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에 관한 궁금증(1), 황태와 북어의 차이, 명태에 얽힌 다양한 이름

 


 

 

 

명태는 갈치, 고등어와 함께 한국인의 밥상에서 가장 친숙한 생선입니다. 그런 생선이 남획과 온난화로 인해 국내 해역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매우 슬픈 일이며, 지금은 전량 수입산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많이 먹지만, 정확히 알고 먹는 경우는 드문 현실에서 앞으로 명태에 관한 매우 기본적이고 쉬운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예전에 제가 방송(MBN 천기누설) 인터뷰에서 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내용을 좀 더 보강해 세 편으로 나누어서 올릴 예정인데요. 오늘은 첫 번째로 명태에 얽힌 다양한 이름과 황태와 북어에 관해 질의 응답식으로 풀어봅니다.

 

 

 

Q. 명태에 다양한 이름이 붙는데 정확히 어떠한 차이가 있나요? (예 : 생태, 북어, 황태, 북어, 코다리, 노가리 차이점)

 

A. 명태는 예부터 우리 조상이 예부터 즐겨 먹은 생선이면서도 크기와 보관 상태에 따라 맛과 빛깔이 달라 각각 개별적인 이름을 붙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생태는 명태를 얼리지 않은 생물을 의미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선도가 좋은 명태를 '선태'라고 하며, 동태는 원양어선에서 잡은 것을 배에서 곧바로 급랭(선동)한 것입니다.

 

북어와 황태는 내장을 제거한 명태를 추운 겨울에 말린 것으로 덕장 환경과 방법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반건조한 명태는 '코다리', 어린 명태를 딱딱하게 말린 것은 '노가리'(한때 노가리 생산을 위해 어린 명태를 남획한 것이 국산 명태의 멸종에 한몫 했다.) 그 외 가까운 앞바다(근해) 조업으로 잡은 명태는 '지방태', 먼바다 조업으로 주로 러시아 베링해 등 북태평양에서 잡힌 것을 '원양태'라 부릅니다.

 

시기와 어획 방법에 따른 이름도 있습니다. 봄에 잡은 '춘태', 가을에 잡은 '추태', 동짓달에 잡은 '동지태',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으면 '조태'. 또한, 명태는 충분히 말려서 먹는 생선인 만큼 보관 상태에 따른 이름도 제각각입니다. 건조 중 땅에 떨어진 것은 '낙태'. 그해 온도가 높아 황태가 되다만 채 전반적인 빛깔이 거무스름해지면 '먹태', 바짝 말려 딱딱해지면 '깡태', 눈바람을 많이 맞아 희게 변하면 '백태', 머리를 떼고 말린 것은 '무두태'라 부릅니다. 

 

 

Q. 다른 생선에 비해 명태의 이름이 유독 다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그만큼 우리 조상이 예부터 명태를 즐겨 먹었고 우리 식탁에도 가장 친숙한 생선이라는 의미입니다. 명태는 함경도에서 강원도에 이르는 동해 북부에서 가장 많이 잡혔고 또 즐겨 먹었던 생선인데 과거에는 보관 시설이 미비했기 때문에 주로 말려서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려서 먹다 보니 그해 기후와 보관 환경에 따라 말린 상태가 제각각으로 크기와 형태, 색에 따라 맛과 상품 가치가 달라져 상태에 따른 이름이 일일이 따라붙은 것입니다. 다만, 명태란 생선의 표준명은 '명태' 단 하나뿐입니다. 

 

명태란 이름의 유래가 재밌는데 고종 8년 이유원이 지은 [임하필기]에 이러한 구절이 있습니다. 함경북도 명천에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있었는데 처음 보는 물고기를 잡아 그 당시 관찰사(지금의 도지사)에게 바쳤다고 합니다. 물고기를 아주 맛있게 먹은 관찰사가 이 생선의 이름을 물으니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관찰사는 물고기 이름을 명천의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잡았다 하여 명태라 짓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Q 우리 민족과 친숙한 생선이라고 하는데, 예부터 명태가 제사나 혼례 같은 관혼상제나 액땜을 치를 때 자주 사용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일단 명태를 말리면 잘 썩지 않습니다. 그래서 변치 않는다는 의미가 있고, 또 썩지 않는다는 것은 냉장 시설이 없었던 과거, 전국적으로 유통돼 제사상에 오르기 좋은 생선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제사상에 올리는 생선은 머리와 눈 등의 부위가 온전히 붙은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말렸을 때 그 모양이 잘 보존되는 명태가 가장 적합했고, 사람을 대신하는 존재로 인식돼 액땜용으로 사용되었다는 말이 전해집니다.

 

 

북어(위), 황태(아래)

 

Q. 북어와 황태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북어와 황태의 차이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있어 바로 잡고자 합니다. 사람들은 북어를 단시간에 말린 것이고, 황태는 서너 달 말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북어와 황태의 가장 큰 차이는 말린 기간이 아닌 '환경'에 있습니다. 북어는 바닷가와 인접한 어촌이나 해안가에서 해풍으로 말리는데 제대로 말린 북어는 황태처럼 겨우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합니다. 북어로 유명한 산지는 강원도 최북단인 고성과 토성면 신평리가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 바다에 명태가 많이 났을 때는 지방태(근해에서 잡힌 명태)를 가져다가 말렸는데 지금은 지방태가 거의 없어 원양태로 말리고 있습니다. 

 

지방태와 원양태의 차이는 잡힌 지역 외에도 냉동 여부를 들 수 있습니다. 지방태는 주로 생물로 가져오지만, 원양태는 배에서 곧바로 급랭하기 때문에 이를 육지로 가져와 해동과 손질을 거치고 말리게 됩니다. 이때 사용되는 해양심층수는 마치 깡깡 언 참치를 해동하듯이 자연스럽게 바닷물 농도로 녹아서 맛과 영양적 손실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중에는 이런 방식으로 말린 북어보다 공장에서 단기로 말린 제품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어는 황태보다 값이 저렴하고 품질이 낮다고 인식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에 황태는 바닷가에서 말리는 북어와 달리 산간지방이나 고원에서 건조합니다. 북어와 마찬가지로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말리지만, 해풍이 아닌 육풍으로 말리는 것이 북어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는 강원도 고산지대 특유의 찬 기온과 바람을 이용해 밤낮의 일교차를 이용한 것으로 대표적인 황태 산지로는 대관령과 인제 용대리를 손꼽으며, 실제로도 이 지역에서 생산 건조된 황태 품질이 매우 뛰어납니다.

 

 

Q. 황태가 강원도 용대리처럼 오지 마을에서 많이 생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이유는 기후에 있습니다. 최근 온난화 기후로 한겨울에 생선을 안정적으로 얼렸다 녹기를 반복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강원도 북부 산간지역이 유일합니다. 특히, 대관령이나 인제 용대리처럼 고원의 특징을 가진 곳은 밤에는 얼고 낮에는 풀어져 겨우내 얼었다가 풀어지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명태의 지방은 체내에 응축되고 각종 아미노산과 이노신산 등의 성분이 늘어나 감칠맛을 높입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생물과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과메기와 굴비가 그랬고, 밤낮의 일교차가 크면 클수록 과실의 단맛도 강해지듯 생선의 깊은 맛을 더하기에는 대관령이나 용대리 같은 장소도 없을 것입니다. 

 

 

#. 마치며

황태는 명태 자체가 국내 해역에서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에 현재는 러시아산과 일부 일본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황태로 건조한 제품의 원산지 표기는 '국내산'이라 적혀있죠. 명태는 러시아산을 쓰면서 건조는 국내에서 했기 때문에 이러한 표기가 붙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시중에서 구입하는 황태 중 일부는 수입산(주로 중국산)이 많음에도 이러한 표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며, 이에 관련된 법규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실정입니다. 소비자는 내가 구입한 황태의 원산지가 무엇인지, 어디서 건조한 것인지 알 권리가 있음에도 제품의 상당 수가  이 부분을 명확히 표기하지 않고 흐지부지 넘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시간에는 황태 구입에 있어서 국산과 수입산의 구별법에 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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