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돔은 농어목 옥돔과에 속한 바닷물고기입니다. 국내 해역에 서식하는 같은 옥돔과로는 옥돔을 비롯해 황옥돔과 옥두어, 등흑점옥두어가 분포하며, 이들 어종은 대부분 제주도 근해 또는 동중국해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국내에 유통되는 것은 옥돔과 옥두어이며 주로 국산(제주산)과 중국산이 차지합니다. 

 

제주 특산물로 유명한 옥돔

사실 옥돔은 작명에서 오는 느낌에서 매우 고급스럽거나 혹은 예쁘거나 맛있을 것 같은 기분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주요 서식지가 제주도 근해에 한정되다 보니 예부터 제주도민들의 사랑을 한껏 받아온 생선입니다.

제주도에서는 사실상 없으면 안 될 만큼 귀중한 어족자원이자 차례, 혼인, 제사, 잔치 등 관혼상제에 빠져선 안 될 생선이기도 합니다. 안동의 제사상에 문어가 빠지면 제사상이 아니라고 여기듯 제주도의 제사상에는 반드시 옥돔이 올라야 했으며,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잔칫상에도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최근 10~20년 동안은 제주도 여행객의 증가로 옥돔의 수요와 가치가 더 많이 뛰었습니다. 제주도 내 식당에서는 옥돔 구이를 포함한 옥돔 정식이 인기를 얻었고, 최근에는 횟감용 생물 옥돔을 썰어 넣은 옥돔 물회가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이러한 옥돔이 최근 무분별한 남획으로 어획량이 하락하며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는 점이 다소 안타깝기도 합니다. 

 

경매에 부쳐진 옥돔(제주 탑동)

#. 옥돔의 가치는 지금도 상승 중 
옥돔의 수요는 제주도 방문객의 증가와 맞물려 해마다 증가하는데 비해, 옥돔의 어획량은 해마다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아직은 양식을 하지 않아 전량 자연산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옥돔의 가격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특히, 옥돔 수요가 몰리는 제주도 관광 성수기(봄과 여름), 그리고 명절 선물로 선호도가 높은 추석과 설 직전이면 억 소리 날 정도로 비싼 값을 자랑하는데요. 한우 만큼 품질이 좋고 맛도 뛰어나다는 의미도 있지만, 사실은 한우와 견줄 만큼 비싼 가격이란 점에서 생선계의 한우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재(2020년 1월) 기준으로 제주산 옥돔의 가격은 200g 내외 사이즈의 옥돔 다섯 마리(약 1kg)가 6만 원선. 250g 내외 사이즈의 옥돔 네 마리는 75,000원 선으로 이를 100g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7,500원으로 이는 한우 1등급인 등심보다는 저렴하고, 사태나 양지머리와는 비슷한 가격을 보입니다.

더구나 이러한 옥돔 가격은 쇼핑몰에서 판매할 때 기준이며, 이것이 백화점에서 판매되면 더욱 오르게 될 것입니다. 

활어도 생물도 아닌 건조 생선이 1kg에 6~8만 원선을 보인다는 것은 옥돔이 아니고선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횟감으로 판매되는 활 광어나 활 도미 가격이 kg당 2~3만 원임을 생각한다면, 아주 값비싸고 사치스러운 구이용 생선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옥돔은 과연 그만한 값을 치를 만큼 뛰어난 맛을 자랑할까요? 

 

#. 맛보다 상품성이 높은 옥돔
사실 옥돔의 맛이 뛰어나다, 뛰어나지 않다를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맛이란 모름지기 먹어본 자들이 평가해야 할 몫이니까요. 다만, 옥돔에 관한 객관적인 사실은 살에 수분이 많다는 점입니다. 예부터 살에 수분이 많은 생선은 생물로 구웠을 때 쉬이 부서지므로 말려 먹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조기를 들 수 있는데요. 참조기든 부세든 생물 상태에서 굽게 되면 살이 푸석하고, 맛도  밍밍하기 때문에 건조를 통한 맛과 살의 응축 효과를 노렸습니다. 생선을 건조하면 수분기가 빠지면서 살은 단단해집니다.

 

고급스러움의 극치, 옥돔찜

각종 아미노산과 이노신산(IMP)이 대폭 늘기 때문에 감칠맛도 증폭합니다. 이러한 효과로 맛과 식감에서 크게 이득을 본 것이 굴비입니다. 수분이 많은 생선을 건조하게 되면 구이는 물론, 찜 요리에서도 유리합니다.  

 

옥돔 미역국

다만, 옥돔의 경우 미역국 재료로도 많이 활용되는데 이렇게 탕감으로 쓸 때는 생물 옥돔을 그대로 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결론은 그렇습니다. 세상에는 옥돔보다 맛있는 생선이 많지만, 뭐든 수요가 공급량을 앞지르면 가격은 올라가면서 귀해집니다.

전량 자연산인데다 귀하고 고급 어종이란 인식까지 더해지면 일상의 식탁에 올리기는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옥돔은 귀한 손님을 맞을 때, 혹은 선물 및 접대용으로 그 가치를 빛내 줄, 마치 한우 같은 느낌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주도 옥돔은 뛰어난 맛도 맛이지만, 예부터 형성된 고급 어종이란 인식에 제주 특산물이란 마케팅 전략이 잘 맞물려 ‘고급’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적절히 건드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식당에서 흔히 먹는 옥돔 구이(실제론 옥두어 구이로 추정)

#. 제주 옥돔, 실제로는 흔하고 맛도 없던데? 
이토록 제주 옥돔이 값비싼 고급 생선의 대명사로 여기지만, 웬일인지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맛봤던 옥돔 구이 맛은 기대에 못 미쳤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옥돔 구이에 실망했던 이들이라면, 이 글 전반의 내용에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요. 여기에는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다름 아닌 우리가 먹었던 옥돔이 실은 옥돔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제주산 옥돔은 무척 비쌉니다. 1~2만 원 정도의 옥돔구이 정식에 쉬이 등장할 식재료가 아니란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식당에서 맛보았던 옥돔 구이며 옥돔 미역국은 무엇으로 만든 것일까요? 


제주도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옥두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식당에서는 옥돔과 가장 유사한 생선인 중국산 옥두어를 씁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수입된 옥돔을 쓰기도 합니다. ‘옥두어’나 ‘옥돔’이나 비슷하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중국산이라도 같은 옥돔이라면 맛으로 구별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맛과 품질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에서도 차이가 나며, 식당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중국산 옥두어나 옥돔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산 옥돔의 은은하면서도 품격 있는 맛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중국산을 맛보고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는 것입니다. 

 

제주도로 유통되는 제주산 생물 옥돔

#. 원산지가 품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 
같은 옥돔인데 맛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생선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보다도 ‘신선도’입니다. 신선도는 곧 유통거리와 직결되는데요. 

예를 들어, 같은 조업 구역(제주도 근해 및 동중국해)에서 잡은 옥돔이라도 한국 국적 배가 잡으면 국산이 되고, 중국 국적 배가 잡으면 중국산이 된다는 것쯤은 상식일 것입니다. 같은 바다에서 잡힌 것이므로 원산지가 무슨 의미이냐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조업한 국적 배에 따라 맛의 차이가 꽤 벌어집니다.  

 

옥돔의 화려한 꼬리

첫 번째는 조업국 어부의 작업 숙련도입니다. 낚싯바늘로 상처 없이 잡느냐, 그물로 한꺼번에 잡아들이냐에 따라 비늘이 벗겨지거나 몸에 상처가 생겨 선도 유지 기간이 짧아질 수 있습니다. 똑같은 조업 방식으로 잡아도 어부들의 작업 숙련도에 따라 생선을 처리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이 또한 선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두 번째는 유통 거리입니다. 중국 어선이 잡으면 일단 그 나라의 항을 거친 뒤, 육로를 따라 이동 후 항공으로 수송되거나 또는 뱃길로 수송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부패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한 별도의 악품 처리로 인해 맛과 품질이 저하되기도 합니다. 

한 예로, 그 나라에서 가공 및 건조 처리과정을 거칠 경우 이 부분에 대한 기후 변화나 노하우 부족으로 맛이 변질될 염려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국산 황태, 옥돔의 경우 건조 환경과 기후 조건이 국내와 사뭇 다릅니다. 이러한 이유로 국산과 맛의 차이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주로 바깥에 널어서 판매되는 중국산 옥두어
꼬리에 색이 살아있는 중국산 반건조 옥돔
진공 포장 판매되는 제주산 옥돔

#. 국산과 중국산의 차이
제주산 옥돔의 경우 항에서 선별 작업을 거치고 경매에 부쳐지면 곧바로 소매상으로 나갑니다. 유통과정의 간소화 및 짧은 운송 경로가 제품의 맛과 신선도를 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제주산 옥돔과 중국산 옥돔, 옥두어는 똑 같은 반건조를 비교해도 건조 상태가 다름을 알 수 있는데요. 제주산의 경우 엄격한 품질 관리와 진공 포장으로 신선도를 유지한 반면, 중국산 옥돔과 옥두어는 별도의 포장 없이 바깥에 꺼내진 채 판매되고 있습니다. 

 

중국산 옥두어 구이
중국산 옥돔 구이

다시 말해, 지속적인 공기 접촉으로 인해 산패가 빨리 올 수 있으며, 물간의 농도와 건조 과정이 제주산 옥돔과 다르므로 약간 꼬릿꼬릿한 향과 짠맛이 날 수 있습니다. 

분명 가성비 면에서는 중국산 옥두어나 옥돔도 나쁘지 않지만, 접대나 선물용으로 제주산 옥돔을 고집하겠다면, 국산과 중국산의 차이를 알아 둘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국산(제주산) 옥돔은 엄격한 품질관리 하에 진공포장되며, 포장지에는 국산 또는 제주산이 반드시 표기됩니다. 반면, 중국산은 진열대에 올려놓고 팔기 때문에 손님이 선택하는 순간까지도 건조가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도 옥돔 경매 현장
경매에 붙여진 생물 옥두어(일명 백옥돔)

#. 옥돔과 옥두어 구별법
옥돔과 옥두어는 같은 농어목 옥돔과로 사촌지간입니다. 두 어종 모두 제주도 근해에서 혼획되기 때문에 옥돔은 제주산, 옥두어는 중국산이라는 공식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예전에 제주 탑동에서 옥돔 경매를 지켜본 적이 있었는데 현장에는 옥돔도 있었지만, 생물 옥두어도 많이 잡혀와 경매에 붙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제주 동문시장이나 올레시장에서 판매되는 생물 옥돔과 옥두어는 제주산일 확률이 높고, 건조이면서 포장되지 않은 채 판매되는 것은 중국산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옥돔과 옥두어 구이

사실 옥돔과 옥두어 어느 것이 더 맛있냐고 묻는다면, ‘신선도’에 따라 다르다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산 옥두어가 범람하기 때문에 옥돔과 구별하자는 의미일 뿐, 특별히 옥두어가 옥돔보다 맛에서 확연히 뒤처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같은 원산지라는 전제하에서) 이 두 어종의 구별은 참고용으로만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사진 1> 옥돔

1) 옥돔의 특징 
<사진 1>에서 보다시피 제주산 옥돔은 생물일 경우 눈동자가 투명하며, 전반적인 채색이 매우 화려합니다. 특히, 선홍색과 연노랑 빛깔이 많이 돌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옥돔이 옥두어와 다른 점은 <사진 1>의 (f)로 표시한 것처럼 눈 옆에 흰색의 삼각형 모양의 무늬가 있다는 점입니다.

<사진 1>의 (e)에서 알 수 있듯 옥돔은 옥두어에 없는 노란색 줄무늬가 몸통 중앙에 있습니다. <사진 1>의 (a)처럼 꼬리지느러미의 채색이 화려하고 이 역시 가운데에는 노란 줄무늬가 있습니다. (d)에서 보다시피 배지느러미를 펼친 면적은 옥두어보다 훨씬 작습니다. 

 

국산 생물 옥두어

2) 옥두어의 특징 
옥돔과 상당히 닮았지만, 전반적인 채색이 화려하지 않다면 옥두어로 보아야 합니다. 몸 채색은 화려한 옥돔에 비할 수 없으며 전반적으로 색이 밝지 않고 회색빛이 특징입니다. 

<사진 2> 옥돔과 옥두어 꼬리 비교

옥두어의 꼬리지느러미는 <사진 2>의 (b)에서 보다시피 옥돔만큼 화려하지 않으며, 위와 아래는 흰색에 가까운 밝은 색을 띱니다. 옥두어는 옥돔에 나타나는 눈 옆 삼각형 무늬와 몸통 중앙의 노란색 줄무늬가 없습니다. 옥두어는 몸집에 비해 배지느러미의 펼친 면적이 유난히 넓습니다. 


#. 저렴한 옥두어로 폭리 취하기도 해
옥돔과 옥두어는 살에 수분함량이 많아 생물로 조리하면 잘 부서집니다. 그래서 살에 수분이 많은 생선은 대부분 건조해서 유통됩니다. 옥돔과 옥두어는 제주도 내 식당에서 구이와 국거리(옥돔 미역국 등)로 판매되므로 꾸득히 건조된 것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문제는 건조한 옥돔을 구우면 위에 열거한 특징이 대부분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악용해 제주도 내 일부 식당에서는 '제주산 옥돔 구이'를 판다면서 중국산 옥두어를 사용하는 행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잘 건조한 제주산 옥돔의 평균가는 마리당 만 원꼴, 중국산 옥두어는 마리당 3~4천 원꼴로 국산 옥돔의 절반 이하입니다. 그러므로 재래시장에서 마리 당 3~4천 원에 판매되는 것은 중국산 옥두어라 보아도 무리는 없습니다. 그것을 그 가격에 팔면 문제가 없는데 일부 비양심 상인이 제주산 옥돔으로 표기, 마리 당 35,000원씩이나 하는 제주산 옥돔구이로 둔갑하면 문제가 됩니다. 


#. 구우면 구별할 수 있을까?
구워져 나온 제주산 옥돔은 여전히 꼬리지느러미에 노란색 줄무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옥두어를 굽게 되면 <사진 3>의 꼬리처럼 색이 화려하지 않으니 구별됩니다. 최근, 제주도 연근해의 옥돔 어획량이 떨어짐에 따라, 수요를 맞추기 위한 중국산 옥두어의 수입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국산 옥돔과 거의 비슷한 양을 수입하는데 이는 제주도 내에서 판매되는 옥돔 구이 중 절반이 중국산 옥두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문제는 원산지와 어종 표기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데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의 수산물 원산지 표기 의무는 ‘활어’에만 집중될 뿐, 수입산 옥돔과 옥돔에서는 원산지 표기 의무가 없습니다. 우리가 옥돔을 먹을 때 중국산임을 사전에 인지하고 그에 걸맞은 가격으로 소비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국산과 중국산의 차이 그리고 옥돔과 옥두어의 차이가 많이 전파돼 올바른 소비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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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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