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 바다가 좁다고 느껴질 만큼 엄청난 밀집도를 자랑하는 중국 푸젠성의 해상 가두리 양식장

 

<사진 2> 이곳의 양식장들은 엄청난 고밀도에도 불구하고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진 3> 어쩌다 틸라피아(일명 역돔)가 능성어로 표기됐을까?

 

12월 말, KBS에서는 수산물을 안심하고 소비하자는 취지의 특집다큐를 방영했습니다. 마침 프로그램 제목이 제 책(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과 거의 같아서 섭외 요청을 받고 녹화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제가 나온 분량이 많았는데 방영 날 하필 송년회가 겹쳐 본방 사수를 하지 못하다가 얼마 전 생각이 나서 시청했는데요. 뭐랄까 프로그램 성격은 특집 다큐멘터리지만, 제가 본 느낌은 한 편의 잘 짜인 시청각 자료 같았습니다.

 

우리 식탁이 수입산 수산물로 점령당하기 시작한 시기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60~70년대만 하더라도 어부들에겐 '만선'이 존재한 만큼 풍족한 어획고에 풍요로운 삶도 있었고, 우리 국민도 국산 수산물로만 식탁을 꾸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에 남획까지 겹쳐 바닷속 환경과 생태계가 많이 변했고, 그에 따른 어획량도 해마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수입 수산물이 많이 들어오고 있고 또 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소비자 인식은 여전히 신토불이를 중시하며 수입산을 불신합니다. 맹신과 불신 속에서 수입산 수산물은 일부 국산으로 둔갑해 팔리다가 적발되기도 하고, 중간에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터지면서 불신은 점점 쌓이고, 수산물에 대한 신뢰는 잃어만 갑니다. 프로그램의 시작은 이러한 현 세태를 짚고 넘어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중간중간 제가 나와서 대게와 고등어, 자연산과 양식산의 차이, 그 외 몇 가지 상식과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면서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수입 수산물의 품질과 안전성을 검증해 나가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 취재가 있고, 중국 최대 양식 산지인 푸젠성을 찾아가고, 식약처의 수입 수산물 품질 검사가 있고, 심지어 유해 중금속이나 항생제, 균 등의 잔류 물질을 검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방사능 검사 장면까지도 보여줍니다. 국가가 수입 수산물을 제대로 검사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불신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소비하자는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비교적 명확한데 문제는 그 논리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한 저의 의구심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식품공학과 교수의 인터뷰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식품과학자로서 국내산, 수입산은 어디에서 왔느냐이지 제품 자체의 품질이나 안전성과 직결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제품 자체의 품질과 안전성은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별 차이가 없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물론, 수입산도 수입산 나름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중 하나인 '국내 검역 검사체계의 신뢰성'을 전제로 안정성에선 별반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품질도 상관없다는 식의 주장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우리나라는 명태와 임연수어, 킹크랩 등 일부 품목의 상당수를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산 중 대부분은 캄차카반도와 베링해에서 어획된 것입니다. 캄차카 반도는 북쪽 찬 해류의 영향을 받는 청정해역입니다. 러시아의 검역 체계(러시아 농림수산감독청에서 수산물의 질과 안전성을 검사하고 관리)에 별다른 허점이 있지 않은 한, 러시아산 수입 수산물의 품질과 안정성은 방송에서 말한대로일 것입니다.

 

그렇게 들어온 수입 수산물은 식약처 직원이 샘플을 토대로 품질 검사에 들어갑니다. 수입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밀 검사도 빠지지 않습니다. 유해중금속을 비롯한 여러 유해 물질이 남아 있는지 검사해 유통의 적합성을 판정하는 겁니다.

 

그다음은 우리나라로 활어 수출을 많이 하는 중국 최대 양식 산지인 푸젠성을 찾아가는 장면이 비칩니다. 중국 푸젠성은 우리나라 남해처럼 많은 부속섬과 만이 발달해 천혜의 양식 환경을 갖춘 곳입니다. <사진 1>을 보면 정말 바다가 좁다고 느껴질 만큼의 고밀도 양식이 이뤄지는데도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는 어느 양식업자의 인터뷰를 내보냅니다. 

 

그리곤 수산물 수출이 많은 나라와 위생 약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그 나라와는 교역이 이뤄지지 않는다고도 강조합니다. 푸젠성 양식장의 경우 인근에서 잡힌 천연 먹잇감(까나리와 갯지렁이 등) 등을 먹이로 주는 장면으로 중국산 양식 활어의 건강함과 청정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곤 식품공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의 검역 검사체계는 선진국 수준이니 수입 수산물을 신뢰해도 된다는 취지로 결말을 짓습니다.  

 

결국, 시청자에게 던진 메시지는 '국가가 수입 수산물을 제대로 검사하고 있으니 불신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소비하자'인데 팩트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런 일련의 과정이 어떤 의도를 갖고 정부 부처 차원에서 기획된 작위적인 느낌이 든 것은 지나친 반응일까요? 수입 수산물의 식탁 점령은 앞으로도 막기 어려워 보이고, 또 우리 자신도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할 부분입니다. 그때까지는 소비자의 인식 전환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런 인식의 전환은 소비자가 직접 맛보고 경험하면서 얻어지는 부분과 정부 차원의 설득력 있는 검증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이지 작위적으로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수산물을 적극적으로 소비자하는 취지는 좋지만, 그 과정이 시청자로 하여금 설득력 있게 다가와야 합니다. 단순히 정부 부처에서 수입산 생선을 검역하고, 원심분리기를 돌리고, 연구소에서 균 검사하는 시청각 자료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나간들 수입산 수산물의 불신을 줄이고 소비를 촉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어쨌든 국산을 비롯해 수입 수산물이 이런 철저한 과정을 거쳐서 유통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어 다소 침체된 수산물 경기를 살린다는 측면에서는 기대해 봄직합니다.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기획될 수 있습니다. 그때는 좀 더 생활 친화적이면서 주머니 얄팍한 서민들도 안심하고 수입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대다수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길 기대해 봅니다.

 

<<더보기>>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방사능에 오염된 바다, 수산물을 건강하게 먹는 방법

차례상 민어 고르기, 국내산과 중국산 구별법(민어, 홍민어, 점성어)

관광 수산시장의 바가지 상술과 대처법(속초 중앙시장)

맛있는 제철 생선 수산물, 계절별 총정리

슈퍼푸드 연어의 새빨간 이야기, 선홍색 살코기는 기획된 것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4045)
유튜브(입질의추억tv) (647)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4)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11-22 15:07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