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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9월이면 서해안 일대에서 대하 축제가 열립니다. 이 시기 함께 잡히는 꽃게와 전어도 축제에 가세합니다. 홍성군 남당리 일원, 안면도 백사장항, 보령 무창포 등 주로 충남권에 축제가 열리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올해(2019년) 충남 남당항에서는 작년보다 이른 시기인 8월 24일부터 9월 15일까지 열리고, 안면도 백사장항에서는 9월 11일부터 10월 6일까지, 무창포항에서는 9월 21일부터 10월 13일까지 대하축제가 열릴 예정입니다.
#. 대하는 정확히 무엇일까?
사실 대하축제 대하축제 이름만 들었지 실제로 대하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새우가 크면 대하(大蝦), 중간 크기면 중하(中蝦)로 알고 있기도 하고, 그렇게 통용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2015년에 출판된 모 교수의 식재료 관련 책에는 대하와 중하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대하(大蝦)'는 큰 새우라는 뜻이지 특정한 종류를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대하에는 검은새우와 고려새우, 차새우의 세 종류가 있다. 같은 종류로 10cm 정도 되는 것은 '중하(中蝦)'라고 한다."
이 내용은 과거 생물학적분류가 완성되지 못했던 90년대 이전의 인식을 답습한 것인데, 실제로는 대하와 중하가 특정 새우를 지칭하는 고유 종이며, 현재 국립수산과학원과 학술지 등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되고 있습니다.
- 대하(大蝦)
표준명 대하, 학명 Fenneropenaeus chinensis, 영명 Chinese white shrimp, 일본명 타이쇼에비(タイショウエビ).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 아시아에서만 서식하는 특산종으로 4~6월에 산란하고 이듬해 봄에 죽는 단년생이다.
- 중하(中蝦)
표준명 중하, 학명 Metapenaeus joyneri, 영명 Shiba Shrimp, 일본명 시바에비(シバエビ). 시바새우라고도 불리며 대하와 마찬가지로 동북아시아 해역에만 서식하는 특산종으로 봄에 산란하고 이듬에 봄에 죽는 단년생이다.
#. 대하축제는 대하를 많이 팔아서 대하축제일까?
대하축제의 취지는 이 시기 서해로 북상하는 자연산 대하가 많이 잡히기 때문에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자는 의미에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자연산 대하 어획량은 해마다 들쭉날쭉해 안정적으로 생산해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대하가 가장 많이 잡혔던 해인 2006경(1,261톤)을 기점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는데요.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밝힌 어획량 추이를 보면, 2011년이 55톤으로 가장 적었고, 이후 증가하여 500톤 이상의 어획량을 올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7년부터 다시 줄어들었고 설상가상 양식으로 키우던 대하는 흰점바이러스에 취약점을 보임에 따라 더는 생산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와 동시에 남미산 외래종인 ‘흰다리새우’가 최근 10년 사이 물밀 듯 밀려왔습니다. 대하와 달리 질병에 강하고 성장 속도도 빨라서 기존에 대하를 기르던 양식 어가는 모두 흰다리새우로 전환했던 것.
그 결과 최근 몇 년간 대하축제에서 보아왔듯이 살을 통통히 찌운 흰다리새우가 수조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축제 명칭은 여전히 ‘대하’란 이름을 고수하지만, 실제로 축제장에서 판매되는 새우 중 90%는 국산 양식 흰다리새우이기 때문에 차라리 ‘새우 축제’로 명칭을 바꾸자는 지적도 있습니다.
#. 가격은 얼마?
2019년 9월 기준, 현재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충남 홍성군 남당항 일원에서는 새우 가격을 이렇게 받고 있습니다.
- 양식 흰다리새우
포장 : 30,000원(kg) → 25,000~28,000원으로 조정
먹고 가면 : 40,000원(kg) → 35,000~38,000원으로 조정
- 자연산 대하
포장 : 45,000~60,000원(kg)
먹고 가면 : 50,000~70,000원(kg)
양식 흰다리새우는 축제 추진위원회가 정해주는 가격으로 통일했기 때문에 같은 축제장에서는 집집이 같습니다. 반면, 자연산 대하는 그날 잡히는 양에 따라 가격이 매우 유동적입니다. 한참 저렴할 때는 kg당 35,000원까지도 내려가지만, 안 잡히는 날에는 7만 원 이상 육박하기도 합니다.
먹고 갈 경우 상차림비(반찬) + 전어구이가 서비스로 제공되며, 새우 대가리 버터 구이는 +5,000이 추가되는데 상차림 내용이나 버터 구이 가격은 집집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 1kg은 몇 마리일까?
예전에 마트에서 판매되는 흰다리새우(에콰도르산)로 중량을 측정한 적이 있었습니다. 크기는 어른 중지보다 조금 더 컸고, 마리 당 평균 중량이 24~28g을 오가면서 총 35~40마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대하축제에서 판매되는 흰다리새우는 국내에서 양식된 것으로 그 크기가 9~10월에 절정을 이룹니다.
마리 당 평균 중량이 약 34~36g에 육박하기 때문에 kg당 마릿수는 27~30마리가 정량입니다. 이것을 하루 걸리는 택배로 받게 되면, 결과가 달라지는데요. 배송 당시에는 정량에 맞았다 하더라도 생물 특성상(생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체내 수분이 빠지므로) 1kg를 주문했다고 해도 1kg에 살짝 못 미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합니다.
또한, 같은 1kg이라도 새우 크기와 지역마다 가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른 어패류도 마찬가지지만, 새우도 크면 클수록 1kg당 가격이 높아집니다.
현재 축제장에서는 kg당 30,000원에 판매되지만, 같은 1kg이라도 크기가 작은 새우(40~50미)는 20,000원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산지 직송과 운송비 문제, 여기에 온라인 쇼핑몰과 지역에 따른 가격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자연산 대하의 경우 잡히는 크기가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kg당 몇 마리인지를 정의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흰다리새우와 비슷한 크기라면, kg당 마릿수 역시 비슷할 것이지만, 게 중에는 몸 길이 23cm를 넘기는 대형 대하(암컷)도 곧잘 잡히며, 가을이 깊어지면서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초대형 대하도 시장에 입하되는 풍경을 종종 봅니다.
몸 길이 30cm가 넘어가는 초대형 대하는 kg당 가격이 매겨지지 않고, 킹 타이거 새우처럼 마리 당 20,000~25,000원에 판매된다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자연산 대하 vs 양식 흰다리새우 어느 것이 더 맛있을까?
비록, 자연산 대하가 귀물이 되면서 양식 흰다리새우가 그 자리를 독차지했지만, 가을에 최고로 살을 찌운 흰다리새우는 대하의 빈자리를 채우기에 충분한 맛과 경쟁력을 가졌습니다. 실제로 이 두 종류를 한 자리에 놓고 시식했는데요.
실험은 같은 팬에 두 종을 모두 넣고 똑같은 조리 환경에서 소금구이를 하였습니다. 대하와 흰다리새우 모두 한날한시에 택배로 받았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자연산 대하는 그물 조업이라 잡히면 바로 죽고, 싱싱하게 포장돼서 온 것은 둘 다 같습니다.
눈가리개를 이용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였고, 소스는 찍지 않고 새우 살만 먹었습니다. 그 결과 어떤 것이 대하이고 흰다리새우인지 씹자 마자 바로 알아맞힐 수 있었는데요. 찍어도 50% 확률이라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두 종류의 새우를 한 자리에서 비교 시식하면서 미묘한 맛의 차이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양식 흰다리새우
식감 : 살점이 워낙 탱글탱글해 치아가 들어갈 때 꽤 많은 저항을 받습니다. 씹으면 ‘두둑두둑’ 하면서 쫀득쫀득한 식감이 느껴집니다.
맛 : 파타고니아 붉은 새우(일명 홍새우)만큼의 진한 감칠맛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새우 특유의 향이 입안에 맴돌았고, 그 끝에는 고소한 맛도 느껴졌습니다. 양식 기술의 발전과 사료 배합의 개선 때문인지 예전에 느껴졌던 흙내가 이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 자연산 대하
식감 : 식감이 꾸득꾸득, 쫄깃쫄깃하지만, 양식 흰다리새우에서 느껴졌던 치아의 저항감은 덜한 편이나, 전반적으로 확연한 차이를 보일 정도는 아닙니다.
맛 : 양식과 자연산의 맛 차이는 여기서 났습니다. 자연산 대하는 새우의 풍미와 감칠맛에서 양식 흰다리새우보다 덜했는데, 몇 점 집어먹으면서 뒤늦게 받히는 담백함이 있었습니다.
- 총평
양식 흰다리새우와 자연산 대하는 kg당 가격이 15,000~20,000원 정도 났는데 맛도 그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양식 흰다리새우가 조금 더 맛이 좋았다는 느낌이었으며, 이 또한 한 자리에서 비교 시식하였기에 느껴지는 미묘한 차이였을 뿐입니다.
#. 한눈에 알아보는 대하와 흰다리새우 구별법
대하와 흰다리새우의 차이는 사실 맛보다도 가격 차이가 큽니다. 행사장에서는 ‘양식 흰다리새우’란 이름 대신 ‘양식 대하’란 표현을 많이 쓰기도 합니다.
이는 상술보다 편의상 부르는 말이고, 학술적 느낌이 강한 ‘흰다리새우’보다는 우리 귀에 익숙한 ‘대하’를 적극적으로 쓰는 편이 소비 촉진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일 겁니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른 종입니다.
주최 측과 상인의 의도와는 별개로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줄 염려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대하와 흰다리새우를 구분해서 취급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다면 자연산 대하와 양식 흰다리새우는 외형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요? 가장 손쉽게 구분하는 것은 살아있느냐의 여부입니다.
1) 양식 흰다리새우의 특징
- 양식장에서 활어차로 실어온다. 즉, 살아서 수조 속을 헤엄치다가 판매된다.
- 꼬리지느러미가 붉은색을 띤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흐려진다.)
- 이마의 뿔이 코를 넘지 못한다.
- 수염이 짧다.
- 시세가 정해져 있다.
2) 자연산 대하의 특징
- 그물 조업이라 잡히고 나서 곧바로 죽는다, 즉, 선어 상태로 판매된다.
- 꼬리지느러미가 초록빛을 띤다. (실제로는 초록, 연노랑, 주황빛이 함께 도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흐려진다.)
- 이마의 뿔이 코를 넘어 삐쭉 나와 있을 만큼 길다.
- 수염이 자기 몸길이의 2.5배에 이를 만큼 길다.
- 어획량에 따라 시세 변동이 있다.
※ 참고
자연산 대하는 8월 말부터 잡히기 시작해 10월 말까지 이어지고, 이듬해 4~5월 경 산란에 임박한 암컷 대하가 반짝 잡히기도 하지만, 대부분 물량은 가을에 잡혀 현장에서 대부분 소진됩니다. 때문에 자연산 대하의 구매를 희망한다면, 9~10월 중 보름달과 그믐달이 뜨는 날을 택하시길 권합니다.
보름달과 그믐달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게 벌어지는 ‘사리 물때’로 이 기간에는 대하 어획량이 상현달과 하현달이 뜨는 기간보다 많기 때문에 가격에서도 유리합니다.
#. 대하축제 100 즐기기 팁
앞서 말했듯, 자연산 대하를 드시겠다면 보름달과 그믐달이 뜨는 날을 찾고, 사람이 몰리는 주말보다는 한산한 평일에 찾기를 권합니다. 남당항, 안면도, 무창포항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수도권을 비롯해 충남, 전북권입니다.
서해안 상하행선이 꽉꽉 막혀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하고, IC를 나와 축제장으로 이어지는 국도에서의 혼잡함도 상당합니다. 현장에 도착해도 주차난이 발생되고요. 주말 이용이 불가피하다면, 아침 일찍 출발해 오전 10시 도착, 축제장에서 새우와 칼국수로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 오후 1시 이전에 출발하는 일정을 추천합니다.
이렇게 하면, 맞은편 도로는 엄청나게 막히는 풍경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상행선은 시원하게 뚫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축제장에서 판매되는 양식 새우는 가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량을 잘 맞추는 집이 좋은 집입니다. 여기에 집집마다 내어오는 반찬의 질이라든지 서비스, 친절도에서 복불복이 있는 만큼, 특별히 입소문 난 맛집을 찾기보다는 지나가면서 호객행위가 덜하고 친절한 상인을 보고 들어가는 것이 무난합니다.
새우가 구워지면 비닐 장갑을 달라고 해서 껍데기를 까 드시고, 남은 대가리는 좀 더 굽다가 바삭하게 소금구이나 버터구이를 해서 먹으면 좋습니다. 이때 이마에 난 뿔을 잡고 들어 올리기만 해도 억센 새우 껍질이 벗겨지기 때문에 새우 대가리에 인색한 이들도 한결 먹기 편해질 것입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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