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관심이 고급 횟감에 쏠릴 때 남해 먼바다에서는 작고 앙증맞은 열기를 잡기 위해 꾼들이 몰립니다. 선상에선 연신 ‘열기 꽃을 태우며 ‘몽땅 걸이를 했다.’ 같은 생소한 말들이 오갑니다. 열기 회를 썰어 먹고, 일부는 집에 가져가서 구이, 매운탕 등 반찬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해안가에선 열기 말리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아직은 맛을 아는 사람들만 찾아 먹는 이름도 생소한 불볼락(열기). 불볼락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한겨울에 잡힌 씨알 굵은 열기

 

# 불볼락(열기)에 대해서
표준명 : 불볼락(쏨뱅이목 양볼락과)

방언 : 열기(전국), 동감펭볼락, 동감펭(함경북도)
영명 : Gold-eye Rockfish
일명 : ウスメバル(우스메바루)
전장 : 30cm
분포 : 서해를 중부 이북을 제외한 전 해역, 일본 훗카이도에서 대마도에 이르는 광범위한 해역
음식 : 회, 소금구이, 조림, 탕
제철 : 1~4월(겨울에서 초봄까지)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등에 붉고 선명한 *세로띠가 특징인 불볼락

 

#. 특징과 생태
불볼락은 조피볼락(우럭), 망상어와 마찬가지로 난태생 어류입니다. 뱃속에서 알을 부화시킨 뒤 3~5일 뒤 새끼를 방사하며, 그렇게 태어난 새끼는 몸길이 약 5cm 정도가 될 때까지 괭생이모자반과 같은 해조류에 붙어 바다를 떠돌다가 암초에 정착하지요.

 

한번 정착하고 나면, 성체가 될 때까지 멀리 나가지 않다가 성체가 되면 좀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해 집단생활을 이어갑니다. 최대 몸길이는 약 30cm. 간혹 30cm가 넘는 개체도 있지만, 흔치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어획되는 크기는 20cm 전후입니다.

 

 

성장 속도가 느린 편으로 4년은 돼야 20cm에 이릅니다. 이 때문인지 30cm에 이르는 열기 구경하기가 감성돔 5짜 보는 것만큼 쉽지 않습니다.

 

짝짓기는 늦가을에서 초겨울에 시작해 이듬해 봄이면 산란하는데, 그래서 몸속에 영양분을 가두는 지금 시기가 가장 맛이 오르는 제철이며, 이때가 가장 많이 잡힙니다.

 

*참고
어류는 똑바로 세웠을 때를 기준으로 가로와 세로띠로 구분한다.

 

 

밤색에 옅은 세로줄무늬가 특징인 볼락

 

불볼락은 이름과 생김새, 크기에서 ‘볼락’과 자주 비교되는데 그만큼 둘의 외형과 맛이 어느 정도 닮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식지와 습성에서는 적잖은 차이를 보입니다.

 

볼락은 내만의 수심 얕은 바다 특히, 양식장이 있는 잔잔한 바다를 선호하지만, 불볼락은 외해 깊은 수심대에 주로 서식합니다. 이 때문에 불볼락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즉시 수압 차로 죽어버려 활어 유통이 어렵습니다. 

 

 

#. 어쩌면 신종으로 나눠야 할지 모르는 불볼락
불볼락은 쏨뱅이목 양볼락과 어류 중 비교적 냉수성에 속합니다. 그렇다고 북태평양 한류만 닿는 곳보다는 한류와 난류가 한데 섞이는 곳에 집단으로 서식하며, 그 부근을 기점으로 남쪽에 집중적으로 분포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서해 어청도를 중심으로 그 이남과 남해 전역에 분포하고, 동해는 속초에서 포항에 이르는 광범위한 해역과 울릉도 및 왕돌초에 집단 서식합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울릉도와 왕돌초에 서식하는 불볼락 집단은 기존 분포지(서해 및 남해)에 서식하는 집단과 유전적으로 다르게 진화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남해 및 가거도에서 잡힌 불볼락(열기)

 

다시 말해, 남해 추자도와 가거도, 욕지도, 동해 속초에서 채집한 불볼락은 유전적으로 같은 종임이 판명됐는데, 유독 울릉도와 왕돌초에 서식하는 집단은 기존에 알던 불볼락과 형태는 같지만, 유전 형질상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걷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울릉도의 것은 완전히 다른 형질을 보였고, 왕돌초의 것은 기존의 불볼락과 울릉도에 서식하는 불볼락 집단의 중간 형질을 보인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집단이 한데 섞이지 못한 채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먼바다에 존재하는 강력한 장벽이 교류와 혼종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울릉도 남동쪽 해상에는 지름 100~200km에 이르는 난수성 소용돌이가 줄지어 있는데(이는 한류와 난류가 서로 부딪혀서 생긴 거대한 조경수역) 모자반에 몸을 맡겨 이동해야 하는 불볼락 치어의 경우 이러한 장벽을 넘나들며 이동하기가 매우 어렵죠.

 

그래서 울릉도에 서식하는 불볼락 집단은 기존에 알던 집단과 완전히 격리된 채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걷게 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

 

※ 참고한 논문
과학저널 ‘생태와 진화’에 실린 논문(김진구 부경대 자원생물학과 교수 및 유효재 박사과정생)
Hyo Jae Yu, Jin-Koo Kim, Upwelling and eddies affect connectivity among local populations of the goldeye rockfish, Sebastes thompsoni (Pisces, Scorpaenoidei), Ecology and Evolution. 2018;8:4387–4402., DOI: 10.1002/ece3.3993(http://dx.doi.org/10.1016/j.bse.2015.06.038)

 

 

불볼락(위), 도화볼락(아래)

 

#. 불볼락과 닮은 도화볼락
개체 수가 많지는 않지만, 불볼락과 빼닮은 양볼락과 어류가 하나 더 있습니다바로 도화볼락인데 불볼락보다 난류를 좋아하는 어류입니다. 언젠가 찬물을 좋아하는 불볼락과 난류를 좋아하는 도화볼락을 한곳에서 관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은 제주도 서귀포 앞 문섬의 잠수함 투어에서였죠.

 

는 여수 백도 해상에서 열기 외줄낚시 도중 희귀한 도화볼락을 낚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직은 이 어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인지 적잖은 선장과 낚시인, 어부들이 열기와 동일시하는 것을 봤습니다. 하지만 두 어종을 조금만 관찰하면 체형과 무늬, 채색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포를 뜬 모습으로 불볼락(왼쪽)과 도화볼락(오른쪽)

 

포를 뜨면 그 차이가 더욱 확연한데요. 맛은 미묘한 차이를 가집니다. 도화볼락 개체 수가 많은 일본에서는 불볼락과의 맛 비교가 종종 올라오기도 합니다.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화볼락이 열기보다 근소하게 앞선다는 의견입니다.

 

 

불볼락은 외줄 선상낚시의 대표 어종이다

 

#. 열기와 낚시
사실 낚시를 즐기지 않는 일반인들에게는 불볼락이란 말도 생소하지만, 열기란 말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남도 지방과 서울, 수도권의 일부 낚시인들은 해마다 겨울에 열기 낚시를 즐기는데요. 저마다 쿨러를 채우는 것이 목표인 만큼 반찬감 장만에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요,

 

기본적인 낚시 방법은 무거운 쇠추에 카드채비를 내려서 한 번에 여러 마리를 잡아들입니다. 미끼는 크릴과 오징어 살을 씁니다. 열기 낚시의 가장 큰 장점은 낚시 여건이 좋지 못한 영등철에도 마릿수 조과를 안겨주는 유일한 대상어란 점입니다. 열기가 바늘에 모두 매달리는 ‘몽땅걸이’라도 나오면 환호성이 터지기도 하지요. 이런 몽땅걸이가 자주 나오는 날이 간혹 있습니다. 그런 호조황은 세 자릿수를 기대해도 되며, 흔치 않은 경우이긴 하나 조기에 쿨러를 채워서 일찌감치 철수하기도 하지요.

 

 

즉석에서 썰어먹는 열기 회

 

열기 구이

 

열기 초밥

 

#. 불볼락(열기)의 식용
불볼락(열기)은 제법 중요한 수산업적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아직은 완전 양식이 되지 않고, 수요도 많지 않은 어종이라 전량 자연산으로 감당하고 있지요. 예전에는 전남 홍도 같은 일부 도서권에 가야 맛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해안가 지방은 물론, 쇼핑몰을 통해 얼마든지 안방에서 받아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맛은 비린내가 적고 담백합니다살에 수분이 많은 편이라 볼락이나 쏨뱅이만큼 단단하고 차진 식감을 기대하기는 어렵죠. 그나마 갓 잡은 열기를 즉석에서 썰어 먹는 회 한 접시에 기분 전환이 되며, 수분이 많은 열기를 꾸득히 말려 굽거나 쪄 먹으면 별미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열기는 대체로 반건조를 하거나 바짝 말린 것이 맛은 더 있는 편이지요. 열기를 이용한 대표적인 음식은 열기 매운탕이 있고, 반건조해서 맑은탕(지리)을 끓이거나 양념 찜, 소금구이를 해 먹는데 이러한 음식 활용도는 대체로 볼락과 쏨뱅이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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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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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시리
    2019.02.20 15:44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사진이 바뀐듯요.
    위가 불볼락 아래가 도화볼락이 아닐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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