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우럭'이라는 어종을 아십니까?
우리가 횟집에서 흔히 먹는 '우럭'말고 '참우럭'이라 불리는 고급 어종을 대상으로 한 선상낚시가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일단 '참'자가 들어가 왠지 고급어종일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도 들겠지만
실제로 우럭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지방 함유량에 맛도 뛰어나 참우럭을 전문으로 하는 꾼들의 표현을 빌자면
흡사 '돌돔'과 견줄만 하다라고 할 정도로 대한 맛의 신뢰도가 높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의 데이터를 조사해 보니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우럭들 사이에 빛나고 있는 참우럭(가운데)
참우럭은 어떤 어종을 말하는가?
참우럭의 표준명은 띠볼락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어류 명칭, 일명과 방언이 온통 뒤섞여 어느것 하나 표준명으로 불려지는 게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 되었죠. ^^; 조피볼락을 전국구 방언으로 '우럭'이라 불리듯, 낚시꾼들 사이에선 띠볼락을 '참우럭'이라 부르며 칭송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배타고 나가면 흔히 낚이는 우럭에 비해 참우럭은 저 멀리 6광구나 동해 먼바다에서나 잡히는 심해성 우럭이기 때문에 참우럭 전문꾼들이
아니면 만나보기가 거의 힘듭니다. 40~50m 이하의 깊은 바다에서 낚이므로 감압이 안되 눈이 나오거나 부레가 부풀어 오르기도 하지요.
때문에 일반적인 우럭처럼 오랫동안 살려두기가 까다로워 육지에서 활어로 유통되기도 힘들고 일반인들이 맛보는 건 더더욱 힘든 어종
이기도 합니다.
참우럭은 지방 함유량이 많아 육질과 맛적인 측면에서 우럭보다 훨씬 낫다고 평가 받는 고급어이기 때문에 특별한 취급을 받기에 안성맞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참우럭을 두고 일각에선 띠볼락이다, 누루시볼락이다, 아니 둘다 같은 어종이다. 등등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러한 상황이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과 일본 모두 띠볼락과 누루시볼락을 동일시 여겨서 생긴 현상인데 그만큼 띠볼락과 누루시볼락의 구분이 까다로움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어종은 엄연히 다를 뿐더러 구분할 수 있는 포인트가 희미하게 나마 존재하고 있으므로 오늘의 어류도감 이야기에선 조피볼락(우럭),
띠볼락(참우럭), 그리고 누루시볼락까지 이 세 어종의 구분법에 대해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 띠볼락 |
표준명 : 띠볼락(쏨뱅이목 양볼락과)
방언 : 참우럭, 심해 우럭, 너구리볼락(일본)
영명 : Banded jacopever
일명 : タヌキメバル(타누키메바루)
전장 : 70cm
분포 : 한국의 동해와 남해 먼바다, 일본 훗카이도 이남
음식 : 회, 초밥, 튀김, 소금구이, 탕
제철 : 11~2월(겨울)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통영 먼바다에서 선상낚시로 잡힌 중칫급 띠볼락
■ 형태적 특징과 생태
띠볼락은 볼락과 누루시볼락과 함께 배속에서 알을 품다가 새끼로 방출하는 난태생입니다.
쏨뱅이목 양볼락과 어류중 조피볼락(우럭)과 더불어 가장 크게 자라는 대형종이며 수심 50~100m의 깊은 바다속 암초지대에 서식하므로 내만권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볼락과 어류입니다. 산란시기는 봄에서 초여름에 걸치며 제철은 겨울.
한국과 일본에선 누루시볼락(아래 설명)과 거의 동일시 취급을 하고 있지만 이 두 어종은 엄연히 다르며 또한 우리가 흔히 우럭으로 알고 있는 조피볼락과
외형적으로 비슷해 일반인들은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형태적 특징을 정확히 알아만 둔다면 구별하는데 그리 문제되지 않으리라 봅니다.
■ 띠볼락(참우럭)과 조피볼락(우럭)의 구분
우선 아래 사진을 보면서 설명드릴께요.
띠볼락(위)과 조피볼락(아래)
사진의 띠볼락은 죽은지 수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띠볼락 특유의 가로 무늬가 거의 사라진 상태입니다. 감안해서 봐주시고요.
언틋보면 이 두 어종이 비슷해 보이나 전반적인 채색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럭은 보시다시피 진한 흑갈색을 띄는 반면 참우럭은 대체적으로 채색이 옅으며 희미하게나마 자색을 띄며 살아있을 땐 지느러미가
푸른 색을 띄어 약간 신비스러운 느낌도 줍니다.
그러나 채색이란 물속에 있을 때 다르고, 물 밖으로 꺼내졌을 때 다르며, 또 사후직후 변하기 때문에 이것으론 정확하게 판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류를 구분할 땐 측선이라던가, 지느러미 가시의 배열수, 또는 여기저기 나타나는 고유의 특징들을 알아두셔야만 정확한 판별이 가능한데요.
우럭과 참우럭의 결정적인 구별 포인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띠볼락의 뺨(위)과 조피볼락의 뺨(아래)
바로 윗 입술의 뺨을 보고 확인할 수 있는데 우럭은 아랫방향으로 나 있는 뾰족한 가시가 3개가 있지만 띠볼락엔 그러한 특징이 없습니다.
성장에 따른 띠볼락의 가로 무늬
사진은 띠볼락의 특징을 잘 말해주는 고유의 무늬를 나타낸 것으로 생선의 특징을 말할 땐 학술적인 말로 '가로 무늬'와 '세로 무늬'가 있습니다.
사진상에선 세로 무늬가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그 기준점은 저렇게 눕혀놨을 때가 아닌 세웠을 때 이므로 이는 '가로 줄무늬'가 맞습니다.
비슷한 예로 돌돔과 능성어 모두 세로가 아닌 가로 줄무늬라 불리는 게 옳은 것이지요.
띠볼락의 가로 줄무늬는 첫번째 등 지느러미에서 배쪽으로 크게 나 있고, 두번째 등 지느러미에서도 역시 나 있어 총 2개의 가로 무늬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치어 때 극명하게 나타나지만 성장하면서 흐릿해지며 전반적인 채색이 엷게 변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띠볼락(참우럭) 낚시
오늘날 일반인들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참우럭.
그 낚시 방법에 있어선 심해 우럭낚시와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잡히는 지역이 대단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동해 남부 먼바다, 남해 먼바다(제 6광구등)와 같이 수심 깊은 바다에서 전문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럭 낚시를 하다 어쩌다 올라오는 개체를
제외하곤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포인트에 따라선 우럭과 함께 혼획되기도 하지만 잘 모르는 분들은 우럭과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함께 취급
하기도 합니다. 선상낚시에서 잡히는 씨알은 대부분 40cm를 전후하며 이따금씩 60cm를 훌쩍 넘기는 대형급도 간간히 비춰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http://www.nexyzbb.ne.jp/~blueeye2/)
■ 띠볼락(참우럭)의 식용
앞서 말한대로 띠볼락은 볼락과 어류들 중 상당히 고급어에 속합니다. 수산시장으로의 유통은 거의 이뤄지지 않으므로 대부분 참우럭 전문 낚시꾼들에
의해 그 맛이 간간히 전해지고 있을 뿐입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이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해 시장에서도 곧 잘 판매하고 있으며 맛 평가로 본다면 돌돔과
견줄만 하다며 아낌없는 칭송을 받고 있지만 먹어보지 않은 이상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
다만 일반 우럭에 비해 지방이 많아 고소한 맛이 나며 일본에선 소금구이가 아주 일품으로 인기가 많은 어종이며 이는 한, 일 모두 비슷한 인식입니다.
■ 누루시볼락 |
표준명 : 누루시볼락(쏨뱅이목 양볼락과)
방언 : 참우럭(X), 심해 우럭, 여우볼락(일본)
영명 : Fox jacopever
일명 : キツネメバル(키츠네메바루)
전장 : 40cm
분포 : 한국의 동해와 서해 일부, 남해 동부, 일본 훗카이도 이남
음식 : 회, 초밥, 튀김, 소금구이, 탕
제철 : 11~2월(겨울)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우럭과 닮은 누루시볼락(사진출처 : http://d.hatena.ne.jp/Ashibane/?of=22)
■ 형태적 특징과 생태
누루시볼락도 난태생이며 우럭보다 더 깊은 수심대의 암초에 사는 볼락과 어류입니다.
개체수가 많지 않아 어획량도 많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시장에 알려져 있지 않고 우럭과 혼획되어 잡히기도 하나 현지에선 대부분 몰라 우럭과 똑같이
취급받기도 합니다. 띠볼락처럼 선명하진 않지만 누루시볼락도 어두운 암회색 가로 줄 무늬가 나 있어 이 둘을 구분하기란 여간 쉽지 않습니다.
■ 띠볼락과 조피볼락(우럭)의 형태적 특징
이것도 마찬가지의 특징을 가집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피볼락(우럭)의 뺨을 보면 아랫쪽으로 나 있는 뽀족한 돌기 같은게 있지만 누루시볼락은 띠볼락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특징이
없습니다. 이렇듯 조피볼락(우럭)과의 비교에선 어느정도 판별이 가능하나 띠볼락과의 비교에선 판별이 쉽지 않습니다.
띠볼락(위)와 누루시볼락(아래), 사진출처 : http://d.hatena.ne.jp/Ashibane/?of=22
사진에서 본 띠볼락과 누루시볼락은 사후경직에 따른 채색의 변화로 인해 구분이 뚜렷해 보이지만 사실 두 어종이 살아 있을 때를 보면 채색이 거의
엇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이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꼬리 지느러미의 색을 보고 아는데요.
보시다시피 꼬리 끝에 흰 테가 있으면 띠볼락 즉, 참우럭이 되겠고 흰 테가 없으면 누루시볼락이 되겠습니다.
■ 누루시볼락의 낚시와 식용
가끔 내만권 갯바위에서도 낚이지만 개체수가 워낙 적은 편입니다.
대부분은 먼바다 해상에서 심해 우럭 낚시에 가끔씩 걸려듭니다만 대부분 이것을 띠볼락과 구분하지 않고 '참우럭'이라 불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누루시볼락을 띠볼락과 따로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짙은데요. 이는 외형적으로 닮아서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학술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종인지
아니면 변종인지에 대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어류도감상에선 한, 일 양국 모두가 이 두 어종에 대해 별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식용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데이터가 많지 않은데요. 거의 띠볼락과 맛이 다르지 않다라는 표현을 쓰며 이것도 역시 지방이 많은 흰살 생선으로 우럭에 비해
더 맛있다. 정도로만 알려진 상태랍니다.
어쩌면 띠볼락의 데이터를 누루시볼락에 그대로 옮겨온 듯한 뉘앙스를 많이 받아 사실 신뢰할 만한 정보는 아닙니다.
직접 잡아서 먹어보지 않는 한 정확한 평가는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오늘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 드리자면 꾼들 사이에서 '참우럭'이라 불리는 고급 심해 우럭은 '띠볼락'을 말하며 '누루시볼락'은 별개라는 사실입니다.
조피볼락 = 우럭
띠볼락 = 참우럭
누루시볼락 = 누루시볼락
그리고 띠볼락과 누루시볼락은 서로 다르다
다소 난해한 내용이고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상어가 아니지만 그만큼 희소가치가 있고, 또 이들 어종에 대해 명확한 구분없이 아무렇게나 불려지는
현실이기에 이들 어종에 대한 정확한 분류와 인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늘 어류도감 이야기는 여기까지고요. 다음 편은 흔히 열기라 불리는 불볼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
<<더보기>>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값비싼 생선회
전설의 진품 다금바리(アラ)회, 숨가빴던 시식기
상류층도 먹기 힘든 명품 가자미의 실체
전설의 물고기 "돗돔", 돗돔은 어떤 고기인가?
프랜차이즈에서 파는 초밥 재료의 충격적인 실태
'수산물 > 현대판 자산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류도감/선상낚시] 터봇(Turbot), 찰광어 (48) | 2012.07.31 |
---|---|
[어류도감/선상낚시] 불볼락(열기) (44) | 2012.07.30 |
[어류도감/릴찌낚시] 망상어와 인상어의 차이에 대해 (17) | 2012.07.19 |
[어류도감/릴찌낚시] 개볼락과 개볼락 변종에 대해서 (25) | 2012.05.28 |
[어류도감/선상낚시] 쏨뱅이와 붉은쏨뱅이에 대해 (33) | 2012.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