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바위든 방파제든 '릴 찌낚시'를 즐기는 분들의 고민 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릴의 선택'.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1) 드랙 릴

2) LB 릴

 

 

일반적인 드랙 릴

 

#. 드랙 릴에 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릴은 이런 형태입니다. 파지법을 주목하세요. 보통의 릴 파지법은 사진과 같이 잡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드랙을 적당히 조이고 사용합니다. 작은 고기가 물면 드랙이 풀리지 않지만, 대물이 물고 늘어지면 드랙을 '적당히' 조여 놓았기 때문에 대상어의 힘 여하에 따라 스풀이 역회전하며 원줄이 풀립니다.

 

이렇듯 드랙 릴을 사용할 때는 드랙을 꽉 조이지 말고 '적당히' 조여 놓음으로써 대물이 파고들 때나 치고 나갈 때 순간적으로 당겨지는 힘을 분산시켜줍니다. 만약, 드랙을 꽉 조여 놓았다면, 대물을 걸자마자 5초 안에 줄이 터져나갈 것입니다. 그래서 드랙 릴을 사용할 때는 사전에 드랙을 적당히 조이는 것 다시 말해, 손으로 원줄을 잡아당기면 다소 뻑뻑하지만, 힘주어 풀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이 드랙을 조절하는 강도가 세분될수록 릴은 비싸집니다.

 

 

LB 브레이크 릴

 

#. LB 릴에 관하여

반면, LB 릴은 보시다시피 손잡이가 달려 있습니다. 대상어가 힘을 쓸 때 스풀을 역회전시켜 힘을 분산시키는 원리는 드랙 릴과 비슷하지만, 드랙이 해야 할 일을 LB(레버 브레이크)로 조절하기 때문에 순간적인 대응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감성돔이 갑자기 파고들면, 미리 조여 놓은 드랙릴이 적당히 알아서 풀리겠지만, 저가 릴의 경우 굉장히 뻑뻑할뿐더러 드랙력이 세밀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칫 순간적인 대응이 늦어져서 모처럼 들어온 기회를 그르칠 수가 있습니다. 물론, 드랙 릴도 잘 쓰는 사람은 순발력 있게 조절해가며 쓰지만, 그 순간적인 콘트롤을 단지 손가락 하나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LB 릴의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드랙 릴과 LB 브레이크 릴의 기본적인 개념입니다. 그리고 두 유형의 릴을 '스피닝 릴'로 분류합니다. 

 

 

LB 브레이크 릴의 기본 구조

 

#. 초심자의 고민, 드랙 릴이 나을까? LB릴이 나을까?

LB(레버 브레이크) 릴은 말 그대로 레버가 달린 릴입니다. 최근에는 LBD라고 해서 LB(레버 브레이크)에 D(드랙)이 접목된 고사양의 릴이 갯바위 낚시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습니다.

 

방파제 및 생활낚시라면 중저가 릴로도 충분하지만, 원도권으로 자주 출조하거나 주요 대상어가 감성돔, 벵에돔이라면 아무래도 고사양의 LB릴과 함께 예비 스풀 2~3개를 추가로 구매하고, 여기에 주력으로 사용하는 원줄 2~3가지를 감아두는 것이 효율적이니까요.

 

가격대가 50~100만 원 사이로 가격은 좀 부담되지만, 그래도 하나 장만해 두면 몇 년 동안은 주력 릴로 요긴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저는 저가 릴 2~3대를 바꿔 쓰기보다는 고사양의 릴 1대와 예비 스풀 2~3개를 함께 구입해 사용하기를 권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감성돔, 벵에돔 낚시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이런 고민이 있을 것입니다. 주변에 낚시 좀 한다는 분들은 대부분 LB 릴을 쓰는데 과연 내게도 도움이 될까? 하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처음부터 LB 릴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찬성합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LB 릴을 써야 하는 이유에 관해 알아봅니다. 

 

 

 

#. LB 릴을 사용하는 첫 번째 이유 → 빼앗긴 낚싯대의 탄성을 복원하도록 시간을 번다.

사진은 제 아내가 대물 벵에돔을 걸었을 극 초반의 상황입니다. 낚싯대 모양을 보면 완전히 세우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누웠습니다. 이렇게 되면, 제아무리 고가의 낚싯대라도 제 기능을 발휘하기가 어렵습니다.

 

낚싯대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탄성'으로 대상어의 힘을 빼앗고 제압하는 것인데 이 탄성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는 각도는 지면을 축으로 했을 때 약 90~110도 사이입니다. 우리는 대물을 제압하기 위해 낚싯대 각도를 90~110도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입질 받고 챔질했을 때의 극 초반 상황은 그리 녹록지 못합니다. 걸자마자 와락 하고 파고드는 벵에돔의 경우 조금만 방심하면 수중 암초로 파고들기 때문에 밑걸림처럼 꼼짝 못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며, 여기서 무리하게 당기면 채비가 터집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LB를 조작해 줄을 풀어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벵에돔의 경우 줄을 풀면 쏜살같이 파고들어 돌틈 사이로 처박기 때문에 '여유를 주지 마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여유를 주지 않고 바짝 버티면 어떻게 될까요? 대상어의 힘이 (도래나 직결)매듭 강도와 목줄이 버틸 수 있는 임계점에 다다르면 그 줄은 터지게 됩니다. 낚싯대를 90~110도 사이로 세우면 그 낚싯대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 탄성을 내기 때문에 임계점에 다다르지 않을 확률은 높아집니다.

 

 

LB 브레이크를 짧게 짧게 조작해 낚싯대 세울 시간을 번다

 

LB 브레이크 릴이 하는 역할은 단순히 LB 레버를 조작해 줄을 풀고 힘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낚싯대를 세울 시간을 벌어준다는 점입니다. 좀 전에는 대를 빼앗기거나(초릿대가 수면 아래로 처박혀 탄성을 못 내는 상황) 또는 일자로 뻗어버릴 수도 있었던 낚싯대가 0.5~1초가량의 짧은 LB 조작으로 이렇게 세울 수 있었습니다.

 

 

상황 봐서 다시 한번 LB 브레이크를 '짧게!' 풀었다 쥐면서 낚싯대를 한 번 더 세웁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낚싯대 탄성이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90도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낚싯대를 세울 때는 90~110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가 38cm급 긴꼬리벵에돔을 잡았을 때인데요. 초반부터 내달리는 녀석을 상대로 낚싯대만 붙잡고 있으면, 이내 대를 빼앗기거나 일자로 뻗어버립니다. 탄성이 안 나오기 때문에 채비가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이 빨리 오는 거지요. 결국, 몇 초 못 버티고 터트립니다.

 

이럴 때 LB 브레이크 조작은 녀석의 힘을 분산시키기 위해 풀어주기보다는 0.5~1초가량의 극히 짧은 시간 동안에만 열었다가 닫음으로 대를 세울 수 있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 0.5~1초가량 풀었다 닫는 것을 3~4회 반복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세운 낚싯대는 온전히 탄성을 내게 됨으로써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됩니다.

 

낚싯대를 90도 가까이 세우면 대상어와의 힘겨루기에서 70%는 승률을 확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령, 100만 원짜리 낚싯대를 사용했다고 했을 때, 그 낚싯대 각도가 90도면 90% 정도의 탄성을 낼 것이고, 70도면 70% 만큼만 탄성을 발휘할 것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휨새

 

낚싯대 각도가 사진과 같이 110도에 가까워지면, 110%만큼의 탄성을 내겠지요. 이러한 수치는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 비유를 한 것이지만, 그 정도로 대물과의 파이팅에서는 낚싯대를 세우는 것이 '선방'을 날리는 것만큼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물과 힘겨루기할 때 저런 자세(허리를 꼿꼿이 펴고, 낚싯대를 90~110도로 세우는)가 되도록 연습해야 합니다. 사진의 낚싯대 각도는 해당 낚싯대가 가지는 최고의 탄성을 내게 됩니다. 그러니 LB 브레이크만 잘 조절해도 저렇게 세울 수 있는 시간을 벌어다 줄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입질과 동시에 수면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낚싯대

 

#. LB 릴을 사용하는 두 번째 이유 → 위급할 때 힘을 분산시켜 최악의 수를 면한다.

두 번째 이유는 많은 분이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특히, 감성돔, 참돔 낚시에서 이러한 부분이 발휘되는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큰 대물이 갑작스레 물었을 때, 빠른 대처가 매우 어렵습니다. 낚싯대는 이미 수면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있을 텐데요.

 

 

대를 세우고 파이팅하다 찌가 보이기 시작할 즈음 대상어는 최후의 일격으로 마지막 힘을 낸다. 이럴 때 LB 브레이크를 짧게 쏘아서 힘을 분산시키기도 한다.

 

이럴 때 재빨리 LB 브레이크를 조작해 힘을 분산시킴과 동시에 낚싯대를 세우면, 좀 더 수월하게 파이팅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장면도 마찬가지, 해당 장면은 씨알 좋은 독가시치를 걸었을 때입니다. 발 앞에서 갑작스레 걸려들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려운데요.

 

 

이럴 때도 LB 브레이크 조작만으로 대를 세우면 좀 더 여유 있는 파이팅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상어가 갯바위 자락에 붙게 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는 LB를 주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돌 틈으로 박히기 때문에 LB 조작에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자세를 낮추거나 앉아서 위기를 모면하기도 합니다.

 

 

 

#. LB 릴을 사용하는 세 번째 이유 → 랜딩이 용이하다.

LB 브레이크를 쓰면 일명 '들어뽕'이 편해집니다. 뜰채를 대기에 작은 씨알이면 보통 낚싯대를 들어 올려서 랜딩하는데요. 이때 원줄은 여유가 없어 팽팽해지기 때문에 자칫 초릿대에 부담을 주게 됩니다.

 

 

하지만 고기를 랜딩할 때 LB 브레이크를 살짝 풀어주면, 팽팽하던 원줄이 느슨해지면서 랜딩하기가 수월해지지요. 드랙 릴을 쓰게 되면 이 부분이 어렵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베일을 젖혀야 합니다. (비슷한 효과지만, 좀 번거롭습니다.)

 

#. LB 릴을 사용하는 네 번째 이유 → 처음부터 사용해야 시행착오가 없다.

그간 드랙 릴을 쓰다가 LB 릴을 바꾸면, 파지법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어색하고 불편합니다. 하지만 갯바위 낚시에 입문할 때부터 LB 릴을 쓰면, 처음 익숙해질 때까지만 고생하고 그 뒤부터는 오히려 LB 릴이 드랙 릴보다 사용이 편리합니다. 급기야 레버가 없으면 낚시하기가 불편할 정도니까요.

 

다만, 내가 하는 낚시가 과연 LB 릴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LB 브레이크가 오히려 방해되는 낚시가 있는데요. 그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드랙 릴이 유리한 낚시

1) 잡어를 대상으로 하는 생활낚시

2) 갯바위 참돔 낚시

3) 선상 흘림 낚시(참돔, 부시리 등)

4) 그 1kg 안 되는 대상어를 상대로 할 때

 

반대로 LB 릴이 유리한 낚시가 있습니다.

 

LB 릴이 유리한 낚시

1) 갯바위, 방파제 감성돔 낚시

2) 벵에돔 낚시

3) 돌돔 찌낚시

4) 50~60cm 이하 참돔(상사리) 낚시

 

이것으로 LB 릴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길 바라며, 나 자신에게 맞는 릴이 어떤 것인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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