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부는 지금, 방어의 기름기는 절정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11월부터는 본격적인 제철이 시작되고, 12~1월은 지방 함량 + 가격 + 소비량이 모두 절정을 맞습니다. 방어의 제철은 2월까지 이어지는데요. 일부 식당과 선술집에서는 3월까지도 방어회를 취급합니다. 

 

이렇듯 방어는 기름이 차오르는 초겨울부터 겨우내 이어지기 때문에 겨울철에 가장 맛있는 생선회로 손꼽힙니다. 이토록 방어회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방어회를 드실 때 알아 두면 좋은  상식도 함께 알아봅니다. 

 

 

겨울이면 생각나는 방어

#. 방어회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언젠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방어회 열풍. 그 때문에 국민 횟감 1위를 고수하던 광어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을 정도라고 합니다. 

 

물론, 광어(표준명 넙치)는 여전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흰살생선회이자 판매량에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과 트렌디한 음식 열풍으로 인해 일본의 국민 생선이었던 방어가 한국의 젊은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1) 국민의 식성 변화
다변화되는 음식 트랜드와 서구화된 입맛으로 인해 예전에는 잘 안 먹던 연어가 주목받고 있듯이 기름진 생선 특히, 등푸른생선을 회로 먹는 것에 인색한 한국의 대중 소비자가 방어회를 선호하게 된 것 또한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게 된 배경과 일정 부분 관련이 없지 않다는 것입니다. 

2) 우럭, 광어 일변도를 벗어난 다양성 추구
위 내용에서 이어지는 것으로 광어, 우럭 일변도인 생선회가 식상한 이들이 대방어회를 맛보게 되면 참치 같은 기름짐에 참치에는 느낄 수 없는 단단한 식감에 매료되곤 합니다. 

3) 일본 음식의 유행
최근 십년 동안 일본 음식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한때 로바다야끼가 유행한 적이 있었고, 이후 사라졌다가 최근 일본식 선술집(이자까야)를 비롯해 돈부리를 필두로 한 다양한 일본음식 전문점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레 방어회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4) 숙성회를 받아들이는 인식 변화
과거에는 활어회 일변도였던 한국이지만, 최근 숙성과 선어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맛있는 숙성회를 접하면서 전에 가졌던 숙성회의 불신은 상당수 사그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에서는 방어를 3~4일 정도 숙성해서 먹을 만큼 숙성 방어회의 인기가 높습니다. 

 

방어 자체가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횟감이고, 부드럽고 기름진 맛이 우리 국민이 선호하는 생선회 맛과는 차이가 있었는데, 최근 들어 그 간극이 조금씩 좁혀지는 추세입니다.

5) 방송과 인터넷, SNS를 통한 정보 확산
방어가 인기를 끈 것은 다양한 음식 정보와 먹방 프로그램, 셰프테이너의 활약이 적잖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여기에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각종 SNS는 트렌디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를 주축으로 방어회 맛집 정보를 공유했으리라 봅니다. 

 

 

부위별로 나온 10kg 대방어회

#. 가장 맛있는 방어는?
겨울에 방어회가 유행이라 해도 소문만 듣고 먹었다가 낭패를 보거나 실망한 경우도 적잖습니다. 

“예전엔 버리는 물고긴데 하도 방송에서 띄우니까 팔리는 것일 뿐”
“맛있다고 소문 듣고 갔는데 내 입맛은 그냥 광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회였다.”
“솔직히 방어 맛있는지는 하나도 모르겠더라. 살은 무르고, 맛은 느끼하고”

실제로 방어가 취향상 맞지 않는 이들도 많습니다. 특히, 참치회를 비롯해 붉은살생선회를 좋아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방어회도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어를 먹게 된다면? 더욱이 한국에서 판매되는 방어회는 일본과 달리 3~4일간 숙성하기보다는 활어회로 내거나 숙성하더라도 1~2일에  그치기 때문에 여전히 단단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참치회나 붉은살생선회를 좋아하지 않았던 소비자들도 품질 좋은 방어회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방어를 먹어야 좋은지 궁금해할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맛있는 방어의 요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자연산 방어라야 한다. 
2) 자연산 중에서도 동해(거진항 등) 산이라야 한다.
3) 10kg 넘어가는 특대급 대방어라야 한다. 

 

 

※ 올해(2019) 방어 풍어라고?

11월 말 현재, 자연산 방어 어획량이 갈수록 높아지지만, 왠일인지 가격은 점점 오르고 있습니다. 매스컴에서 말하는 '방어 풍어'와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이유는 크기 선별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내 방어 최대 산지 중 하나인 제주 모슬포에는 하루 수십톤 이상 방어가 잡혀 올라오지만, 대부분 상품성이 떨어지는 중방어입니다. 이 중방어를 대방어로 판매하는 모 업체도 있기 때문에 '대방어'란 말만 믿고 먹었다가 크게 실망하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대방어의 요건인 8kg급 이상은 물량이 많지 않을 뿐더러 잡히는 즉시, 고급 일식집에서 사가는 등 치열한 경쟁 속에 낙찰되기에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방어 시세는 되려 상승 중이었던 것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연말은 물론, 연초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통영산 9kg 대방어

최근에는 양식(혹은 축양) 방어가 대세입니다. 그럼에도 자연산을 꼽은 이유는 양식에선 낼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고소함이 빼어나기 때문입니다. 양식 방어는 철저히 계산된 사료를 통해 지방 함량을 높이는데 때로는 기름기가 과하다 못해 느끼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비슷한 양을 먹어도 양식 방어가 좀 더 빨리 물리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제주산이 아닌 동해산을 꼽은 이유는 그곳의 수온이 제주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주제로 칼럼을 쓴 적이 있었지만, ‘같은 어종’에 한해서라면 수온이 높은 해역에 서식하는 것보다 낮은 해역에 서식하는 개체가 식감 면에선 좀 더 탄탄하며 쫄깃쫄깃하다는 것이 전문가와 실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5~6kg급 일본산 양식 방어

그런데 이 세 가지를 충족해도 이를 다루는 식당이 전문성을 겸비하지 않았거나 미숙한 사후처리, 서툰 칼질이라면 무용지물일 것입니다. 더욱이 문제는 현실적으로 위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방어를 맛보기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자연산 방어는 극히 한정적으로 입하됩니다. 어제 들어온 물량이 오늘은 아예 없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연산 방어는 겨울철 방어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는 국내 소비자가 현실적으로 접하기 쉬운 방어에 한해서 ‘가장 맛있는 방어’의 조건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자 합니다. 

1) 양식 혹은 *축양 방어 중에 선택한다. (양식은 10~11kg까지 키워내는 일본산, 축양은 통영산)
2) 반드시 활방어를 잡거나 이미 잡아다가 하루 정도 숙성한 것이라야 한다. 
3) 무게 8kg 이상 대방어라야 한다. 
4) 대방어를 소분해서 판매하는 수산시장 상회(예 : 전라상회, 형제상회 등) 또는 대방어 맛집을 검색해서 찾는다. 
5) 선호도 높은 뱃살, 배꼽살 위주로 먹는다.(일행의 눈치를 봐야 할지도 모르지만..)

※양식과 축양의 차이
양식과 축양은 엇비슷한 개념입니다. 어릴 때부터 사료를 먹이면서 기른 것을 양식이라 하고, 치어나 준성체를 채집해 해상 가두리에서 몇 개월 혹은 몇 년간 길러낸 것을 축양이라고 합니다. 양식은 부화 때부터 길러지는 완전 양식이 있고, 종묘를 생산해서 기르는 방식이 있습니다. 

 

시중에 흔히 보이는 일본산 방어는 완전 양식으로 길러진 것입니다, 통영산은 통영 앞바다에서 잡힌 것이 아닌, 동해 및 제주 해역에서 잡힌 방어를 통영의 해상가두리에서 길러내 몸집을 불린 것이므로 반 자연산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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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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