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를 대표하는 몇 종류의 생선 중 ‘가자미’는 늘 빠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자미는 우리 연안에만 20여 종이 서식하며, 모양과 이름이 비슷비슷해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이 어렵고 헷갈립니다. 동해에서 잡히는 가자미만도 수십 여종에 이르지만, 이 중에서 단연 표준이 되는 가자미가 있습니다. 

 

바로 어구가자미로 알려진 용가자미입니다. 여타 가자미류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은 맛을 자랑하지만, 크게 제철을 타지 않은 흔함에 화려함이나 희소가치를 내세운 횟감보다는 덜 주목받았던 용가자미. 동해 포구에 가면 어김없이 널려 꾸득히 말려지는 용가자미. 지금부터 상세히 들여다볼까 합니다. 

 

 

 용가자미의 유안부 

#. 용가자미에 대해서
표준명 : 용가자미(가자미목 가자미과)
방언 : 용가재미(전남), 어구가자미(동해일대), 포항가자미(포항), 속초가자미(속초), 참가자미(경남X)
영명 : Plaice, Pointhead flounder
일명 : 소오하치(ソウハチ)
전장 : 50cm
분포 : 동해와 일본, 발해만, 서해 북부, 사할린, 동중국해
음식 : 소금구이, 튀김, 조림, 찜, 건어물
제철 : 봄(2~5월)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누구나 아는)

 

 

용가자미의 무안부

#. 특징과 생태
용가자미는 수심 50~200m 사이의 모래, 펄 지역에 서식, 우리나라 전 연안에 널리 분포되어 있지만 특히, 동해에 많이 서식합니다. 

 

일부 개체는 발해만에 서식하는데 가을이 오면 서해 북부(백령도 해역)까지 남하하다가 겨울에는 중부까지 내려와 월동을 보내고 이듬해 봄, 수온이 올라가면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국내에 주로 어획되는 용가자미는 99% 이상이 동해산입니다. 동해 중부(삼척)를 기점으로 위아래 폭넓게 분포하며, 수심 깊은 바다에 머무르는 냉수성 어류이지요. 

용가자미는 다른 가자미 종류와 마찬가지로 좌광우도에서 ‘우도’에 해당합니다. 즉,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양 눈이 우측에 몰려 있습니다. 전반적인 체형은 납작한 비대칭 어류로 비목어(比目魚)에 속합니다. 

 

어렸을 때는 양눈이 가운데 있다가 성장하면서 오른쪽으로 이동해 자리 잡은 것으로 넙치(광어)와는 정반대입니다. 지느러미가 펼쳐질 때 위에서 바라본 체형은 타원형에서 약간 마름모꼴로 보입니다. 

 

다른 가자미나 도다리와 달리 입이 커서 ‘아구다리’라 부르기도 합니다. 유안부는 짙은 암갈색을 띠며 무안부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흰 배 양쪽에 자색 띠가 있어 다른 가자미와 쉽게 구별됩니다. 하지만 일부 개체는 배가 완전한 흰색을 띠기도 해 일각에서는 이 가자미를 '참어구가자미'라 불리는데 바른 명칭은 아닙니다. 

 

용가자미가 다 자라면 전장 50cm를 넘는데 성장 속도가 매우 느려 다 자라려면 10년 이상 걸립니다. 주로 어획되는 것은 20~40cm가 많습니다.

 

 

003 용가자미를 상징하는 흰 배의 자색 띠

 

참가자미를 상징하는 흰 배의 노란 띠 

#. 용가자미를 둘러싼 복잡한 이름들
시장에서는 표준명 용가자미를 그대로 부르는 이들이 극히 드뭅니다. 강원도에서는 ‘어구가자미’, 경상도에서는 ‘참가자미’로 통용됩니다. 하지만 도감상에 기술된 참가자미는 따로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구분이 시급합니다. 

 

경상도에서는 배에 노란 띠가 있는 참가자미를 노랑가자미라 부르는데 이 또한 노랑가자미라는 표준명을 가진 어류가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자로서는 헷갈리기만 합니다. 요컨대 지역 방언을 부르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몇몇 방언과 표준명이 중복돼 혼선을 부르는 것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한 예로, 용가자미는 울산, 경주, 감포, 부산 일대에서 모두 ‘참가자미’로 취급됩니다. 용가자미에 '참 ‘참’을 붙인 것은 이곳 경상남도 일대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가자미를 지역 특산물로 상품화한 데서 비롯됩니다. 

 

사실 참가자미는 어류도감을 편찬한 학자들이 일어명 ‘마가레이(マガレイ)’를 그대로 우리 말로 가져온 명칭이고, 용가자미의 용은 '容(얼굴 용)'자를 썼는데 이것은 일어명 소오하치(ソウハチ, 철차법상 소우하치이나 여기서 ‘ウ’는 우가 아닌 장음이므로 ‘오’로 발음됨) 즉, 사무라이 시대에 유행했던 헤어스타일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을 그대로 표준명으로 옮긴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렇듯 일본 명칭을 그대로 채용해 국명으로 작명한 사례를 현 어류도감에 많이 발견됨에 따라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어원의 배경이 우리만의 작명이 아닌 대부분 일본의 어류 명칭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005 용가자미 조업 현장

 

경매를 앞두고 선별작업이 한창이다 

#. 용가자미 조업과 낚시
지역에서 용가자미 조업과 낚시는 각각 ‘참가자미 조업’과 ‘어구가자미 낚시’로 불립니다. 좀 전에도 지적했듯이 참가자미는 따로 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할 명칭이나, 어구가자미란 표준명을 가진 가자미는 없기 때문에 이 명칭의 사용처는 문제가 없습니다. 

 

조업은 육지에서 수 km 떨어진 수심 500m 이하의 깊은 바다에서 이뤄집니다. 선박의 규모마다 다르지만, 하루 전에 나가서 2,000m에 달하는 긴 자망을 내리고 부표를 꽂습니다. 다음날 새벽에 자망을 걷는데 이 작업이 극한 직업에 달할 정도로 거칠고 힘이 듭니다. 

 

 

가장 힘든 작업은 자망을 걷고 그물코에 낀 고기를 빼내는 작업인데 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담당합니다. 물론, 길고 무거운 자망은 기계가 올리지만, 용가자미는 대부분 횟감 유통이라 활어로 살려가야 제값을 받기 때문에 신속하게 그물코에서 빼내야 하는 것이지요. 

 

게다가 기계는 계속해서 그물을 토해내기 때문에 쉬거나 멈출 틈이 없습니다. 

 

 

2월에 알을 찌우고 있는 용가자미 산란을 앞두고 살집이 제법 찼다

용가자미(어구가자미)는 주로 겨울에서 봄 사이가 시즌이며 속초, 임원을 중심으로 행해집니다. 수십십 km나 나가서 잡는 조업과 달리 수심 50m 전후에 카드 채비를 내려 고패질하면 줄줄이 달려오는  어떻게 보면 생활 낚시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잡히는 씨알도 15~30cm 사이로 작은 편입니다 

 

 

#. 용가자미의 식용 
용가자미의 제철은 알집을 키우는 시기인 겨울부터 봄 사이다. 이 시기 용가자미는 크든 작든 알집을 가지고 있는데 건어물로 말린 것을 굽거나 조려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용가자미는 지역에서 기름가자미와 함께 건어물로도 많이 생산된다.

 

 

지역에서 참가자미회라 불리는 용가자미 뼈째썰기(일명 세꼬시)

 

용가자미 물회

조업 도중 죽어버린 것을 건어물로 유통하며, 나머지는 활어로 살려 각 지역 횟집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들어간 용가자미는 ‘참가자미 회’란 이름으로 뼈째썰기회(세꼬시), 물회, 회무침으로 판매가 되며, 겨울에서 초봄 사이 꼬들꼬들한 식감으로 인기가 있다.  

 

 

가자미 하면 담백한 소금구이가 떠오른다

 

버터소스 끼얹은 가자미 스테이크

용가자미 구이는 생물보다 건어물이 맛있다. 그냥 굽는 것도 좋지만, 무니엘(밀가루를 묻혀서 굽는) 방식의 소금구이 또는 버터소스를 끼얹은 서양식 가자미 구이도 일품이다.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81)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9)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4-20 06:49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