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 쑥국] 현직 주방장에게 배운 봄 도다리쑥국


 

오랜만에 선보이는 꾼의 레시피. 오늘은 봄철 대표적인 별미로 손꼽히는 도다리쑥국 끓이는 방법에 관해 알아봅니다.

생선 매운탕이나 맑은탕(지리)도 집집이 끓이는 방식이나 양념이 미묘하게 다르듯이 도다리쑥국도 그런 것 같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인터넷을 찾아봤는데요.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레시피들이 보였고 개중에는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할 조리 방법으로 끓이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멸치 육수를 우려서 도다리쑥국을 끓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봄도다리 쑥국은 맑은 도다리 국물에 여린 해쑥을 풀어 넣어 그 향이 국물에 베게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그 국물은 도다리의 살과 뼈가 내어주는 맛으로도 충분히 나는데요. 여기에 멸치 육수를 더하면 감칠맛은 상승할지 몰라도 자칫 개운함이 떨어져 쑥국

본연의 맛을 헤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도다리쑥국에 사용된 생선도 제각각인데 물가자미, 참가자미 등을 도다리로 알고 사용한 사례가 많습니다.

도다리를 포함한 가자미과 생선에 관해서는 다음 주에 정리해 드릴 것을 약속드리며 오늘은 통영의 도다리쑥국 전문점에서 배운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 도다리쑥국 재료

도다리 1마리, 쑥 한 줌(약 100g), 무, 다진마늘, 소금, 된장, 쏭쏭 썬 매운고추

 

 

서해산 문치가자미

 

먼저 도다리를 사진과 같이 토막 냅니다. 사용한 도다리는 서해산 문치가자미로 보통 이 어종을 우리는 도다리로 부르고 있습니다.

문치가자미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히는 10여 종의 가자미과 어류 중 제법 고급에 속하며 제철은 6~9월이지만, 어획량은 3~5월에 집중되기에 지금은

봄이 제철인 것처럼 굳혀졌습니다. 쑥국에는 가자미 머리도 버리지 않고 넣어야 국물 우리는 데 좋습니다.

내장은 구입한 것이라면 판매처에서 제거해 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냄비는 궁중팬에 끓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널찍한 팬이 열을 받는 면적을 넓어 단시간내에 팔팔 끓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궁중팬이 튀김용으로 쓰이고 있어서 전골냄비를 이용했습니다.

냄비에 적당량의 물과 나박 썬 무를 넣고 된장을 소량 푼 다음, 팔팔 끓입니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도다리를 넣고 여기서 7~8분을 가장 센 불로 끓이는데 관건은 화력입니다.

여기서는 기호에 따라 된장과 고춧가루를 약간 넣어줬지만 도다리쑥국의 정석은 맑은탕에 기반에 두는 것이므로 저렇게 국물색이 노랗게 될 정도로

된장을 넣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끓이는 과정에서 이는 거품은 걷어냅니다.

 

 

도다리를 따로 빼놓는다.

 

여기서부터 제가 배워온 내용이 일반 가정집에서 하는 방법과 차이를 보일 텐데요.

보통은 팔팔 끓는 상태에서 쑥을 넣고 마무리하는데 여기서는 도다리를 따로 건져냅니다.

그리고 쏭쏭 선 매운 고추 약간, 다진 마늘, 소금을 넣고 간을 봅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국물에 쑥 한 줌을 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쑥 향이 국물에 배면서 도다리에는 배지 않아 도다리 특유의 부드럽고 담백한 살 맛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한소끔 끓였던 도다리 살을 바깥 공기에 쐬어줌으로써 자칫 흐물흐물해질 수 있는 살을 좀 더 단단하게 하는 효과도 봅니다.

 

 

쑥을 넣으면 오래 끓이지 말고 한 번만 휘저은 다음 불을 끕니다.

그릇에 담을 때는 쑥과 함께 국물을 담고 마지막으로 건져낸 도다리를 올려서 마무리합니다.

 

 

봄 도다리쑥국 완성

 

이것이 통영의 현직 주방장의 레시피로 만든 봄 도다리쑥국입니다.

원래는 국물색이 조금 더 맑아야 하는데 저는 여기에 된장을 좀 더 풀었습니다.

 

 

봄의 나른함을 단번에 물리치는 도다리쑥국

 

포실포실한 도다리 한점에 국물이면 봄의 나긋함도 스르륵 물러간다.

 

국물 한술 뜨면서 드는 생각은 서두에 언급한 멸치 육수였습니다. 

이렇게 산뜻하고 개운한 국물에 왜 멸치 육수로 맛을 칠해야 하는 걸까? 하는 것이었죠. ^^

도다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국물에 우렸을 때 맛이 납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생선에 믿음이 있으면 구태여 멸치나 다시마 육수를 더할 이유가 없겠지요.

생선 자체에서 나오는 맑고 개운한 국물로도 충분히 감칠맛을 낼 수 있는데 이왕이면 탕감용 생선도 김치냉장고에서 하루 이틀 숙성해서 사용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랬을 때와 활생선을 막 잡아 끓였을 때와는 국물의 감칠맛이 또 다르니까요.

숙성한 생선으로 끓였을 때 감칠맛이 상승하는 이유는 높아진 이노신산(IMP) 성분 때문입니다.

이 이노신산은 우리가 자연계 물질(생물)에서 취할 수 있는 감칠맛 성분으로 육고기의 글루탐산과 견줄 만 합니다.  

다만 이노신산은 활어에서는 그 양이 미미하다가 사후 3시간부터 늘어나 24시간즈음에 최대치로 포화됩니다. 그러니 하루 정도 숙성한 것이 적당하겠네요.

 

국물을 제 차 입에 넣자 향긋한 쑥 내음이 입안을 휘감습니다. 씹으니 마치 새싹을 씹는 듯 여린 쑥잎이 부드럽게 넘어갔습니다.

그 산뜻함과 개운함에 봄 도다리쑥국이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는가 싶습니다.

사실 도다리쑥국에서 주연은 도다리가 아니고 쑥에 있습니다. 이 쑥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햇쑥'이라고도 하고 '해쑥'이라고도 합니다.

햇쑥은 3월에 막 나기 시작한 여린 잎이란 의미로 향이 강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탕감에 제격입니다. 해쑥은 통영 욕지도를 비롯해 많은 부속섬에서 해풍 맞고

자란 쑥을 의미합니다. 이 쑥이 4월 초반까지는 강한 향을 발산하지만 이후로는 향을 잃고 잎도 억세져 식재료로서의 가치를 잃게 됩니다.

3~4월에 먹는 도다리쑥국이 최고인 이유도 맛을 주도하는 지휘관은 다름 아닌 쑥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도다리가 쑥국에서 하는 역할은 생선 국물을 내고 부드러운 살맛을 주는 정도이며 만약, 도다리가 아닌 유사 가자미나 다른 흰살생선으로 끓인다

해도 그 맛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 계절에 꼭 도다리가 아니라도 좋으니 개운하고 산뜻한 쑥국 끓여 드시기 바랍니다.

아마 봄의 춘곤증 정도는 쉽게 타파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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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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