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름 보양식으로 주가를 올리는 민어. 그런데요. 세상은 넓고 사람들의 입맛은 제각각이었습니다. 회가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마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회를 입에 대지 않은 사람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보이니까요. 

 

어떤 이들은 해산물 종류에 관심이 아예 없습니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만큼 관심 없는 사람도 많은 것이죠. 이런 다양성의 문제는 오히려 업계에 몸담은 이들일수록 체감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찾는 사람만 찾고, 사는 사람만 보일 테니까요.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반대 성향을 가진 이들은 지금도 민어 대신 소고기를 사 먹을 것입니다.  

 

 

민어

하루는 20~40대가 모인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봉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때마침 여름 먹거리 이야기가 나오길래 민어를 넌지시 물었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민어가 어떤 생선인지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었죠.

 

심지어 ‘민물고기 아니냐’는 말도 들었으니까요. 열 명이면 절반이 민어란 이름을 들어봤어도, 그게 어떤 생선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방송에서는 민어 보도에 열을 올리지만, 이 또한 오래되지 않았고, 맛을 아는 이들만 알음알음 찾아 먹는 정도죠. 이 대목에서 민어란 생선은 국민 생선이라 할 만큼의 인지도는 아니란 것을 세삼 느낍니다.

 

민어는 정확히 어떤 생선일까요? 우리에게 있어서 민어는 어떤 의미이며, 어떻게 즐겨야 좋을까요? 민어에 대해 파헤쳐봅니다. 

 

 

서아프리카산 긴가이석태(침조기)

#. 민어는 사실 거대한 조기다. 
영광굴비로 유명한 참조기. 꾸득히 말린 참조기는 그 옛날 부의 상징이자 보릿고개의 어려운 시절, 천정에 매달아 놓고 군침만 흘려야 했던 귀한 생선이었습니다. 

 

지금은 여름이면 참조기를 비롯해 부세, 수조기, 보구치(백조기) 같은 생선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저 멀리 서아프리카에서 온 긴가이석태(위 사진)와 영상가이석태(아래 사진)도 굴비 행세를 하며 자리를 꿰찬 지 오래입니다.

 

 

서아프리카산 영상가이석태(일명 민어조기

이들 어류를 영어권에서는 ‘크로커(Croaker)’로 분류하고, 우리 조상은 ‘석수어(石首魚)’로 분류했습니다. 여기서 ‘석(石)’은 돌석자. 즉, 머리에 이석이 있어서 붙게 된 이름입니다. 앞서 말한 외래종인 긴가이석태와 영상가이석태 모두 돌 석자를 써서 석태라 부릅니다. 

 

 

원조 굴비의 재료인 참조기
주로 중국산으로 들어오는 부세(일명 부서조기)

농어목 민어과에 속한 어류는 그렇게 진화의 길을 걸어왔고 그 우두머리(조상)에는 민어가 자리합니다.  민어과 어류는 몸길이 2m에 가까운 종이 있는가 하면, 20cm에 불과한 황강달이(황석어)까지 크기도 다양합니다. 크기 별로 분류하자면 이렇습니다. (아래 명칭은 표준명) 

- 큰민어 : 최대 전장 2m 
- 홍민어(점성어) : 최대 전장 1.6m 
- 민어 : 최대 전장 1.2m 
- 수조기 : 최대 전장 60cm 
- 부세 : 최대 전장 55cm 
- 보구치(백조기) : 최대 전장 50cm 
- 참조기 : 최대 전장 40cm 
- 황강달이(황석어) : 최대 전장 25cm 

 

 

수조기(일명 민어조기)
보구치(일명 백조기)

이 중에서 큰민어와 홍민어를 제외하면 모두 우리 바다 근해에 서식하며 자연산으로 유통됩니다. 큰민어는 일본 남부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며, 지금은 중국에서 양식돼 국내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홍민어는 멕시코만 등 대서양에 서식하는 종으로 이 역시 중국에서 양식돼 국내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두 종은 양식, 민어는 자연산(일부는 남해도에서 양식된 민어회가 대형 마트로 유통)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민어는 예부터 극진히 여겼고, 임금님 진상에도 오를 만큼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만, 생물학적 분류상으로는 덩치 큰 조기인 셈입니다. 

 

 

자연산 민어회

#. 민어는 복달임 음식일 뿐, 효능을 기대할 만한 약은 아니다.
모름지기 여름 보양식에 걸맞은 식재료라면, 허한 기를 보충하고 다스리는 성분 또는 그에 필적할 만한  영양소를 포함합니다. 인터넷 검색에서 찾아볼 수 있는 민어의 영양소와 효능에는 대부분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민어는 저지방 고단백질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좋으며, 비타민과 칼슘, 칼륨, 인 등 각종 무기질이 풍부한 생선이다. 따라서 민어를 먹으면 어린이 성장 발달 및 노약자와 환자 원기 회복에 좋다”  

마치 민어라서 가능한 것처럼 여기지만, 앞서 열거한 영양성분은 굳이 민어가 아니라도 어지간한 생선에는 대부분 들어있습니다. 민어라고 특별히 영양가가 많거나 허한 기력을 보충할 만한 보약은 아니라는 겁니다. 

 

다만, 이슈 몰이를 해야 하는 방송 특성상 텐션이 UP된 느낌으로 추대하면, 자칫 부풀려지거나 끼워 맞춘 듯한 이미지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방송이 트렌드를 만들고 그 트렌드가 먹거리 수요를 부르면, 결국에는 조업 배가 늘고, 어획량도 동반 상승합니다.

 

 

어부들 사이에서는 소위 금싸라기 생선이니 여름 한철 집중해서 잡아다 팔았을 때의 이득을 생각해 본다면, 계속해서 조업량을 늘려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 결과 민어는 꾸준한 남획으로 그 어획량이 해마다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70년대만 하더라도 경기 북부의 작은 섬인 연평도에서는 해마다 민어 파시가 열릴 정도로 그 열기는 대단했다고 전해집니다. 연평도 주민은 민어와 참조기 조업만으로 부유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황금기 시절은 70~80년대에서 멈추어버렸습니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골드러시. 지금은 목포, 신안이 민어의 주산지로 그 수요를 감당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잡는다면 언젠가 씨가 마를지 모른다며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주로 선어 횟감으로 유통되는 자연산 민어

저는 얼마 전, 횟감용 민어를 구매하기 위해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습니다. 7월 기준으로 민어 가격은 kg당 6~8만 원선. 5kg짜리 민어 한 마리 가격이 30~40만 원에 거래되는 셈입니다. 물론, 이 가격은 도매가 기준이며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식당을 이용하면서 지출하는 금액은 더 들 것입니다.

 

5kg짜리 민어 한 마리로 코스 요리를 꾸미면, 대략 5~7명 정도가 먹을 수 있으니 1인당 약 12만원씩 부담하는 셈입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여름 민어를 맛봐야 하는지, 아니면 단돈 2만 원으로 삼계탕을 먹어야 하는지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지만 말입니다. 

 

 

민어와는 별개 종인 중국산 큰민어

#. 큰민어의 등장
백성 ‘민(民)’에 고기 ‘어(魚)’를 쓴 민어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귀족 행보로 이제 더는 서민이 쉬이 맛보기 어려운 횟감이 되어갑니다. 이를 지켜보았다는 듯 중국에서는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큰민어란 종을 한국에 수출하였고, 종을 특정하고 수입 통관을 주관하는 수산물 검역소는 민어의 같은 학명으로 취급함에 따라 소비자에게는 ‘양식 민어’란 이름으로 팔리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큰민어는 민어와 이름만 비슷할 뿐, 우리가 알던 ‘민어(民魚)’와는 유전적으로 다른 종입니다. 최대 몸길이 2m에 이르는 큰민어는 민어를 의미하는 일본명인 ‘니베(ニベ)’에 크다는 뜻인 ‘오오(オオ)’를 붙여 ‘오오니베(オオニベ)’로 불립니다. 

 

이를 국내 학자가 그대로 채용해 ‘큰민어’로 작명한 후 오늘날 국립수산과학원에 등재되었는데요. 시장에서는 일부 상인이 민어와 하등 다르지 않은 양식이라며 폭리를 취하고, 그나마 양심 있는 상인은 자연산 민어의 절반 가격에 내놓기도 하지만, 자연산 민어로 둔갑되는 문제가 불거지기도 하였습니다.

 

 

가끔 민어로 둔갑되는 중국산 홍민어(점성어)

큰민어가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은 약 6년 전, 그 전에는 홍민어(일명 점성어)가 민어로 둔갑됐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홍민어는 꼬리에 점이 있어서 일반 소비자도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지만, 큰민어는 민어와 생김새가 비슷해 상거래 혼선이 예상됩니다. 이는 시정이 돼야 하는 부분으로 관련 부처가 이 문제를 인지하고 시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문제는 명칭상의 유사성, 그로 인한 상거래 혼선입니다. 국내 물고기 명칭은 국내 어류 학자들이 편찬한 한국 어류대도감에 근거하는데 문제는 도감에 등재된 표준명 중 상당 수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의 작명법을 그대로 채용했다는 점입니다.

 

앞서 말한 큰민어도 일본에서 부르던 명칭(오오니베)이란 점과 더하여 자연산 민어와의 구분을 흐리는 명칭으로 인해 상거래에 적잖은 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녹색소비자연대는 표준명인 큰민어의 이름을 수정하거나 또는 큰민어란 어종 표기를 의무화 하는 ‘어류명칭표시가이드라인’을 용역 사업으로 실시 중에 있으며, 저는 이와 관련해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민어(위)와 큰민어(아래) 대가리 비교

큰민어와 민어는 언뜻 보아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구별점이 있습니다. 민어는 대가리 크기에 비해 눈알이 크고, 이마에서 아래턱으로 떨어지는 라인이 직선에 가까우며, 몸통은 회색, 각 부위 지느러미는 붉은색을 띱니다. 반면, 큰민어는 눈이 작으며 이마에서 아래턱으로 떨어지는 라인이 곡선이며, 전반적으로 옅은 노란 빛깔이 납니다. 

 

 

민어(위)와 큰민어(아래)의 몸통 비교

결정적으로 큰민어는 몸통 중앙을 가로지르는 어두운 반점 20여 개가 아가미에서 시작돼 꼬리지느러미 부근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민어와 차이를 보입니다. 

좀 전에도 언급했지만, 큰민어는 국내 해역에는 서식하지 않은 아열대성 민어과 어류로 일본 남부 지방에서는 해변가에서 유행하는 서프 초원투 낚시를 이용해 일부 큰민어 낚시 마니아들 사이에서 성행합니다. 

 

 

중국산 양식 큰민어를 수조에서 꺼내는 상인

처음부터 활어 횟감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몸이 뒤집혀 허우적대는 민어와 달리 수조에서 활력 있는 모습으로 헤엄치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수조에 온전한 모습으로 유영하는 것은 모두 중국산 큰민어 또는 홍민어(점성어)가 되겠습니다. 

 

 

 

수조에 뒤집힌 채 겨우 숨만 붙은 활민어

민어의 분포 역시 수온 20도가 넘는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나 일본 및 극동아시아의 동쪽 해역에만 치우친 큰민어의 서식지와는 겹치지 않으며, 주요 분포도는 남중국해를 비롯해 동중국해, 제주도, 남해, 서해로 극동아시아 해역에서는 전반적으로 서쪽에만 치우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민어는 전량 자연산으로 유통되며, 잡히면 부레가 부풀어 몸의 중심을 잃고 뒤집힌 채 겨우 숨통을 부지하는 상태가 됩니다. 때문에 자연산 민어의 90% 이상은 산지에서 즉살 처리 및 빙장으로 운송되는 선어 횟감이며, 활어 상태로는 소량 유통됩니다. 반면, 큰민어는 한때 국내에서 양식화의 길을 시도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취소되었고, 지금은 전량 중국에서 양식으로 수입됩니다.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국산 양식 민어회

한편, 국내에서는 얼마전, 민어 양식에 성공해 내수용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횟감과 탕감으로 유통, 한 가지 특이사항은 대형마트에서만 판매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수산시장과 횟집에서는 양식 민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 칼럼을 통해 분명히 합니다. 

 

 

활 민어회의 영롱한 빛깔

#. 음식으로서 민어의 가치
최근 민어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음식으로서의 가치는 명성에 걸맞을 만큼 의미가 있습니다. 서해와 서남해에 주로 잡히는 민어는 이 해역에 발달한 개펄의 유기물을 먹고 자란 갑각류와 작은 어류를 먹으며 살을 찌웁니다. 

 

같은 과에 속하는 수조기와 보구치(백조기), 참조기 등과는 달리 살이 단단한 편이며, 크게 성장하는 탓에 잔가시가 적고 먹기가 편리하며, 숙성에도 강해 감칠맛의 상승작용을 돕습니다. 

 

활어회는 단단하면서 질기지 않은 쫄깃한 식감이 좋고, 이를 숙성하면 할수록 은근히 차지고 단맛이 오릅니다. 덩치가 크니 등살과 뱃살, 꼬릿살, 그 외 특수 부위로 즐기고, 살에 붙어 나온 잔가시는 다져서 뼈 다데기 양념으로 활용합니다. 

 

 

생선전에서 둘째라면 서러운 민어전

회를 치고 남은 자투리 살은 무침과 전으로 즐기고, 일부는 구이로 이용합니다. 50cm 미만의 작은 민어를 통치라 부르며 제사상 및 차례상에 올리는가 하면, 꾸득히 말린 건조 민어는 찜으로 그만입니다.

 

 

민어 매운탕

민어는 척추뼈가 크고 굵어서 맛있는 국물이 우러나기로 유명합니다. 푹 끓이면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는데 탕감으로는 왠만한 돔 어종보다 한수 위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즐겼다고 해서 민어 한 마리를 오롯이 먹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별미인 민어 부레

다름 아닌 민어에서 가장 별미로 치는 부레가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민어과 어류라도 큰민어와 홍민어의 부레는 질기고 작아 식용할 수 없지만, 민어 부레는 여타 어종보다 유난히 발달하고 비대한 탓에 부레 자체를 고급 식재료로 여기는 유일한 생선이기도 합니다. 

 

이 부레는 물속에서 ‘구구’ 소리를 내는데 뱃전에서 귀를 귀울이면 마치 개구리울음 소리처럼 들립니다. 민어의 울음소리는 조업 시 민어 어군을 찾아내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합니다. 민어 부레의 겉은 지방질로 덮여 있어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맛을 내고, 안쪽은 쫀득해 씹는 즐거움을 줍니다. 

 


민어 맛은 연중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산란을 준비하는 6~7월이 맛의 절정이며 이때 잡히는 민어가 가장 비쌉니다. 그러다가 말복이 지난 8월 말부터는 가격이 한풀 꺾이며, 이때까지 잡히지 않고 살아남은 민어는 본격적인 산란기에 접어듭니다. 

 

민어 산란기는 8~10월 사이로 추정되며, 이 시기에 암컷은 알을 배고 있거나 이미 산란을 마쳤을 확률이 높습니다. 어느 쪽이든 맛에서는 감점이기 때문에 그나마 산란에 참여도가 낮은 수컷의 가격이 다소 높게 형성, 특수 부위의 양과 맛에서 이득이란 평입니다. 

 

산란을 마친 민어는 월동을 나기 위해 가거도 및 제주도 근해로 회유하며, 이듬해 봄에 다시 북상해 전남 고흥과 진도를 거쳐 목포 및 신안, 군산으로 진출합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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