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

‘돈 전(銭)’에 ‘고기 어(魚)’를 쓴 전어. 그만큼 돈을 주고 먹어도 아깝지 않은 맛이라는 뜻입니다. 전어는 청어와 사촌인 청어과 어류지만, 청어와는 반대로 따듯한 바다를 좋아하는 생선입니다.

 

겨울이면 따듯한 물을 찾아 남쪽 먼 바다로 빠지고, 봄부터 북상해 여름~가을에는 우리나라 연안으로 들어와 그물에 잡힙니다. 이때 기름기가 많아져 맛이 좋아지는데 특히, 추석을 전후로 지방 함량이 최고조에 이르며 봄보다 무려 3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가을 전어 대가리는 깨가 서말”과 같은 속담은 모두 가을 전어의 뛰어난 맛을 묘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 전어의 고소함만 믿고 먹었다가 실망한 이들도 적잖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맛이 좋지 못하거나 비린 맛이 난다거나, 혹은 잔가시가 많아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오늘은 고소한 맛이 솔솔 나는 가을 전어, 구매 팁부터 먹는 팁까지 상세히 알아봅니다. 

 

 

시장에서 가득 깔아놓고 판매되는 횟감용 선어 전어

#. 싱싱한 전어를 저렴하게 구매하는 팁
올해(2019년) 9월 초순 노량진 수산시장 기준으로 활 전어는 kg당 25,000원에 거래됩니다. 물론, 이 가격은 추석을 전후로 하여 수시로 바뀔 것입니다. 가장 비쌀 때는 최고 40,000원, 저렴할 때는 18,000원까지 내려가므로 수산시장에서 전어를 구매하려면 시세를 꼭 확인하고 가시기 바랍니다. 

횟감용 전어를 구매함에 있어서 가장 좋은 것은 싱싱한 ‘활 전어’를 구매하는 것입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주머니 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죽은 지 얼마 안 된 횟감용 선어도 추천할 만합니다. 시장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대게 수조에서 죽어 나간 전어를 걷어다가 횟감으로 팔기도 합니다.

 

조금만 지나면 구이용으로 판매되기 때에 조금이라도 싱싱할 때 횟감으로 팔아 손해를 줄이겠다는 겁니다. 그랬을 때 가격은 활어 시세의 약 30~40%가량 저렴해집니다. 활 전어가 kg당 25,000원이라면, 선어 전어는 kg당 15,000원인 셈입니다.

 

 

이렇게 구매한 전어는 따로 손질해주지 않기 때문에 근처 회 떠주는 가게에서 kg당 3,000원을 주고 회를 뜨면 포장까지 해줍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활 전어(손질 포함)를 구매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선어 전어를 구매해 손질비를 따로 주고 회를 뜨는 것이 좋을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후자를 택한다면, 많이 구매할 때 좀 더 이득입니다. 일부는 회로, 일부는 회무침으로, 일부 선도가 떨어진 것은 구이로 이용하면 되니까요. 다만, 횟감용 선어를 구매할 때는 확실하게 ‘횟감용’이 맞는지 꼼꼼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랫 부분에 이어서 소개하겠습니다. 

 

 

2~3일이 지나면 죽어버리는 활 전어

#. 횟감용 선어 고르는 방법
1) 횟감용으로 적합한 전어
자연산 전어는 활어차로 실려와 횟집 수조에서 손님의 선택을 기다리는데 그래봐야 2~3일이면 대부분 죽습니다. 죽어 나간 전어는 수조 바닥에 엎드리고 그것을 수거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횟감용으로) 됩니다. 

 

그랬을 때 전어는 눈동자가 투명해야 하며, 배는 은백색으로 광택이 나야 합니다. 비늘은 벗겨지지 않고, 상처가 나지 않으며, 아가미는 밝은 선홍색을 띱니다. 다만, 현장에서 고를 때는 아가미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주로 눈동자가 투명한지를 보고 고릅니다. 개체에 따라 눈에는 약간의 핏기가 찰 수 있습니다. 

 

 

눈동자가 투명하고 코가 빨갛게 부어오른 전어가 싱싱한 전어다

또한, 그물에 잡힐 당시부터 죽은 채로 유통된 전어인지 아니면 수조에 살다 죽은 전어인지 알아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전어 코가 빨갛게 부어 있는지를 보는 겁니다. 수조에서 횟감용으로 판매되던 전어는 수조를 돌아다니면서 수없이 유리 벽에 부딪힙니다. 그 결과 전어 코는 빨갛게 부어오릅니다. 

 

 

눈알이 붉에 충혈돼 횟감용 선도가 지나고 있는 전어

2) 횟감용으로 부적합한 전어
눈동자가 맑고 투명해도 붉게 물들고 충혈되기 시작하면, 횟감과 구이용의 경계선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약간의 핏기는 괜찮으나 눈동자가 전부 붉게 물들었거나, 혹은 눈동자가 불투명하고 하얗게 되면 횟감으로 이용이 어렵습니다. 

#. 죽은 전어를 회로 먹을 때 기생충 위험은 없을까?
현재 우리가 사 먹는 전어는 대부분 자연산입니다. 전어 양식은 해마다 줄고 있어 현재 몇 군데 남아있지 않습니다. 기생충은 대게 먹이활동을 통해 감염됩니다.

 

2차 숙주가 1차 숙주를 먹음으로써 유충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며, 그것을 인간이 먹음으로써 감염이 되는 것인데, 양식 전어의 경우 사료를 먹기 때문에 감염 경로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며, 자연산 전어는 기생충 감염 확률이 낮은 식물성 및 동물성 플랑크톤과 개펄의 유기물을 먹고 자라므로 이 또한 감염률이 매우 낮습니다.

 

지금까지 전어회를 먹고 고래회충에 감염되었다는 보도가 나오지 않은 것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대게 몸집에 비해 입이 작은 어류(전어, 숭어, 벵에돔), 그리고 식물성 플랑크톤, 해조류, 개펄의 유기물을 먹고사는 어류일수록 고래회충 감염도가 낮으며, 갑각류(새우와 게) 또는 육식성, 잡식성일수록 고래회충 감염도는 높아집니다. 전어는 고래회충의 감염에 비교적 안전한 어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이용 전어

#. 구이용 전어 고르는 방법
때로는 구이용 전어가 두 가지로 분류돼 팔기도 합니다. 하나는 길이 10~15cm 정도의 작은 전어로 1kg당 가격이 5,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그보다 큰 전어는 1kg에 13,000원 정도로 거래됩니다. 

※ 가격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면, 시세는 매일 변합니다. 

구이용 전어를 고를 때는 한 가지 철칙을 세워야 합니다. '가을 전어 대가리에 깨가 서말'이란 속담이 있듯이 전어구이는 꼬랑지를 잡고 머리부터 내장까지 모두 씹어 먹어야 제맛이라고 여기는 미식가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작은 전어를 구입해야 전어구이의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전어 맛에 익숙치 못한 이들에게는 대가리와 내장이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안 그래도 전어는 잔가시가 많아 발라 먹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데 원치 않은 머리와 내장을 권유당하면 기분이 썩 좋을 리 없으니까요. 

 

이런 분들은 전어 살의 고소함만 맛보아도 충분하므로 큰 전어를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횟감이든 구이용이든 씨알 굵은 전어를 선호합니다.

 

아무래도 먹기 편하며, 뼈 맛을 빌린 고소함보다는 살 자체에서 나는 고소함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전어를 두고 큰 게 맛있다. 작은 게 맛있다.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먹는 취향에 따라 달리 선택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기호에 따라먹기 편한 것으로 골라 드시면 됩니다.

 

 

미리 포장된 수산시장 전어회(사진은 제법 싱싱한 것)

#. 미리 포장된 전어회는 괜찮을까?
마지막으로 재래시장을 돌다 보면, 미리 포장해 놓은 전어회를 볼 수 있는데요. 미리 포장해 놓았기 때문에 이것이 언제 회를 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선뜻 구입하기를 주저하는데 여기서 회를 뜬 단면이 희고 투명감이 있다면 싱싱할 확률이 높지만, 소비자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확신할 수 없습니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kg당 2만 원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활 전어를 안전하게 구매해 즐기길 권합니다. 

 

 

전어회
전어구이

#. 입안에서 벌어지는 축제, 다양한 전어 요리
일부 지역에서는 전어로 탕을 끓이기도 하지만 보통은 뼈째 썬 회나 초무침, 구이로 이용됩니다. 전어회를 두고 큰 것이 좋은 지, 작은 것이 좋은 지 갑론을박이 있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전어 구이도 큰 것이 좋은 지, 작은 것이 좋은 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뼈째 먹는다면 작은 전어가, 통으로 포 떠서 일반 생선회처럼 먹는다면 큰 전어가 낫습니다. 가을 전어 대가리는 깨가 서말이란 말이 있듯이 대가리와 내장까지 통째로 먹는 이들에게는 작은 전어가 낫고, 푸짐한 살점만 먹겠다면 큰 전어가 낫습니다. 

전어는 7~8월부터 먹이활동이 활발해 9월이면 충분히 살을 찌우지만, 그래도 15cm 내외가 가장 많습니다. 추석을 지나 10월 중순쯤 되면 소위 ‘떡전어’라 불릴 만큼 커지는데 이때의 전어는 뼈가 억세므로 뼈째 썬 회보다는 통으로 포 떠서 썰어 먹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일 년 중 전어 소비량이 최고치에 달하는 추석 전후에는 몸길이 15cm 내외가 많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전어는 대게 작은 전어를 뼈째 썬 회와 구이가 일반적입니다. 

 

 

한가득 싸 먹는 전어회의 풍부한 맛

전어는 깻잎과 쌈장, 참깨와 잘 어울리는 생선입니다. 회무침에도 깻잎과 참깨가 들어가지만, 회를 먹을 때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여기에 양념 된장이나 쌈장, 마늘, 고추, 와사비 등을 곁들이는데요. 중요한 것은 전어회를 집을 때 한 점이 아닌 여러 점을 한 움큼 집어 크게 싸 먹는 맛이 일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이는 반드시 칼집을 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 전어는 기름기가 많아서 기름이 끓어오르다가 껍질에 갖히면 끝내 터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엑스 자로 칼집을 내어 끓어오른 기름기가 바깥으로 나오게 길을 터주어야 합니다. 이왕이면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튀기듯 굽기보다는 오븐을 이용해 소금만으로 담백하게 구워 내는 것이 좋습니다. 

전어는 튀겨 먹어도 맛이 좋은 생선입니다. 전어 허브튀김과 레몬 간장 소스를 이용한 튀김이 대표적인데요. 사실 전어는 가운데 척추를 제외한 부위에도 잔가시 많아 호불호가 갈립니다. 전어를 튀기면 잔가시를 바싹하게 으스러트려 느끼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가시 발라 먹기 귀찮은 이들에게도 안성맞춤입니다. 

#. 두 가지 전어 튀김, 어떻게 만들까?
전어 허브튀김과 레몬 간장 소스를 활용한 전어 튀김을 소개합니다. 

1) 밥과 함께 먹어도 맛있는 전어 허브 튀김
- 고소한 전어 튀김 재료
A. 주재료와 밑간 : 전어 4~5마리, 소금, 후추 약간, 청주, 튀김가루, 식용유
B. 튀김 물 : 맥주 1컵, 달걀노른자 1개, 다진 마늘 1/2숟가락, 튀김가루 7숟가락, 마른 오레가노 혹은 바질가루 1/3숟가락, 전분가루 3큰술, 얼음 3개.
C. 카레 마요 소스 : 마요네즈 2큰술, 카레가루 1/3숟가락, 다진 마늘 1/3숟가락, 레몬즙 적당량, 후추 약간

※ 개량은 밥숟가락과 종이컵으로 합니다.

 

 

밑간한 전어포

먼저 전어를 깨끗이 손질해 밑간을 해둡니다. 밑간은 소금, 후추, 청주로 하는데 청주 대신 화이트 와인도 좋습니다. 청주나 와인은 분무기를 이용해 골고루 뿌리는 것도 좋습니다.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한다

약 15분이 지나면 키친타월로 감싸 살짝 눌러줍니다. 이렇게 수분 기를 닦아야 튀길 때 기름이 튀지 않습니다.

 

 

튀김물

튀김 물은 B 재료를 고루 섞어서 완성합니다. 

 

 

분가루에 묻혀 탁탁 털어낸다
튀김옷을 입힌다
삭함을 위해 두 번 튀겨낸다

전어를 튀김가루에 듬뿍 묻힌 후 탁탁 털어내고, 튀김 물에 고루 묻힌 다음 160도 이상으로 가열된 기름에 초벌 튀김을 합니다. 전어가 튀겨지는 동안 C 재료를 고루 섞어 소스를 만듭니다. 1차 초벌 한 튀김이 한소끔 식으면 다시 한번 튀깁니다. 

 

 

전어 허브튀김

 

 

덮밥처럼 올려 먹어도 맛있다
카레마요 소스와의 환상궁합

접시에 세팅해 냅니다. 밥에 올려 먹어도 좋고, 카레 마요 소스에 찍어 먹어도 맛있습니다. 
 
2) 황금빛 레몬간장 전어 튀김
- 튀김 재료
전어 몇 마리, 식용유, 맛술(또는 청주), 소금, 후추, 전분가루

- 레몬간장 소스
사과식초 6숟가락, 설탕 3숟가락, 진간장 2숟가락, 물 4숟가락, 레몬즙 3숟가락(레몬의 시큼함을 좋아한다면 더 많이 넣어도 된다.)

※ 전어 대신 조기로 해도 좋습니다.

깔끔히 손질한 전어는 포를 뜨고 똑같이 소금, 후추, 청주로 밑간 합니다. 

 

 

레몬간장소스

분량의 소스를 잘 섞어주는데, 찬물에 설탕이 들어간 형태이므로 설탕 갈리는 느낌이 나지 않을 때까지 숟가락으로 열심히 저어줍니다.


전분 가루에 묻혀 탁탁 턴다
적당히 튀기고 건진다

전분 가루에 전어 포를 묻힌 다음 탁탁 털고, 충분히 달군 식용유에서 노릇노릇 황금색이 날 때까지 튀깁니다. 좀 더 바삭함을 위해 두 번 튀겼는데 이 과정이 귀찮으면 한 번만 튀겨도 됩니다. 튀긴 전어는 기름종이나 키친타월에 잠시 올려 기름기를 뺍니다. 

 

 

레몬간장을 끼얹어 완성한다
완성된 전어 튀김

접시에 올리고 레몬간장 소스를 부어주면 요리가 완성된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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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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