 나누는 게 예의죠. 악수하면서 자기가 누군지 관등 성명을 대야 합니다.
관등 성명을 안 대면 실격인거 아시죠?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낚시 대회에 처음 참가하는 분들이 종종 실수하는 게 악수만 하고 관등 성명을 안 대서
실격 처리되는 매우 안타까운 일들이 있기는 개뿔이고요. ㅎㅎ
"혹시 입질의 추억님이세요?"
"네 (흠칫)"
상대 선수께서 저를 알아봐 주시니 이렇게 반가울 데가 ^^; (그래도 안 봐줄거임 ㅋ)
채비하기에 앞서 고기 낚을 생각에 물부터 길러 붓습니다. ㅋ
고기 낚으면 손 빠르게 처리하기 위함이지요. 곧바로 크릴 한 마리 곱게 꼽아 나온 자리에 그대로 입수해 마릿수를 더해야죠.
벵에돔 낚시 대회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1분 1초가 아쉬울 수 있거든요.
마릿수가 같으면 길이를 잴 때 1mm 차이로 승부가 판가름 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벵에돔 낚시는 상대 선수보다 한 마리라도 더 낚아야 유리합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1라운드는 진출했어요. 그런데 2라운드에서는 무승부에요. 둘 다 고기를 못 잡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승부를 낼 수 없습니다.
그러면 1라운드 때의 성적을 반영해 승패가 갈리기도 해요.(울릉도 대회에서는 그렇게 함)
그러니 벵에돔 낚시 대회는 뽑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뽑아내는 게 최선입니다.
"아~ 신난당. ^^"
대회도 대회지만, 이렇게 멋진 곳에서 낚시할 수 있음에 행복을 느낍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대회를 마련한 주최 측도, 이런 멋진 환경의 제주도도,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대회 룰은 간단해요. 23cm 이상 벵에돔을 가장 많이 잡은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마릿수가 같으면 cm을 재서 가장 큰 씨알을 잡은 사람이 진출합니다. 만약에 두 사람이 기준치 벵에돔을 낚지 못한다면, 23cm 미만의 벵에돔이라도
'먼저' 낚은 사람이 선득점으로 인정돼 진출합니다. 그러므로 23cm 미만일지라도 먼저 잡은 사람이 승기를 잡는 것입니다.
물론, 상대방이 기준치가 되는 벵에돔을 낚기 전까지만 해당합니다.
두 사람 모두 아무것도 못 낚으면 공포의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결정짓습니다.
오늘은 목줄도 팍팍 쓸 겁니다. 무려 10m나 뽑았습니다. ㅎㅎ
나의 운명을 가를 벵에돔 채비는 01번
<<필자의 채비>>
1-530 낚싯대 - 2500번 릴 - 1.7호 원줄(플로팅 타입) - 1.2호 목줄 10m - 투제로(00)찌 - 조수우끼고무 - g5번 봉돌 - 벵에돔 바늘 5호
채비는 목줄 10m를 사용한 천조법입니다. 찌는 쯔리겐의 '토너먼트 아크로' 01번으로 기존의 부력체계로 따지면 투제로에 해당합니다.
왜 이렇게 했느냐면, 우도에서 낚시는 처음이지만, 이곳 포인트(작은 동산)는 발 밑 수심부터가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위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직벽 지형에 포인트 수심이 15m 이상으로 떨어진다고 해요.
더군다나 시간은 한낮이다 보니 이 상황에서 벵에돔이 상층으로 떠오를 리는 없을 거라고 판단, 상층 탐색은 생략한 채 빨리 8~12m 권까지 미끼를
내릴 수 있는 채비로 하였습니다. 1.2호 목줄이 10m면 그 비중이 상당할 것입니다.
거기에 g5번 봉돌을 달았으니 이걸로 10m 이상은 족히 내릴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진지한 태도로 대회에 임하는 상대 선수
잠깐의 정적을 깨고 첫 입질을 받은 입질의 추억
"왔다!"
"가 아니고.."
어랭이네요. 방생.
삼키고 올라온 녀석은 바늘을 억지로 빼기보다는 목줄을 잘라 방생하고 바늘을 새로 매는 게 훨씬 빠릅니다.
또 그것이 녀석에게도 이롭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늘은 빠져나가면서 물고기도 살 수 있음)
다시 캐스팅하는 입질의 추억
발 앞에 수심이 깊어 가까운 곳을 노렸더니 계속 어랭이만 낚이네요.
이번에는 밑밥으로 어랭이들을 유인한 뒤 채비는 조금 멀리 던져 봅니다. 거기서 미끼를 천천히 가라앉히면서 앞으로 살살 끌어오는 수법을.
상대 선수의 플레이도 힐끔힐끔 봅니다. ^^;
역시 갯바위 가장자리를 노리고 있군요. 혹시 23cm 미만 벵에돔으로 선득점을 하기 위한 포석일까?
오랜지 색 찌가 유유히 흐르다가 스르륵 들어갑니다.
"입질이닷!"
계속 어랭이만 낚는 입질의 추억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풍경, 제주도 우도 작은 동산에서
"생각처럼 안 되네"
슬슬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어랭이들이 물고 올라오는 수심층은 어림짐작으로 7~8m 수심권.
발 앞에 밑밥을 아무리 많이 쳐도 잡어들이 떠오르지가 않고, 또 잠시 떴다가 사라지는 걸 봐서 바닷속 컨디션은 좋지 않은가 봅니다.
적어도 미끼가 8m 층까지 내려가야만 잡어든 뭐든 문다는 얘긴데. 흐음.
미끼를 좀 더 깊이 내려보겠습니다. 일단 봉돌을 g5에서 g7 번으로 가볍게 하고요. 대신 두 개를 분납해서 던져 봅니다.
밑밥은 발 앞에 꾸준히 투척. 설령 잡어가 반응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이곳으로 들어간 밑밥은 속조류에 휘말려 앞쪽으로 퍼져 나갈 테니까요. 거기에 벵에돔이 반응해 주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 순간 고개를 돌려보니 뜨헉!
먼저 벵에돔을 낚은 상대 선수
사진상으로는 흐리게 나왔지만, 분명 벵에돔입니다. 다행히 기준치는 안 될 것 같은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23cm 미만으로 선득점했기 때문에 이후로는 제가 기준치 벵에돔을 낚지 못하면 라운드 진출이 좌절됩니다. 그치만 모.
"낚으면 되니깐"
아직 시간이 남았고 낚으면 될 거라며 자신 만만해 하는 입질의 추억
참고로 상대 선수는 쓰리제로(000) 조법을 구사중입니다. (경기 끝나고 사용한 채비에 대해 물어봤죠.)
고기가 안 나오자 집중적으로 밑밥을 뿌리는 상대 선수
윽. 저곳은 웬지 벵에돔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한 바로 그 자린데요. 결국에는 저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하니 왠지 불안해지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곳에서 벵에돔을 한두 마리 더 낚습니다. 다만 기준치 이하라 마릿수는 의미가 없어요.
23cm 미만의 벵에돔은 먼저 잡는 데만 의미가 있으니까요. 둘 다 기준치를 못 낚으면 저분이 진출하지만, 제가 만약 기준치가 되는 벵에돔을 한 마리라도
낚으면 제가 진출하게 됩니다.
옆 포인트는 잡어들이 밑밥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옆 조에서는 뭔가 그럴싸한 고기가 나오고 있는데 알고 보니 "점다랑어"
벵에돔은 얇은 목줄로 꾀어내는 낚시인데 저렇게 다랑어 종류가 걸리면 한참을 실랑이해야 하므로 대회에서는 불청객입니다.
제발 나에게는 걸리지 말아다오! 하는데 말하기가 무섭게 제 채비에도 물고 늘어지더니 결국 목줄을 끊어 먹습니다. 다행히 찌는 무사.
옆 조의 또 다른 분(제주 강병철님)은 제주의 탑 클래스로 알려진 고수.
막 벵에돔을 낚아 파이팅에 들어갔습니다. 사진으로는 못 담았지만, 기준치를 훌쩍 넘기는 벵에돔으로 승점을 따내시네요.
자리 교체하는 양 선수
전반전은 그렇게 소득 없이 끝났습니다. 이제 자리를 바꿔 남은 40분을 하고 경기를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후반전 시작
"왔다. 왔어!"
결국, 바꾼 자리에서 한 마리 걸려들었습니다. 힘으로 보나 휨새로 보나 일단 잡어는 아닙니다.
"드디어 벵에돔 한 마리 올렸습니다!"
그런데 23cm가 될지는 재봐야 알겠네요. 되면 좋으련만, 안 되면 추가 타가 필요할 때입니다.
그러다 또 입질!
1라운드 종료 시각 5분 전.
저는 총 두 마리를 낚았습니다만, 한 마리는 23cm가 안 될 것 같고 나머지 한 마리가 어떨지 승부의 분수령이네요.
우도에서 펼쳐진 벵에돔 낚시 대회, 1라운드가 종료됐다.
배에 오르니 선수들이 물어봅니다.
"고기 나왔어요?"
"나오긴 나왔는데 씨알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상대 선수는 '아무래도 제가 진 거 같습니다.'라며 말을 건네옵니다. 제가 낚은 벵에돔이 좀 더 커 보였다는 게 이유입니다.
이래서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한다는 게 여기서 나온 말인가 봅니다.
저는 내심 그리되었으면 했지만, 벵에돔 낚시를 하다 보면 꼭 자로 재지 않아도 씨알에 대한 감이 오기 마련.
예를 들어 제 손 한 뼘치가 딱 22cm 나오는데요. 대충 손으로 쟤보니 23cm가 될까 말까, 확신이 안 섭니다.
박범수 운영자님이 계측에 들어간다.
결국, 승부를 가르기가 모호해 정밀 계측에 들어갑니다. (이것도 두 번이나 쟀어요)
"두근두근"
계측 결과, 제가 낚은 벵에돔이 상대 선수가 낚은 것보다 좀 더 컸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대회 기준치인 23cm가 되느냐인데요.
정확히 22.5cm가 나오네요. 5mm가 부족한 것입니다.
"두 사람 다 기준치가 안 됩니다. 누가 먼저 낚았어요?"
이렇게 되면 선득점 한 사람이 진출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1라운드에서 진출이 좌절되고 맙니다. ㅋㅋ
상대 선수는 '운으로 올라갔다며' 겸손해했지만, 그것도 실력의 연장선입니다. ^^
뒤집어 말하면 제가 기준치를 못 낚았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후 저와 1라운드를 함께 했던 선수는 이 대회에서 2위를 기록했습니다.
축하하며 수고하셨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비록 1라운드에서 떨어졌지만, "패자부활전'이란 게 있습니다. ^^
1라운드에서 떨어진 선수 중 '가장 많은 마릿수'를 기록한 한 명의 선수가 와일드카드로 진출, 다음 달에 있을 대마도 결선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저는 패자부활전 참가를 위해 포인트를 옮깁니다. 제주도 우도에서 벌어진 2014 WFG 벵에돔 낚시 예선전.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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