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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를 손질하던 중 꼬리에 찔린 여성, 이틀 만에 숨져”
중국 장쑤성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에게 벌어진 일입니다. 새우 꼬리에 찔려 사망한 여성의 사인은 급성 비브리오 패혈증이었습니다. 작년 한 해, 국내에서 비브리오 패혈증을 앓은 환자는 47명. 그중 2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치사율은 30~50% 정도로 3명 중 1명은 사망에 이르는 매우 무서운 질병이지요. 비브리오 패혈증이 유행하는 시기는 해수온이 20도를 넘기는 6~10월. 특히, 8~9월에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시기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가 내려지면, 어패류의 생식을 삼가고 익혀 먹을 것을 권고하며, 저 역시 그렇게 말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여름 생선회는 먹어도 안전할까요? 상, 하편을 통해 여름 생선회를 둘러싼 이야기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낭설인지 알아봅니다.
#. 비브리오 패혈증의 원인은 살인 박테리아.
여름에 회를 먹는다고 무조건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한해 수산물 섭취량으로는 세계 최다인 국가에서 비브리오 패혈증이 사방으로 확산된다면, 국가적으로 비상이 걸리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비브리오 패혈증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icus)’ 균에 의해 감염됩니다. 이 균은 수온 15도에서 번식하기 시작해, 20도가 넘으면 불어납니다. 일 년 중 수온이 가장 높은 달이 8~9월임을 감안한다면 이 시기에 어패류의 생식을 금하는 것이 좋은데, 이 시기 관광 성수기와 겹치면서 해산물 소비량이 늡니다.
전국적으로 하루 수십만 명이 생선회를 즐기는데요. 특히, 7~10월 사이 어패류의 생식을 즐기는 인구를 생각해 본다면, 한해 47명이라는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는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확률이 낮은 것이지 제로는 아니기에 47명 안에 내가 포함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여름에는 늘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비브리오 패혈증에 감염된 걸까요? 비브리오 패혈증은 특정 조건에서 발병합니다. 평소 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비롯해 간경화 환자, 알코올 중독자,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가 여기에 해당하지요.
간의 해독을 요하는 항암 치료자, 백혈병 환자, 장기 이식 환자, 재생불량성 빈혈 및 면역 결핍자가 등 주로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40~50대와 일부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들이 어패류를 생식하다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균의 침투로 발병합니다.
이 균은 간에서 제독하기 때문에 간 기능 및 면역력이 정상인 사람에게는 발병하지 않으며, 증상이 있더라도 가벼운 설사에서 그칩니다. 따라서 비브리오 패혈증의 핵심은 간 기능이 정상인지에 따라 결정되며, 간 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관련 계통에 지병을 앓고 있다면, 치사율은 더욱 올라갑니다.
일단 발병되기까지는 24~48시간의 잠복기를 거칩니다.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급성 발열과 구토, 설사가 시작되며, 발진과 부종 특히, 피부에 물집이 잡히는 수포가 몸 곳곳으로 확산하면서 피부 괴사가 진행됩니다. 초기 발병 시 골든타임을 놓치면 치사율이 50% 이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회를 먹고 이상 증세를 보이면 곧바로 응급실을 찾는 등 신속한 초동대처가 필요합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비브리오 패혈증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여름에 어패류의 생식을 금하는 동시에 상처 난 몸으로 해수욕을 하는 것도 금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브리오 균은 상처를 통해서도 감염되며, 앞서 새우를 손질하다 사망한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어패류 손질 과정에서도 가시에 찔리면 찔린 부위의 혈관을 통해 균이 급속도로 확산되므로 이 부분을 유의해야 합니다.
#. 여름철 식탁을 위협하는 식중독과 A형 간염
장염 비브리오는 비브리오 패혈증과 별개로 여름철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균입니다. 이 역시 위생 관념이 좋지 못한 곳에서 손질된 회나 패류를 생식하다 발병되는데, A형 간염 항체를 가지지 못했거나,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 여기에 면역력이 약해졌다면 걸리기 쉽습니다.
하루는 지인과 함께 안면도에서 낚시를 마치고 횟집에 들렀습니다. 들린 곳은 어촌가 마을에 있는 한적한 식당으로 이날 우리가 낚시로 잡은 숭어 한 마리와 자연산 광어 한 마리를 주문했습니다. 저를 비롯해 네 명이 회를 먹었는데, 이중 한 사람이 A형 간염으로 일주일간 고생을 치렀습니다.
당시 그 분은 감기 기운이 있어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 회를 먹었습니다. 이처럼 식중독과 A형 간염은 위생 상태가 불량한 식당에서 어패류를 생식했을 때와 면역력이 약화됐을 때가 만나면 발병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그날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단 느낌이 들면 어패류의 생식을 금하길 권합니다.
#. 회를 수돗물에 씻는 이유
시장터 상인들이 회 뜨는 걸 보면, 유독 수돗물에 회를 걸레 빨 듯하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회를 물에 빨아 맛이 없다” 또는 “비위생적이다.”라며 설전이 오갔는데요. 상인들이 회를 수돗물에 씻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위생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생선회가 만들어지는 환경을 상상해 보면 횟집이나 일식집의 주방 환경을 떠올릴 때가 많습니다. 도마가 여러 개, 칼도 종류별로 용도에 맞게 쓰는 모습인데요. 수산시장이나 난전에서는 이러한 조리 환경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협소한 장소에서 회를 뜰 때가 많으니 도마 1~2개와 칼 1~2개가 전부이며, 심지어 도마와 칼 하나로 모든 것을 처리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위생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돗물에 씻어내야 했던 것입니다.
2) 비브리오 균의 소독하기 위해
여름에 자연산을 취급하는 해안가 지역에는 비브리오 균의 오염을 우려해 회를 수돗물에 씻어냅니다. 해수에서만 증식하는 균이다 보니 민물에는 매우 취약하지요. 단순히 수돗물에 씻어내는 것만으로도 소독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회를 물에 빤다”라고 비난하기보다는 소독하기 위함이라고 이해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 회를 수돗물에 씻으면 정말 맛이 달아날까?
앞선 설명과 관련해 회를 수돗물에 씻어내면 정말 맛이 떨어질까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식에서 횟감 처리 방법 중 하나로 ‘아라이’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농어 아라이’가 있는데, 회를 물에 담갔다 빼면 소독이 될 뿐 아니라, 회 표면에 붙은 불필요한 지방질과 불순물을 걷어내 결과적으로 비린내를 제거하는데 효가가 있습니다. 좀 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한 일종의 생선회 처리 방법인 것이지요.
물론, 이 경우는 얼음 물이거나 1~2도의 매우 차가운 생수에 해당하지만요. 비슷한 예로. 마츠카와 타이가 있습니다. 토치로 구운 벵에돔 껍질 구이 회도 그렇듯, 일단 열을 가하면 생선 껍질은 오그라들며 식감이 풀어집니다. 때문에 곧바로 얼음물에 담그면, 한껏 수축한 회는 탱글탱글해져서 씹히는 식감을 좋게 하는 동시에 소독이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재래시장에서 포 뜬 회를 수돗물에 씻으면, 일부 수용성 맛성분이 씻겨 내려가지만, 비린내를 유발하는 물질인 '트리메틸아닌'도 함께 씻기므로 결과적으로 담백한 맛을 내게 됩니다. 다만, 민물에 수분 이상 담가 두는 것은 금물입니다. 이때는 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삼투압이 일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수용성 맛 성분이 대거 빠져나가게 됩니다. 생선회 맛을 헤칠 수 있으니 수분 이상 담가 두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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