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여름 생선은 '맛이 없다.'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어종에 따라 다릅니다. 여름에 한반도를 찾아오는 회유성 어류들은 대게 여름이 제철이니까요. 때문에 각 지역 산지에는 관광 성수기를 맞아 여름 제철 생선회를 찾는 이들로 북새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선회 = 겨울', '생선회 ≠ 여름'이란 인식이 생겨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요인은 양식이 활발하지 않아 자연산에 의존했던 80년대 이전으로 되돌아갑니다. 여름철 태풍이나 주의보로 인해 조업이 어려우면 수급 불균형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싱싱하지 못한 회를 접할 확률이 높았습니다. 여기에 유통 시스템과 냉장 기술도 지금과 같지 않아서 쉬이 상하기 마련이었죠.

 

두 번째는 양식 산업이 급진적으로 발달하면서, 우리 국민은 우럭, 광어, 도미 같은 횟감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이들 횟감은 모두 겨울을 전후로 제철을 맞이했고,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고급 어종에는 인색한 편이었습니다.

 

 

 

한반도 연안에 서식하는 어류 중 약 60~70%가 봄에 산란합니다. 이 말은 즉, 봄 산란을 위해 살을 찌우는 시기인 겨울이 가장 맛있기 때문이며, 우리 국민이 즐겨먹는 횟감 중 다수가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거의 모든 수산물은 산란하기 1~3개월 전이 가장 맛있다는 점을 든다면, 충분히 일리가 있는 내용인데요. 여름에 맛있는 생선은 언제 산란할까요? 답은 "여름에서 가을 사이."입니다. 어종에 따라 봄에 산란한 뒤 여름에 먹이활동을 왕성히 해서 살을 찌우는 생선이 있고(예 : 문치가자미, 도다리), 또 어떤 어종은 겨울에 지방이 한껏 오르는데 여름에 많이 잡혀서 제철로 여겨지기도 합니다.(예 : 벵에돔, 독가시치) 

그렇다면 7월에는 어떤 생선을 먹는 것이 좋을까요? 7월에 먹어야 가치가 빛나는 여름 생선 6선을 소개합니다.

 

 

갯장어

1. 갯장어(= 하모)
7월 하면 여름 보양의 계절입니다. 초복을 앞두고 복달임 음식을 먹게 될 텐데, 최근에는 육고기 외에 수산물로 복달임을 하려는 인구가 늘었습니다. 복달임으로 유명한 수산물로는 민어와 전복을 꼽는데요. 여기에 고급 어종인 갯장어가 빠지면 서운합니다. 

 

일본말로 '하모'라 불리고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참장어'라 불리는데요. 앞으로는 우리말인 갯장어로 불러주시길 당부합니다.   

 

샤브샤브 용으로 다듬어진 갯장어

어쨌든 여름철 갯장어는 붕장어나 먹장어(곰장어)보다 가격이 비싸고, 심지어 여름 보양식으로 유명한 뱀장어(양식 민물장어)의 가격도 상회하기 때문에 장어계의 VIP로 여깁니다. 갯장어 샤브샤브 하면 접대 자리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귀하고 극진히 대하는데요.

 

이토록 갯장어가 비싼 이유는 맛보다 공급량에 있습니다. 붕장어와 마찬가지로 전량 자연산에 의존하지만 어획량은 붕장어에 미치지 않고, 찾는 이들은 더욱 늘고 있어 해마다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을 기준으로 갯장어는 kg당 10만 원에 육박합니다. kg당 4~5만 원인 뱀장어와 먹장어, 그리고 kg당 3.5만 원선인 붕장어와 비교한다면 2~3배 비싼 가격입니다.

 

갯장어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즐기려면 산지를 찾는 것이 확실합니다. 갯장어로 유명한 곳은 여수와 고흥, 완도 일대입니다. 서남해 갯펄고 진흙 바닥에 서식하는 갯장어는 낮에는 돌 틈에 숨어 있다가 주로 밤이 되면 먹이활동을 합니다.  

이러한 습성에 갯장어의 어획은 대부분 밤에 이뤄지며, 연승 주낙과 통발로 잡기 때문에 어획량이 많지 않고 상품성은 높아집니다.

 

더욱이 갯장어이 어획은 일 년 중 6~8월에 집중되고, 겨울에는 아예 맛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희소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7월 한 달 (가격은 비싸지만) 그나마 물량이 풀리고 있어서 이 시기를 놓친다면, 내년을 기약할지도 모르기에 7월에 먹어야 할 생선회로 낙점하였습니다.  

갯장어는 바닷장어 중 맛도 으뜸이지만, 다른 장어류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이 풍부하며,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단맛이 나는 맛도 특징입니다. 

 

  

벤자리 

2. 벤자리
벤자리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무척 생소한 어종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6~8월 사이 한시적으로 출현하는 데다 그 지역도 대단히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벤자리가 잡히는 해역은 제주도와 경남 홍도, 추자도, 여서도 정도입니다. 

 

난류성 어종이라 여름 한철 강하게 발달하는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북상해 한반도의 남해로 들어오고, 가을이면 다시 남하하는 계절 회유성을 보입니다.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벤자리를 맛보려면,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부산 및 제주도에서 출항하는 벤자리 흘림낚시를 하는 것인데 이는 현실적이지 못하고, 두 번째는 벤자리를 취급하는 횟집을 수소문해서 찾아가는 것입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주도를 찾는 것인데 최근 제주도내 횟집은 벤자리 취급이 늘고 있으며, 서귀포 올레시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벤자리 회

벤자리의 제철은 5~7월입니다. 산란기는 주로 7~9월 사이인데 이때 알이 비대해지면서 살에 기름기가 찹니다. 이 기름기가 벤자리 특유의 기름짐과 풍미를 선사하는데요. 문제는 산란한 벤자리는 이러한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미리 예측하기가 어려운 것이, 벤자리의 산란은 7~9월 사이로 알려졌지만, 해마다 절기상 조금씩 다릅니다. 7월에 일찌감치 산란하면 그 벤자리는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철 벤자리의 맛을 보려면 6월이 가장 확실하나, 어떤 해는 6월에 벤자리가 잡히지 않아 7월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산란 전 벤자리는 기름기가 좔좔 흐를 만큼 지방감이 가득한데요. 식감은 광어, 맛은 참치 뱃살에 비견될 만큼 고소한 풍미를 자랑합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45cm 이상 대형 벤자리를 맛봐야 한다는 점과 활어회로 맛보시길 권합니다. 특별한 숙성 기술이 없다면, 벤자리는 살이 금방 물러지기 때문에 활어회로 맛보는 것이 무난합니다.  

 

창오징어

3. 창오징어(= 한치) 
다리가 한치밖에 안 될 만큼 짧아서 한치라 불리지만, 표준명은 '창오징어'입니다. 한치는 여름을 대표하는 수산물로 오징어보다 비싸고 맛있는 고급 품종으로 여기는데요. 특히, 산란기 직전인 6월부터 맛이 오르며, 어획량도 이때부터 늘어납니다. 

 

한치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수산물이었는데 최근 지구온난화와 난류의 영향으로 그 세력이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남해안 일대에도 한치 어군이 발달함에 따라 한치 낚시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하였습니다.

 

한치는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수산물로 음식 활용도가 매우 높습니다. 최근 동남아산 한치(표준명 한치꼴뚜기)가 반건조로 들어오지만, 그래도 신토불이 맛에 비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한치 회

무엇보다도 한치는 보존력이 높아서 몇 개월간 냉동해도 회로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한치 회를 비롯해 물회와 초무침이 유명하며, 갓 잡은 한치는 통찜으로, 신선도가 조금 떨어진 한치는 살짝 데친 숙회와 두루치기, 한치 삼겹살 불고기, 한치 덮밥, 한치 튀김으로 이용됩니다.

 

 

먹장어(곰장어) 

4. 먹장어(= 곰장어) 
흔히 '꼼장어'로 알려진 먹장어. 국내에서 유명한 산지는 부산 기장으로 부산과 제주도, 대마도에 이르는 깊은 수심 바닥에 서식합니다. 우리는 이 먹장어를 맛있게 먹지만, 알고 보면 물고기의 사체 및 내장을 파먹고 사는 바다의 청소부죠. (그래서 영양가가 풍부하고 맛이 좋았던 건지? ㅎㅎ) 

6월 말 기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는 이 먹장어가 kg당 4.5만 원으로 양식 뱀장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습니다. 부산에서는 조금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데요. 최근에는 미국산 곰장어가 국내 곰장어 시장을 점령했기에 이제 어지간한 곰장어 식당에서는 미국산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먹장어는 붕장어, 갯장어와 같은 장어류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원구류(圓口類)'라 불리는 원시동물로 차라리 기생 동물에 가깝습니다. 이유는 골격의 구조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장어류는 두 개의 턱과 지느러미를 가집니다. 그런데 먹장어는 턱과 지느러미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경골어류가 아니고, 장어도 아니며, 더 나아가 물고기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먹장어와 비슷한 동물로는 현재 칠성장어가 남아 있습니다. 칠성장어 역시 빨판 구조의 입으로 되어 있을 뿐, 척추동물에 보이는 턱 구조는 없습니다. 칠성장어는 물고기에 상처를 내고 피를 빨아먹는 흡혈 생물입니다. 이렇듯 장어도 아니고 물고기도 아닌 원구류는 지구 상 생물 중 가장 진화가 덜 된 원시 생명체로 알려졌습니다. 

국산 먹장어를 제대로 맛보려면 부산을 찾아가야 합니다. 겉모습은 징그럽지만 매콤한 양념에 볶아먹는 일명 '꼼장어 양념구이' 그리고 짚불에 훈연하듯 구워 먹는 '꼼장어 소금구이'는 여름에 먹어야 하는 최고의 별미가 될 것입니다. 

 

 

보리멸

 5. 청보리멸(= 보리멸) 
'보리멸'이란 이름으로 익숙한 생선이지만, 사실 보리멸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보리멸은 따듯한 바닷물을 좋아하는 여름 어종으로 여름부터 가을까지 우리나라 동, 서, 남해 어디서든 잡히는 소형 어류입니다.

 

다 자라면 30cm 정도이며, 암초지대에 서식하는 타 어류와 달리 사니질(모래밭)에 서식, 작은 요각류와 갑각류 등을 먹고 자랍니다. 

 

 

살은 희고 단맛이 나기 때문에 회와 초밥용으로 훌륭하고, 튀김도 별미입니다. 하지만 마트에서 판매되는 보리멸 초밥은 대만산으로 국산보다 맛이 떨어집니다. 보리멸을 제대로 맛보려면 경상남도 일대 수산시장 및 횟집을 찾아가는 방법이 있고, 낚시에 관심이 있다면 방파제 및 해변가 원투낚시로 잡아내는 것도 방법입니다. 

 

 

민어  

6. 민어 
민어의 한자를 뜻풀이하면 '백성의 물고기'란 뜻입니다. 하지만 뜻풀이와 달리 민어는 예부터 귀히 여겨 임금이나 사대부 계층이 즐겨먹은 고급 어종이었습니다. 해마다 복날이면 임금은 민어탕으로 복달임을 했다고 전해는데요. 

 

복달임 음식으로 민어찜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으로 쳤을 만큼 민어를 귀히 여겼습니다. 또한, '삼복에 양반은 민어탕, 상놈은 보신탕'이란 말도 민어를 먹는 신분 계층이 높았음을 말해줍니다.  

민어는 따듯한 바다에 서식하는 난류성 어류입니다. 여름이 돼야 남해 및 서해로 들어올 뿐, 겨울이 오면 월동을 나기 위해 가거도와 제주도로 내려가며, 그보다 훨씬 남쪽인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더 많은 개체가 서식합니다. 국내 산지로는 목포와 신안 일대를 빼놓을 수 없고 특히, 임자도 민어가 유명합니다.  

 

 

0민어회
민어 부레

민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없는 생선입니다. 싱싱한 민어는 회로 먹고, 특히 부레가 일미입니다. 껍질은 데쳐 먹고, 뼈와 남은 살은 푹 고아 민어탕을 끓입니다. 두툼한 살은 찜과 구이, 전을 부처 먹고, 손질하다 나온 잔뼈는 뼈 다짐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작은 민어는 '통치'라 하여 차례상에 올려지며, 반건조한 통치는 찜을 해 먹습니다. 

 

민어는 이르면 5월부터 남해로 진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잡히기 시작합니다. 7월 초순인 지금은 초복을 앞두고 민어 가격이 고공 상승 중인데요. 노량진 수산시장 기준으로 선어 횟감용 민어가 kg당 6~7만 원에 이르며, 이 가격은 초복이 다가옴에 따라 좀 더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말복이 지나는 8월 중순부터는 가격이 조금 하락하며, 이때부터는 민어가 산란기에 접어듭니다. 민어의 산란기는 8~10월 사이. 그러다 보니 이 시기에는 암컷보다 수컷을 선호하며 가격도 조금 더 높게 형성됩니다. 그래서 민어가 가장 맛이 좋은 철은 6~8월이라 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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