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양식산 광어, 오른쪽은 자연산 광어

 

지금 제 앞에 광어 두 마리가 놓여 있습니다. 왼쪽에 검녹색 이끼가 잔뜩 낀 것은 양식산 광어, 오른쪽에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배를 가진 것은 자연산 광어. 몇 백 분의 일의 확률로 예외는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양식산과 자연산을 구별합니다. 그리고 이 광어를 우리는 '국민 횟감'이라 부릅니다.

 

우리 국민이 다시 말해,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횟감이 광어. 그만큼 흔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지만, 맛도 썩 괜찮아 지금까지 사랑받았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양식 기술과 생산량을 자랑하는 것도 광어입니다. 그런 광어도 분명 맛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는데요. 언제일까요?

 

 

3kg급 자연산 광어

 

바로 광어가 산란기에 접어드는 지금(3월)부터 8월까지입니다. 3~8월까지 중에서도 저는 4~7월을 광어를 가장 맛없는 시기로 손꼽습니다. 전반부인 4~5월은 광어 맛이 알에 집중되면서 회 맛을 떨어트리고, 후반부인 6~7월은 각종 영양소와 맛 성분이 알과 함께 배출되면서 몸은 홀쭉해지고, 살도 볼품없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가끔 7월에도 산란을 미처 하지 못한 광어가 발견되지만, 대체로 광어는 4~7월 사이 산란을 마무리합니다.

 

사진은 해당 시기에 잡힌 3kg급 자연산 광어입니다. 시장에서는 3kg부터 '대광어'로 분류, 광어 중에서는 제법 살집이 나가고 맛도 좋은 품질로 여깁니다.

 

 

광어 양식의 대표적인 산지인 완도와 제주에서도 3kg급 대광어는 최고 품질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간 들인 사육비와 쏟은 정성이 상당하고, 여기에 희소가치까지 더해지니 비싼 가격에 거래될 수밖에 없는 것. 이러한 대광어는 주로 고급 일식집이나 호텔 일식, 맛집으로 정평 난 횟집 등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에 사진의 광어는 3kg에 자연산이기까지 하니 얼마나 특출날까 하는 생각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이 광어를 회로 뜨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됩니다.

 

 

3kg급 자연산 광어회

 

보시다시피 3kg급이라 양이 푸짐합니다. 그런데 생선회가 갖춰야 할 맛과 식감은 모두 빠져 있습니다. 산란철 알이 배출된 자연산 광어는 지방도 함께 빠져 맛이 밍밍합니다. 지방이 빠지면 식감에도 굉장한 손해를 봅니다. 살은 수분감이 차서 번들거리고, 숙성 없이 바로 썰어서 먹을 경우에는 물컹물컹 씹히기만 하고 살은 쉬이 풀어지지 않아 질기기만 한 생선회가 됩니다.

 

이 자연산 광어회는 방송 및 수협 관계자분들과 함께 시식했는데 몇 젓가락이 오간 후 결국에는 외면받았습니다. 대신 모두의 젓가락은 옆에 있는 양식산 광어로 쏠렸죠. 제아무리 자연산 광어도 산란기 등 맛이 떨어지는 시기에 잡힌 것은 양식산보다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왜 "3월 광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물론, 자연산 광어에 한해서지만.

 

그렇다면 같은 시기 양식산 광어는 어떨까요?

 

 

3kg급 양식산 광어

 

산란철만 따진다면, 양식산 광어도 자연산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광어는 본능적으로 4~7월 사이에 산란하게 되어 있습니다. 위도와 수온에 따라 일찍 산란하는 광어도 있지만(물이 따듯한 일본 남부 지방은 2~4월에 산란), 한반도 해역에 서식하는 광어는 대게 4~7월 사이 산란합니다.

 

사진은 4월에 찍은 양식산 광어입니다. 보시다시피 배에 알이 가득 찼습니다. 업자들은 이런 광어를 피합니다. 이유는 회 맛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기 같은 양식산 광어라도 어떤 건 알이 덜 찼거나 아예 없는 것도 있습니다. 차라리 수컷만 고르는 업자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봄철 광어를 고를 때 배를 만져보아 알이 얼마나 찼는지를 보고, 등을 만져서 지느러미살이 얼마나 두툼한지도 봅니다.

 

다시 말해, 배 쪽은 알이 없거나 있어도 이제 막 키우는 단계라야 하고, 등 쪽은 두터워야 비육 상태가 좋다는 의미이므로 광어를 고를 때 합격점이 되는 것입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광어 맛이 떨어지는 산란철(4~7월)을 전제로 한 내용입니다. 그랬을 때 양식산 광어가 자연산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다름 아닌 비육 상태입니다. 야생에서 먹잇감을 구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놓인 자연산보다는 매일 양질의 사료를 편안히 받아먹는 양식산이 돼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산란철 양식산 광어

 

그런 이유로 양식산 광어는 산란철에품질 변화가 크지 않은 것.

 

 

같은 시기 자연산 광어 지느러미살(왼쪽)과 양식산 광어 지느러미살(오른쪽)

 

광어의 비육 상태는 지느러미 살만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산란철이라도 자연산과 양식산은 완전히 다른 모습일 때가 많습니다. 모양 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 자연산 광어 지느러미살은 지방이 빠져 볼품이 없고 맛과 식감에서도 양식산에 미치지 못한 편이죠. (반대로 겨울 광어로 비교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4~6월에 맛이 떨어지는 생선이 꽤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참돔과 감성돔이 그렇습니다. 흔히 참돔을 봄 제철 생선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제철 마케팅과도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가집니다산란철 알을 가득 품은 참돔과 감성돔은 4~6월 사이 얕은 바다로 들어옵니다. 그물에 가득 잡히는 시기도 주로 이때입니다. 어민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한가득이지만, 사실 모든 영양분이 알에 집중되고 있어 회 맛은 썩 좋지 못한 것이 광어와 비슷합니다.

 

광어도 정작 맛이 좋을 때는 깊은 바다로 들어가 버려 어획량이 떨어지다가 산란하러 들어올 때라야 비로소 많이 잡히는 횟감이죠. 공통점은 봄철 산란을 위해 겨울에는 살을 찌우면서 맛과 영양소를 비축해 두기에 대게 봄에 산란하는 어류의 제철은 겨울이 됩니다.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생선회는 겨울이 제맛이지"가 통용되는 어종이 대부분 이런 특징을 가지는 . 그러다 보니 지역 어민의 고민은 산란기 때 잡힌 이 많은 생선을 어떻게 횟감으로 제값에 파느냐입니다. 그래서 생긴 것 중 하나가 지역 축제. 5월에 열리는 충남 서천 광어 도미 축제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주꾸미 같은 연체류는 횟감으로 소비되지 않고 주로 샤브샤브와 알이 별미라 예외이긴 하지만)

 

부쩍 따듯해진 봄날, 사람들은 나들이 겸 축제장을 찾습니다. 우리가 평소에는 맛보지 못한 자연산 광어와 도미(참돔)회를 제법 싼 값에 맛볼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을 겁니다. 바가지 상혼 없이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먹었다면, 제철과 맛을 떠나서 좋은 추억 쌓고 돌아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여름 광어로 만든 별미, 광어 가스(관련 레시피 : 자연산 광어 생선까스)

 

앞서 말했듯 양식산 광어도 자연산과 마찬가지로 4~6월에 산란을 시도하면서 일부 맛이 떨어지기는 하나, 그래도 양질의 사료를 안정적으로 먹고 자라므로 품질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에 양식산 광어를 주로 소비하는 소비자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그냥 평소대로 사 드시면 될 일입니다.

 

문제는 저처럼 낚시를 즐기는 낚시인들입니다. 활어회가 낫다, 숙성회가 낫다는 식의 우열을 가리기 위한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뱃전에서 갓 잡은 회가 맛있다는 것은 누구도 반박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이 광어만큼은 뱃전에서 썰어 먹어도 맛이 좀 없는 편입니다. 공교롭게도 광어 낚시가 가장 많이 성행하는 시기도 4~8월이다 보니 회를 썰어 먹는 맛보다는 잡는 재미로 즐기는 편이죠.

 

그랬을 때 집으로 가져온 이 맛없는 광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낚시인들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맛이 없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열하지 않은 '생선회'에 한해서입니다. 지방이 빠진 광어라도 열을 가하면, 그나마 남은 지방이라도 활성화되면서 고소한 맛을 내기 마련이니까요.

 

봄, 여름 광어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별미로는 광어 가스와 피쉬앤칩스가 있습니다.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피쉬앤 칩스, 중국식 광어찜, 다시마 숙성회, 미역국

 

중국식 광어찜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별미이기도 합니다. 광어 미역국은 남도 지방을 중심으로 전파된 일미입니다. 정 생선회로 먹겠다면, 다시마에 감싸 감칠맛을 한층 높이는 다시마 숙성회를 권합니다. 이 방법은 산란철 맛이 빠진 횟감을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생선회 숙성법입니다.

 

광어처럼 제철과 어획 시기가 어긋나 버려 자연산의 맛을 오롯이 느끼기 어려운 횟감이 몇몇 있습니다. 다만, 광어는 그 어떤 횟감보다도 대량 양식이 이뤄지고 품질과 기술력도 월등하기 때문에 우리가 평소 인지하지 못하고 먹어왔을 뿐이죠.

 

우리가 평소 사먹는 자연산 생선은 대부분 산란하러 얕은 바다로 들어올 때 대량으로 어획한 것입니다. 주꾸미가 그렇고, 가자미가 그러하며, 참돔과 감성돔, 도루묵, 갈치, 조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생선들이 그러합니다. 생선은 산란기를 전후로 가장 맛이 떨어지지만, 가장 보호받아야 할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쿼터제(어획량 할당제)를 실시할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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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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