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3월이 갖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남녘에 봄바람이 불지만, 일부 지역은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로 여전히 기승을 부립니다. 남부 지방과 중부 지방에서의 체감 온도가 차이 나며, 미세먼지가 심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도 나뉘게 됩니다.

 

꽃샘추위가 완전히 물러가는 3월 중순~후순 경부터는 길거리의 개나리 및 진달래꽃이 봉우리 지고, 어떤 지역은 매화나 목련이 피어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바닷속은 여전히 한겨울에 속합니다. 바다의 절기는 음력으로 보았을 때가 좀 더 정확하기 때문인데요. 이렇듯 바다의 계절감이 육지보다 한두 달 느린 이유는 그만큼 수온의 변화가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3~4월 어한기는 조업이 허락되는 날이 많지 않으며, 각종 어구를 정비하는 날이 많아집니다. 이 시기를 '어한기' 또는 '영등철'이라고 부르는데, 그러다 보니 먹을 만한 자연산 생선이 많지 않습니다.

 

양식 회는 여기서 제외하겠습니다. 양식 회로 보자면, 광어, 참돔, 우럭, 가숭어(밀치) 정도가 드시기에는 무난할 겁니다. 다만, 산지로 여행 및 출장을 가게 된다면, 오늘 내용을 주목해 주시기 바래요. 특히, 이 시기는 조금이라도 봄이 빨리 오는 동남부 지방(부산, 포항)에 제철 생선회가 집중되니 말입니다.

 

 

불볼락(열기)

 

1. 볼락, 열기

2~4월에 잘 잡히는 생선 중 단연 열기와 볼락을 꼽습니다. 볼락은 가까운 근해 얕은 바다에서 주로 잡히는데 열기를 노리는 심해 외줄낚시에서 씨알 좋은 볼락이 함께 낚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볼락, 열기는 주로 낚시꾼들만 아는 별미로 통해요. 

 

낚시를 즐기지 않는 일반인들은 부산 일대 몇몇 횟집에서 취급하는 볼락, 열기 회를 맛볼 수 있습니다. 입소문 자자한 몇몇 횟집 수조에는 산 채로 공수한 볼락, 열기를 가득 채우고 판매하기도 합니다. 

 

 

기름가자미

 

2. 기름가자미

기름가자미는 동해 속초에서 포항에 이르기까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가자미입니다. 표준명은 기름가자미지만, 동해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물가자미' 또는 '미주구리'로 불리고 있지요.

 

보통은 꾸득히 말려서 팔지만, 싱싱한 선어는(깊은 바다에서 건져 올리기 때문에 대부분 잡히자마자 죽어버림) 이렇게 횟감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물회, 회무침이 별미인데요. 포항 죽도시장에서는 회만 한 뭉텅이 쳐서 바구니에 올린 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도 합니다.

 

 

참우럭(가운데)

 

3. 띠볼락

사진을 보면 여러 조피볼락(우럭) 가운에 밝게 빛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띠볼락입니다. 꾼들은 주로 '참우럭'으로 부르며 기존에 우리가 알던 우럭과 차별합니다. 이유는 심해에 서식하는 탓에 지방이 많아 더 맛있기 때문입니다.

 

띠볼락은 조피볼락(우럭), 붉은쏨뱅이와 함께 몸길이 50~60cm까지 성장하는 몇 안 되는 양볼락과 어류입니다. 이 어종의 어획은 많지 않으며, 주로 왕돌초 및 6광구로 나가는 심해 낚싯배를 통해 잡아들이는 것이 전부입니다.

 

 

동해의 깊은 바다는 그 특성상 수온이 매우 낮기 때문에 그나마 수온이 오르는 6~8월에 많이 낚이며, 연중 철을 가리지 않고 잡히지만, 맛은 지금이 제철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심해성 어류답게 지방 함량이 일반 우럭보다 높은 편입니다. 

 

조업이 전무해 상업 용도로는 잘 판매되지 않으나 묵호, 포항 등의 재래시장에서 한두 마리씩 들어오기도 합니다. 현지 상인들은 이 어종을 '조피우럭'이라 부릅니다.

 

 

붉은쏨뱅이

 

4. 쏨뱅이, 붉은쏨뱅이

열기와 마찬가지로 선상 낚시에서 맛볼 수 있는 쏨뱅이 회는 겨울보다 3~4월로 갈수록 농익습니다. 볼락, 열기, 쏨뱅이 종류의 특징이 바로 봄으로 갈수록 맛이 좋아진다는 점. 특히, 붉은쏨뱅이는 일반 쏨뱅이와 달리 수심 40m 이하의 깊은 바닥의 암초 및 어초에 서식하면서 크기는 배 이상 자라기에 횟감으로 가장 이상적인 식감과 맛을 냅니다.

 

그 식감은 마치 사과를 배어 문듯한 사각거림에 단맛이 더해지는데요. 아쉬운 점은 낚시가 아닌 이상, 육지에서 활어회로 맛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붉은쏨뱅이는 쏨뱅이와 달리 깊은 곳에만 살다보니, 어획되면 수압 차로 금방 죽어버립니다. 그 때문에 활어 유통이 어렵습니다. 다만, 싱싱한 선어로 공수된다면, 회로 맛볼 수는 있습니다. 일반 쏨뱅이의 경우 거제도, 통영, 여수, 완도의 몇몇 횟집에서 회로 맛볼 수 있습니다.

 

 

고무꺽정이

 

털수배기

 

5. 고무꺽정이, 털수배기

고무꺽정이(돌망치)는 80년대 B급 공포영화 <데들리스판>의 괴물을 닮았고, 털수배기(망챙이)는 언뜻 아귀나 삼식이를 닮은 동해의 이색 횟감입니다. 보통은 매운탕 감으로 치는데 이 시기 동해 외옹치항, 속초 등의 재래시장을 찾으면 회로도 맛볼 수 있습니다. 다만, 100% 자연산이기 때문에 날씨와 조업 상황에 따라 수급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유의하세요!

 

 

얼룩괴도라치

 

벌레문치(장치)

 

장갱이

 

6. 얼룩괴도라치, 벌레문치, 장갱이

장어처럼 기다란 모양을 가진 동해의 개성 있는 생선들입니다. 얼룩괴도라치, 벌레문치, 장갱이가 그것인데요. 현지에서 이들 어류는 '무슨 장치 무슨 장치' 정도로 부릅니다. 장치는 강릉에 찜으로 명성을 얻었는데 최근에는 횟감으로 찾는 이들도 소수 있을 만큼 마니아층을 확보한 상황입니다.

 

맛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개인마다 선호하는 식감, 맛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귀하거나 독특한 횟감이라고 무조건 맛이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며, 이러한 점(동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아주 귀한 횟감)을 이용해 외지인 관광객들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는 상인도 더러 있습니다. 그러니 잡어로 취급하는 위 3종을 횟감으로 드실 때는 약간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위 3종은 맛이 궁금하신 분들에만 권해 봅니다.

 

 

빨간횟대(홍치)

 

7. 빨간횟대

보통 '홍치'라 불리는 빨간횟대는 '자연산 잡어회'에 판매되는 횟감이면서도 맛에서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어종 또한 '특별함'이라는 점을 앞세워 가격을 높게 부르는 집은 피하시길 권합니다.

 

빨간횟대는 살이 무르며 맛도 대구횟대에 못 미치지만, 그래도 겨울~봄 사이가 제철이니 속초부터 포항 사이를 여행하는 분들에 저렴하게 드실 횟감으로는 추천해 봅니다. 

 

 

대구횟대

 

8. 대구횟대

대구횟대의 식감은 복어와 닮은 만큼 단단하며, 씹히는 식감이 매우 좋습니다. 계속 씹으면 단맛까지 나서 명불허전이란 말이 떠오르는데요. 동해 지역을 여행하신다면, 대구횟대 만큼은 꼭 한 번 맛보시기 바랍니다. 

 

 

용가자미 뼈째썰기 회

 

9. 참가자미, 용가자미

겨울에서 봄 사이는 가자미가 산란을 준비하는 시기인데 횟감용 가자미로는 크게 참가자미와 용가자미로 나뉩니다. 다만, 경상도에서는 용가자미를 참가자미라 부르고, 참가자미를 노랑가자미로 부르고 있다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초, 강릉 등 강원도에서는 용가자미를 어구가자미로 부르기 때문에 이 점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서는 표준명으로 설명해 드립니다.

 

참가자미 하면 손바닥만 한 작은 가자미를 뼈째 썰어 파는 것으로 속초에 가면 쉽게 맛볼 수 있습니다. 용가자미는 참가자미보다 크기가 약간 큰 편이며 무침과 뼈째 썰기로 이용되는데 주산지는 경주와 감포, 포항, 부산 일대입니다.

 

두 어종 모두 포를 떠서 써는 일반적인 회보다는 뼈째 썰기(세꼬시)가 유명하고, 가끔 큰 가자미가 들어오면 포를 떠서 널찍하게 썰거나, 또는 길쭉하게 썰어내기도 합니다. 둘 다 맛에서 이견이 없고, 엎치락뒤치락하기 때문에 어떤 가자미가 더 낫다고 평가하기가 쉽지 않을 만큼 대동소이합니다.

 

 

성대

 

10. 성대

손으로 잡으면 '꾹꾹' 소리를 내기에 성대란 이름이 붙었으며, 경남에서는 달갱이로 통합니다. 배에는 작은 지느러미가 발달해 모래밭을 기어 다니기 좋은 구조를 가졌습니다. 화려한 양 날개와 선분홍색이 아주 예쁜 물고기인데요. 겨울이 제철이며 거제, 통영이 주산지지만, 강원도에서도 소량 횟감으로 소비됩니다. 성대는 횟감도 좋지만, 국물이 맛이 좋아 맑은탕이 유명합니다. 

 

이 밖에도 2월 제철 생선회로 추천하는 특이한 횟감이 있다면, 뿔돔, 눈볼대(금테), 홍가자미(아까가리), 자주복, 까치복, 참복, 대구, 옥돔, 어름돔, 홍감펭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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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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