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미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백종원이 출연하는 <맛남의 광장>이란 프로그램으로 인해 잊혀졌던 양미리가 재조명 되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잘 팔리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던 양미리가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판매 촉진에 성공한 모습입니다. 

 

이로 인해 양미리를 잡는 지역 어민들의 부담이 줄었고, 지역에선 특산화 하는 등 방송 프로그램의 순기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끈에 엮은 양미리, 경북 포항

사실 양미리는 해마다 출중한 어획고를 올리고 있음에도 수요가 많지 않아서 양미리를 조업하는 어민들이 적잖은 고충을 겪어야 했던 골칫거리였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으니 소비량이 줄고, 소비량이 주니 공급량도 자연스레 줄어야 하는데 수백 마리씩 떼로 몰려 다니는 특성상 한두 번 잡히기 시작하면, 조업량을 조절하기 힘들 만큼 많이 잡히기 때문에 산지가 폭락 즉, 소위 말하는  ‘똥값’이 되곤 했습니다.

 

이토록 양미리가 공급 과잉을 부른 것은 그만큼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인데요. 지금으로부터 약 20~30년 전만 해도 양미리는 겨울철 단골 술안주이자 밥반찬으로 자주 올려졌던 인기 생선이었습니다.

 

저 역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양미리 조림을 잊지 못합니다. 알이 가득 밴 양미리의 구수함과 포슬포슬한 살점, 잔가시가 많아 발라 먹기가 까다로웠지만 몇 번을 그렇게 먹고 나면 잔가시가 붙어 있는 척추뼈를 익숙한 솜씨로 걷어내 한 마리씩 통째로 입에 넣고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조림의 짭조름한 국물에 밥 비벼 먹는 맛은 또 어떻고. 

 

 

굳이 양미리포를 먹지 않아도 대체제가 많은 요즘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렀고 국민 소득도 훌쩍 올랐습니다. 굳이 양미리나 청어 같은 값싼 생선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맛있는 먹거리가 넘칩니다. 

 

이 풍요의 시대에서 양미리는 과거의 향수만을 떠올리게 하는 저렴한 생선, 아니 어쩌면 그런 생선이 있었는지도 모를 요즘 세대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았던 생선. 

 

갈치만큼 인기 있는 것도 아니고, 고등어의 반의 반도 팔리지도 않던 양미리. 횟감으로는 더더욱 이용되지 않았으며, 흔한 탓에 천대시한 물고기지만, 가끔은 이런 생선도 뜻밖의 이야기에는 우리의 귀를 솔깃하게 합니다. 그것은 바로 양미리에 관한 ‘출생의 비밀’입니다.

 

 

까나리 삶는 풍경, 백령도

#. 양미리는 사실 까나리다
하루는 백령도로 까나리 취재를 갔을 때입니다. 바닷가에는 까나리 삶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해마다 4~7월이면 백령도는 액젓을 담그기 위해 까나리 조업을 합니다. 이때 잡힌 까나리는 몸길이 5cm를 넘지 않은 어린 개체들입니다.

 

맑은 액젓을 내기 위해서는 멸치처럼 작은 생선을 써야했던 것. 흔히 ‘똥’이라고 하는 생선 내장이 작을 때 삶아서 발효해야 쓸개의 쓴맛이 액젓의 풍미를 헤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발효 중인 까나리 액젓

또한, 작은 생선을 써야 발효가 잘 되고 액젓을 걸러내는 효율도 높아집니다. 그래서 백령도의 까나리 조업은 액젓을 담그기 좋은 크기일 때 즉, 5~6월경에 활발합니다. 이런 까나리도 8월이 넘어가면 산란을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립니다. 여기서 두 가지 가설이있습니다.

 

서해에서 액젓에 쓰이던 까나리가 겨울이면 몸집을 불려 동해로 이동한다는 것과 서해 까나리는 서해에서만 회유하며 자생하는 탓에 동해 까나리만큼 크게 성숙하지 못한다는 설이 있으며 후자가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양미리로 알고 먹었던 것은 ‘까나리 성체’로 주로 동해에서 태어나 자란 것이고, 서해 까나리는 지리적인 특성상 크게 자라지 못한 채 주로 액젓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까나리를 양미리란 이름으로 알고 먹어왔을까요? 

 


#. 양미리와 까나리의 차이
국내 어류 학술지인 한국어류대도감에는 양미리와 까나리가 따로 기술돼 있습니다. 둘 다 냉수성이며 동해 북부가 주산지임에는 똑같으나 생태학적 분류 상으로는 꽤 많은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표준명 까나리(강원도 방언 양미리)

1) 까나리
학명 : Ammodytes personatus
분류 : 농어목 까나리과 
분포 : 한반도의 서해와 동해(동해의 것이 서해의 것보다 크게 성장)
주로 불리는 명칭 : 양미리
최대 전장 : 약 30cm 

 

 

<사진 1> 표준명 양미리(사진 출처 :http://itaru-t.blogspot.kr/2016/07)

2) 양미리
학명 : Hypoptychus dybowskii
분류 : 큰가시고기목 양미리과
분포 : 한반도의 동해
주로 불리는 명칭 : 확인되지 않음
최대 전장 : 약 8cm

우리가 양미리로 알고 먹는 까나리는 농어목 까나리과에 속하고, 진짜 양미리는 큰가시고기목 양미리과이므로 벌써 상위 분류에서 차이가 벌어집니다. <사진 1>은 도감에 기록된 표준명 양미리입니다. 보시다시피 화살표로 표시한 지느러미가 부채꼴 모양을 하고 있어 까나리와는 구별됩니다. 

 

까나리는 등 전체와 배 뒤쪽이 모두 지느러미로 덮여 있습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몸 길이입니다. 우리가 양미리로 알고 먹는 까나리는 성체의 길이가 30cm에 이릅니다. 동해에서 자란 것은 겨울에 살이 오르고 알까지 차기 때문에 조림과 구이용으로 적당합니다. 무엇보다도 풍족한 개체 수를 자랑하며 대량 조업을 가능케 합니다.



동해에서 낚시로 잡힌 표준명 양미리(출처 : 구독자님이 보내준 사진)

 반면에 표준명 양미리는 다 커도 10cm를 넘기지 못하며, 평균 몸길이가 7~8cm 정도로 작은 소형 어류입니다. 그만큼 몸집이 매우 작고 상업적으로 활용될 만큼의 어획량도 아니어서 일찌감치 우리 관심에는 멀어진 물고기입니다.  

 

007 몸길이 20cm가 훌쩍 넘는 까나리지만, 당시에도 신문에서는 양미리라 불렀다(1996년 10월 15일자 한겨레 신문에서)

차이가 이렇게 나는데도 동해 어민들은 예부터 까나리를 양미리로 불러왔습니다. 왜 그렇게 불렀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양미리란 말이 북한(강원도)에서 넘어왔다는 설이 있고, 처음부터 양미리라 불렀지만 알 수 없는 이유 또는 착오로 인해 도감에선 까나리로 잘못 기술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어쨌든 까나리와 양미리는 모두 찬물을 좋아하는 냉수성 어류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까나리는 서해와 동해를 비롯해 알래스카와 극동아시아에만 서식하는 반면, 양미리는 전 세계 온대 및 냉대 해역에 고루 서식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한정해서 보자면, 까나리는 동, 서해 모두 서식하고, 양미리는 동해에서만 서식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워낙 개체 수가 적고 몸집도 작아서 일찌감치 상업성을 잃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따라서 북한을 비롯해 강원도 사람들이 예부터 잡아먹었다는 양미리는 지금과 같은 까나리 성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옛 신문을 살펴도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80~90년대 신문에 찍힌 양미리의 모습도 까나리 성체였고, 그보다 더 오래된 1959년도에는 아예 '양미리 떼', '양미리 조업'이란 말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사실로 보아 '양미리'란 말은 도감상에 명명된 진짜 양미리와는 별개로 꽤 오래전부터 쓰인 것으로 추정합니다.

 

 

다음 백과사전에선 양미리를 설명하고 사진은 까나리 성체를 내 걸고 있어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 백과사전도 혼동하는 양미리의 정의
문제는 도감에 기술된 명칭과 실생활에서 불리는 명칭이 달라서 오는 혼선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공신력을 바탕으로 기술돼야 할 백과사전에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DAUM 백과 사전에선 양미리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큰가시고기목 양미리과에 속하는 해산어류. 한류성 어종인 양미리는 우리나라의 동해안을 비롯하여 오호츠크해, 일본, 연해주 등에 분포한다. 연안의 깊은 곳에 무리지어 서식한다. 까나리와 모양이 비슷하나 몸길이가 약 15cm로 더 작다. 먹이는 작은 갑각류와 요각류 등이다."

라면서 띄운 사진은 우리가 흔히 먹는 양미리 즉, 까나리 성체가 노란 끈에 엮인 채 건조되는 모습입니다. 이는 다음 백과사전의 명백한 오류입니다. 설명은 양미리, 사진은 까나리를 올린 것입니다. 

 

사전까지 이렇게 헷갈리는 것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부르는 명칭과 도감에서 기술된 명칭의 괴리감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차라리 우리가 먹는 까나리 성체를 양미리로 공식 인정하고, 큰가시고기목에 속한 양미리란 어종을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그나마 혼선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는지. 

 

 

도감에 기술된 자바리가 사실은 오래 전부터 제주도민들이 ‘다금바리’라 불렀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도감에 기술된 명칭과 실생활에 쓰이는 명칭의 괴리감은 학계에서는 머리를 맞대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는 별개로 까나리를 양미리로 부르는 것에는 상업적인 의도가 없지만, 강원도 지역 어민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라며 들은 것이 ‘양미리’지 ‘까나리’는 아니기 때문에 이 둘이 같은 어종임을 인정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겨울에 한시적으로 유통되는 생물 까나리(방언 양미리)

#. 비리거나 씁쓸한 양미리는 잘못된 것 
흔히 양미리 하면 가시 발라먹기 까다로운데 비리기까지 하는 생선처럼 인식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조리거나 구워 먹는 양미리는 건조한 양미리로 끈에 엮인 채 판매됩니다. 

 

대게 내장을 발라내지 않은채 통째로 말린 것을 판매하는데, 이를 조릴 때는 간단하게 라도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조리길 권합니다.

 

어떤 이는 통째로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이라며 훈수를 두지만, 사람에 따라선 약간의 비린 맛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내고 조리하는 편이 비린 맛도 덜 느끼고, 내장의 쓴맛도 줄이게 됩니다.

 

특히, 조림을 할 때는 내장을 말끔히 제거해 주는 것이 국물에 쓴 맛이 배지 않게 하는 방법입니다. 싱싱한 양미리는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지만, 손질과 조리법이 잘못되면 그 맛이 반감된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둔다면 보다 맛있는 양미리를 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양미리의 제철은 겨울입니다. 11월부터 2월 사이는 건조한 양미리 뿐 아니라 생물 양미리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생물 양미리는 생선 찌개로도 좋고, 최근 <맛남의 광장>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통째로 튀기는 것도 별미라 할 수 있습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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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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