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가 아닌 이상 특정 생선, 특정 해산물을 맛보기 위해 산지로의 여행을 꿈꾸기보다는 여행 간 김에 생선회를 맛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랬을 때 과연, 여름~가을에는 어떤 회를 먹어야 좋을지 고민을 덜어주는 내용입니다. 이름하여 

“산지 별 추천 생선 또는 생선회” 

 

 

#. 남해 전 지역
남해는 동부권과 서부권으로 나뉩니다. 동부권은 부산을 비롯해 거제, 통영, 남해, 삼천포가 있고, 서부권은 여수를 비롯해 고흥, 완도가 있습니다. 

- 성대(달갱이), 양태(장대), 쌍동가리(도토래미), 전갱이, 쥐치, 붕장어(아나고), 먹장어(곰장어), 눈볼대(금테)

 

 

성대(위)와 쌍동가리(도토래미, 아래) 

흔히 달갱이라 불리는 성대는 마치 민어처럼 꾹꾹 하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성대라 불립니다. 선홍색 몸체에 푸른빛이 도는 가슴지느러미를 보면 마치 공작새처럼 날개를 펼친 듯 아름다운데요. 이 어종의 제철은 엄밀히 말해 겨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획량은 여름에 증가함에 따라 지금 거제, 통영 일대 시장에서는 성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름 성대는 지방이 빠져 살이 질긴 편이니 얇게 썰어 드시길 추천합니다. 비슷한 어종으로 양태(장대)가 있습니다. 양태는 여름 어종으로 그 크기가 최대 70cm 이상 육박하는 중대형 어류입니다. 크기에 비해 뼈가 굵고 억세며, 살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횟감보다는 탕이나 찜으로 이용되지요.

지금 부산 민락동회센타, 통영 중앙시장, 여수 일대 재래시장에서는 도토래미라 불리는 쌍동가리를 볼 수 있습니다. 자연산이고 그날그날 어획량이 들쑥날쑥해 아예 없는 날도 있으며, 점포마다 있는 집 없는 집이 나뉘지만, 일단 눈에 보이면 주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여름에 가성비와 맛에서는 절대 뒤처지지 않습니다. 

 

 

전갱이 

부산에서는 작은 전갱이를 매가리, 큰 것은 아지라 부르는데요. 일식집이나 초밥집에서 가끔 커다란 전갱이를 공수해 초밥을 쥐면 그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여름부터 맛이 올라 가을과 초겨울까지 맛이 좋은 전갱이. 

 

특히, 몸길이 35cm가 넘어가는 대 전갱이는 돔과도 바꾸지 않을 만큼 그 맛이 출중합니다. 하지만 전갱이 회를 다루는 횟집이 많지 않다는 것은 흠. 어획량에 따라 물량 공급이 들쑥날쑥하므로 동해 남부권 일대 횟집을 대상으로 구글링이 필요하지만, 일단 맛을 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말쥐치와 쥐치
붕장어회

지금부터 가을까지 맛이 좋은 쥐치와 말쥐치도 적당한 가격에 음미할 수 있는 횟감입니다. 또, 여름 하면 붕장어가 빠질 수 없는데요. 붕장어 하면 눈꽃 붕장어 회로 부산 기장이 유명하지만, 요새는 전국 어디서든 맛볼 수 있는 흔한 바닷장어입니다. 

 

잘게 쳐낸 붕장어 회는 잘 탈수해서 먹어야 좋은데, 붕장어도 붕장어지만 함께 곁들일 조연이 중요합니다. 바로 쌈장과 초고추장, 콩가루입니다. 

 

먹장어(곰장어) 
눈볼대(금테)

먹장어(곰장어)와 눈볼대(금테)는 비록, 신선 횟감으로 이용되진 않지만, 굽거나 튀겨 먹기 좋은 생선으로는여름에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 갯장어(하모), 참서대, 군평선이(딱돔, 금풍생이), 붉바리

 

 

갯장어(하모)

여름에 여수와 고흥, 완도 일대는 갯장어 잡이가 한창입니다. 붕장어보다 3배가량 비싼 갯장어는 회와 탕은 물론, 샤브샤브로 이용되는데 여름에만 바짝 잡히기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또다시 내년을 기다려야 할 여름 보양식입니다. 

 

 

군평선이

또한, 여수하면 서대와 군평선이가 유명한데요. 서대는 찜과 회무침으로 먹고, 군평선이(딱돔, 금풍생이)는 구이로 빠지지 않는 생선입니다.

 

 

붉바리

흔히 생선회의 최고봉이라고 한다면 다금바리를 떠올리는데 그것에 견줄만큼 희소성과 맛을 겸비한 어종을 꼽으라면 단연 붉바리입니다. 이 붉바리는 최근 몇 년간 치어 방류로 개체 수가 다소 늘었으며, 고흥 나로도 일대와 평도, 거문도 일대에서 종종 어획됩니다. 

 

그것도 여름~가을 한철 바짝 잡히며, 그 마저도 어획량이 적어 부르는 게 값입니다. 한창 때는 하루 평균 30~40마리 정도 위판되는데 그 조차 안 되는 날이 허다할 만큼 희소성이 높은 어종입니다. 그런 붉바리를 그나마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곳이 외나로도 공판장. 

 

경매를 통해 입찰된 붉바리라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건낼 때는 kg당 8만 원 혹은 그 이상 육박하지만 확실히 제주도보다는 저렴하기 때문에 이 지역을 여행하겠다면 붉바리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 제주도 

- 벵에돔, 긴꼬리벵에돔, 벤자리, 무늬오징어, 한치, 부시리, 돌돔(갓돔), 자바리(다금바리), 아홉동가리(논쟁이, 꽃돔), 독가시치(따치) 

 

 

긴꼬리벵에돔

제주도 하면 이제는 벵에돔이 떠오를 만큼 많이 알려졌습니다. 크게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이 잡히며, 두 어종 모두 여름 한 철과 겨울 한 철에 제 맛을 내는 횟감입니다. 이 중에서도 모슬포 인근 해역에서 잡히는 긴꼬리벵에돔은 세찬 물살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육질이 뛰어납니다. 벵에돔은 일반적인 회로 먹는 것도 좋지만, 토치로 껍질만 그슬린 껍질 구이 회를 추천합니다.  

 

 

벤자리
왼쪽부터 무늬오징어 벤자리 벵에돔

여름 한철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벤자리도 지금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별미입니다. 다만, 여름 벤자리라고해서 전부 맛있는 것은 아닙니다. 몸길이 45cm 이상인 돗벤자리는 돼야 맛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한치 물회

또 제주도 하면 무늬오징어와 한치를 손꼽는데요. 5~9월이 제철이며, 회와 숙회, 물회, 통찜으로 이용됩니다. 한치야 전통적으로 물회가 강세라지만, 최근에는 무늬오징어를 취급하는 횟집도 예전보다 늘고 있습니다.

 

 

무늬오징어

 제주도에서는 무늬오징어를 ‘미쓰이까’라 부르는데 이는 일본에서도 쓰지 않은 국적 불명의 명칭으로(일본 정식명은 아오리이까) 될 수 있으면 지양하고, 흰오징어 또는 무늬오징어라 부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무늬오징어는 오징어의 왕이라 할 만큼 횟감으로 매력적입니다. 작은 것은 500g부터 큰 것은 3kg 이상 잡히며, 크다고 해서 특별히 질기지는 않습니다. 무늬오징어를 횟감으로 먹겠다면 1~2kg 내외가 적당합니다.  

 

부시리(히라스)

겨울에 방어가 있다면, 여름에는 부시리가 있습니다. 상인들 사이에선 ‘히라스’라 부르는데요. 크고 살도 많으며, 가격도 비싸지 않기 때문에 재래시장에서 포장회로 구매하기 좋습니다. 

 

돌돔과 자바리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아니 어쩌면 국내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비싼 횟감일지도 모릅니다. Kg당 가격이 15만원 내외. 격식 차린 식당에서는 20~23만 원 정도 하기 때문에 큰 맘먹고 지갑을  열어야 하지만, 귀한 손님을 접대하거나 소중한 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기에는 이보다 좋은 횟감은 없다고 봅니다. 

 

 

아홉동가리(꽃돔 논쟁이)
독가시치(따치)
독가시치 회

제주도에서 꽃돔, 논쟁이로 통하는 아홉동가리는 갈색으로 된 몇 가닥의 굵은 선이 특징인데요. 마치 토끼를 닮았다고 해서 서양권에서는 레빗시피라 부릅니다. 독가시치와 마찬가지로 해조류 위주의 식습관을 가지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손질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횟감입니다. 

 

두 어종 모두 적당한 가격에 즐길 수 있고, 맛도 나쁘지 않다는 점. 여기에 제주도에서 맛볼 수 있는 특이한 횟감이란 점에서 권해 봅니다. 

#. 추천하는 양식 횟감
- 흑점줄전갱이(시마아지), 참돔, 농어, 강도다리

 

 

일본산 흑점줄전갱이(시마아지)

마지막으로 여행이나 휴가 계획이 없는(?) 분들을 위한 양식 어종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여름에 추천하는 양식 횟감으로는 흔히 ‘줄무늬전갱이’로 통하는 흑점줄전갱이를 비롯해.

 

 

국산 양식 강도다리

2kg 이상 참돔, 2kg 이상 농어, 강도다리를 추천하며 글을 마칩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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