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산 등에 거주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국민 6,000여 명을 조사해 한국인의 수산물 소비행태를 분석한 자료가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 먹는 '국민 생선'인데요. 바로 갈치와 고등어입니다. 두 어종의 소비량은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몇 년 사이 갈칫값이 금값이 되면서 지금은 고등어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는 갈치. 오늘은 갈치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밤바다에서 갓 잡힌 갈치

 

#. 갈치에 대해서
표준명 : 갈치(농어목 갈치과)

학명 : Trichiurus lepturus
방언 : 깔치, 칼치, 흑갈치(부산), 먹갈치(목포), 은갈치(제주), 풀치(치어)
영명 : Cutlassfish, Hairtail
일명 : 타치우오(タチウオ)
전장 : 2m
분포 : 우리 나라 전 연안, 일본 남부, 동중국해, 타이완
음식 : 구이, 조림, 회, 회무침, 찌개 

제철 : 7~11월(여름~가을)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 특징과 생태

갈치는 '칼'을 닮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어류학자 정문기는 신라 때 ‘칼’을 ‘갈’이라고 불렀고 속명을 갈치어(葛峙魚)라 불렀는데 오늘날 ‘갈치’란 이름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 중 하나이죠.

 

갈치는 수온 20℃ 이상일 때 먹이활동이 활발한 아열대성 어류입니다. 겨울에는 제주도를 비롯해 동중국해에서 월동을 나다가 수온이 오르는 봄이면 북상해 가을에는 한반도의 남해와 서해까지 진출합니다. 다 자란 성체는 몸길이 2m, 두께는 손가락 지(指) 자를 써서 10지(指), 일본에서는 속칭 '드래곤 사이즈'라 부르는데, 국내 연안에서 이런 초대형 개체가 잡히는 횟수는 연 10마리 이하로 추산되며, 우리나라보다 수온이 높은 일본 남부지방에 더 많은 개체가 서식합니다.

 


갈치는 눈에 보이는 먹잇감이라면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잡식 및 육식성 어류입니다. 심지어 동족도 잡아먹을 만큼 거침없는 난폭함을 지녔는데요. 육식성 어류답게 날카로운 송곳니가 발달했고,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평소 몸을 꼿꼿이 세우고 유영하다가 멸치 떼를 발견하면 순간적으로 속도를 올리며 사냥한다는 점입니다.

 

갈치는 야행성이라 철저하게 밤에만 조업합니다. 먹이활동도 주로 밤에 하는데 햇볕이 닿지 않은 100m 이상 심해라면 주간에도 활발합니다. 먹잇감은 주로 오징어 같은 두족류를 비롯해 작은 물고기를 먹고 자라며, 살이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먹잇감을 선호합니다. 때문에 갈치 낚시에 사용하는 미끼도 살만 바른 꽁치를 쓰는 것입니다.

 

산란은 4~9월로 위도나 수온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한반도 연안은 일본의 남부 해역보다 평균 수온이 낮은 편이어서 그만큼 산란도 늦습니다. 9월에 잡힌 갈치 알이 80% 정도 찬 모습이니 알을 찌울 무렵인 7월부터 11월이 가장 기름지고 맛이 좋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산 갈치(학명 : Trichiurus lepturus)

 

 

수입산 갈치(학명 : Trichiurus sp2)

 

#. 우리 식탁에 오르는 갈치는 크게 2종류

우리가 구분하고 먹어야 할 갈치는 국산 갈치(A 타입)와 수입산 갈치(B 타입)입니다. 둘은 형태가 엇비슷하나 엄연히 다른 종입니다. 갈치는 우리나라와 일본, 동중국해 등 극동아시아에 주로 서식하는 반면, 남방갈치는 전 세계 아열대 및 열대 해역에 고루 분포하는 열대성 갈치입니다.

 

산지별로 정리하자면, 세네갈, 파키스탄, 필리핀, 아랍 에미레이트산 갈치가 모두 B타입 즉, 남방갈치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남방갈치도 그물이나 주낙 조업 여부에 따라 비늘 상태 및 상품성이 달라지고, 선동인지 육동인지 또 항공직송인지에 따라 품질 차이가 납니다. 품질과 신선도는 주낙 어획과 선동이 단연 앞섭니다. 따라서 같은 수입산 갈치라도 조업 방식과 보관법에 따라 가격과 맛에 적잖은 차이가 납니다.

 

반면에 일본산 갈치는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갈치와 '같은 종'이며, 심지어 어획 방식도 같아 외관상으로는 구별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맹점을 이용해 일본산 갈치를 제주 은갈치로 팔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국산 갈치와 수입산 갈치를 구별할 방법은 없을까요? 아래 사진을 주목해 주십시오.

 

 

<사진 1> 국산 갈치(학명 : Trichiurus lepturus)

 

<사진 1>과 아래쪽 <사진 2>를 번갈아 가며 비교하면 국산과 수입산 갈치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 두 갈치는 서식지 분포는 물론, 종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우선 국산 갈치는 검은색 동공에 투명한 흰자위를 가집니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혓바닥 색이 매우 어둡습니다. 옆 지느러미는 어획 당시 은색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연노랑 색을 띱니다. 몸통은 은색으로 반질거리다가 선도가 떨어지면서 은회색으로 점점 어두워집니다.  

 

 

<사진 2> 수입산 갈치(학명 : Trichiurus sp2)

 

수입산 갈치는 일명 남방갈치 또는 이빨갈치라고 부릅니다. 보시다시피 송곳니가 국산 갈치보다 월등히 큽니다. 혓바닥 색도 국산 갈치와 달리 밝은색을 띠고요. 무엇보다도 동공이 노랗다는 점에서 국산 갈치와 명확히 구분됩니다. 이러한 특징은 대부분 갈치 대가리에 나타나기 때문에 토막 난 갈치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토막 난 갈치는 진노랑 색을 띠는 지느러미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주 은갈치

 

#. 은갈치와 먹갈치, 흑갈치의 차이

우리나라 해역에 서식하는 갈치 종류는 갈치, 분장어, 붕동갈치, 동동갈치로 총 4종이 있으며 이 중에서 식용하는 갈치는 '갈치(Trichiurus lepturus)' 한 종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해안가 지방 사람들은 갈치 빛깔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고 믿는데 실제로는 조업 방식에 따른 차이일 뿐, 종류는 다 같은 '갈치'입니다.

 

먼저 제주산으로 유명한 은갈치는 주낙과 채낚기를 이용해서 잡은 갈치를 말합니다. 낚싯바늘로 한 마리씩 올리기 때문에 몸에 상처 하나 없고, 반짝반짝해서 은갈치란 말이 붙었습니다. 은갈치는 구아닌 성분의 비늘이 선도 저하를 막아주면서 갈치를 빛나게 해줍니다. 그만큼 상품성이 좋고 가격도 먹갈치보다 비싸게 거래되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며 영양 성분은 먹갈치와 비슷합니다.

 

 

목포 먹갈치

 

먹갈치는 수심 깊은 바다에서 자망으로 대량 조업한 갈치를 말합니다. 그물에 치이고 쓸려 상처가 많고, 은비늘이 벗겨지면서 몸이 검게 되기 때문에 먹갈치라 부르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똑같은 종류입니다. 단지 서식 환경과 먹잇감이 다르기 때문에 식감과 맛에서 차이가 나는 거죠. 먹갈치는 수심 깊은 곳에 서식하는 만큼 식감이 단단하고 살 맛도 고소한 편입니다.

 

 

흑갈치

 

부산을 비롯해 동해 남부 지방에 주로 서식한다는 흑갈치도 갈치와 같은 종입니다. 쿠로시오 해류의 검은 물색과 그곳의 먹잇감이 제주도나 목포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빛깔이 다를 뿐, 유전적으로는 같은 종이라는 겁니다.

 

 

#. 갈치는 사람도 잡아먹는다?

국산 갈치도 가끔 나오지만 특히, 외국산(세네갈 갈치 등) 갈치를 먹다 보면 사람 어금니와 송곳니를 닮은 뼈가 종종 발견됩니다. 이를 보고 옛 어부들이 이빨갈치라 불렀는데 당시에는 사람을 잡아먹어서라고 믿었지만, 이는 오해입니다. 갈치 몸에서 나오는 딱딱한 뼈는 '이석' 또는
'극조(혈관가시)'로 생태환경의 필요성에 의해 진화된 결과입니다. 

 

#. 갈치의 은비늘에는 수은이 들어있을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수은의 느낌이 은비늘과 비슷해서 생긴 오해인데요. 어류의 수은은 먹이 사슬에 의해 축적되기 때문에 최종 포식자에서 주로 나타납니다. 수은이 많은 대표적인 어류는 상어와 참치가 있습니다. 갈치도 분명 포식자이기 때문에 수은이 미량 함유될 수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 식탁에 오르는 생선 수준으로 우리 몸에 해를 끼칠 정도는 아닙니다.

 

갈치회

 

#. 갈치 비늘을 먹으면 배탈이 날까?

갈치 비늘은 구아닌이라는 성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주로 인조진주의 광택 원료나 립스틱 성분에 쓰이는데요. 구아닌을 실온에 방치하면 금방 부패하기 때문에 소화 흡수가 잘 안 되며, 배탈과 두드러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갓 잡은 싱싱한 갈치는 부패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먹어도 무관합니다.

 

그 증거로 횟집에서 나오는 갈치회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횟감용 갈치는 당일 조업한 아주 싱싱한 것이라야 합니다. 은비늘을 벗기는 순간 갈치는 선도 저하가 빠르고 외관상으로도 보기 좋지 않으니 신선한 횟감을 그대로 먹는 것입니다. 구아닌을 먹고 배탈이 나는 것은 신선하지 않을 때 날로 먹었을 경우입니다. 따라서 시중에 판매되는 갈치를 회로 먹으면 배탈 날 수 있지만, 대부분 구이나 조림으로 먹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습니다.  

 

 

갈치구이

 

갈치 찌개

 

갈칫국

 

#. 갈치의 식용

갈치는 일정 크기 이상으로 자란 성체라야 제맛이 납니다. 어른 손바닥을 펼친 너비와 같거나 이에 근접한 갈치는 살이 두껍고 맛이 좋아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크기이지요. 같은 길이, 비슷한 너비라면 두께가 두꺼운 갈치가 상품입니다. 어린 갈치를 뜻하는 ‘풀치’는 헐값에 판매됩니다. 

 

풀치는 적당히 말린 건어물로 유통되며 주로 조림이나 강정으로 활용합니다. 큰 갈치는 주로 토막 내 굽거나 조림으로 이용하는데 전남에서는 갈치 찌개가 손꼽히는 별미입니다. 제주도에서는 그날 잡힌 신선한 은갈치를 통째로 썰어 호박과 함께 갈칫국을 끓여 먹는데 말간 한 국물에 고추를 넣어 칼칼함을 살린 맑은탕이 별미로 꼽힙니다. 갓 잡힌 갈치는 현장에서 바로 썰어 생선회로 이용하거나 빙장으로 운송된 갈치를 수 시간 숙성해 썰어냅니다. 갈치 내장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손질 시 나오는 갈치 내장만 따로 모아다 갈치속젓을 만들며 마트와 재래시장을 통해 대량 유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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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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