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식 트렌드로 다양한 식재료가 사람들의 입맛을 충족한다지만, 해산물 중에서도 유독 성게는 먹는 사람이나 먹는 별종으로 인식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성게소를 맛본 이들도 적을 것이고, 그들 중에는 한번 먹어보고선 다신 입에 대지 않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맛은 있지만 비싸서 못 먹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이들에게는 굳이 찾아 먹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여름이면 찾아 먹게 되는 진미일 것입니다.

 

이토록 성게소는 사람들의 입맛과 취향을 뚜렷하게 갈라놓는 식재료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적잖은 미식가들이 감탄해가며 먹어온 해산물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성게소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성게 생식소의 모든 것”

 

 

품질 좋은 보라성게 생식소

#. 성게알? 성게생식소? 
흔히 ‘우니’라 불리는 ‘성게알’. 우리가 성게알로 알고 먹는 이것은 정확히 무엇일까요? 실제로는 산란을 위한 기관 즉, 정소와 난소입니다. 정소는 수컷에 있는 정자 주머니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난소는 암컷의 난소 즉, 알을 만드는 기관입니다. 정소와 난소 이 두 가지를 통틀어 ‘성게알’로 표현되며 정확한 명칭은 ‘성게 생식선’, 또는 ‘성게 생식소’ 그리고 이를 줄여서 ‘성게소’로 표기됩니다. 

 

 

산 성게를 쪼갠 모습

우리가 먹는 성게알이란 것은 성게 암컷에 든 난소와 수컷에 든 정소를 모두 포함합니다. 같은 산지 같은 종류의 성게인데 어떤 것은 색이 진하고, 또 어떤 것은 색이 엷은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같은 산지, 같은 종류의 성게임에도 불구하고 색상 톤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바로 난소와 정소의 차이 때문입니다. 

 

 

 

색이 조금 밝고 옅은 것이 수컷의 정소이고, 상대적으로 붉은기가 돌거나 진한 빛깔을 띠는 것이 암컷의 난소입니다. 이 둘의 맛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다만, 산란기 때 난소는 온도에 민감하여 쓴맛이 날 확률이 높습니다.

 

맛은 진하고 녹진하나 온도 관리가 잘 못되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프리미엄 성게를 가공하는 유명 브랜드 업체에선 맛의 변화가 크지 않은 수컷 성게의 정소만으로 상품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보라성게
말똥성게
둥근성게

#. 성게의 종류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성게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전 세계적으로 식용하는 성게는 크게 보라성게와 말똥성게, 그리고 둥근성게와 북쪽말똥성게, 분홍성게 등이 있습니다.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독성게

또한,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독성게 종류가 있습니다. 가시에 독이 있어 찔리면 심하게 붓고 통증이 오면 심한 경우 병원에 입원 치료받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독 성게 종류는 비록, 그 안의 성게소라도 식용하지 않습니다. 

흔히 식용하는 성게는 크게 보라성게와 말똥성게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아무래도 말똥성게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말똥성게는 생산량 자체도 적을뿐더러 크기도 작아서 많은 양을 생산하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말똥성게가 필요합니다.

 

그러다보니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에서 말똥성게로 유명한 곳은 강원도 일대와 부산을 손꼽습니다. 흔히 앙장구 덮밥이 있는데 여기서 앙장구가 바로 말똥성게를 지칭하는 사투리입니다.

 

한편, 보라성게는 비교적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성게소입니다. 흔하기도 하고 생산성도 높은 편입니다. 둥근성게는 강원도에 나는 종류인데 그 모습이 흡사 보라성게와 닮아서 동해에서는 보라성게와 구분하지 않고 취급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성게 생식소 중 품질이 좋은 것은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합니다. 그만큼 일본이 소비가 많은 나라인데 한 예로, 북해도 말똥성게의 경우 100g당 10만원을 호가하며 호텔급 일식집에서만 다룰 만큼 고가의 식재료입니다.

 

사실 최근에는 일본산 식재료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불편해 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성게소하면 품질이나 소비량에서나 일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참고 삼아 말씀드리는 것이니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성게 생식소의 등급과 품질
계속해서 이 내용을 이어가자면, 결국에는 성게소의 품질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100g당 10만 원을 호가하는 북해도산 말똥성게, 여기에 러시아산 프리미엄 말똥성게 또한 100g당 9~10만 원선으로 가격이 형성됩니다. 

 

 

100g당 3만 원 정도 하는 캐나다산 보라성게 생식소
100g당 2만원 초중반 정도 하는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산 보라성게 생식소
100g당 만원 정도 하는 중국산 성게생식소

이 두 가지가 최고 등급이라고 한다면, 캐나다와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국립해상공원에서 채취된 보라성게가 알이 크고 풍미가 진해 A급으로 분류되며, 이 외에도 멕시코와 페루, 중국산이 있습니다. 

 

 

국산 보라성게(왼쪽)와 말똥성게(오른쪽)

국산 성게는 작업 숙련도와 가공 및 포장, 유통에 따라 품질 차이가 들쑥날쑥합니다. 어떤 말똥성게는 북해도산과 견줄 만큼 좋은가 하면, 또 어떤 말똥성게는 흐물흐물하고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때문에 국산 성게가 캘리포니아나 캐나다산보다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기 어려우며, 때로는 북해도산 만큼 좋을 때도 있습니다. 국산 보라성게 역시 나오는 철 따라 다르고, 지역(산지)마다 다르며, 작업자(또는 가공 업체)의 숙련도나 노하우, 유통 기간에 따라 그 품질은 천차만별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앞서 열거한 프리미엄 등급의 성게 생식소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일정 이상의 맛과 풍미만 보장된다면, 그 어떤 산지보다도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100g당 가격으로만 보면 북해도산 말똥성게 > 러시아산 말똥성게 > 캐나다와 캘리포니아산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그 뒤로 멕시코와 페루 중국 순으로 이어집니다. 

 

 

200g 13,000원에 구매한 국산 보라성게
200g 16,000원에 구매한 국산 말똥성게

이제 국산 성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국산 가격은 보라성게를 기준으로 200g 당 13,000~20,000원 전후이며, 말똥성게는 16,000~26,000원 전후로 형성됩니다. 

 

이 가격은 백화점 > 쇼핑몰 > 재래시장(포항 죽도시장 등) > 오프라인 도매시장(노량진 냉동 수산물 도매상점)이며, 수입 성게의 경우 공급처나 판매처가 몇 군데로 한정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많지는 않습니다. 맛은 말똥성게가 우위에 있습니다. 

 

 

 

보라성게보다 수분감이 있고 진한 풍미가 일품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보관 온도가 잘못되거나 품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차라리 신선한 보라성게가 낫습니다.

가장 높은 등급을 가진 북해도산 말똥성게와 러시아산 말똥성게입니다. 결국, 이 둘을 제한 프리미엄 등급 캐나다와 캘리포니아산으로 압축됩니다. 

 

 

맛이 깔끔하고 밀도가 높은 캐나다산 성게소

캐나다 성게소의 특징은 높은 밀도와 건조함으로 인해 씹히는 맛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 살짝 씁쓰름한 향이 뒷맛에 받칩니다. 전반적으로 맛이 신선하고 깔끔해 성게를 처음 먹어보는 입문자에게 알맞습니다.

 

 

말똥성게 만큼 맛이 진하고 알이 굵은 캘리포니아산 성게소

반면, 캘리포니아산 성게는 같은 보라성게지만, 알이 더 크고 굵직하며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캐나다산과 달리 수분감이 있고 촉촉하며, 고소함과 녹진함에선 캐나다산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다만, 목 넘김 뒤에 오는 콤콤한 향이 숨을 내쉴 때 코를 통해 느껴진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성게 생식소는 산지도 중요하지만 가공업체 브랜드도 품질과 등급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흔히 일본의 명장 브랜드라 하면, 기무라, 야마진, 마루키, 마루히데를 손꼽습니다. 

 

러시아, 캐나다, 캘리포니아 산이라 해도 앞서 열거한 가공업체가 손질, 포장을 맡고 여기에 따라 성게 생식소 품질이 결정되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이들 업체를 대체할 만한 성게 가공 브랜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산 성게라고 한다면 저품질, 낮은 등급, 저렴한 가격을 떠올리지만, 같은 중국산이라도 앞서 열거한 명장 브랜드가 가공하면 맛과 품질이 보장되기 때문에 사실상 성게의 맛과 품질은 이들 가공 업체 브랜드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촬영 중에도 행여나 변질될 것을 염려해 아이스팩을 올려두었다

사실 성게 생식소의 품질을 들어 ‘등급’이란 표현을 쓰지만, 앞서 언급한 가공 업체 브랜드의 여부와 수컷 성게 생식소만 엄선했는지 여부로 A급, B급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암컷 성게 생식소는 맛이 진한 특징이 있으나 온도에 민감하여 쓴맛이 날 때가 많습니다. 그 기복이 크고 품질 유지가 쉽지 않지만, 수컷 성게 생식소는 맛과 품질 유지가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에 수컷 생식소만 엄선하여 프리미엄 등급을 매기기도 합니다. 

 

#. 산 성게라도 모두 맛있는 것은 아니야
일반적으로 싱싱한 성게 생식소라면 살아있는 것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강원도나 제주도 해안가에선 해녀들이 갓 채취한 성게를 까고 있는데 그 광경을 살피면, 바닷물에 흔들어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시간이 지났다 하더라도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것은 맛과 품질이 보장됩니다. 하지만 어떤 성게는 살아있을 때 바로 까서 먹었는데도 시궁창 냄새가 날 때가 있습니다. 이는 수온 관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험담으로 간혹 낚시로 잡은 성게를 집으로 살려와 먹곤 하는데, 때는 여름으로 기포기를 틀어 산소 공급을 해주었다 하더라도 가져오는 동안 차 트렁크에 보관되면 수온은 순식간에 오릅니다. 성게소가 녹아버릴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높은 수온으로 인해 갯녹음 같은 현상이 성게 몸속에 진행되면서 고약한 악취를 풍기는 겁니다.

 

따라서 성게는 반드시 살아있다고 하여 싱싱하거나 맛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살아있을 때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거나 전문 수산 업체로부터 생산된 것이 단순히 산 성게를 까서 먹는 것보다 낫습니다.

 


#. 성게의 제철은 언제일까?
성게 제철은 역시 산란기 때 생식소가 꽉 차는 시기입니다. 그 시기가 종류마다 조금씩 다른데, 그나마 대중적인 성게소로 사랑받는 보라성게와 말똥성게는 5월경부터 7월 사이가 시즌이고, 이 시기를 넘어서면 텅텅 비기 시작합니다.

 

북쪽말똥성게의 경우 늦은 가을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냉동 성게알이 많이 유통되기 때문에 제철이 아니어도 구매할 수 있는 있습니다만, 반드시 생물만 고집한다면, 5~8월의 성게가 좋습니다. 

 

 

홍대 모 식당의 성게알 모둠회 정식
성게소를 가득 올린 회케이크
성게 파스타
제주도에서 맛볼 수 있는 성게 국수

#. 성게 생식소를 맛있게 먹는 방법
성게소를 맛있게 먹는 방법. 가장 간편한 것은 회로 먹는 겁니다. 간장과 와사비에 찍어먹어도 좋고, 히말라야 핑크 소금처럼 그라인드로 갈아서 살짝 뿌려 먹으면 고소함이 배가 됩니다. 

 

단순히 광어회에 올려 먹어도 좋고, 여력이 되면, 초밥 밥을 만들어 군함말이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요리를 해 먹겠다면 따끈한 흰쌀밥에 성게소를 가득 올리고, 연어알과 무순, 와사비를 올려 성게알 덮밥을 만들어 먹습니다. 여기에 조미가 되지 않은 구운 김에 싸 먹어도 맛있습니다.

 

성게 파스타와 성게 미역국, 성게 국수도 별미죠. 참고로 성게 생식소를 많이 먹는다고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체질을 고려해 적당한 양(100~200g) 정도가 정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성게를 많이 잡으면 남획이 걱정될 수 있는데요. 사실 성게는 주변의 해조류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기 때문에 바다의 사막화를 부추기는 해양 생물입니다. 아직은 개체 수가 너무 많아서 걱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오히려 동해에 서식하는 성게는 급격하게 불어난 개체 수로 인해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을 정도니까요. 아무쪼록 이 글이 성게 생식소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도움됐으면 좋겠습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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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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