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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용으로 딱, 자연산 감성돔 맑은탕(지리)
그러고 보니 제 블로그 '꾼의 레시피'에서 그 흔한 맑은탕(지리) 하나 번듯하게 올리지 못했군요.
회떠먹고 남은 뼈로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음식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맑은탕에 들어가는 재료는 매운탕 재료보다 좀 더 엄격합니다.
다시 말해, 매운탕은 재료의 선도가 약간 맛이 가더라도 고춧가루 양념과 마늘에 가려질 여지가 있습니다만, 지리탕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싱싱하지 않으면 국물에서 온갖 잡내, 비린내가 날 수 있는 음식이 바로 맑은탕(지리)이니 말입니다.
지느러미를 잘라야 국물맛이 한층 깔끔해진다.
그렇다면 싱싱함의 기준을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요. 전에도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4~5일 숙성했다고 선도가 나빠지지는 않습니다.
대신 온도를 잘 지켜야 하고 적당히 밀봉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들어갑니다.
회 뜨고 남은 뼈는 비닐에 이중으로 포장해 밀봉한 다음, 김치 냉장고의 숙성 칸에 넣어 둡니다. 이때 온도 설정은 1도로 합니다.
숙성 칸은 평소 잘 열지 않는 서랍형이 무난합니다. 자주 여는 일반 냉장고에서 숙성한다면 숙성 기간이 대폭 단축됩니다. (제대로 숙성되지도 않음)
이 상태에서 횟감은 2일까지가 무난하고 탕감이나 구이, 조림용은 7일까지도 가능함을 몇 번의 테스트로 확인하였습니다.
싱싱한 재료의 조건은 이 정도 선입니다. 이 이상 넘어가게 되면, 그때는 맛에 대한 장담을 못 해요.
매운탕감을 숙성해서 끓이는 이유는 바로 끓였을 때보다 국물 감칠맛이 좀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고기가 숙성되면서 조미료 성분(이노신산)이 상승하기 때문인데요. 실험 결과에 의하면 이 이노신산(IMP)이란 물질은 숙성한다고 해서 계속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 시간까지는 가파르게 상승하다가 어느 시점에서는 멈춘다고 알려졌습니다.
그 시간은 숙성 후 24시간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24시간 숙성이든 48시간 숙성이든 그 둘은 감칠맛은 그리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가열 음식을 기준으로 말씀드린 겁니다.
먼저 탕감용 뼈를 꺼내 간단히 손질합니다. 손질은 꼬리와 등지느러미를 자르는 정도. 이때 식가위를 쓰는데요.
꼬리지느러미는 쉽게 잘리는데 감성돔의 경우 1~2번 등지느러미가 굉장히 억세므로 가위날이 안 들어갈 때는 손등을 칼에 탁탁 쳐가면서 해야 합니다.
이렇게 지느러미를 제거하고 넣어야 국물 맛이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손질된 자연산 감성돔(탕감용)
뼈에 붙은 살 색깔로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대략 7일 정도 숙성하였습니다. (의도적인 건 아니고 중간에 바빠서 해 먹을 시간이 없는 관계로)
이렇게 했을 때 혹시라도 상하지는 않을까? 염려하신 분도 계시는데요. 이 생선이 쉽게 상하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살아있을 때 '즉살'했기 때문입니다. 피를 빼고(이것도 여러 방법이 있지만) 횟감용으로 공수한 것으로 평소 잘 열지 않은 서랍형 숙성고를 1도로 설정해
보관하게 되면 생선이든 소고기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으니 그 점은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요점은 살아있을 때 피를 빼고 뇌 신경을 절단해(척추를 절단하세요.) '즉살'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야 며칠 숙성해도 선도가 나빠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여 감성돔 맑은탕(지리) 재료가 모두 준비됐습니다.
#. 감성돔 맑은탕 재료
감성돔 두 마리에 해당하는 뼈(서더리), 무 1/3개, 고추 1개, 마늘 6~7개, 쏭쏭 썬 파, 미나리 한줌, 소금 약간, 멸치다시.
이번에는 쌀뜰물로 끓여보았습니다.
적당량의 쌀뜰물에 다시마 한두 장과 멸치, 무를 넣어 육수를 우립니다. 육수 우릴 때는 냄비 뚜껑을 열어 둡니다.
팔팔 끓으면 불을 낮춰 5~6분간 은은하게 우린 다음 멸치와 다시마는 건져냅니다.
이제 감성돔과 편으로 썬 마늘과 고추를 넣고 20~30분간 팔팔 끓입니다.
편으로 썬 고추는 씨를 제거해 넣는데 칼칼한 게 싫다면, 생략해도 됩니다.
끓이다 보면 육수가 줄어들므로 애초에 육수는 조금 넉넉하게 끓여놓는 게 좋아요.
끓이는 시간은 업소 기준으로 15분. 가정에서는 20~30분.
이유는 화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만약 가정에서도 업소에 준할 만큼의 화력을 낸다면 센 불에 15분이면 충분합니다.
끓을 때 올라오는 거품은 걷어내고 마지막으로 소금을 조금씩 넣어 간을 맞춥니다.
마무리로 파와 미나리 한 줌을 넣고 30초간 끓이다가 불을 끕니다.
겨울에 보약이 되는 자연산 감성돔 맑은탕(지리)
두툼한 살점과 함께 먹는 지리탕
뽀얗게 우러난 국물
이런 맑은탕을 끓일 때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는 팁에 몇 가지 있어서 공유하겠습니다.
1) 생선 대가리는 반드시 넣는다. (이때 아가미는 반드시 제거)
2) 최대의 화력으로 팔팔 끓인다. (가장 중요)
3) 열전도율이 높은 냄비를 사용, 납작한 전골냄비가 도움이 된다.
4) 쌀뜰물을 활용한다. (잡내 제거와 뽀얀 국물에도 어느 정도 효과)
5) 일반 가스렌지 화력으로는 20분 이상 끓여야 한다.
감성돔 솥밥과 함께 먹는 감성돔 맑은탕(지리)
감성돔 솥밥(일명 도미솥밥)은 가정에서 쉽게 해 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이지만, 싱싱한 재료만 구한다면 만드는 법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으니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음식으로 생각됩니다. (관련 글 : 싱싱한 도미라야 만들 수 있는 '도미 솥밥')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의 기름이 둥둥 뜬 게 보이시죠?
5~6월 산란을 준비하느라 겨우내 지방 가득 축적한 감성돔이 제철을 맞고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감성돔에서 기름이 많이 나올 시기입니다.
이런 감성돔으로 탕을 끓이면 배지근하면서 구수한 맛이 일품입니다. 매운탕을 끓이게 되면 고추기름마냥 둥둥 뜨는데요.
그 바람에 평소보다 고춧가루양을 늘려(청양 고춧가루를 섞으면 더 좋음)도 그렇게 맵지 않고 적당히 칼칼하면서 진한 맛의 매운탕이 됩니다.
그러니 이런 탕 종류는 양념도 양념이지만, 재료가 월등히 좋아야 한다는 사실!
한술 뜨자 이건 무슨 삼계탕 저리 가라 할 만큼 구수한 맛이 나네요.
감성돔 대가리 아주 깊숙한 곳에서 우러난 이 국물은 겨울에 찬 수온과 세찬 조류를 맞으며 자란 영양분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습니다.
기호에 따라 콩나물을 넣어 끓인다면, 숙취 해소에 더욱 도움을 줄 것이고 그냥 먹어도 속풀이에는 아주 딱이었습니다.
기가 허한 분에게도 권하고 싶고요. 따듯하게 한 그릇 드시고 나면, 다음 날 기운이 불끈 솟을 것 같고 낚시인이라면 다음 출조를 기약해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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