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류도감/루어낚시] 대표적인 여름 횟감, 농어와 점농어에 관하여


일반인에게 농어회는 '고급 횟감'쯤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횟감으로서 농어의 인식은 횟집 메뉴판 보면 알 수 있지요.
우럭, 광어가 가장 대중적인 횟감이라면, 농어와 도미는 우럭, 광어에 질린 이들이 얼마를 더 보태야 먹을 수 있는 횟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농어회의 95% 이상은 양식입니다. 국내산과 중국산의 차이는 있지만, 양식 농어의 맛은 특별히 선도 관리를 잘하고
숙성 기술이 좋지않는 이상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생선회 이야기를 통해 거듭 말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자연산이 양식산보다 늘 맛있지는 않습니다. 
제철이 아니면, 차라리 양식산이 낫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자연산보다는 적응력이 뛰어난 양식산의 육질이 더 낫기도 합니다. 
그런면에서 농어도 비슷하지만, 만약에 제철이고 스트레스가 적은 자연산 농어라면, 양식산 농어가 따라올 수 없는 우월한 맛을 가집니다. 
 
이를 일반인들이 알아차리기에는 무리가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나는 모든 횟감. 다시 말해, 우럭부터 다금바리까지 굳이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모닝에서 벤츠 S클래스를 넘어 포르쉐, 람보르기니까지 더욱 넓은 범주 내에서는 농어회의 위치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유는 95%가 양식산이며, 그중 과반수가 중국산인데 저는 4kg짜리(양식은 4kg이 한계치임)까지 먹어 봤지만, 자연산 농어보다는
아무래도 뒤떨어지는 식감과 맛을 가지고 있음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꾸준히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연산 농어나 그보다 고급인 어종을 맛보지 못한 이상 이 이야기는 공감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 어종의 맛을 이야기하려면 양식, 자연산 두루두루 맛봐야 하고 씨알 별로도 맛을 봐야 하며, 보다 다양한 횟감을 섭렵해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조만간 '강도다리 이야기'를 준비 중입니다만, 개인적으로 강도다리 맛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어쩌면 양식산 농어도 이와 연관성이 있을 듯하여
밝혀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일반적인 범주에서 광어, 우럭보다는 약간 비싼 횟감으로 인식되는 농어에 관해
알아봅니다. 마흔일곱 번째 어류도감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름에 맛있는 농어입니다.
 

■ 농어에 관하여
표준명 : 농어(농어목 농어과)
방언 : 깔따구(서해), 까지메기(남해)
영명 : Sea Perch
일명 : 스즈끼(スズキ)
전장 : 1m 10cm
분포 : 한국의 전 해역, 동중국해, 일본, 중국, 타이완
음식 : 회, 초밥, 소금구이, 튀김, 탕, 찜
제철 : 6~10월(여름부터 가을까지)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농어(민농어라 불리기도 함)

#. 농어의 생태와 특징

농어는 전장 1m가 조금 넘게 자라는 대형 어종이지만, 주로 잡히는 씨알은 50~80cm가 많습니다.
몸은 긴 타원형으로 날씬하게 빠졌고 등에는 금빛이 살짝 돕니다. 간혹 큰 개체는 푸른 빛을 띠기도 하며 배는 공통으로 밝은 은백색입니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먹이활동을 위해 육지와 가까운 바다로 들어오므로 조업배에 자주 걸려듭니다. 
산란은 늦가을에서 겨울에 걸쳐 하는데 이때 알을 낳기 위해 먼바다 수심 깊은 곳으로 이동하는 반 회유성 어종입니다.

유어기 때는 담수를 좋아해 강 하구의 기수역에 많이 서식합니다.
이유는 민물과 해수가 만나는 곳에 풍부한 먹잇감이 형성되기 때문이고 농어 자체가 기수역을 좋아하기 때문.
농어는 성어가 되어도 이빨 하나 나지 않아 손가락을 주둥이에 넣어서 잡아도 안전하지만, 실은 새끼 때부터 난폭한 육식성 어종입니다. 
어릴 때는 소형 어류와 새우류를 먹고 자라며 특히, 멸치를 좋아해 멸치떼가 들어오면 그것을 쫓아 들어와 수면에 떼를 지어 라이징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루기도 합니다.

농어를 부르는 명칭은 크기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출세어(出世魚)'의 성격을 가집니다.
서해와 전남에서는 어린 농어를 '깔따구'라 부르고, 남해에서는 '까지메기'라 부릅니다. 그러다 50cm가 넘으면 비로소 '농어'로 불러주고 80cm가 넘는
농어에는 '따오기'란 명칭이 붙습니다. 따오기는 지역 방언이 아니고 농어 낚시 붐이 일어나면서 꾼들이 만들어 낸 일종의 속어.
일본에서도 농어를 취급할 때는 성장에 따른 명칭이 붙습니다. 어린 농어는 크기에 따라 '세이고'와 '훅코' 로 나뉘고 50cm에 다다라서야 본 명칭인
'스즈키(スズキ)'라 부르는데요. 스즈키는 일본에서 우리나라 성의 '김이박' 정도 되는 흔한 성씨입니다. 
그만큼 농어가 일본을 대표하는 생선이란 뜻입니다. (하지만 꼭 일본만 대표하는 생선은 아니죠.)

농어가 다른 어종보다 특별히 여기는 까닭은 '속을 편하게 하고 소화 흡수를 돕는다.'라는 한방으로서 가치가 높은 어종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는 농어를 노어(露魚)라고 하는데, '본초경소(本初經蔬)'에 기술된 농어는 "맛이 달고 연하며, 기(氣)가 평하여 비위에 좋다."고 기록되어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농어는 회로도 먹어왔었고 말려서 가루를 빻은 다음 이를 복용해 소화제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점농어

<사진 1> 점농어의 특징을 보여주는 많은 점들

#. 농어와 점농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농어는 3종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농어와 점농어, 그리고 넙치 농어가 있습니다.
여기서 넙치 농어는 따듯한 난류를 좋아해 제주도를 비롯한 일본 남부에서만 서식하며 최근 온난화의 영향으로 남해까지 확장 중입니다.
서해와 전남에서 잡히는 농어는 점농어가 많습니다. 동해에서는 점농어가 서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근래에 들어 저는 동해 수산시장에서
자연산 점농어를 확인했고 실제로 동해에서도 서식한다는 이야기가 돌아 이 부분은 학자들이 연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농어와 점농어의 형태적 특징은 '점의 여부'가 포인트입니다. 일반 농어도 많지는 않지만, 등에 점이 박혀있습니다. 
점농어는 확연히 보일 만큼 많은 점이 박혀 있으며 등지느러미까지 점이 박혀있어 농어와 구별됩니다.
점농어는 중국에서 양식이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요즘 중국에서 들어오는 양식산 농어는 '점농어'가 많습니다.
맛은 농어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2> 방어와 함께 유유히 유영 중인 양식 점농어

#. 자연산과 양식산의 구분

농어는 특징만 잘 알면,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이 부분에 관해 자세히 다룰 예정인데요. 여기서는 간략하게 정리만 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외형적인 특징으로 아는 방법은 전체적인 때깔을 보는 것입니다.

양식산 농어 : 등은 흑갈색으로 몸체의 전반적인 채색이 짙고 어둡다. <사진 2> 참조
자연산 농어 : 등은 연한 금빛을 띠고 전반적인 채색이 밝고 반짝인다. <사진 1> 참조


회를 썰어보아도 양식과 자연산은 차이가 확실합니다. 양식산 농어는 혈합육이 어두운 회갈색을 띠고 근육의 탁도 또한 선명하지 않지만, 자연산 농어는
50cm이하의 씨알의 경우 혈합육이 밝은 갈색을 띠며, 그 이상되는 씨알은 도미와 비슷한 선분홍색을 띱니다.
근육의 투명도도 좋고 반질반질 윤기가 나죠. 양식산 농어는 근육의 투명감이 좋지 않으며 검은 실핏줄이 많이 번져 있습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자연산 농어의 살에도 검은 실핏줄이 번져 있기도 합니다. 수조에 오래 갇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러한 현상이 생기니 검은
실핏줄 여부로 양식과 자연산을 가리는 것은 100% 확실한 게 아닙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갓 잡은 자연산 농어에는 검은 실핏줄이 거의 나타나지 않다는 점.
이 부분은 나중에 자연산과 양식산 농어 구분법을 통해 사진으로 정리해 올리겠습니다.


농어 주낚은 산 보리새우로 한다.

갓 낚아 올린 점농어(약 3kg짜리)

#. 주낙으로도 잡는다.
농어를 어획하는 방식에는 크게 그물과 주낙이 있습니다. 상품성 가치는 모든 조업이 그렇듯 그물보다 주낙으로 낚은 게 더 높습니다.
이유는 그물코에 끼어 발버둥 칠 때 생기는 손상이 주낙에는 없고 스트레스가 덜해 육질이 좋기 때문입니다.
농어 주낙에서 사용하는 미끼는 산 보리새우로 서울, 수도권에서는 쉽게 보기 어렵지만, 가격도 비싸 고급 요리에 사용됩니다.
그것을 여기서는 미끼로 사용하는데요. 이것을 그대로 라면에 넣고 끓이면 100% 리얼 새우탕이 됩니다. ^^

농어의 회유층은 바닥에서 수면에 이르기까지 대중없지만, 계절과 수온에 따라 대략적인 기준은 있습니다.
지금(봄)과 같이 수온이 불안정할 때는 저층과 중층을 오가며 먹이 활동을 하다가 여름이 오고 수온이 높아지면 상층까지 떠서 다닙니다. 
여기에 조류의 흐름이 원활할수록 더 뜨게 되는데 그래서 농어 주낙은 미끼를 중층에 띄울 수 있도록 추와 부력제를 함께 사용합니다. 
추는 주낙 전체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고 부력제는 미끼를 띄우는 데 이때 부력제를 몇 개 사용하느냐에 따라 공략 수심층을 선별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낙도 낚시꾼처럼 농어 입질층에 맞추려고 추와 부력제 비율을 조절합니다.

주낙으로 낚는 자연산 농어의 씨알은 평균 50~60cm이며, 큰 것은 80cm(약 4kg) 이상 나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낚인 농어는 전국으로 운송되는데 특히, 강남의 고급 일식집이나 호텔로 많이 들어갑니다.
자연산 농어의 1kg당 단가는 대략 25,000원 선으로 나까마(중간상인)을 거치지 않은 직거래 가격입니다.
4kg짜리 대(大)농어 한 마리 가격은 25,000 x 4 = 10만 원선으로 농어를 들여온 일식집은 손님에게 kg당 120,000에 팔아 다섯 배의 차익을 얻습니다.
그러나 임대료가 비싼 강남의 일식집임을 감안하고 각종 부요리(스끼다시)를 생각한다면, 다섯 배의 차익이 아니겠죠. 그냥 적정 수준에 파는 것.
이는 어부와의 직거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활어 유통은 대부분 중간상인을 거쳐 운송비까지 더해진 가격이라 업소의 마진율이
낮은 편이지만, 그나마 직거래를 하면, 불필요한 거품이 빠지므로 보다 저렴하게 들어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팔 수 있습니다. 
일부의 직거래 형태지만,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입니다.


농어와 감성돔을 연달아 낚은 필자의 아내

#. 농어와 낚시
과거 농어 낚시는 고부력 찌에 갯지렁이를 여러 마리 달아 수면을 훑는 릴 찌낚시 방식이 유행했습니다.
3~5호 전자찌에 같은 호수의 추를 달고 수심 1m로 설정한 다음 갯지렁이를 푸짐히 꿰어 전방 30~40m에서 흘리는 낚시입니다.
지금도 전남 지역에서는 이러한 방법으로 농어 밤낚시를 즐기는데요. 근래에 루어낚시 기법이 많이 알려지면서, 서해를 중심으로 한 농어 루어낚시가
이제는 농어 낚시의 정석으로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미노우나 바이브레이션 등의 인조 미끼를 달아 던지고 감고를 반복.
현란한 움직임으로 농어를 꼬드겨 내는 낚시는 서해 군산 일대의 먼바다를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릴 찌낚시든 루어낚시든 농어는 바늘에 걸리면 수면에서 바늘털이를 시도해 보는 이들의 눈맛을 선사하지만, 이때 줄의 텐션이 느슨해지면 놓치기
십상이니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파이팅을 합니다.

제주도 가파도에서는 넙치 농어 낚시가 유행합니다. 허리까지 오는 장화 바지를 입고 여밭을 헤치고 나가서 하는 전투낚시인데요.
일반 농어보다 체고가 크고 힘이 좋아 제주도에서는 넙치 농어만 노리는 마니아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사실 저도 제주도에 장기간 있을 때 넙치 농어를 만나고 싶었지만, 포인트 환경이 낚시 촬영과는 너무도 안 맞고 정보도 부족해 포기했습니다.
일본에는 일반 농어를 비롯해 넙치 농어 낚시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낮고 난류가 직접 받쳐 노릴 수 있는 대상 어종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건 낚시인의 입장으로서 부러운 일입니다.


<사진 3> 활어 양식 농어회


<사진 4> 숙성한 양식 농어회(2번)

#. 농어의 식용
아득히 먼 옛날, 중국에서는 농어를 횟감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소화 흡수가 좋은 농어의 장점을 활용해 한방재료로도 사용하였습니다.
오늘날 농어는 한국에서 광어, 우럭, 도미 다음으로 소비가 많은 주요 횟감이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농어는 대표적인 여름 횟감입니다. 늦가을부터 산란을 시작하므로 이르면 늦봄부터 맛이 올라 초가을에 절정을 이룹니다.
농어회를 즐기는 미식가의 입담으로는 '맛이 달고 쫄깃하다.'고 전해지는데 활 농어의 육질은 탄력과 투명감이 좋아 얇게 썰어 먹으면 차진 식감을
느낄 수 있고(사진 3 참조) 이를 숙성해 두툼이 썰면 미려한 단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농어는 광어, 도미와 함께 활어회보다 숙성회에 더 어울리는 횟감입니다. 특히, 3kg 이상이면 숙성했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횟감이죠. 
숙성하게 되면 혈합육은 어두워지며, 근육의 탁도 또한 흐려지면서 전반적으로 거무튀튀하게 변합니다.
이는 '변색'이 아닌 숙성으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안심하고 먹어도 됩니다.
4kg 가까이 되는 농어는 대가리 구이가 일품이며, 통째로 튀겨서 소스를 뿌린 농어 탕수도 일미입니다.

※ 추신
제 블로그는 당분간 낚시와 여행 포스팅을 자제하고 어류도감 이야기로 채워질 예정이니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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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철 횟감의 진객(珍客) "농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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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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