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좋은 마른 오징어 고르는 방법, 이것만 기억하자


 

 

정박 중인 오징어 잡이배

 

해풍에 건조되고 있는 오징어, 경북 울릉도

 

한반도 근해에 서식하는 오징어는 60여 종으로 매우 다양합니다. 그중에서 우리가 주로 먹는 오징어는 표준명 '살오징어(일본명 스루메이까)'로 상업적 가치가 가장 높은 주요 수산물 중 하나입니다. 이 오징어는 전국의 시장과 마트에 깔리고 반찬과 술안주로 이용되지만, 속초나 주문진 등의 산지에서는 가늘게 썬 회와 물회를 비롯해 오징어순대와 통찜으로도 즐깁니다.

 

오징어는 난류성 두족류(문어, 낙지, 오징어류를 통칭하는 해양생물의 한 분류)로 한반도 연안의 수온이 내려가는 초겨울부터 남하해 제주도 아래 동중국해에서 월동을 나고, 이듬해 봄이면 다시 올라와 초여름 즈음에 어장을 형성합니다. 이때부터 오징어가 많이 잡히기 시작해 초겨울까지 이어지며, 맛이 가장 좋고 가격이 저렴해질 시기도 여름부터 가을까지입니다. 

 

이때 잡힌 오징어를 손질해 해풍에 말리면 국민 간식이자 안주인 마른 오징어가 되는데 덕장마다 말리는 비법이 있고 방식에 따라 종류가 나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마른 오징어도 어떻게 손질하고 말리냐에 따라 품질은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소비자가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으니 잘 알아두었다가 마른 오징어를 구입할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분이 피지 않은 오징어(왼쪽)와 분이 피어 하얗게 된 오징어(오른쪽)

 

#. 품질 좋은 마른 오징어 고르기

첫 번째는 분이 피지 않은 것을 고릅니다. 오징어에 피어오른 하얀 분은 타우린 성분입니다. 타우린은 우리 몸에 이로운 성분으로 간의 해독 작용을 돕고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오징어에 들어있는 타우린을 먹어서 섭취해야 하는데 위 사진처럼 몸 바깥으로 배출돼 하얗게 피어오른 것은 그만큼 공기와의 접촉이 많은 것으로 '오래된 제품'임을 보여줍니다. 동해 일대와 울릉도 등 산지에는 분이 하얗게 핀 오징어를 보기 어렵지만, 만, 내륙지방 및 도시권의 재래시장에는 있을 수 있으니 분이 너무 많이 핀 오징어는 선택에서 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분이 핀 오징어가 무조건 나쁘거나 먹으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옆에 신선한 오징어가 있는데 구태여 분이 핀 오징어를 고를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품질 좋은 마른 오징어의 예, 울릉도 태하마을

 

밝은 갈색에 몸통 중앙이 검게 되어야 좋은 오징어다

 

두 번째 방법은 전반적인 몸통 색을 보는 것입니다. 오징어는 배에서 잡자마자 곧바로 손질한 다음, 바닷물에 씻어서 말리는 것이 최고의 신선도를 자랑하지만, 시중에 파는 마른 오징어가 모두 그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냉동 보관한 뒤 해동해서 말린 것도 있고, 자연 건조 대신 공장에서 인공적으로 말린 것도 있습니다. 어획 후 얼마나 빨리 손질하고 어떻게 말리느냐에 따라 몸통 색에서 적잖은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위 사진은 해풍에 자연 건조된 울릉도산 마른 오징어입니다. 어획 후 손질하고 말리는 시간을 최소화해 자연 건조할수록 마른 오징어의 몸통 색은 밝고 선명한 갈색을 띠며, 가운데는 검어집니다. 동해 남부 지방에서 성행하는 피데기(반건조 오징어)의 경우 매우 밝은 색을 띠지만, 적어도 바짝 말린 오징어라면 색이 너무 밝거나 어두워선 안 됩니다. 위 사진의 오징어를 기준으로 적당히 황금색을 띤 것이 좋은 마른 오징어라 할 수 있습니다.


 

 

빨판의 원형이 찌그러지지 않고 대부분 붙어 있어야 좋은 품질이다

 

세 번째는 빨판이 대부분 붙어 있고 찌그러지지 않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오징어 빨판은 마른 오징어의 선도를 추적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입니다. 오징어 다리는 총 10개로 알려졌지만, 그중 두 개는 '촉완'이라는 기관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다리가 아닌 먹이 사냥때 쓰이는 촉수입니다. 이 촉완은 여덟 개의 다리를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 하나씩 길게 늘어트리는데 평상시에는 숨겨놓았다가 먹잇감이 나타나면 쭉 뻗어 사냥합니다. 촉완의 끝에는 흡반(빨판)이 크고 둥그렇게 나 있는데 여기에 난 잔가시가 먹잇감을 단단히 붙잡는 역할을 합니다.

 

오징어의 어획은 새우 모양을 닮은 인조 미끼의 일종인 '에기'를 낚싯줄에 연결해 줄줄이 흘려보내는 채낚기 방식입니다. 에기를 먹잇감으로 착각한 오징어는 촉완(촉수)을 뻗어 자기 입으로 가져가는데 이때 에기에 붙은 낚싯바늘에 걸려듭니다. 이렇게 걸려든 오징어를 배에서 곧바로 손질해 놓으면 최상품의 마른 오징어가 되고, 항으로 가져와 손질해도 괜찮은 품질의 마른 오징어가 됩니다.

 

어획 후 손질 시점이 빠르면 빠를수록 촉완에 붙은 빨판도 상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즉, 손질 시점이 늦어질수록 빨판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많이 떨어져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른 오징어를 고를 때 빨판이 온전히 붙어 있는지 또는 그 모양이 동그랗게 유지되어 있는지로 이 오징어가 얼마나 신선도를 가지고 말린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마른 오징어 천국인 울릉도

 

마른 오징어는 7마리, 10마리, 20마리씩 묶어서 포장해 판매됩니다.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같은 크기면 오징어의 육이 두텁고 무게가 나가는 쪽이 좋습니다. 오징어 단면의 육이 얼마나 두꺼운지를 보는 것도 필요하고, 같은 크기로 포장된 제품끼리 들어보아 조금이라도 무게가 묵직하게 들리는 것을 고르는 것도 팁입니다. 잘 말린 오징어는 육이 두껍다는 사실,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울릉도산 오징어의 증표

 

#. 진짜 울릉도산 오징어 고르기

오징어 하면 울릉도를 떠올리기 때문에 더러 상술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울릉도 오징어가 일반 국내산 오징어보다 두 배 가량 비싸다는 점을 이용해 '울릉도 오징어'라 표기해 팔다가 적발된 건수도 있는데, 이렇듯 울릉도 오징어란 이름으로 판매되는 마른 오징어가 시중에 나돌아도 그것이 '울릉도산 오징어'인 것은 아닙니다. 울릉도 근해에서 잡혀 울릉도에서 건조된 오징어는 특허청 상표등록으로 되어 있어 위 사진과 같이 나무 막대기에 상표등록이 붙어 나옵니다. 그러므로 '울릉도산(등록 제 OO호)'와 같은 막대기가 붙어 있지 않으면 울릉도산 오징어가 아닙니다.

 

 

<사진 1> 건조 중인 제주 한치, 제주 고산리

 

<사진 2> 건조 중인 준치 오징어, 제주 월정리

 

#. 제주 한치와 준치의 차이

제주도 여행 중 렌터카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면 오징어 말리는 풍경을 종종 보게 됩니다. 여기서도 오징어는 두 종류로 나뉘는데 제주도 서쪽(고산리)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보이는 오징어는 한치이고, 동북 해안도로(월정리)를 달리다가 보이는 오징어는 준치 오징어입니다. 한치는 제주 근해에서 어획 후 선별 작업과 손질을 거쳐 건조된 제주산이지만, 준치 오징어는 남서 대서양인 포클랜드 인근 해역에서 잡힌 원양산입니다. 태생은 원양산이지만, 선동(어획과 동시에 배에서 급랭)이기 때문에 신선도가 살아 있으며 이를 제주에서 건조해 '준치 오징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가격은 한치가 좀 더 높고 맛도 더 있지만, 먼바다에서 급랭해 가져온 준치 오징어도 살이 그리 질기지 않으며, 한치와 일반 오징어의 중간 정도의 식감을 가져서 인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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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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