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락피시(Rock Fish)'라고 하지요. 겁이 많아 여차하면 돌 틈으로 숨어버리는 말 그대로의 돌고기. 지역별로 불리는 이름이 다양합니다. 돌볼락, 돌우럭, 꺽저구, 삼뱅이 등등. 하지만 정확한 이름은 쏨뱅이입니다.

 

쏨뱅이는 흔하디흔한 농어목이 아닌 쏨뱅이목 어류. 여기에는 국민 횟감이자 많은 낚시인으로부터 사랑받는 조피볼락(우럭)도 포함됩니다. 우럭이나 볼락이나 열기나 쏨뱅이나 조금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한통속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쏨뱅이목 어류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뼈에서 맛있는 국물이 우러난다는 점입니다. 그러고 보면 쏨뱅이목 어류는 대부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서해에서 장대라 부르는 양태, 화려한 날개 지느러미를 자랑하는 성대(달갱이), 한겨울 탕감으로 유명한 꼼치(흔히 물메기 탕의 재료), 동해의 미거지(물곰)가 모두 쏨뱅이목에 속한다는 사실.

 

남도에는 흔하지만, 도시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쏨뱅이를 소개하는 이유는 잡어로만 취급받는 이 어종의 가치를 알리기 위함입니다.

 

#. 쏨뱅이에 대해서
표준명 : 쏨뱅이(쏨뱅이목 양볼락과)
학명 : Sebastiscus marmoratus
방언 : 본지(제주), 곤지(통영), 삼뱅이, 수수감펭이
영명 : Marble rockfish
일명 : 카사고(カサゴ)
전장 : 30cm
분포 : 한국의 동해와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일대, 홋카이도 남부, 동중국해, 대만, 홍콩, 필리핀
음식 : 회, 소금구이, 탕
제철 : 겨울~봄(11~4월)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쏨뱅이

 

#. 생태와 특징
쏨뱅이는 수심 30m 이하의 얕은 여밭에 서식하는 물고기로 우리나라에는 서남해를 비롯해 남해 전역에 서식합니다. 제주도에서도 많이 서식하는데 제주 사람이 ‘우럭’으로 부르는 어종은 조피볼락이 아닌 쏨뱅이일 때가 많습니다. 언제나 암초를 끼고 사는 겁 많은 물고기지만,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이 강해 침입자가 들어오면 동종이라도 쫓아내려는 행동을 보이죠.

 

타이라바를 비롯해 웜으로 꼬드길 때 곧잘 무는 것도 먹이활동 외에 본능적으로 서식지를 보호하려는 습성에서 비롯됩니다. 최대 전장은 약 30cm인 소형 종이며, 등지느러미 가시에는 다른 양볼락과 어류와 마찬가지로 약한 독성이 있어 찔리면 한동안 붓고 쓰라리기 때문에 만질 때는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몸통은 적갈색 바탕에 복잡한 대리석 무늬가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대리석을 의미하는 ‘마블 피시’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여드름처럼 보인다고 하여 ‘카사고’라 부르죠. 이렇듯 같은 모양을 두고 동서양의 해석이 달라지는 부분이 꽤 흥미롭습니다.

 

 

붉은쏨뱅이

 

사실 쏨뱅이는 단일종이 아닙니다. 흔해 ‘심해 쏨뱅이’라 불리는 붉은쏨뱅이가 있는데 이를 잘 모르는 꾼들은 일반 쏨뱅이와 동일시하곤 하지요. 그러나 쏨뱅이와 붉은쏨뱅이는 학명이 다른 이종입니다.

 

쏨뱅이가 수심 30m 이하인 연안의 암초 지대에 주로 서식한다면, 붉은쏨뱅이는 연안을 벗어나 수심 40m 이상인 깊은 바닥에 주로 서식합니다. 쏨뱅이가 다 커도 30cm를 넘기지 못한다면, 붉은쏨뱅이는 최대 전장 60cm에 이를 만큼 크게 성장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사진 1> 쏨뱅이와 붉은쏨뱅이의 서로 다른 패턴

 

쏨뱅이와 붉은쏨뱅이의 가장 큰 차이는 채색에 있지만, 때로는 이것이 구별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보통의 쏨뱅이는 짙은 밤색을 띠고 붉은쏨뱅이는 이름 그대로 붉은색이 강한데 사실 채색이란 것은 서식지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간혹 붉은쏨뱅이와 헷갈릴 만큼 붉은빛이 나는 일반 쏨뱅이가 낚이면 색으로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두 어종을 완벽하게 구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바로 여드름 같은 무늬 패턴입니다. <사진 1>은 쏨뱅이와 붉은쏨뱅이의 패턴을 비교한 것으로, 두 어종의 가장 큰 차이는 여드름 무늬의 테두리 여부에 있습니다. 붉은쏨뱅이는 밝은 점을 주변으로 갈색 테두리가 있지만, 쏨뱅이는 테두리가 없습니다.

 

 

<사진 2> 쏨뱅이와 붉은쏨뱅이의 서로 다른 꼬리

 

꼬리지느러미는 붉은쏨뱅이 쪽이 일반 쏨뱅이보다 붉은색이 강하며, 부채살 무늬가 또렷하게 나타납니다. 맛에 대한 평가는 상이한 편입니다. 언젠가 통영으로 어초 낚시를 갔는데 그날은 40~50cm급 조피볼락(우럭)과 30~40cm급 붉은쏨뱅이가 같이 낚였습니다. 두 어종을 나란히 썰어 회 맛을 보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붉은쏨뱅이에 몰표를 주었지요.

 

분명, 우럭도 자연산이고 맛이 들 시기였지만, 붉은쏨뱅이의 사각거리는 식감과 단맛을 따라오진 못했습니다. 일반 쏨뱅이도 뱃전에서 자주 썰어 먹어보았는데 크기 자체가 붉은쏨뱅이와 비교할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살점의 두툼함과 식감 또한 붉은쏨뱅이에 미치지 못했지요.

 

 

하지만 두 어종을 탕이나 구이로 조리하면,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일본에서는 작아도 쏨뱅이가 더 맛있다는 일부 어민들의 의견이 확인된 적은 있습니다. 맛이란 주관적이고, 한 장소에서 비교 시식하지 않으면, 그 차이를 짚어내지 못할 만큼 미묘하기 때문에 회를 제외하고 이 둘의 맛 비교는 크게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타이라바에 자주 반응하는 쏨뱅이

 

#. 쏨뱅이와 낚시
지금까지 낚시하러 다니면서 특별히 쏨뱅이만 노리고 출조하는 쏨뱅이 전문 낚싯배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주도 관광 낚싯배나 완도의 볼락 선상낚시에서 손님 고기로 낚아내는 정도이고, 그 외에는 타이라바와 감성돔 낚시에 곧잘 걸려든 기억이 있습니다.

 

쏨뱅이를 잡어로 인식하는 전문꾼들은 주로 방생하는 편이고, 쏨뱅이의 맛을 아는 이들은 반찬감으로 챙기는 정도지요. 쏨뱅이는 저위도로 갈수록 분포 밀집도가 높습니다. 추자도, 거문도, 제주도로 내려가면, 더 많은 개체가 서식하며, 그곳이 여밭이라면 어떤 채비, 어떤 미끼를 써도 틀림없이 물고 늘어집니다.

 

이유는 기본적인 탐식성에 있지만, 서두에 썼듯 영역을 지키려는 습성이 강해 자기 구역에 들어온 생명체를 입으로 물고 쫓아내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습성을 이용하면 '도보권 워킹 루어낚시'로 돌 틈 사이에 숨어 있던 쏨뱅이를 마릿수로 낚아낼 수 있습니다.


 

쏨뱅이 매운탕

 

#. 쏨뱅이의 식용
쏨뱅이 하면 생각나는 음식, 다름 아닌 매운탕이 아닌가 싶습니다. 쏨뱅이의 고장 완도로 취재 갔을 때 맛본 쏨뱅이 매운탕이 생각나는군요. 대구처럼 커다란 생선이 아니기 때문에 뼈 육수가 우러날 만큼 푹 우리지 않고 가볍게 끓여낸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신 화력이 강한 업소용 가스레인지로 단시간에 팔팔 끓여내지요. 식당마다 매운탕 양념장에 비법이 있을 것입니다. 그 외 들어가는 채소(대파. 팽이버섯, 무, 마늘, 고추 등)는 비슷비슷합니다.

 

 

쏨뱅이구이

 

쏨뱅이 양념찜

 

완도에는 말린 쏨뱅이를 많이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꾸득히 말린 쏨뱅이는 식감도 식감이지만, 감칠맛이 응축돼 더욱 깊은 맛을 내지요. 이렇게 말린 쏨뱅이는 주로 황탯국처럼 맑고 뽀얗게 끓여내 해장용으로 즐기거나 양념 찜으로 먹습니다. 생물 쏨뱅이는 대충 칼집만 내고 굵은 소금을 척척 뿌려 직화로 굽는데 그 냄새만으로도 소주 한 병이 없어질 만합니다.

 

 

쏨뱅이 탕수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넘버원 음식은 ‘쏨뱅이 탕수’입니다. 배를 갈라 활짝 펼친 쏨뱅이에 전분 가루를 묻혀 고온의 식용유에 튀기면 아주 바삭해지는데, 여기에 새콤달콤한 탕수 소스를 끼얹고 각종 채소를 얹으면 어디서도 쉽게 맛볼 수 없는 일품요리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낚시 중에 일정 크기가 되는 쏨뱅이가 낚이면 따로 챙겨다가 집에서 종종 탕수를 해 먹곤 해요. 다른 양볼락과 어류도 그렇지만, 쏨뱅이도 겨울이 제철이며, 초반 시즌보다는 후반(1~4월)으로 갈수록 단맛이 드는 경향을 느껴왔습니다. 이때는 볼락과 열기, 우럭도 함께 맛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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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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