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과 참우럭은 다른 어종, 맛의 승자는?


 

 

예부터 우리 민족은 어떤 물건이나 식재료에 '참'자 붙여 상품성을 높였습니다. 참돔, 참가자미, 참조기, 참마, 참나물 등등. 이렇듯 참이란 말은 지역 특산물에 붙이기도 하고, 그 철에 많이 잡히는 생선에도 붙임으로서 가치를 높이고 소비를 촉진하며, 실제로도 참에 대한 기대효과는 어김 없이 매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은 사실과 이치에 조금의 어긋남이 없고, '진짜', '진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좋은 단어입니다. 그래서 일부 지역과 상인은 실제 표준명과 상관없이 '참'자를 붙이기 시작했고, 그것이 고착돼 이제는 표준명보다 더 많이 알려지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경상도에서 많이 잡히는 표준명 용가자미를 참가자미로 팔고 있는 것과 수도권 마트의 물가자미(방언 미주구리, 살가자미)를 참가자미로 표기하고 파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 가자미는 각각 동해와 남해에 많이 나고 있어 산지에서는 서로가 참가자미란 말을 붙이거나 혹은 유통과정에서 그리 붙여서 파는 실정입니다. 강원도에서 주로 나는 표준명 참가자미는 관련 글을 참고하세요. (관련 글 : 참가자미에 관하여)

 

그런데 상업적인 목적과 상관없이 맛이 으뜸이라서 붙인 '참'도 있습니다. 워낙 귀한 데다 살려서 유통하기도 어려워 동해 일부 횟집과 수산시장이 아니면, 구경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우럭보다 맛있다고 하여 낚시꾼과 상인들은 이 어종을 '참우럭'이라 불러왔습니다. 국민 횟감 우럭, 그리고 국민에게는 생소한 참우럭.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우럭(위)과 참우럭(아래)

 

선상낚시 도중에 올라온 우럭과 참우럭이며 표준명은 각각 '조피볼락'과 '띠볼락'입니다. 조피볼락과 띠볼락은 붉은쏨뱅이와 함께 최대 몸길이 60~70cm에 달하는 대형 볼락으로 소형 어류가 주종인 쏨뱅이목 양볼락과에서는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합니다. 이 중에서 양식에 성공해 대중화가 된 것은 조피볼락뿐이며, 귀하디귀한 띠볼락과 붉은쏨뱅이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태나 습성에 대한 연구조차 되어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시다시피 조피볼락은 전국적으로 우럭으로 통하며, 광어에 이어 두 번째로 생산량이 많은 국민 횟감입니다. 동, 서, 남해 할 것 없이 고루 서식하고 비교적 자원이 넉넉한 편입니다. 반면에 오늘 소개하는 띠볼락은 주로 참우럭으로 불리며, 동해 일부 상인은 조피우럭이라 부릅니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 서식하지만, 주 서식지는 부산과 대마도를 잇는 대한해협과 6광구로 수심 80m 이하의 암반층입니다. 서해와 남해에도 일부 서식하지만, 개체 수가 많지 않아 가뭄에 콩 나듯 마리씩 잡히는데 씨알도 크지 않습니다.

 

우럭과 참우럭, 위 사진에서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잘 보면 채색에서 차이가 납니다. 우럭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진회색이고 서식지에 따라 옅은 노란빛이 들기도 합니다. 참우럭은 우럭보다 색이 밝은 편이고 약간 붉은기가 돌며, 각 지느러미 끝에는 청회색 띠가 있습니다.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참우럭은 지느러미에 푸른 빛이 돌아 우럭보다 좀 더 멋진 인상을 줍니다.

 

사진은 선상낚시로 잡은 것이며, 제가 참우럭을 잡아본 것은 이것이 세 번째입니다. 잡으면 그 자리에서 회를 썰어 일반 우럭과 비교해야 하는데 잡을 때마다 번번이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낚시하느라 ^^;) 참우럭은 아직도 제가 먹어보지 못한 생선회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참우럭이 잡힐 때마다 일행에 넘겨주거나 가져와도 우럭과 함께 소금구이가 되는 신세를 면치 못했는데요. 우리나라는 계절마다 다양한 횟감이 잡히지만, 참우럭과 넙치농어만큼은 횟집과 일식집에서 공식적인 메뉴로 다루지 못하는 유일한 생선회라고 생각합니다. 넙치농어는 어업이 전무하고, 서식지도 가파도로 한정돼 있어 극소수 낚시꾼들에 의해 맛이 전해질 뿐이고, 참우럭은 비교적 심해 어종이라 올라오는 즉시 수압 차를 견디지 못해 부레가 부풀고 눈알이 나와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횟감 유통이 대단히 어려운 이유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대로 된 녀석으로 회를 썰어 비교 시식해보도록 하고 오늘은 아쉬운 대로 구이 맛으로 비교해 봅니다.

 

 

죽은 지 수 시간이 지난 우럭과 참우럭은 빛깔에서도 적잖은 차이를 보입니다. 참우럭은 사후경직이 시작됨에 따라 지느러미 특유의 푸른 빛을 잃고 몸은 불그스름해집니다. 우럭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접하는 칙칙한 채색입니다.

 

 

띠볼락(참우럭) 구이

 

적당히 칼집 내고 굵은 소금을 뿌려 노릇노릇 구웠습니다. 사진은 참우럭 구이로 우럭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조피볼락(우럭) 구이

 

우럭구이도 별 특징은 없습니다. 이렇게 굽거나 조린 생선으로 어종을 알아맞히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우럭과 참우럭은 채색을 잃어도 윗 입술에난 3개의 덧가시 여부(있으면 우럭, 없으면 참우럭)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알아맞힐 수는 있지만, 굳이 구분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합니다.

 

 

참우럭(위)과 우럭(아래)

 

홍감펭과 눈볼대(아까무쯔)와 함께 참우럭 전문 선상낚시가 성행하는 지역은 전국에서 동해 남부가 유일합니다. 전체 낚시 인구를 100으로 잡았을 때 참우럭 낚시를 즐기는 인구는 0.1%도 안 됩니다. 그 정도로 인프라가 적고, 서식 지역도 한정적이다 보니 일부 참우럭 낚시를 즐기는 꾼들은 희소가치에 기댄 자부심이 있기 마련입니다. "돌돔과 견줄만한 횟감, 아니 그 이상이다." 또는 "참우럭은 우럭 지방의 두 배다." 식의 말이 구전되지만, 제가 직접 확인한 내용이 아니므로 참우럭에 대한 남다른 인식이 이렇다 정도로만 쓰겠습니다.

 

 

이제 우럭과 참우럭을 비교 시식해 봅니다. 왼쪽은 우럭이고 오른쪽 밝은 껍질이 참우럭입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이 거의 없습니다. 맛으로는 구분할 수 있을까요? 항간에 도는 소문대로 참우럭이 우럭보다 두 배에 달하는 지방함량을 가졌다면, 구웠을 때도 맛의 차이도 도드라져야 합니다. 생선회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회를 통해 그 어종이 갖고 있는 고유한 맛과 특징을 이야기하지만, 스테이크 문화가 발달한 서양권은 구웠을 때의 맛과 질감으로 이야기합니다. 은대구, 유럽대구, 레드스네퍼(빨간퉁돔)의 바삭한 껍질과 살의 조화로운 맛이 그러하며, 연어와 마히마히(만새기)의 풍미가 그러할 것입니다. 불포화지방이 열로 인해 활성화되면서 나는 고소한 풍미는 해당 어종의 가치를 높입니다. 

 

그랬을 때 참우럭은 희소성까지 더하면서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겠지만, 같은 어종이라도 서식지마다 맛이 다르고, 그 나라 식문화와 취향에 따라 시장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기에 과연 띠볼락이 참우럭으로 부를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차후 여러 미식가와 전문가로부터 검증의 대상이 되겠지요.

 

저의 경우를 이야기하자면, 참우럭을 맛본 소감은 한 마디로 놀라웠습니다. 바삭한 껍질감, 근육이 씹히는 식감, 첫맛과 끝에 남는 맛의 여운, 고소한 지방 맛의 정도가 놀랍게도 우럭과 같았습니다. ^^; 맛의 반전을 기대한 여러분은 다소 허무하겠지만, 이제 겨우 두 차례 정도 구워 먹어본 저의 느낌입니다.

 

둘 다 겨울이 제철이라 비교에는 문제가 없지만, 개체별 지역별 맛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한두 번의 비교로는 단정 짓기가 어려울 겁니다. 언젠가 기회되면 통통하게 살 오른 참우럭을 잡아다가 우럭과 함께 썰어서 비교해 봐야겠습니다. 참우럭이라는 별칭이 합당한지는 그때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군요. 이 글은 중간 레포트 삼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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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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