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갱이’를 들어보셨나요? 아마 생선을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고등어와 비슷한 생선?” 쯤으로 여기거나, “들어는 봤는데 먹어본 적은 없는” 왠지 고등어와 비슷한 것 같은데 고등어보단 맛이 없는 생선으로 여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전갱이의 인지도는 고등어에 한참 밀려 있었죠.

 

그러다가 2000년대 미식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고급 일식집을 필두로 전갱이의 맛이 주목받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노란 전갱이와 청색 전갱이가 서로 맛이 다르다는데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일까요? 오늘은 전갱이에 관해 알아봅니다. 

 

 

전갱이

#. 전갱이는 어떤 생선?

전갱이는 농어목 전갱이과에 속한 어류입니다. 전갱이과의 최상위 포식자는 방어와 부시리, 잿방어가 있으며 더 나아가 해외의 스포츠 피싱으로 인기가 있는 GT(자이언트 트레발리) 등 트레발리라 불리는 여러 어류가 모두 전갱이과에 속합니다.  

 

경남에서는 커다란 전갱이를 ‘아지’라 부릅니다. 그러나 아지는 일본말이며, 이 또한 정식 명칭은 ‘진짜’, ‘참’이란 의미를 더해 ‘마아지’라 부릅니다. 게다가 ‘아지’란 의미 자체가 일본 말로 ‘맛’을 뜻하며, 그만큼 맛있는 생선임을 방증합니다.

 

어쨌든 경남에서는 커다란 전갱이를 ‘아지’라 부르는 경향이 있고, 그보다 작은 것을 ‘메가리(매가리)’라 부르는데, 적어도 일본말인 '아지'를 크거나 높게 받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제주도에서는 전갱이를 ‘각재기’라 부릅니다. 된장 국물에 전갱이와 배춧잎을 넣어 끓인 각재기국은 제주의 토속 음식 중 하나입니다. 


전갱이의 모비늘 

겉으로 보면 고등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아가미에 검은 반점(사진 1)과 꼬리자루에 딱딱한 *모비늘(사진2)이 특징인데요. 전갱이과에 속한 어류는 대부분 이러한 모비늘이 나타납니다. 

※ 모비늘이란? 
몸통 중앙에서 꼬리 자루에 걸쳐 나타나며 그 모습이 마치 수술 자국으로 꿰맨 모양이다. 매우 딱딱한 뼈처럼 되어 있어서 조리 시에는 칼로 도려내야 한다. 

살은 고등어보다 희고 담백해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대접받는 인기 식재료였고, 한국인들은 기름기가 많은 고등어를 좀 더 선호하기에 전갱이에 대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 어획된 품질 좋은 전갱이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하는 편입니다. 산란기는 4~7월 사이로 수온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전갱이가 좋아하는 적서수온은 20도 전후로 수온 등락폭이 적은 남해안 일대와 제주도 연안에 무리 지어 분포합니다. 연안에서 성장을 마친 치어는 점차 성장하면서 먼바다로 나갑니다. 수온 따라 이동하는 계절 회유를 하며, 봄부터 연안으로 들어와 여름부터 가을 사이 가장 많이 잡힙니다. 제철은 여름부터 초겨울 사이로 이 시기에는 기름기가 많아서 맛이 좋고, 이 맛은 3월까지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횟감으로 손질된 전갱이

#. 2인자라 하기엔 너무 맛있는 전갱이
전갱이는 고등어 인기에 밀려 줄곧 등푸른생선의 2인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른바 콩라인 같은 생선입니다. 우리 국민의 밥상에 자주 오르내리며 명실상부 최고의 국민 생선을 담당했던 고등어, 그 고등어를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구워 먹는 고갈비는 한민족의 소울 푸드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여기에 반기를 드는 생선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전갱이입니다. 서울,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낯설지만, 지금도 부산을 비롯해 경상남도에서는 전갱이 구이가 고등어에 버금갈 만큼 인기가 있습니다. 전갱이를 이용한 가장 기본적인 음식은 전갱이 구이이고, 선도 좋은 전갱이는 회를 비롯해 초밥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위에서 바라본 전갱이(노란색)와 가라지(청색) 

#. 노란 전갱이와 청색 전갱이의 차이
어느 지역에선 노란 전갱이와 청색 전갱이가 혼획되기도 합니다. 이를 분류하지 않고 뭉텅이로 ‘전갱이’라 팔기도 합니다. 또한, 일부 지역 어민들은 같은 전갱이지만 노란빛이 나는 전갱이와 청색 빛이 나는 전갱이로 나누기도 합니다. 그리곤 청색 전갱이를 맛이 없는 전갱이로 규정하기도 하는데요. 

 

실제로는 단순 빛깔의 차이가 아닌 ‘종’의 차이입니다. 바로 노란 전갱이는 지금까지 다뤘던 바로 그 ‘전갱이’를 의미하며, 청색 전갱이는 농어목 전갱이과에 속한 ‘가라지’란 어종입니다. 생김새가 매우 비슷해 혼동하기 쉽지만, 잘 보면 구별 포인트가 존재합니다. 가라지는 등이 좀 더 푸르고 체고는 낮아 전갱이에 비해 홀쭉한 체형입니다. 

 

 

 

전갱이(위) 가라지(아래) 

전갱이와 결정적인 차이는 모비늘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전갱이는 모비늘이 몸통 중앙부터 시작하고, 가라지는 그보다 뒤쪽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옆 지느러미와의 간격이 전갱이보다 더 벌어집니다. 또한, 가라지는 전갱이에 없는 작은 지느러미가 꼬리 자루에 붙어 있습니다. 

 

 

 가라지

습성에도 약간씩 차이가 납니다. 전갱이가 난류를 타고 먼바다로 회유하는 외양성 어류라면, 가라지는 그보다 낮은 수온에 서식하는 온난성 어류이자 연안성 어류입니다. 중국과 동중국해, 일본 남부 지방의 연안에서 산란하며 그 시기가 5~8월 사이입니다.

 

국내에서는 전갱이와 혼획되는데 그 시기가 가라지의 산란철인 5~8월과 어느 정도 일치합니다. 산란철에도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전갱이와 달리 가라지는 산란 직후 맛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국내에서는 바로 이 시기에만 잡히기 때문에 청색 전갱이인 가라지를 맛이 없는 전갱이로 치부됐던 것입니다. 그러나 가라지도 가을부터는 살이 통통히 올라 겨울에는 전갱이보다 맛이 좋다고 평가됩니다. 

 


#. 전갱이를 맛있게 먹으려면
전갱이 만큼은 직접 해 먹지 말고 잘 다루는 식당에서 돈을 주고 사드시길 권합니다. 고등어만큼은 아니지만, 전갱이도 죽고 나면 선도 저하가 빠른 생선입니다. 때문에 시장이나 마트에서 판매되는 몸길이가 최소 30cm 이상인 전갱이(선어)는 직접 구매해 소금구이로 즐기고, 회와 초밥은 잘하는 맛집을 수소문하여 드시길 권하는 이유입니다. 

 

 

전갱이 튀김
전갱이 튀김을 이용한 난반즈케 

낚시 중에 올라온 작은 전갱이는 의외로 요리 활용 가치가 뛰어납니다. 대표적으로 작은 전갱이를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바짝 튀겨 새콤달콤한 소스를 부어 만든 ‘난반즈케’가 있습니다. 몸길이 20cm 이하의 전갱이를 바짝 튀기면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가시 바를 것도 없이 통째로 씹어 먹을 수 있어 매우 편리할 뿐 아니라 뼈의 고소함도 일미입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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