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를 즐기는 분들은 '놀래기'란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놀래기와 놀래미는 다릅니다.) 농어목 놀래기과 어류는 전 세계 수백 종이 분포하지만, 한반도 연안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종은 용치놀래기를 비롯해 놀래기, 황놀래기, 무점황놀래기, 어랭놀래기 등입니다. 

 

이 중에서 용치놀래기와 놀래기는 탐식성이 매우 강해 눈에 보이는 먹잇감에 적극적으로 달려드는데 낚시꾼들에게는 입이 작아 미끼만 따먹고 도망가는 천덕꾸러기로 천대받았죠. 물론, 모든 지역에서 무작정 미움만 샀던 것은 아닙니다. 예부터 놀래기나 어랭이를 먹어온 제주도에서는 지금도 반찬감 마련을 위해 방파제 테트라포드와 갯바위 돌 틈을 노리는 꾼들을 종종 봅니다.

 

비록, 용치놀래기의 맛과 상품성이 돔이 고등어, 갈치에 비할 순 없으나 특성에 맞게 조리하고 먹는다면, 맛에서 그렇게 뒤쳐질 것도 없습니다. 특히, 초보 낚시인들에게 곧잘 걸려들기 때문에 저는 바다낚시 입문용으로 놀래기만 한 어종도 없다고 생각하지요.
 
#. 용치놀래기
표준명 : 용치놀래기(농어목 놀래기과]

방언 : 놀래기, 술뱅이(경남), 어랭이(제주), 수멩이(통영), 용치(전남), 이놀래기(포항)
영명 : Multicolorfin rainbowfish
일명 : キュウセン(큐우센)
전장 : 35cm
분포 : 동해,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 전역, 일본 훗카이도 이남, 동중국해
음식 : 뼈째튀김, 물회, 초밥
제철 : 제철은 늦봄부터 초가을까지이나 사계절 맛의 차이가 두드러지지는 않다.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사진 1> 용치놀래기 수컷은 몸집이 크고 초록색의 화려한 무늬가 특징이다

 

#. 용치놀래기의 신기한 생태
용치놀래기는 서해를 제외한 우리나라 대부분 연안에 서식하는 흔한 어류입니다. 수온 15도 전후를 좋아하는 온대성 어류로 봄부터 가을 사이에는 3~5m의 얕은 수심의 암초 밭에 서식하다가 수온이 떨어지는 겨울이면 깊은 곳으로 이동해 월동을 나지요. 전형적인 주행성이라 낮에 먹이 활동을 하며, 밤에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은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용치놀래기의 생태는 상식을 뛰어넘을 만큼 신기합니다. 알에서 태어나서 일정 크기로 자랄 때까지는 모두 암컷이었다가 성어가 되면 일부는 수컷으로 성전환합니다. 이때 수컷 한 마리가 암컷 여러 마리를 거느리는데 한 무리에서 수컷이 죽거나 사라지면, 암컷 중 덩치 크고 힘센 개체가 수컷으로 성전환해 다시 일부다처제를 이루며 리더가 됩니다.

 

용치놀래기를 포함한 놀래기과 어류는 덩치가 작아도 워낙 탐식성이 높아 닥치는 대로 입에 넣는 습성이 있습니다. 입은 작지만, 단단하면서 날카로운 송곳니가 있어 조개 정도는 어렵지 않게 깨부수고 먹습니다. 만약, 벵에돔 낚시를 하던 중 자리돔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끼만 줄곧 따먹힌다면, 그것은 용치놀래기나 황놀래기(어랭이)의 소행일 확률이 높습니다. 

 

 

<사진 2> 용치놀래기 암컷은 수컷보다 덩치가 작고 무늬가 그리 화려하지 않다
 
#. 용치놀래기의 암수 구별
용치놀래기의 암수 구별은 위 사진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사진 1>은 수컷의 모습이며, <사진 2>는 모두 암컷입니다. 이러한 암컷은 성체가 돼야 일부 수컷으로 성전환하며, 수컷이 되면 암컷보다 몸집이 크고 채색도 화려해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용치놀래기를 회 뜨면 암컷보다 수컷이 수율이 좋고, 살점도 많이 나와 전반적으로 맛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놀래기

 

#. 덩치만 다를 뿐 다 같은 농어목 놀래기과 어류
놀래기를 둘러싼 흔한 오해로 놀래기와 노래미(놀래미)를 혼동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둘은 어류 분류학에서도 상당한 거리 차이가 있습니다. 놀래기과 어류는 모두 농어목에 속하지만, 쥐노래미를 비롯해 노래미와 그 사촌인 임연수어는 쏨뱅이목에 속합니다. 쥐노래미와 임연수는 커야 60cm, 노래미는 다 커도 30cm에 불과한데 놀래기과 어류에는 나폴레옹 피시처럼 1m가 넘나드는 대형 어류가 포진되어 있습니다.

 

 

황놀래기

 

용치놀래기를 비롯해 놀래기와 황놀래기.

 

 

어랭놀래기

 

어랭놀래기까지는 소형 어류에 속하며, 이 중에서 맛이 있고 식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주로 용치놀래기위 황놀래기(제주 방언 어랭이) 정도이며,

 

 

혹돔

 

다 자라면 1m 이상 자라면서 이마에 커다란 주머니가 달리는 혹돔.

 

 

호박돔

 

최대 전장 55~60cm에 이르는 호박돔이 놀래기과 어류 중에서는 제법 대형 어류에 속합니다. 

 

놀래기과 어류가 수산학적 가치에서 저평가 받는 이유는 이를 유통할 만큼의 대량 어획이 힘들고, 일부 시장에 판매된다고 해도 무척 낯선 외형으로 인해 썩 선호되지가 않은 탓입니다. 게다가 놀래기과 어류는 크기와 상관없이 살에 수분 함량이 많아 횟감으로도 호불호가 갈립니다.

 

전반적으로 식감이 무른 편이며, 생물로 굽거나 조리면 쉬 부서지죠. 그나마 미역국이나 매운탕에 쓰면 국물이라도 뽀얗게 우러나기 때문에(혹돔과 호박돔) 일부 낚시꾼들은 탕으로 사용합니다.

 

실제로 혹돔과 호박돔으로 미역국이나 맑은탕을 끓이면 마치 소고기 곰국처럼 뽀얗고 진하게 우러나오는데 그 맛이 제법 담백하면서 구수합니다. 

 

 

원투 던질 낚시로 잡은 용치놀래기 암컷

#. 용치놀래기와 낚시
용치놀래기는 서해와 동해 북부를 제외한 전역에서 어렵지 않게 낚을 수 있는 어종입니다. 갯바위에서는 수심 낮은 여밭이 유리하고, 방파제는 석축과 본바닥이 만나는 지점, 테트라포드 사이를 노리는 구멍치기에 잘 걸려듭니다. 또한, 놀래기과 어류는 입이 작아서 감성돔 1~2호 바늘에 작은 크릴을 꿰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보다 큰 바늘을 쓰면 입질이 시원하지 않거나 찌가 입수되더라도 제대로 걸리지 않아 헛챔질 되기 일쑤입니다. 현지꾼들은 용치놀래기의 약은 입질을 간파하기 위해 소형 고추찌를 쓰기도 합니다.

 

 

주로 황놀래기(어랭이)를 노리는 제주 현지꾼, 서귀포 표선리 
 

용치놀래기는 겨울에서 봄보다 여름에서 가을 사이 입질이 왕성한 편입니다. 제주도에는 용치놀래기보다 놀래기와 황놀래기, 어랭놀래기가 잡히는데 어종을 나열한 순서는 곧 물에 부상력이 좋은 순서이기도 합니다.

 

놀래기는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하며, 황놀래기도 활성도가 좋은 날에는 상층부까지 떠오릅니다. 중층과 하층에선 용치놀래기가, 가장 밑바닥에서는 어랭놀래기가 자리를 지킵니다. 갯바위나 방파제 상관없이 잘 잡히며, 주행성이기 때문에 해가 지기 시작하면 입질이 뚝 끊긴다는 점도 참고해 둡니다.

 

 

벵에돔, 용치놀래기를 섞은 매운탕
 

용치놀래기 뼈째 튀김

 

용치놀래기 물회 
 

#. 놀래기과 어류의 식용
제주도는 예부터 황놀래기를 어랭이라 불렀고 이를 이용한 물회가 별미로 꼽혔습니다. 체구가 작아 뼈째 썰어 먹는데 여러 채소와 갖은 양념에 말면 별미이고, 통째로 튀기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밥반찬이 됩니다. 횟감으로는 껍질이 질기지 않아 마츠카와 타이처럼 숙회 방식이 어울리며, 벵에돔처럼 토치로 살짝 구워 먹어도 좋습니다.

 

놀래기과 어류는 살에 수분이 많아 쫄깃한 식감이 덜하지만, 맛은 달고 부드러워 초밥과 매운탕용으로 좋습니다. 비록, 국내에서는 잡어로 취급받지만, 일본에서는 일찌감치 놀래기과 어류를 이용한 초밥과 조림 외에 제법 다양한 요리가 개발되고 인기가 있다는 점에서 국내와의 인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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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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