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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머리 간장조림] 일식집 부럽지 않은 도미 간장조림, 집에서 만들기
일식집에서 맛본 도미 간장 조림은 크게 두 가지 타입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바짝 졸여 국물 없이 내는 묵직한 스타일이고 다른 하나는 국물과 함께 내는 가벼운 타입인데 여기서는 후자로 해보았습니다. 이 음식을 위해서는 우선 도미 대가리가 필요합니다. 도미 몸체를 조림으로 써도 되지만, 싱싱한 것은 회나 찜으로 먹으니 사실 그 귀한 도미를 조림에 양보하는 건 아깝지요. 그래서 일식집에서도 대게 회를 뜨고 남은 뼈는 매운탕에 넣고 대가리는 조림이나 소금구이를 합니다. 생선 요리의 매력이랄까요? 큰 거 한 마리면 부위별로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푸짐하게 식사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낚시꾼들은 잡아온 생선으로 할 수 있는 요리가 몇 가지로 제한돼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회, 구이, 탕 이 세 가지이고 신경 쓰면 조림이나 찜일 텐데 여기서 벗어나 좀 더 근사하고 매력 있는 생선 요리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다양한 조리법을 참고해 집에서 연습 삼아 만들어 먹곤 했지요. 오늘 소개하는 도미 간장 조림은 중간 과정으로써 사실 대부분 알고 있을만한 요리지만, 가정에서는 선뜻 시도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쉬운 레시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대가리 손질
먼저 대가리부터 손질합니다. 식 가위로 옆 지느러미는 잘라주시고요.
대가리를 두 동강 내는데 이 과정은 자칫 잘못하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늘 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묵직한 데바 칼을 갖고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했지만, 가정에서는 식칼로 할 수밖에 없으므로 꼭 면장갑을 끼우시고 칼날도 잘 갈아진 것을
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칼등을 적당히 내리쳐 쪼개야 하는 스킬이 필요합니다.
일전에 소개한 도미 머리(가마) 구이도 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이 작업이 까다로워서 그렇지 대가리만 반으로 가를 수 있다면 요리 방법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혹자는 도미 머리를 꼭 반으로 잘라야 하느냐? 그냥 해도 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하는데요.
물론, 그렇게 해도 먹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만, 이왕이면 두 쪽으로 갈라야 시각적으로 푸짐한 효과가 나며, 간도 잘 뱁니다.
도미머리 간장조림 재료
이렇게 하여 도미머리 간장조림 재료가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사용한 도미는 가거도에서 낚시로 잡은 감성돔으로 하였습니다. 아래 재료 소개 나갑니다.
#. 도미머리 간장조림 재료
도미 머리 1두, 무 2~3쪽, 매운고추 두 개, 당근 두 조각, 통마늘 2~3개, 생강 채
#. 조림 양념장(컵은 종이컵으로 개량)
조림용 간장(혹은 간장) 1컵, 설탕 100~120g, 다시마 육수 3컵, 물엿 조금
무와 당근, 고추, 생강은 위 사진과 같이 다듬어 놓습니다. 생강 대신 생강가루는 안 돼요. 생강이 없으면, 그냥 패스해도 됩니다.
하지만 생강이 있다면 꼭 채를 썰어 완성된 요리에 올려주세요.
이미 싱싱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지만, 이런 생선 조림에 생강 채를 곁들여 먹으면 맛이 정말 깔끔합니다.
※ 다시마 육수 내는 방법
냄비에 적당량의 물과 다시마를 넣고 7~8분을 팔팔 끓입니다. 될 수 있으면 가장 센 불에 끓입니다. → 이렇게 하면 대략 낭패니 유의하세요. ^^;
우선 다시마 한장을 물에 살짝 씻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다시마 한장의 크기는 가로세로 10cm 정도입니다.
겉에 허연 가루가 묻어 있는데요. 이것을 흐르는 물에 살짝 헹구되 손으로 박박 문질러 씻지는 마세요.
냄비에는 반드시 차가운 물을 넣고 그 상태에서 다시마 한장을 넣습니다. 물이 끓어오르면 곧바로 불을 끄고 그대로 잠시 놔두세요.
시간은 4~5분이면 충분. 기다리기 심심하다면 다시마를 건져 가위로 난도질해도 됩니다. 가위로 난도질한 다시마를 넣고 좀 더 기다리면 육수가
더 잘 우러나와요. 그렇게 은은하게 우려야 맛있는 육수가 완성됩니다.
모든 재료를 냄비에 붓고 끓인다.
냄비에는 미리 준비한 조림 양념장과 도미, 손질한 채소를 모두 넣고 끓입니다.
냄비보다는 넓고 푹 패인 궁중팬에 조리기를 권합니다. 이유는 열전도가 빨라 조림 시간은 단축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궁중팬이 튀김용으로 쓰이고 있어 할 수 없이 냄비에다 했습니다.
간장은 보통 조림용 간장이나 진간장을 써도 되지만, 일본의 사시미용 간장을 써도 됩니다.
기꼬망이나 니비시 소유도 좋고 제가 여기서 사용한 후지진쇼유(富士甚醤油)의 오사시미(おさしみ)도 좋습니다.
끓기 시작하자 감성돔 머리에서 밴 기름이 흘러나온다.
팔팔 끓으면 2~3분 정도 내버려 두다가 불을 낮추고 은근히 조립니다. 육수량이 처음보다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조립니다.
세팅하기
집게를 사용해 대가리를 먼저 올리고요. 무, 고추, 당근, 마늘을 적당한 위치에 올린 후 국물을 따릅니다.
마지막으로 생강채를 올리면 일식집 부럽지 않은 도미 간장 조림이 완성됩니다. 너무 쉬운가요? ^^;
48cm급 감성돔 대가리로 만든 간장조림
다금바리 부럽지 않은 저 야들야들한 입술 좀 보라. 씹어보니 별미다. ^^
음식은 정갈하게 담아내는 것도 맛이다.
도미 자체도 맛있지만, 푹 조린 간장 육수의 맛이 흰 쌀밥에 대한 입맛을 끌어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 짜지도 않고 달지도 않은 적정선의 맛. 물론, 똑같은 레시피로 해도 얼마나 조렸느냐에 따라 간의 세기가 다르겠지만요.
또 거기에 조려진 무 한쪽은 그저 밥 도둑. 여기서는 정갈하게 담으려고 두 쪽만 넣었지만, 무를 좋아한다면 한 개를 다 넣고 조리고 싶을 만큼
맛이 났습니다.
이렇게 따라 부어도 냄비에는 적잖은 간장 육수가 남아 있었는데요.
여기에 무와 고추를 추가해 넣고 푹 졸이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반찬이 될 것입니다.
도미 머리 구이와 간장 조림의 환상 콤비
도미 머리(가마)구이
지난 주에 소개한 도미 머리, 일명 가마살 구이라고 하지요. 자세한 레시피는 링크로 걸어 놓겠습니다.
(관련 글 : 일식 일품요리, 도미 머리(가마) 구이)
대가리지만, 생각보다 살이 많다.
적당히 양념이 밴 도미 살점. 입에 넣으니 쉬 허물어지지 않은 살의 탄력이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씹자 기름기 빠진 담백한 흰살 맛이 은은히 다가옵니다. 짜지 않으니 너무 과하지 않은 맛.
겨울 바다를 품은 감성돔이 지상의 기운을 머금은 간장을 만나 이런 조화를 부리는군요. 맛이 아름답습니다. (이거 너무 자화자찬 아닌지 ^^;)
접시 바닥에 고인 간장 육수에는 오랫동안 대양을 누비며 축적해 온 감성돔의 지방이 녹아 있었습니다.
보십시오. 조림 육수에 둥둥 뜬 저 기름 말입니다. 느끼하지 않은 불포화 지방산의 기름은 간장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조력자가 되었군요.
살을 보면 양념이 어느 정도 뱄는지 알 수 있는데 여기서는 조금 가벼운 느낌의 조림으로 하였습니다.
양념이 진하게 밴 느낌은 지난번 벤자리 간장 조림을 참고해 주세요. (관련 글 : 진하게 조린 벤자리 간장 조림)
둘의 차이는 그냥 푹 조렸느냐, 조금 덜 조렸느냐로 장단점이 있습니다.
가벼운 느낌은 국물이 짜지 않아 밥에 비벼 먹어도 되지만, 살 맛이 묵직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시커메질 만큼 바짝 조리면 밥과 함께 먹어야 할 만큼 짜지지만, 묵직한 맛을 원한다면 이게 나은 것 같고요.
파먹은 볼살
가마(옆 지느러미살)를 제외하고 순수 대가리에서 나오는 살점은 두육살(정수리)이 가장 많으며 식감은 쫀쫀한 볼살이 최고지요.
그러니 머리 구이나 조림이 나오면 볼살부터 사수하는 편입니다. ^^
눈알도 별미죠. ^^ 씹다 보면 가운데 딱딱한 부분이 입에 남아 뱉어야하지만, 저도 모르게 찾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감성돔 두 마리로 소금구이와 간장 조림까지 마쳤습니다.
대가리 손질이 까다로워서 그렇지 이후의 과정은 방법만 알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생선 대가리만으로도 이렇게 맛있고 훌륭한 요리를 할 수 있는데 어찌 매운탕에만 넣을 수 있을까요? ^^
앞으로 씨알 좋은 감성돔이나 참돔을 낚으면 이 귀한 대가리를 맛있는 음식에 쓰이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다음 주, 꾼의 레시피에서는 또 다른 음식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더보기>>
싱싱한 도미라야 만들 수 있는 '도미 솥밥', 상상초월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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