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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야 모르는 국민이 없지만, 전갱이는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보면 위쪽이 고등어고 아래가 전갱이입니다. 생김새는 한 끗 차이인데 맛과 영양소, 심지어 통풍을 유발하는 '퓨린' 함량에서는 제법 많은 차이가 납니다. 오늘은 통풍 환자가 눈여겨 볼만한, 아니 건강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주목해 볼만한 내용으로 고등어와 전갱이의 차이를 알아봅니다.
#. 통풍 환자가 먹어도 되는 생선과 안 되는 생선
통풍을 유발하는 물질은 요산입니다. 단백질의 과다 섭취 및 영양 과잉으로 요산은 체내 곳곳에 침투하며 특히, 뼈와 관절 사이사이마다 축적돼 심각한 질병을 유발합니다. 이 요산을 만드는 것이 '퓨린'이란 성분입니다. 따라서 통풍 환자는 퓨린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을 피하거나 드시더라도 제한적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익히 알려지다시피 퓨린이 적어 우리 몸에 이로운 식품은 달걀을 비롯한 곡물류와 채소류입니다. 흰색 고기를 거쳐 붉은 육류로 갈수록 퓨린은 많이 들었는데요. 여기서 관건은 고등어와 전갱이가 어느 포지션에 포함되는가 입니다.
※ 자료 출처 : 삼성서울병원 및 해외 논문 '퓨린 테이블'의 식품 퓨린 함량 발췌
1) 고등어의 퓨린 함량(단위, 100g/mg)
약 160mg으로 이는 퓨린 함량이 많은 식품군인 150~800mg에 속합니다. 여기에는 고등어 뿐 아니라 각종 동물의 내장(곱창, 심장, 간 등), 고깃국물(갈비탕), 소고기, 가리비, 정어리, 청어, 멸치 등이 포함됩니다.
2) 전갱이의 퓨린 함량
약 60~75mg으로 이는 퓨린 함량이 가벼운 식품군인 50~75mg에 속합니다. 여기에는 각종 콩, 오트밀, 낫토, 아스파라거스, 버섯, 시금치, 게, 연어, 뱀장어, 굴, 햄, 소시지, 유제품(우유, 치즈, 버터) 등이 포함됩니다.
고등어의 퓨린 함량은 전갱이의 약 2배 혹은 그 이상으로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겐 매우 이로운 영양소로 가득하지만, 성인병을 예방하거나 이미 성인병 환자들에게는 제한적으로 섭취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 고등어와 전갱이의 다소 극단적인 성분 차이
전갱이와 고등어는 한일 양국의 식문화와 취향을 나타낼 만큼 맛과 영양적 측면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납니다. 지방의 농후한 풍미와 고소한 맛은 고등어가, 적당한 지방질과 단단한 육질을 바탕으로 한 담백한 맛은 전갱이가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단백질 함유량은 두 어종 모두 비슷한 수준입니다. 고등어는 EPA 및 DHA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비타민 A, B, C, D를 비롯해 우리 몸에 좋은 지방질이 많아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섭취해야 할 이로운 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전갱이는 고등어보다 열량과 콜레스테롤이 낮고, 칼슘과 철분, 비타민 E가 많이 들어서 다이어트, 시력 보호, 피부 건강, 고혈압과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결과적으로 고등어는 성장기 발육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효과적인 영양소를 공급하고, 전갱이는 성인병을 예방해야 할 성인과 여성에 이로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고등어 VS 전갱이 맛 차이
고등어와 전갱이의 차이는 곧 한국인과 일본인의 식성 차이를 대변해 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한국인은 생선을 구웠을 때 기름기에 의한 고소함과 감칠맛을 선호합니다. 고등어구이와 갈치 구이가 그러합니다. 일본인은 상대적으로 덜 기름지고 담백한 맛을 선호합니다.
이러한 취향은 고등어보다 전갱이를 더 선호하게 되어 사실상 일본의 국민 생선이 되었습니다. 전갱이에 대한 일본인의 사랑은 남다를 정도.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크고 질 좋은 전갱이를 잡아 일본으로 수출하였고, 내수용은 상대적으로 작은 전갱이가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국내에도 전갱이를 소비하는 수요층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대형 마트는 물론, 재래시장에서도 몸길이 40cm에 이르는 이른바 슈퍼 전갱이를 종종 볼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토록 큰 생선이 각광받는 이유는 전갱이도 고등어와 마찬가지로 등푸른 생선인 데다 불포화지방산이 가득한데 대게, 이런 생선은 크면 클수록 지방 함량이 많아 더 고소하고, 농후한 지방 맛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육질도 어린것보다는 클수록 탄탄하고 살집(수율)에서도 이득입니다. 대신 가격은 클수록 비싸집니다. 결국, 커다란 고등어나 전갱이를 사 먹게 된다면, 가격만 조금 비쌀 뿐 만큼 모든 면에서 이득입니다.
맛의 차이부터 알아봅니다. 우선 고등어와 전갱이를 구우면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고등어는 전갱이보다 맛이 진하고 고소합니다. 특히, 살 가운데 자리한 검은 빛깔의 살점(혈합육)은 특유의 고소함과 철분 맛이 느껴져 호불호가 갈립니다. 한번도 얼리지 않은 생물 고등어는 그 어떤 생선구이보다 촉촉하고 부드럽습니다.
전갱이는 고등어만큼 농후한 풍미는 덜하지만, 전갱이만이 가지는 담백함과 감칠맛이 뛰어나며 육질은 고등어보다 탄탄한 편입니다.
고등어와 전갱이는 횟감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현재 우리가 먹는 고등어 회는 대부분 욕지도 및 제주도에서 길러진 양식입니다. 활고등어로 공수돼 언제 어디서든 맛볼 수 있고,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맛이 매력입니다. 이러한 고등어회는 쪽파, 김과 궁합이 좋고, 초간장에 찍어 먹습니다.
반면에 전갱이 회는 대부분 자연산으로 싱싱한 횟감을 맛보기에는 다소 제한적입니다. 특히, 서울 수도권에서는 전갱이 회와 초밥을 취급하는 곳이 드물며, 있어도 고급 일식집이나 호텔 같은 고급 음식점에 한합니다. 이 외에는 산지(포항, 부산)에서 전갱이 회를 취급하는 몇몇 식당에 가야만 맛볼 수 있습니다.
전갱이 회와 초밥은 곱게 간 생강과 궁합이 좋으며, 초간장보다는 달달한 회간장에 와사비 한점 올려 먹는 것이 좋습니다. 식감은 고등어보다 탄탄하나 숙성 정도에 따라 부드러울 수 있습니다. 맛은 녹아드는 고소함과 감칠맛이 고등어 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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