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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의 탈핵, 탈원전 주장은 구구절절 공감하지만, 문제가 되는 발언은 32분 48초부터 시작된다. 김익중 교수의 방사능 괴담에 선동되는 사람이 많다. 그는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로 있지만, 방사선 전문가는 아니다. 해양생물이나 수산물 전문가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 그가 일본에서 수입된 고등어, 명태, 대구는 앞으로 300년간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여기에 대한 근거나 논거는 아무것도 없다.
단지 우리 국민이 많이 먹는 생선이고, 일본산 수입 수산물의 95%를 차지한다는 것이 유일한 근거다. 나머지 5%에 해당하는 수산물 품목은 무시해도 된다고도 했다. 이러한 내용이 얼마나 위험하고 이치에 맞지 않은지 따져볼까 한다. 방사선으로 이야기하려면 엄청난 스크롤을 각오해야 한다. 여기서는 아주 단편적인 예로 '세슘'이라는 방사성 물질을 들어 짤막하게만 알아보자. 고등어, 명태는 부유성 갑각류나 작은 치어를 주로 먹고 산다. 일정 해역을 회유하며, 상층으로 유영한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냐면,
고등어, 명태는 상위포식자가 아닌 중간포식자이며, 비중이 높아 해저로 가라앉는 세슘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가 정말 조심해야 하는 것은 일본산 가리비, 조개류, 문어, 낙지 등 저서층에 서식하는 수산물과 태평양에서 어획된 참치나 방어 같은 상위포식자다. 김익중 교수가 무시해도 된다는 그 5% 안에 이러한 품목이 대거 들어있다. 또한, 후쿠시마에서 수입된 농수산물을 조심할 게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사능 오염과 무관한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이 후쿠시마의 가공공장에서 포장되면 그건 후쿠시마산이 된다. 정부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수입했다는 것도 이 경우를 포함한 건데 그렇다면 그 반대인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그 지역에서 가공 포장되면 그 지역 원산지로 나간다. 다시 말해,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원산지 세탁도 가능하며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우리에게 팔아넘기는 게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뭐는 먹어도 되고 뭐는 먹으면 안 되고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면 좀 더 자세한 근거로 설명해야 하고, 고등어 명태를 먹으면 왜 안 되는지 식품 방사능 지식으로 풀어주는 것이 교수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이 분은 예전에도 방사능으로 오염된 해상지도라면서(태평양이 뻘겋게 물든 지도) 강연에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해상 오염지도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방사선이 얼마나 바닷속으로 퍼졌는지를 촬영하거나 나타내는 그런 기술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분의 주장이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조심하자는 취지에서라면 충분히 참고가 되겠지만, 적어도 수산물과 식품 방사능 오염 분야에 관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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