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을 못 보신 분은 <상편>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식도락가들이 손꼽는 ‘가장 맛있는 생선회’는? <상편>

 

#. 상편

- 최고의 미어(味魚)

- 귀하면서 희소성 있는 자연산

 

#. 하편

- 고급스러운 자연산

- 맛있는 잡어회

- 소시민들의 양식산

- 수입산 냉동

 

※ 참고

이 글을 읽기에 앞서 한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생선회는 개인의 취향과 호불호가 분명한 음식입니다. 순위 매기길 좋아하는 한국인의 정서란 명목 하에 이글도 단계별로 정리하고 있지만, 사실 큰 의미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수년간 바다낚시를 즐겨왔다는 점과 전국으로 낚시와 수산물 취재를 다니면서 그곳에서 만난 여러 낚시 전문가와 어부들로부터 들은 정보, 여기에 본인의 경험을 더해 대체적인 인식이 이러하다는 취지로 쓴 글이니 미리 알아둔다면, 언젠가 그 맛을 음미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못생겼지만 맛은 좋은 괴도라치(전복치)

 

 

낚시로 잡은 벵에돔

 

낚시로 잡은 잿방어

 

갯장어(하모)

 

어름돔

 

겨울 대방어의 배꼽살


■ 고급스러운 자연산 
횟감의 종류로 맛의 우월을 가리는 것은 때에 따라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생선회 맛은 그 어종의 타고난 맛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제철이 가장 중요하고, 신선도가 보장돼야 하며, 조리사의 칼 솜씨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비록, 최고의 미어(味魚)는 아니더라도 이장에서 소개되고 있는 몇몇 횟감은 kg당 수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생선회보다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언제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 함께 즐기느냐를 완전히 배제한 채 생선회 맛 자체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일부 고급 스시 전문점과 호텔 일식당에서는 이러한 자연산을 산지로부터 공수받기도 하며, 그중 일부는 ‘오마카세(주방장 추천 코스)’의 주요 식재료에 쓰이기도 합니다. 

 

고급스러운 자연산은 <상편>에 소개된 횟감보다 값이 덜 나가고, 고급어종으로서의 인식도 낮은 편이지만, 대중적인 선호도가 좋은 편이니 제철에 챙겨 먹을 수만 있다면, 다른 어떤 횟감보다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봅니다. 이들 어종은 수산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대부분 양식입니다. 제철에 어획된 자연산을 접하려면 산지로 여행을 갔다가 그 지역의 수산시장에서 현재 잘 잡히고 있는 어종을 공략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 아래 거론되는 명칭은 표준명이며, 괄호 안은 상인들이 부르는 방언과 제철을 표기하였습니다.

 

- 괴도라치(전복치, 가을)

- 벵에돔(겨울)
- 감성돔(가을~겨울)
- 참돔(겨울~봄)
- 농어(여름~가을)
- 돌가자미(돌도다리, 겨울)
- 흑점줄전갱이(시마아지, 여름)
- 눈다랑어(연중)
- 황새치(연중)
- 방어(겨울)
- 부시리(히라스, 여름)
- 잿방어(가을)
- 전갱이(여름)
- 개볼락(꺽저구, 겨울)
- 갯장어(하모, 여름)
- 볼락(봄)
- 동갈돗돔(봄)
- 어름돔(겨울)
- 갈치(가을)

 

이 어종 중 일부는 양식이 되지 않아 자연산 어획에 의존해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괴도라치(전복치), 흑점줄전갱이, 전갱이, 부시리, 개볼락, 갯장어, 갈치 등은 양식이 되지 않는 대표적인 자연산 횟감입니다. 방어처럼 계절에 따른 맛의 차이가 큰 어종도 있고 흑점줄전갱이(시마아지, 일본)나 어름돔(고흥), 갈치(제주)처럼 산지에서 특별히 공수해야 맛볼 수 있는 어종도 있습니다. 

 

 

#. 이름도 생소한 동갈돗돔과 어름돔

그나마 우리가 주변의 재래시장과 횟집에서 비교적 손쉽게 사들일 수 있는 횟감이면 감성돔과, 참돔, 농어를 꼽지만, 그마저 양식산이 많아서 자연산을 맛보려면 산지 시장을 찾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동갈돗돔은 시장에서 '돗돔'으로 잘못 불리는 대표적인 중국산 양식 활어로 전설의 물고기인 돗돔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어름돔은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잘 잡히는 하스돔과의 고급 어종으로 대부분 선어 상태로 좌판에 깔리고 있어 횟감으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어종이 가끔 여수, 고흥 일대에서 갯바위 낚시에 걸려들기도 하고, 적은 양이나마 횟감의 선도로 유통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산을 맛볼 여지 또한 충분히 남겨두고 있습니다.

 

 

#. 귀품이 있는 흰살생선회, 괴도라치

흔히 전복치로 알려진 괴도라치는 서해 일부와 동해를 중심으로 서식하는 어류입니다. 전복치는 전복을 먹고 살아서가 아니라 전복 서식지에 주로 서식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살이 차지고 달며, 흰살생선으로서 아주 깔끔하고 귀품 있는 맛을 주기 때문에 비록, 잡어라도 능성어와 견줄 만큼 비싼 값에 거래됩니다.

 

 

#. 일약 스타덤에 오른 벵에돔

벵에돔은 1990년대 일본의 찌낚시 기법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감성돔에 이어 가장 인기가 좋은 바다낚시 대상어로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최근에는 낚시 대상어를 넘어 제주 특산물로 주목받으면서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인기 횟감이 되었습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연근해에 너무 많아 거들떠보지도 보지 않았던 벵에돔이 지금은 kg당 수 만 원을 주고 먹어야 할 만큼 고급 횟감으로 급부상한 것입니다. 벵에돔은 겨울과 여름에 취하는 먹잇감이 달라서 오는 풍미, 여기에 지역에 따른 먹잇감이 차이를 더해 호불호가 생길 수 있지만, 겨울에 잡힌 벵에돔은 대부분 맛이 좋고 담백해서 인기가 좋습니다.

 

 

#. 방어와 잿방어

벵에돔과 비슷한 운명에 놓인 어종으로 저는 방어를 꼽기도 합니다. 생선회 맛을 중시하는 일본의 선어회 문화에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방어지만, 씹는 식감을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방어 산지인 제주도에서도 방어 대신 부시리를 먹었을 정도로 방어 귀한 줄 몰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랬던 방어가 최근 몇 년간 매스컴을 타면서 급속도로 관심을 불렀고, 겨울에 8kg 이상 나가는 대방어는 겨울을 나기 위한 미식가들 사이에서 통과의례가 되었습니다. 

 

방어과 어류 중 가장 크게 성장하는 잿방어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대형급 개체를 보기 어려워 일부 양식(잿방어의 일종인 낫잿방어)이 도는 것이 전부. 낚시에 더러 잡히는 자연산도 씨알은 크지 않아서 국내에서는 잿방어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습니다.

 

 

#. 갯장어, 참장어, 하모는 모두 같은 것

바닷장어 하면 흔히, 80~90년도 길거리 포장마차에서나 맛보던 붕장어 뼈째 썰기(일명 아나고 세꼬시)를 떠올리고, 지금도 마트에서 팔고 있는 바닷장어는 대게 붕장어를 가리키지만, 여수와 고흥 일대에서는 주둥이가 뾰족하면서 이빨이 날카로운 갯장어(참장어)를 최고로 여겼습니다. 이 갯장어는 일본에서 하모라 불리며, 다양한 조리법(유비끼, 샤브샤브 등)이 개발돼 국내에 영향을 주었고, 지금은 민어와 함께 여름 보양식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여름철 낚시로 잡은 쥐노래미를 즉석에서 썰어 먹는 맛이 기가 막히다

 

선상에서 즉석에서 썰어 먹는 고등어회

 

즉석에서 낚아 먹는 제주 은갈치 회

 

독가시치

 

빨간횟대와 등가시치


■ 맛있는 잡어회
잡어회는 소시민들이 찾는 가성비 좋은 안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산지에서나 맛볼 수 있는 제철 자연산을 포함했습니다. 통영 중앙시장, 포항 죽도시장, 묵호항 수산시장 등 각 지역의 대표 수산시장에는 가까운 바다에서 잡힌 자연산 잡어가 연중 들어옵니다. 제철만 맞으면 돔 못지않게 훌륭한 맛을 내니 가볍게 여겨선 안 될 횟감이기도 하죠. (표기는 표준명, 방언, 제철, 산지 순서)

 

- 쥐치와 말쥐치(객주리, 가을, 통영과 제주)
- 독가시치(따치, 겨울, 제주)
- 자리돔(봄, 제주)
- 풀망둑(망둥어, 가을~겨울, 경기)
- 쥐노래미(놀래미, 여름, 전국)
- 등가시치(가을, 동해)
- 벌레문치(장치, 겨울, 동해)
- 빨간횟대(홍치, 겨울, 동해)
- 대구횟대(가을~겨울, 동해)
- 고등어(가을~겨울, 동해 남부와 제주)
- 쏨뱅이(돌볼락, 겨울, 여수 완도)
- 삼세기(삼식이, 겨울, 충남)
- 용치놀래기, 황놀래기(어랭이, 술뱅이, 봄, 통영 거제)
- 삼치(가을, 동해 남부와 여수)
- 붕장어(아나고, 여름, 여수)

- 숭어(보리숭어, 개숭어, 겨울~봄, 전남)

- 멸치(봄, 부산 기장)

- 청어(겨울, 동해)

- 전어(가을, 전국)

 

#. 쥐치와 말쥐치

쥐치과 어류는 쥐치, 말쥐치, 객주리로 세 종류가 있습니다. 여기서 객주리는 잘 잡히지 않아 논외로 하고, 남해와 제주에서는 말쥐치를 객주리로 부르는 경향이 있어서 객주리 하면 대게 말쥐치를 의미합니다. 말쥐치는 쥐포 원료로 사용되기도 하며, 최근에는 쥐치와 함께 거제에서 양식되고 있습니다. 제주도와 통영, 부산 등지에서는 말쥐치를 횟감으로 먹는데 활어회로 내는 곳이 많아 특별한 맛이 있기보다는 씹는 맛으로 즐깁니다. 맛으로만 치면 말쥐치보다 덩치가 작은 쥐치가 좀 더 단맛이 나며, 쥐치 간은 싱싱할 때 날것으로 먹으면 별미입니다.

 

 

#. 자리돔과 독가시치 

자리돔과 독가시치는 제주 특산물로 이 일대의 전문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자리돔은 봄에 뼈가 연할 때 물회로 말아먹는 것이 별미이고, 독가시치(따치)는 널찍하게 포를 떠서 썰어 먹거나, 잘게 막 썰어 깻잎과 곁들이기도 합니다. 독가시치는 전문점이 따로 있고, 재래시장에서도 많이 취급하지만, 먹다 보면 먹잇감(주로 해초)에서 오는 특유의 향이 느껴지기 때문에 호불호가 있습니다.

 

 

#. 망둥어도 회로 먹어

망둥어란 이름으로 친숙한 풀망둑은 서해산이고, 문절망둑은 남해산인데 맛은 문절망둑이 낫지만 취급하는 곳이 많지 않아 제철에 수소문해서 찾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서행에서 잡히는 풀망둑을 우리는 흔히 '망둥어(또는 망둑어)'라 부르는데 평소 횟감으로 적절한 어종은 아니지만, 씨알이 부쩍 커지는 11~12월이라면 가능합니다. 특별한 맛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때만 맛볼 수 있는 별미입니다.

 

 

#. 여름 쥐노래미의 회 맛은 달큰해 

횟집에서 '놀래미'란 이름으로 친숙한 쥐노래미는 자연산일 경우 최대 전장 60cm까지 자라며, 낚시로 56cm까지 잡히는 것을 눈앞에서 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대부분 양식으로 커야 마리 당 500~600g 내외 수준입니다. 연중 볼 수 있는 쥐노래미라 특별한 맛도 없고, 식감도 그리 인상적이지 않지만, 이것이 여름에 잡힌 자연산이라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집니다.

 

쥐노래미의 산란은 11~12월. 그래서 이때는 금어기입니다. 봄이면 새살 찌운 쥐노래미가 낚시에 걸려들기도 하는데 언젠가 6~8월 사이에 잡힌 쥐노래미를 잡아다 썰어 먹었더니 그 맛이 그렇게 달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식감은 여전히 부드러우나 씹으면 씹을수록 나는 단맛에 몇 달 뒤 산란을 앞두고 준비에 들어갔음을 실감했습니다.

 

 

#. 동해 터줏대감 3인방인 등가시치, 벌레문치, 빨간횟대

동해 수산시장에 가면 등가시치와 벌레문치(장치), 빨간횟대(홍치)를 볼 수 있습니다. 이들 어류의 제철은 겨울이지만 연중 볼 수 있는 편입니다. 벌레문치는 몸길이 1m에 달하는 대형 어류로 수심 깊은 모래 바닥에서 어른 주먹만 한 등각류(공 벌레처럼 생긴)를 잡어 먹어서 벌레문치라 불리게 되었는데 현지에서는 주로 찜(장치찜)으로 이용됩니다. 등가시치와 빨간횟대는 격식 없이 막 썰어낸 신선함과 꼬들꼬들한 식감으로 즐깁니다. 

 

 

#. 잡어회 하면 고등어, 은갈치

고등어회도 빠질 수 없는 맛있는 잡어회입니다. 몇 년 전 고등어 양식의 길이 열림에 따라 지금은 사철 싱싱한 고등어 회를 먹을 수 있게 됐지만, 자연산 고등어회는 귀합니다. 고등어가 귀해서라기보다는 잡자마자 바로 죽는 성질 탓에 육지로 횟집으로 살려서 가져오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과거에는 침으로 기절시켜 고급 일식당에 납품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양식 활고등어의 유통으로 자리에서 밀려났고, 그러다 보니 자연산 고등어 회는 산지의 전문점에서나 맛볼 수 있는 아주 귀한 횟감이 되었습니다.

 

횟감용 갈치는 반드시 연승 주낙이나 바늘로 걸어서 몸에 상처가 없는 것이라야 합니다. 갈치 비늘이 벗겨지면서 그만큼 선도 저하가 빨리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갈치도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수 분 안에 죽지만, 비늘이 벗겨지지 않은 제주 은갈치는 선어 횟감으로 쓰일 수 있어 제주에서는 횟집에서 은갈치 회를 반찬(일명 츠케다시)으로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은갈치 회의 진면목은 선상에서 갓 잡아 썰어 먹는 데 있습니다. 이는 갈치낚시를 즐기는 꾼들만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3kg 정도의 대광어

 

점성어라 불리는 중국산 양식 홍민어

 

■ 흔히 접하는 양식산 생선회

수산시장은 물론, 동네 횟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중, 일 양식산 활어. 이 활어들이야말로 우리 국민이 연간 소비하는 생선회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대중적인 횟감입니다. 

 

- 넙치(광어, 연중)
- 조피볼락(우럭, 연중)
- 대서양 연어(연중, 노르웨이산)
- 가숭어(참숭어, 밀치, 겨울)
- 돌돔(줄돔, 연중)

- 참돔(도미, 연중)
- 쥐노래미(놀래미, 연중)
- 강도다리(연중)
- 홍민어(점성어, 연중)

 

#. 겨울 숭어인 밀치

주변 횟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횟감은 대략 이 정도입니다. 이 중 70% 이상 소비되는 횟감이 광어이며, 우럭과 참돔, 농어가 차례대로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수조를 채우는 숭어. 자세히 보면 눈알이 노란색을 띠는 가숭어입니다. 경남 하동군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양식하는데 원래 표준명인 가숭어 대신 참숭어로 이름을 붙여 팔게 된 것이 오늘날 그대로 굳혀지면서 시장에서는 참숭어 또는 밀치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졌습니다.

 

#. 연어, 돌돔, 참돔

시장에 유통되는 생연어는 모두 노르웨이산 양식으로 현지에서 손질을 거쳐 냉장 수송된 것인데 최근 연어 열풍에 힘입어 이제는 어떤 회를 주문하더라도 구색 맞추기로 사용할 만큼 대중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어린 줄돔은 중국산, 큰 돌돔은 일본산, 그 외 참돔은 한, 중, 일 모두 양식되어 들어오지만, 가격과 품질 순으로는 일본산 > 국산 >= 중국산 순으로 일본산이 낫지만, 방사능 여파로 소비자 인식은 일본산에 그리 호의적이지 못한 상황입니다.

 

 

#. 광어와 강도다리

강도다리 역시 중국산 양식이 많이 들어오는데 숙성하지 않으면 떫은맛이 난다는 단점이 있고, 국내 양식 강도다리는 광어보다 맛있는 '도다리'란 점을 부각해 나름대로 인지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미식가들로부터 가장 호평받는 횟감이라면, 3kg 이상 키워낸 양식 광어를 꼽습니다. 적당히 숙성했을 때 차진 식감과 감칠맛을 내고, 조리장의 솜씨 여하에 따라 맛과 식감을 달리할 수도 있어서 음식의 활용 범위가 넓습니다.

 

 

#. 저가 생선회의 대명사 홍민어

홍민어는 원래 외래종인데 종자를 사들여 중국에서 양식한 것이 국내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꼬리에 점이 있어서 주로 점성어란 이름으로 불리는데 2000년 중반, 발암물질의 일종인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된 이후 수입이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되면서 고급 일식당을 제한 거의 모든 식당과 횟집에서 중국산 홍민어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기를 끌게 된 원인은 커다란 덩치에 비해 단가는 비교적 저렴해 활용도가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고, 썰어놓은 횟조각이 참돔과 닮아 우리 눈에 익숙하다는 점, 그리고 특유의 질긴 식감을 쫄깃하다고 여기는 우리네 생선회 문화와도 잘 맞아떨어지면서 대중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소비자의 무지를 악용해 몇몇 고급 일식당이 홍민어를 쓰면서(지금도 모 호텔을 비롯해 몇몇 곳에서 쓰고 있을 듯) 과도한 이윤을 남기고, 이보다 더한 상인은 참돔(도미)과 민어로 둔갑시켜 팔았다가 적발되기도 하는 등 많은 논란과 병폐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민어가 고루 사용된 까닭에는 무난한 가격과 맛, 한국인이 좋아하는 식감에 높은 활용성(회덮밥, 초밥 등)까지 두루두루 섭렵했기에 가능하다고 보입니다. 

 

 

손님 상에서 해동 중인(?) 냉동 틸라피아 회

 

녹새치라 불리는 흑새치 블록

 

베트남산 팡가시우스 메기

 

주로 원양산인 붉평치(만다이, 꽃돔), 사진 출처 : http://discovermagazine.com/2016/janfeb/58-meet-the-first-warmblooded-fish

 

■ 수입산 냉동 생선회

위 생선은 주로 질이 낮은 출장뷔페(돌잔치, 예식장 등), 무한리필 초밥, 무한리필 시푸드 뷔페에서 사용된 전력이 있었는데 맛과 품질을 떠나서 여전히 위해성 논란이 꺼지지 않은 품목이기도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예전에 쓴 글이 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관련 글 : 뷔페에서 먹은 생선회 맛있었나요? 알려지면 곤란한 생선회의 민낯)

 

- 틸라피아(역돔, 연중)

- 팡가시우스 메기(참메기, 연중)

- 바라문디(연중)

- 만다이(꽃돔, 붉평치, 연중)

- 흑새치(녹새치, 연중)

 

최고의 미어(味魚)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생선회로 군침을 삼켜야 했는데 그 종착지는 허무하게도 동네 횟집의 양식회나 수입산 냉동회니 그간 우리가 얼마나 맛없는 생선회를 먹어왔는지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분류가 반드시 맛의 순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생선회 맛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자연산인지, 고급 어종인지, 희소성이 있는지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 제철과 산지에 맞는 어종 선택과 신선도가 가장 중요하고 여기에 숙성의 정도, 손질 실력, 칼질 방향, 써는 두께, 더 나아가 먹는 분위기, 함께 하는 사람 등등 유무형의 가치까지 따지려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순위 매기길 좋아하는 우리 민족은 무엇이 더 나은지를 끊임없이 묻고 또 알고 싶어 합니다. 이 글이 그런 물음에 대해 어느 정도 해갈이 되었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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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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