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식 된장 물회

쨘 하고 들어오는 탄산수의 청량함, 새콤달콤한 살얼음 육수 얼음에 쫄깃쫄깃 씹히는 생선회와 아삭한 채소, 마무리로 소면까지 말아먹는 물회 한 그릇.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하지만 여기에 반기를 드는 이들이 있으니.. 

“무슨 소리야! 물회 하면 제주도식 된장 물회지”
“된장에 물회 말아먹는 소리 하네. 맛도 닝닝하니 딸랑 각 얼음 몇 개 띄우고 물회라니. 물회 하면 뭐니뭐니해도 새콤달콤한 살얼음 육수가 최고지”
“물회에 소면이 웬 말이니? 최소한 공깃밥 하나는 말아 먹어야지”
“물회에 밥 말아먹는 거야 말로 이상해. 가볍게 후루룩 할 수 있는 소면이 제격이지”

 

 

물회에 밥을 말아야 할지
물회에 소면을 말아야 할지 그것이 문제로다

언젠가 술상에서 벌어진 실제 이야기를 조금 각색해 보았습니다. 친구들과 향토음식을 논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물회 이야기. 지역색이 강한 만큼 호불호와 취향에서도 적잖은 차이를 보입니다. 

 

사실 물회가 대중에게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양식 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못했던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해안가 지역에서나 먹던 음식이었고, 그 마저도 냉장(숙성) 기술과 운송 수단이 마땅치 않았기에 몇몇 어촌가에서나 소비되는 한철 음식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과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서는 전국 방방곡곡 숨은 음식이 오히려 주목받게 되고, 2~3년이면 전혀 알려지지 않던 음식도 지역 특산화되는 요즘입니다. 이런 세태에서 물회는 가장 빠르게 진화되고 있는 음식 중 하나라고 보아도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 물회의 유래
물회는 말 그대로 물에 회를 말아먹는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어부들이 조업 중 조금이라도 식사 시간을 아끼기 위한 것으로, 조업 중 잡은 물고기를 즉석에서 썰어 물과 초고추장, 밥과 함께 훌훌 말아먹었던 음식이 조금씩 변형을 거듭해 지금은 도심권 대형 마트에서도 판매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언젠가 조업배를 얻어 타면서 그 원형을 맛본 적이 있었는데요. 어부식 물회는 매우 간단했습니다. 얼음이라곤 구할 수 없는 조업 환경 탓에 그저 차가운 생수라도 있으면 다행이었던 것. 각자 그릇에 잘게 썬 회 한 뭉텅이를 담고 차가운 생수를 붓습니다. 어떤 이는 미리 싸온 오이냉국에 말아먹기도 합니다. 

 

여기에 적당히 양념한 초고추장을 섞고 기호에 따라 설탕과 식초를 칩니다. 김, 오이, 양배추가 있다면 좀 더 풍성한 물회를 즐길 수 있습니다. 밥도 처음부터 말아 대충 입에 우겨 넣습니다. 조업 도중에 먹는 식사라 밥을 물회와 함께 마시는 겪입니다. 

 

그렇게 어부들의 식사 시간은 3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먹다가 체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겐 영 입맛에 안 맞는지 반절 이상 남긴 것을 바다에 쏟아 붓기도 합니다. 저도 썩 맛있게 먹지는 못했습니다. 들어간 재료도 그렇지만, 맛이 투박하다 못해 밍숭밍숭합니다. 

 

 

직접 양념을 조제해서 먹는 강원도 어부식 횟밥

#. 동해에는 ‘횟밥’이란 것도 있던데
어부식 물회와 유사한 형태를 띠는 것이 묵호항에서 맛보았던 물회밥이었습니다. 현지 메뉴판에는 ‘횟밥’ 또는 ‘물회밥’ 정도로 표기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식당 분위기도 메뉴의 면면을 보아도 관광객보다는 토박이들을 위한 것 같았습니다. 

 

근처 건설 노동자들이나 뱃일을 마치고 온 이들이 한끼 식사에 반주를 곁들이는 식입니다. 이들이 주로 먹는 어부식 물회는 생수에 각얼음을 부어 먹는데요. 집집에 따라 손님이 직접 양념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원하는 양만큼 양념을 넣어 먹는 동해 전통 물회

음에는 이런 시스템이 익숙지 못해 당황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조합해야 할지, 어떤 양념을 얼마나 넣어야 할지 적절한 설명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식당을 이용하는 손님이라면 대부분 안다는 것인지? 

 

테이블에는 고추장과 식초, 설탕이 놓여 있습니다. 간을 맞추고 맛을 보고, 다시 간을 맞추고 맛을 보기를 반복합니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초고추장입니다. 어지간히 부족한 맛은 초고추장이 적당히 맞추니까요. 여기에 취향대로 식초와 설탕만 조절하면 됩니다. 

 

 

동해에선 흔한 물회 재료인 청어

횟감은 강원도에서 흔하다 할 수 있는 기름가자미(현지에서는 물가자미, 미주구리로 부름), 청어 등을 씁니다. 일반적으로는 비린내에 취약한 등푸른생선이 쓰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울릉도의 꽁치 물회, 묵호항의 청어 물회처럼 예외도 있습니다. 

 

 

투박하고 밍숭했던 동해식 횟밥

맛을 본 느낌은 여전이 밍숭밍숭합니다. 앞서 뱃전에서 맛본 어부식 물회와 비슷합니다. 살얼음이든 각 얼음이든 좋으니 그것이 맹물이 아닌 육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철저히 외지인의 입맛에 맞춘 속초 맛집 청초수 물회
울릉도에서 맛본 오징어 물회

양념은 초고추장만으로는 내기 힘든 새콤달콤함이 가미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좀 더 시원하고 자극적인 맛. 그러면서 엷지 않은 육수의 감칠맛이 도드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현지인이 아닌 외지인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느낌이 아닌가 싶습니다. 

 

 

살얼음 수북이 부어 먹는 포항식 퓨전 물회

#. 포항식 퓨전 물회의 등장
안 그래도 사람들은 자극적인 음식에 익숙해진 터였습니다. 이제는 떡볶이를 팔아도 고추장 양념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고추의 매운맛 성분 중 하나인 ‘캡사이신’을 이 음식 저 음식에 넣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김치 만두에도 캡사이신이 들어갑니다. 

 

값싼 중국산 고춧가루로는 엷은 매운맛 밖에 내지 못하기 때문에 캡사이신이라도 넣어 매운맛을 내려는 것입니다. 캡사이신 범벅인 음식을 먹다 보면 혀가 아리고 쓰리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이런 맛에 희열을 느끼나 봅니다. 

 

입은 얼얼하고 막혔던 모공이 뚫리는 느낌이라야 억압된 감정과 스트레스가 해소되는가 싶습니다. 아직 물회에 캡사이신이 사용됐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지만, 이에 필적할 만큼 자극성을 더하지 않는다면, 어촌가의 음식으로만 전략할 위기감도 있습니다. 

 

 

누가 먹어도 호불호가 적은 시원한 포항식 물회

발전을 거듭한 물회는 살얼음 동동 띠운 퓨전 물회로 외지인의 입맛을 공략하게 됩니다. 앞서 어부식 물회가 맹물을 썼다면, 퓨전 물회는 단짠과 새콤함을 더한 육수로 중무장합니다. 이왕이면 각 얼음 대신 슬러시 타입의 살얼음이 외지인의 입맛을 공략하기 수월합니다. 

 

처음에는 살얼음 동동 띠운 냉면 육수 같았다가도 이제는 아예 팥빙수처럼 소복이 쌓습니다. 조만간 눈꽃 빙수에 이어 눈꽃 물회가 나오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새콤달콤 자극적인 맛의 육수가 팥빙수 얼음처럼 되었고, 이를 생선회와 함께 떠 먹고 있자니 그 시원함과 차진 식감에 더위를 잊은 듯하였으나 문득 ‘물회’란 음식의 기본기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더 세고 더 차가운 물회를 요구하는 대중의 입맛 앞에 자칫 균형을 잃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몇몇 식당에서 떨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렴하면서 대중적인 물회 재료로 사용되는 1kg급 양식 광어

경상 북도에서 주로 사용하는 횟감은 크게 양식과 자연산이 있고, 여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양식은 우럭, 광어, 쥐노래미(놀래미), 가숭어(밀치)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자연산을 선택하면 꽤 다양한 잡어회를 섞어 씁니다. 

 

그 종류로는 도다리(문치가자미), 노랭이(참가자미), 등가시치(고랑치), 홍치(빨간횟대), 오줌싸개(가시횟대), 말쥐치 등인데 도시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고 맛도 괜찮으니 포항과 동남해 지역을 방문할 때 한 번쯤 맛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무채가 들어간 남해식 한치 물회

#. 입문용으로 좋은 남해식 물회
거제, 진해, 통영 일대에서 맛본 남해식 물회는 재료의 맛을 살리기보다는 당장 입에 들어갔을 때의 자극성에 적잖은 고민이 있었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몇 식당에서 맛본 남해식 물회는 사이다 같은 탄산수를 조합한 달짝지근함에 처음 몇 술은 뒤로 이내 물리는 느낌입니다. 

 

과한 단맛과 탄산수의 톡 쏨이 불쾌감을 주기도 합니다. 오징어 물회의 경우 칼질에 따라 물회의 전반적인 맛이 좌우되는데요. 국수가락처럼 얇게 친 오징어가 그리울 만큼 두껍고 대강 썬 오징어는 여러모로 감흥을 떨어트립니다. 왜냐하면, 활 오징어는 얇게 쳐내야 식감도 살지만, 그 사이사이마다 한껏 머금게 되는 양념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거제도에서 맛본 부시리 물회

고추장을 기반으로 한 남해식 물회는 포항의 고추장 양념에 영향을 받은 경상남도식 물회와 제주도ㅅ힉 된장 물회의 영향을 받은 전라남도식 물회로 양분됩니다. 

 

지리적으로는 강원도와 제주도의 중간에서 조금씩 영향을 받아서인지 남해안의 뚜렷한 특색보다는 진하고 강렬한 맛을 내는데 초점을 둔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좋게 말하면 물회에 인색한 이들이 좀 더 편안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맛이고, 나쁘게 말하면 자극성과 타협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주로 사용하는 횟감은 양식 활어(우럭, 광어)를 필두로 산지에서 나는 한치, 부시리, 용치놀래기(술뱅이), 청보리멸, 말쥐치(객주리)로 특색을 살립니다. 

 

 

무난한 양념의 모둠 해물 물회

회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는 완도산 전복을 더한 전복 물회나 해삼, 멍게 등을 더한 모둠 물회를 권합니다.  



#. 자리 물회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
제 주변, 그러니까 서울 중심가에 사는 지인들 중 자리 물회를 먹어봤다는 이들도 손에 꼽지만, 자리 물회를 맛있게 먹어봤다는 이들은 더더욱 볼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왜 자리 물회가 제주도를 대표하는 음식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입니다. 자리 물회는 진정 제주도민을 위한 음식일까요? 

 

허나 분명한 것은 제주도에서 내로라하는 물회 식당에서 대부분 자리 물회를 팔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물회를 시켜 먹는 이들은 다름 아닌 외지인들 소위 ‘육지것’이라는 사실도요. 자리 물회는 그들의 입맛에 맞았을까요? 아니면 입소문에 도전한 용감한 식객이었나요? 

 

 

제주도 유명 맛집의 자리 물회

때는 무더운 여름 날, 하루는 제주도의 물회 문화를 탐방하기 위해 유명하다는 물회 집을 성지 순례하였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곳들입니다. 그곳에서 야심 차게 도전하는 자리 물회. 소문만큼 기대한 탓인지 이내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혹자가 말하는 이유인 즉, 뼈가 억세거나 까슬까슬해서가 아닙니다. 

 

된장이 들어간 국물이 이상해서도 아닙니다. 제가 실망한 것은 기본적이 간맞춤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된장의 간 때문인지 추가로 한 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주문한 자리 물회는 너무도 짰으며, 살점 하나하나가 큼지막했습니다. 

 

 

 

뼈째 먹는 탓에 오히려 산란철의 중심인 5~7월이 제철인 자리돔

모름지기 자리돔은 산란기인 5~7월의 것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얕은 바다와 느린 조류를 헤엄치는 보목리 자리돔을 으뜸으로 칩니다. 이유는 산란 기능을 한 자리돔 중에서 가장 씨알이 잘기 때문입니다.

 

산란기 때 자리돔은 마치 임산부와도 같아서 뼈가 약해질 시기입니다. 여기에 씨알이 잘면 더더욱 물회로 먹기 좋은 재료가 됩니다. 칼질도 중요합니다. 자리 물회를 다루는 집이라면 저마다 칼질 노하우가 있겠지만, 결 반대 방향으로 어긋나면서 잘게 쳐낸 자리회야말로 별다른 이물감 없이 씹어 삼킬 수 있습니다. 

 

이날 맛본 유명 맛집의 자리 물회는 투박하다 못해 너무 억세서 삼키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씹다 씹다 안 씹혀서 뱉어낸 것 만도 한 웅큼. 멋 모르고 시킨 이들에게 후회와 편견을 안기기에도 충분해 보입니다. 

 

이후 몇몇 집에서 자리 물회를 먹어 보았지만, 회가 억세지 않으면 된장 육수가 아쉽고, 된장 육수가 괜찮으면 자리돔 회가 아쉬웠습니다. 그 와중에 옆 손님이 후루룩하고 있는 한치 물회는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제주시 중심에서 맛본 현지식 자리 물회

잘 만든 자리 물회에 대한 갈망은 여름마다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제주도 갈 때마다 맛보고, 맛볼 때마다 아쉬움이 남았던 자리 물회. 해답은 현지인 식당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흔한 제주 맛집 키워드로 찾아낸 곳이 아닌 현지인 따라간 제주시 한복판, 객주리 전문 식당에서 말입니다. 

 

구수한 된장 육수에 초피향이 은은히 나는 자리 물회. 여기에는 조미료 맛도 사이다도, 슬러시 같은 살얼음도 없습니다. 

 

 

제주도에 가면 꼭 들린다는 두루두루 식당의 자리 물회

각얼음 동동 띠운 된장 육수는 나무랄 데 없는 균형감이 있었고, 자리회는 조금 까슬까슬했지만 적당히 씹어 삼킬 정도였습니다. 기존의 자리 물회에 실망했던 이들도 이 정도면 충분치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된장 육수와 오이 냉국을 합친 듯한 제주도식 전통 물회

#. 제주식 된장 물회
제주도는 고추가 귀한 탓에 고춧가루 대신 된장으로 맛을 낸 음식이 발달했습니다. 물회도 예외는 아닌데요. 이곳 어촌 사람들은 집집이 담근 집된장과 보리밥을 발효시켜 만든 쉰다리 식초를 이용해 구수하고 개운하면서 새콤한 물회를 만들어 먹었던 것이 오늘날 제주도식 된장 물회의 원형이었을 것입니다.

 

특히, 집된장은 오늘날 제주도 음식의 정체성이자 뚜렷한 개성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물회에서 된장은 비린내를 줄이는 역할 혹은 그 이상으로 음식의 감칠맛과 구수한 풍미를 내는 데 일조합니다. 여기에 제피나무 잎을 다져 넣어 특유의 향을 살렸는데 처음에는 외지 관광객들로부터 호불호가 갈리던 것이 지금은 빠져선 안 될 토속 재료로 자리매김합니다.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황놀래기(어랭이) 물회
제주도식 한치 물회

아열대 기후를 가진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횟감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좀 좀 전에 언급한 자리돔은 물론, 한치와 어랭이가 있습니다. 여기서 한치(표준명 창오징어)는 오징어와 비슷한 두족류로 식감은 오징어보다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고급 횟감입니다. 

 

어랭이(표준명 황놀래기)는 낚시꾼들에게 잡어 취급 받는 소형 어류지만, 제주도에서는 흔하면서도 부담 없는 횟감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이들 횟감은 모두 봄부터 여름까지가 제철로 이 시기 제주도를 여행한다면 갓 잡은 활어회 또는 활어 물회를 맛볼 수 있습니다. 

 

한치의 경우 냉동해도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일 년 내내 맛볼 수 있는 물회 재료입니다. 이밖에도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서 쉬이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물회로 지역색을 살리고 있는데요. 최근 알려지기 시작한 옥돔 물회를 비롯해 어랭이(황놀래기) 물회, 성게와 소라, 문어가 들어간 모둠 물회는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꼭 한 번 맛보아야 할 별미입니다. 

 

 

제주도지만 외지 관광객의 입맛을 의식한 듯한 새빨간 양념의 한치 물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외지 관광객의 유입으로 인해 제주도의 특색을 살린 물회가 일부 퇴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외지인의 입맛과 기류에 편승한 어쩔 수 없는 변화라곤 하나, 예전에 맛보았던 토속적인 제주식 물회의 구수함과 감칠맛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적잖을 테니까요. 

 

이렇듯 좁은 땅덩어리에서도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물회는 지금도 진화 중입니다. 변화도 좋고 최신 트렌드를 쫓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무쪼록 전통과 정체성이 계승된 우리의 맛이 후대에도 오롯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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