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탕과 생태탕 차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 명태에 관한 궁금증

1) 황태와 북어의 차이, 명태에 얽힌 다양한 이름

2) 황태 품질의 비밀, 중국산과 국산 황태 구별법

3) 동태탕과 생태탕 차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지금이야 갈치, 고등어가 국민 생선의 반열에 올라있지만, 그 전에는 명태가 우리 밥상에 자주 올랐습니다. 1970년대 강원도 최북단인 고성 일대에는 연일 부둣가로 쏟아지는 명태를 밟고 다녔을 만큼 명태잡이로 호황을 누렸고, 황태 마을로 유명한 강원도 산골 주민들은 지방태(근해에서 잡힌 명태)의 촉촉하고 포슬포슬한 맛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1981년을 기점으로 명태 어획량은 하락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1990년대에는 급격히 떨어졌고, 지금은 명태가 국내 해역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당시 명태와 노가리를 서로 다른 어종으로 여기고 대량 어획을 독려한 정책이 결과적으로는 남획이 되었고, 온난화에 의해 해마다 상승하는 수온도 명태의 절멸을 부추겼습니다. 이후 우리가 먹는 명태의 99% 이상을 수입산에 의존하게 되었고 그마저도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해 명태 소비가 많이 위축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태는 우리 먹거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동태탕과 생태탕은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먹는 메뉴이고, 황태와 북어, 코다리(반건조 명태)도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입니다. 특히, 동태탕과 생태탕은 직장인이 선호하는 단골 메뉴이면서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의 맛과 영양학적인 효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둘의 차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아시다시피 동태와 생태는 가격에서 적잖은 차이가 나고, 그만큼 맛에도 영향을 주는데 이는 냉동과 생물이라는 결정적인 차이에서 옵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동태탕과 생태탕의 인식도 대략 이 정도일 것이고. 그런데 여기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실이 숨어 있습니다. 동태탕과 생태탕의 차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생태(빙장 상태로 유통되는 명태)

 

일반적인 인식에서 사람들은 동태탕보다 생태탕의 맛을 더 알아줍니다. 냉동 명태로 끓인 것보다 한 번도 얼리지 않은 생태로 끓인 것이 더 맛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격에서도 적잖은 차이가 납니다.

 

1) 동태와 생태의 가격차(마트 기준)

- 동태 1마리 : 2~3천원

- 생태 1마리 : 7~8천원

 

2) 동태탕과 생태탕의 가격차(식당 기준)

- 동태탕 1인분 : 7~8천원

- 생태탕 1인분 : 1.1~1.4만원

 

2016년을 기준으로 동태탕 1인분 가격은 7~8천원, 생태탕 1인분 가격은 11,000~14,000원으로 최대 두 배까지 벌어집니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생태가 동태보다 맛과 영양적으로 뛰어나서라기보다 신속하게 운송해야 하는 생물이기 때문에 결국, 운송비와 인건비, 여기에 생물이라는 메리트가 더해져 가격 상승을 부추겼지만, 실제로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지는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생태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싱싱하고 맛 좋은 재료로 여기지만, 실은 우리 국민이 먹었던 예전의 생태와 지금의 생태는 차이가 있습니다. 식당마다 생태탕이 유행하던 시절인 1970~1990년도에는 지방태(근해에서 잡힌 명태)가 우리 식탁에 올랐습니다. 동해에서 잡힌 국내산 명태가 냉장으로 운송돼 우리 입으로 들어가기까지는 불과 1~2일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신선도가 훌륭하고 살에는 단맛이 났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생태는 전량 일본산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 북해도(홋카이도)와 오호츠크(러시아) 해역에서 일본 어선에 의해 조업된 명태를 빙장으로 운송된 것으로 이것이 부산항을 거쳐 각 지역의 마트로 입점하기까지는 4~5일이 소요됩니다.

 

그 사이 생태는 선도가 떨어지면서 '촉촉하고 부드러운 살'을 제하곤 내세울 만한 장점을 잃었습니다. 실제로 부경대 생선학 연구팀이 일본산 생태의 신선도를 점검해 본 결과 신선도를 가늠하는 선도 지표인 K값은 가장 나쁜 상태로 나왔고, 감칠맛 성분도 미미하게 검출되면서 북태평양 원양어선의 동태보다 못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감칠맛을 담당하는 성분인 이노신산(IMP)은 그 수치가 생선이 죽은 직후에는 미미하다가 2~3시간부터 생성되기 시작해 24시간을 전후로 최대치에 달합니다. 초밥용 횟감을 24시간 전후로 숙성하는 이유도 별다른 인공 첨가물의 도움 없이 생선 자체의 맛을 극대화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다가 4~5일을 넘기면 이노신산 성분이 낮아지면서 우리가 혀로 느낄 수 있는 감칠맛과 신선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에 놓인 생태를 우리가 접하는 것입니다.

 

 

동태(급속 동결한 명태)

 

반면, 동태는 어획하자마자 곧바로 영하 40도 이하로 급속 동결해 선도 저하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먹는 참치회도 어획 후 손질을 거쳐 곧바로 급랭한 것으로 6개월 이상 장기 보관한 것이라 해도 우리가 참치 전문점을 통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비록, 냉동이라 야구 방망이처럼 딱딱한 동태지만, 신선도에서만큼은 일본산 생태를 앞지른다는 것입니다. 부경대 생선학 연구팀이 실험한 이노신산 수치도 일본산 생태보다 러시아산 동태가 앞선 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동태와 생태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뒤바꾸기에는 우리나라 국민이 선호하는 '식감'의 장벽이 너무도 큽니다. 아무래도 동태탕은 깡깡 언 동태를 해동해 끓인 것이므로 조직감이 뻣뻣하고 푸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생태는 한 번도 얼리지 않았기 때문에 살이 촉촉하고 부드럽습니다. 살에 수분기가 많아 수저로 떠먹을 만큼의 부드러움은 예부터 우리 국민이 선호하는 생선 매운탕의 제일 조건입니다. 그러려면 반드시 '생물'이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생태는 원산지와 실질적인 신선도를 떠나 우리 국민이 선호하는 맛의 핵심 조건만 갖춘 셈입니다. 

 

 

현재 마트와 재래시장에서 파는 생태, 그리고 식당에서 파는 생태탕은 99%가 일본산이지만, 일본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좋지 않으니 한때는 러시아산 생태를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북태평양에서 잡은 명태를 얼리지 않고 빙장으로 운송하면 가격도 절감되고 소비자 인식에도 문제가 없으니 더욱 저렴한 가격에 생태 소비를 촉진할 수 있을 거란 계산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추진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조업 지역(오호크츠와 베링해의 항구)의 얼음 시설 미비와 더불어 긴 운송 기간이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생태의 생명은 신선도입니다. 냉장 상태에서 신선도의 마지노선인 4~5일을 넘기면 생태로서 가치가 떨어지므로 그나마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에서의 수입만이 우리가 생태탕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돼버렸습니다. 그러면서 가격은 어느 한 국가, 한두 업체의 독점 수입으로 오를 대로 올라 이제는 서민이 즐기던 생태탕이란 말이 무색해졌습니다. 부드러운 식감 외에는 신선도와 맛, 가격에서 내세울 게 없는 일본산 생태. 과연 우리는 생태에 무엇을 기대하고 먹어왔던 걸까요? 일본산이라는 이유로 원산지를 가리거나 허위로 표시한 일부 업소로 인해 소비자의 알고 먹을 권리도 잃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좋으니 생태탕을 먹더라도 알고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 현재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생태의 약 99%는 일본산, 1%가 캐나다산입니다. 그러므로 생태탕을 팔면서 러시아산으로 표기한 식당은 원산지 허위표시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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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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